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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시한폭탄으로 등장한 트럼프 통상공약
기사입력 2016.07.26 15:39:24 | 최종수정 2016.07.26 15: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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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앞뒤 안 가리고 내뱉는 건지, 아니면 철저하게 계산된 발언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미국 대선에서 유력 주자로 부상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정책 공약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무슬림 입국 금지, 여성 비하, 히스패닉 비난에 이르기까지 ‘막말’을 쏟아내더니 이제 와서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공약에 있어서도 실컷 감세를 외치다가 지금은 부자증세는 가능하다고 돌아섰고, 최저임금을 올리면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맞서다가 최저임금은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중국 환율조작 제재에 한국 유탄 우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공약이 하나 있다. 바로 통상 공약이다. 강력한 보호무역을 기조로 한 트럼프 통상 공약이 시행된다면 미국과의 교역량이 적지 않은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가 적지 않은 대목이다.

트럼프가 지목하고 있는 요주의 교역 대상은 중국과 멕시코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지난해 3657억달러(약 438조원) 적자로 중국은 미국의 최대 적자 교역국가다. 두 번째 무역수지 대상 국가인 멕시코보다도 적자가 6배나 많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제재를 가하고 중국 정부의 중국 기업에 대한 불법 보조금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지적재산권 조사를 강화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45%의 최대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84억달러(약 70조원)의 무역적자를 낸 멕시코에 대해서는 관세를 35%로 일괄 인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솔직히 중국과 멕시코가 미국에서 얻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가 적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과 멕시코를 대상으로 한 통상 제재에 한국도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을 겨냥한 환율조작 제재는 한국까지 파급효과가 미친다. 일반적으로 환율조작 제재는 특정 국가를 지목하기보다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나라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조치를 취해 온 경향이 있다. 동북아시아라는 지리적 위치와 미국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흑자를 내고 있다는 특성이 유사한 한국·일본·대만을 중국과 함께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최근에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에 중국과 한국·일본·대만이 함께 포함됐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환율조작을 불법 정부 보조금으로 간주해 상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한국 정부에 대해 원화가치 절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산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기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원화값 상승으로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가격경쟁력이 약화된다.

미국은 또 중국을 향해 철강 과잉생산을 강력히 경고하며 반덤핑 관세와 수입금지 조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200%가 넘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면서 한국산 철강에 대해서도 50% 이상의 징벌적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중국하고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도 불필요한 타격을 입는 셈이다.



▶보호무역 주장 한미 FTA 반대 목소리 커져

정계·재계·학계 모두 반대해도 ‘독불장군’

결정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또는 폐지 우려가 있다. 지난 1분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치로 늘어나면서 한·미 FTA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크다. 보호무역주의자들은 미국 FTA의 실패 사례로 한·미 FTA를 꼽을 정도다.

애초에 트럼프 진영에서의 주요 타깃은 한·미 FTA가 아니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와 현재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무산이 목표였다. 하지만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진영에서 나프타와 TPP를 폐기 및 중단해야 한다는 근거로 한·미 FTA를 실패사례로 들고 나오면서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한·미 FTA로 인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커진 것은 맞지만 서비스수지는 흑자를 보고 있고, 미국에 대한 한국의 직접 투자 또한 증가해 무역수지만 놓고 평가할 수 없는 것이 한·미 FTA다.

물론 알 만한 사람들은 트럼프의 통상 공약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한·미 FTA는 교역 이상의 동맹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통상 정책이 미국을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톰 도나휴 미국 상공회의소 의장은 “트럼프 후보의 통상정책이 시행된다면 중국 멕시코 등이 보복에 나서면서 관세전쟁으로 비화할 것이고 결국 수출로 먹고 사는 미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의 50%,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물품의 75%가 자본재 또는 중간재여서 이를 재가공해 수출하는 미국 기업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단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매긴다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수많은 저가 제품들을 훨씬 더 비싼 돈을 내고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어찌 됐건 트럼프는 요지부동이다.
트럼프의 통상 공약이 시한폭탄이 되어 ‘째깍째깍’ 폭발할 시간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이 시한폭탄이 제대로 터지느냐, 불발이 되느냐는 오는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 판가름 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더라도, 트럼프의 막무가내 공약으로 인해 미국에서 한국과의 교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0호 (2016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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