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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적은 IS가 아니라 반무슬림 정서…미국은 지금 전쟁 중
기사입력 2016.02.25 13: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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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슬람과 테러에 대한 전쟁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시위

워싱턴DC 시내를 걸어가다 깜짝 놀랄 장면을 목격했다. 다리를 절뚝이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백인 노신사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의 범퍼를 두 차례 걷어차더니 다시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버지니아 비엔나의 도로변에서도 이상한 장면을 맞닥뜨렸다. 도로를 달리던 검은색 승용차의 조수석 창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인도를 걸어가던 행인을 향해 침을 뱉고 지나갔다. 지난해 12월 10일과 11일 불과 이틀 사이에 겪은 일이다. 공통점은 무슬림이다.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의 운전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중동 출신으로 보였다. 인도를 걷던 여성은 이슬람 전통 의상인 히잡을 쓰고 있었다.



▶무슬림을 향한 이유 없는 증오와 공포 확산

미국은 지금 전쟁 중이다. 전쟁의 대상은 이슬람국가(IS)도 아니고 테러집단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내전 중이다. 미국 내 반무슬림 정서가 확산되면서 무슬림을 향한 이유 없는 증오와 공포 그리고 혐오가 만연해 있다. 파리 연쇄테러에 이어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샌버나디노 무차별 총격 테러 탓이다.

이슬람 사원들이 먼저 수난을 맞았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인근 코첼라밸리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서 지난해 12월 11일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신자들이 질식 위기에 처했다. 직전에는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의 이슬람 사원 앞에 이슬람이 금기로 여기는 돼지머리가 잘린 채 발견됐다. 지난 12월 8일에는 뉴저지 저지시티의 이슬람 사원에 무슬림을 ‘사탄’으로 지칭하면서 “즉시 너희의 사막으로 돌아가라”는 협박편지가 배달됐다. 지난 달에는 텍사스의 이슬람 사원 앞에 오물을 투척하고 쿠란(이슬람 경전)을 훼손해 놓은 사건도 발생했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슬람 권익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에는 지난 12월 10일 수상한 가루가 담긴 봉투와 증오 메시지가 담긴 편지가 전달돼 한때 건물이 폐쇄되기도 했다. 이슬람관계위원회에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통의 협박편지가 배달된다고 한다.

중동출신 이민자와 무슬림 여성에 대한 공격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달에는 모로코 출신 택시 운전사가 승객과 이슬람에 대해 논쟁을 벌이던 중 승객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임신한 무슬림 여성이 백인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빈번하다. 오죽했으면 대학교 내에서 무슬림 여학생들이 무슬림 여학생을 겨냥한 증오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을까.

무슬림이 아닌 미국인들의 심정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샌버나디노 사건만 보더라도 이웃에 살고, 같은 직장에 다니던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총질을 해댔으니 그 두려움과 증오는 어쩌면 인간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공포와 혐오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낳는다. 두려움은 미국 내 무슬림들도 마찬가지다. 무슬림 가정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가 두렵다는 말도 나왔다. 미국 무슬림들의 두려움이 백인이나 기독교인들을 향한 반감으로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파리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오바마 대통령



▶긴급 대국민담화로 진화 나선 오바마

결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지난 12월 6일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슬람과의 협력을 당부했다. 테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 목적이었지만 많은 시간을 할애해 수차례에 걸쳐 미국을 위해 희생한 무슬림 애국자들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IS와 같은 테러집단과 일반 무슬림은 분명히 다르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지난 12월 12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는 “IS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은 종교와 인종 등에 따라 우리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으며 그렇게 해 두려움을 부추기고 요원들을 모집한다”면서 “무슬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IS를 돕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친다”고 역설했다. “차별을 거부하는 것이 미국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도 했다. 지난 12월 14일에는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을 방문해 수니파 무장조직 IS 격퇴 전략을 논의하고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성명을 발표했다. 주요 종교 지도자들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고 서로 차별하지 말고 종교적 관용을 베풀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미국 최대의 명절이자 연휴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종교적 색채가 짙은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말 대신 ‘해피 홀리데이’로 인사를 나누는 지각 있는 국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관건은 테러가 아니라 미국 내 반무슬림 정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 뉴욕타임스는 이슬람 혐오증이 9·11 테러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이슬람 혐오증을 드러내는 인터넷 검색어들이 파리 테러와 샌버나디노 테러 이후 10배 이상 늘었다. 반무슬림 증오범죄도 증가 추세다.


반무슬림 증오범죄 건수가 자동차 사고 사망률보다는 낮다지만 미국 내 무슬림들이 겪는 두려움과 반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은 지금 테러와 전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슬람 입국금지”를 외쳐대는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사람들과 싸우고 있다. 분열하는 미국은 IS가 바라는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4호(2016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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