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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원 특파원의 百市爭名 중국 도시 이야기] (9) 선전 | 덩샤오핑이 낙점한 개혁개방 1번지 화웨이, DJI 등 세계적 기업 잇달아 배출
기사입력 2016.02.25 13: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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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2년 1월,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은 선전과 주하이 등 남부 경제특구를 순방했다. 88세의 국가원로는 한 달이 넘는 일정 동안 자신이 지정해 개발한 특구를 돌아다니며 성과를 확인하고 개혁개방을 역설했다. 훗날 남순강화(南巡講話)로 유명해진 역사적 이벤트를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중단 없는 개혁개방’이었다. 자신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이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보수로 회귀할 움직임을 보이자 노구를 이끌고 노선투쟁에 나선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2년 12월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이 첫 방문지로 선전을 택했다. 그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일정을 그대로 따라했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작은 어촌마을을 방문하고 덩샤오핑이 만났던 촌 간부들과 만났으며, 이어 선전의 롄화산에 올라 덩샤오핑 동상을 참배했다. 당시 보시라이 스캔들로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민심 수습을 위해 개혁개방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중국 동남부 끝자락에 있는 광둥성 선전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980년 중국에서 처음 경제특구가 건설된 뒤 인근에 위치한 광저우와 함께 제조업 부흥을 이끌어 중국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왔다. 현재 상주인구 1500만명에 1인당 소득은 2만3000달러로, 도시 GDP를 기준으로 서울에 맞먹는 규모까지 성장했다.



▶Made in Shenzhen에서 Make with Shenzhen으로

선전의 고도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제조업, 그 중에서도 휴대폰을 비롯한 IT산업이다. 화창베이 전자상가로 대표되는 선전의 IT 생태계는 잇따라 글로벌 기업들을 배출해낼 정도로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한다. 1988년에 세워진 화창베이에는 150만㎡ 넓이에 40여 개 대형 전자상가가 몰려 있다. 용산 전자상가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과거에는 한국 삼성과 LG, 일본 소니 파나소닉을 모방한 짝퉁 전자제품 공급처 정도로 알려졌지만 중국의 소득 수준과 기술력이 성장하면서 중국 IT제조업의 수도로 탈바꿈했다. 스마트폰, PC에서부터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워치에 이르기까지 여기서 판매되는 IT제품 종류는 세계 최대다. 스마트폰 브랜드만 50여 개를 헤아릴 정도다. 제조업 분야 세계적 인큐베이터인 HAX의 벤자민 조페 파트너는 “화창베이는 날마다 놀라운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벤처기업을 키워내는 HAX가 화창베이 옆에 자리를 잡은 것은 선전이 가진 IT제조업 생태계 때문이다. 조페는 “시제품을 생산하는 데 미국에선 1달이 걸리는 걸 선전에서는 1주일 만에 해치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을 제치고 샤오미와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 1, 2위를 다투는 화웨이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스마트폰 메이커 쿨패드, ZTE, 원플러스 등은 모두 선전에서 창업해 성장한 업체들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제품에 정면 도전하고 있는 화웨이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1억대를 돌파했다. 중국 토종 브랜드 가운데 스마트폰 판매 1억대를 돌파하기는 화웨이가 사상 최초다. 직원 17만명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이 절반에 달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하고 있다.

전자상가가 몰려 있는 화창베이. 중국 최신 스마트폰이 가장 먼저 판매되는 곳이기도 하다.

스마트폰뿐이 아니다. 선전에는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와 중국 최대 SNS기업 텐센트가 본사를 두고 있다. 워렌버핏이 투자해 유명한 비야디는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육성정책으로 2015년 전기차 판매대수가 전년보다 300% 가까이 증가했다. 이미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로 올라섰다. 텐센트 역시 위챗의 SNS를 필두로 모바일 결제, 모바일 게임 등 인터넷 생태계 전반에서 선전 경제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중국산 드론열풍을 주도하는 DJI도 선전의 자양분을 먹고 창업한 기업이다. 2006년 창업한 DJI는 현재 전 세계 민간용 드론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드론업체로 성장했다. 지난 11월에는 선전에 세계 최대 규모 드론매장을 열어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경제가 성장둔화에 고전하고 있지만 선전은 탄탄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브레이크 없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선전 시에 따르면 2014년 스마트폰 노트북 등 IT분야 생산액이 1조3829억위안(약 240조원)으로, 전년보다 10.5% 증가했다. 2015년에도 선전의 IT 산업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현재 선전에 등록된 하이테크 분야 기업은 3만여 개, 이들이 쓰는 연구개발 예산만 해도 연간 10조원을 넘는다.

▶시진핑 정부 창업에 아낌없는 지원

선전은 또 최근 들어 창업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시진핑 정부는 창업지원에 아낌없는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대졸자가 연간 750만명씩 쏟아져 나오면서 이들 모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자 창업에서 해법을 찾은 것이다. 베이징 중관춘이 인터넷 분야 창업 중심지라면 선전은 IT제조업 분야에서 창업을 주도하고 있다.

화창베이 상가와 난샨 IT지구를 중심으로 IT제품을 개발해 시제품을 만들고, 시장조사를 거쳐 대량생산까지 할 수 있는 제조업에 관한 모든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진 도시가 바로 선전이기 때문이다. 도시 GDP의 4%가 연구개발 분야에 쓰이고, 시정부의 창업지원이 중국에서 가장 활발하다는 것도 예비 창업자들을 선전으로 흡수하는 요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는 개방적인 사회분위기는 혁신경제를 지원하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선전에서 2015년 창업한 대학생 스타트업만 1만3000여 개에 달한다. 선전 시는 지난해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창업자들의 도시, 선전’이라는 광고를 냈다. 자본주의 상징과 같은 뉴욕 타임스퀘어에 ‘Make with Shenzhen’이라는 광고카피를 내건 것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창업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선전은 중국에서 최초로 지난 2008년 혁신도시를 표방하고 창업지원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한 달이 멀다하고 창업자 대회가 열리고 전국의 엔젤펀드들이 선전에 사무실을 열어 젊은 창업가들에게 자금을 대고 있다.

현재 선전에는 120여 개 창업 인큐베이터에서 3D기술, 모바일앱, 드론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자를 육성하고 있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창업기지인 선전칭화대 연구원의 경우 지금까지 배출해낸 기업만 1500여 개에 달한다. 선전 시는 2017년까지 200여 개 창업공간을 마련하고 10만 개 창업기업을 배출해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화창베이에 있는 한 전자상가. 스마트폰과 PC 태블릿 등을 판매하는 이런 전자상가가 화창베이에만 40여 곳에 달한다.

▶홍콩과 고속철로 연결되고 증시도 교차거래

선전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초고층 빌딩숲에 한 번 놀라고, 개방적이고 친절한 분위기에 또 한 번 놀란다. 수도 베이징이 텃새가 심하고 경직된 분위기라면 선전은 외국인과 이방인에 가장 개방적인 도시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혁개방에 나서고 홍콩과 맞닿아 있어 영향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도시경쟁력도 중국에서 최고로 평가받는다. 최근 중국 도시경쟁력연구회가 발표한 ‘2015년 중국 도시 경쟁력 순위’에서 선전은 상하이, 홍콩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도시경쟁력 순위는 경제 산업뿐 아니라 환경 문화 분야까지 전국 도시들을 종합 평가한 것으로, 선전은 수도 베이징과 톈진 충칭 등 직할시보다 더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받았다.

꾸준한 경제성장과 창업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선전의 집값은 중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도시들이 미분양 물량이 쌓여 부동산 위기설이 나오는 것과 상반되게 선전에선 주택가격이 지난해 평균 20% 이상 올랐다. 불과 30km 떨어진 홍콩과의 통합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선전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도 중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선전과 홍콩을 잇는 고속철은 2017년에 개통된다. 현재 공사 중인 선전 북역~홍콩 서주룽역 26㎞ 구간 공사가 2017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개통된 광저우~선전 고속철과 함께 광저우~선전~홍콩으로 이어지는 고속철이 완성되는 셈이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선전에서 홍콩까지 1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이 고속철은 또 베이징~광저우 노선과 연결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홍콩까지 고속철 생활권으로 묶이게 된다.

중국 제조업의 수도 선전과 세계적 금융도시 홍콩의 경제 통합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중국 정부는 2012년부터 선전 주민들에게 스마트카드를 발급해 홍콩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홍콩 첵랍콕공항과 선전 바오안공항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건설 중이다. 또 내년 상반기부터는 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 교차 투자를 허용하는 선강퉁(深港通)이 시행될 예정이다. 선전과 홍콩이 경제적으로 통합되면 서울의 6배 넓이의 경제자유구역이 탄생하고, 세계 3대 도시로 부상할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리커창 총리 모두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 선전의 경제발전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 주석과 리 총리 모두 취임 후 선전을 방문해 창업과 혁신을 강조했고, 특히 시 주석의 모친이 선전에 거주해 펑리위안 여사가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선전이 베이징, 상하이, 톈진, 충칭에 이어 중국 내 5번째 직할시로 승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국가행정학원에서 행정구획을 연구하는 부서가 지난해 선전을 직할시로 격상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선전 시 공산당위원회 서기인 마싱루이가 역대 서기들보다 직급이 높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4호(2016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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