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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본 맞수열전 ⑦ 주거 역세권 vs 직장 역세권 | 황금알을 낳는다는 역세권에도 프리미엄 등급이 있다?
기사입력 2020.08.26 15: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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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서울시내 집값이 천정부지로 높은 이유도 직장, 학교, 쇼핑, 문화, 금융, 공공시설 등 인프라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주요 시설로부터 가까울수록 집값은 비싼 것이 일반적이다. 가깝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새벽같이 일어나 매일 2시간씩 왕복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은 20분씩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부럽기만 하다. 거주지가 주요시설로부터 가까울수록 프리미엄이 붙다보니, 집값이 오르는 가장 큰 호재는 ‘교통의 발달’이다. 집 주변으로 모든 시설이 다 들어올 수도 없고, 매번 집 주변에서만 활동하는 것도 아니므로(특정 시설이 입점하는 것도 물론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대중교통 노선이 집 주변으로 뚫리는 것’만큼 큰 호재가 없다. ‘지하철 노선 확장, 경전철·광역철도 신규 개통’ 같은 이슈가 아직 삽도 뜨기 전부터 집값을 올리는 이유다.

▶역세권에도 등급이 있다

신규 분양단지나 오피스텔을 홍보할 때 가장 처음 등장하는 문구도 ‘더블 역세권·트리플 역세권’과 같이 교통요소가 1순위인 경우가 많다. 교통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학군’이나 ‘쇼핑’이나 ‘문화’시설도 고려되는 것이다. 반대로 교통이 불편한 곳이 값비싼 입지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거주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4가지 요소 중에도 ‘생리(곡물과 면화가 교역되는 위치, 해운과 하운의 요지와 같은 교통의 편리함)’가 포함되는 것처럼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교통의 편리성’은 좋은 거주지의 필수 요소였다.

그래서 ‘역세권’이라는 말처럼 매력적인 단어가 없다. 역세권에 포함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집이나 상가의 매매가나 임대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나아가 ‘삶의 질’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와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다 같은 역세권은 아니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에는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런던, 모스크바, 뉴욕, 난징에 이어 세계에서 8번째로 긴 철도망을 자랑하고, 이용객은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3번째라고 할 만큼 노선이나 정차역의 수가 많다. 앞으로도 많은 지역에서 계속 새로운 역들이 생기고,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역세권이라는 의미는 통상 ‘지하철역 주변’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재 지하철은 서울-경기-인천(수도권) 지역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지역에 개통되어 있다. 그런데 지하철이 개통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 또 개통된 지역 간에도 역의 숫자나 수송인원이 다르고, 각각의 역세권마다 형성된 상권의 발달양상과 규모도 다르다. 강남역, 노량진역, 동작역, 신대방역, 마들역 등 수백 개가 넘는 모든 지하철역들이 다 역세권으로 불리는데 각각의 역세권이 갖는 힘이나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바꿔 말하면 역세권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용객 수, 역세권(상권)의 규모와 발달양상, 각 역세권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입이나 임대, 투자나 창업 등 중요한 의사결정 전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태원역 인근 대형상가가 공실로 남아있다

▶국내에 의미 있는 역세권은 몇 개나 될까?

매일 타고 다니는 지하철이라고 해도 지하철이 언제 처음 생겼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역이 어디에 새로 생길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관심이 있다면 아마 특정 노선의 연장이나 개통에 따라 매매·임대가가 바뀜으로써 영향 받게 되는 이해관계자일 것이다.

한편, 현재 운행 중인 지하철 노선 수나 정차역 수, 또는 하루 평균 이용객 수 같은 기초자료조차도 운영주체에 따라 집계한 시점이나 방식이 달라서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이 어렵다.(서울의 경우에는 서울교통공사,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 우이신설경전철운영주식회사에서 운영.) 이렇다 보니 역세권이 몇 개 있는지조차 따로 조사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먼저 수도권의 지하철은 1970년부터 1985년까지 서울 1~4호선(1기), 1990년부터 2005년까지 5~8호선(2기), (그 이후 9~12호선까지 예정되어 있었으나) IMF 이후 9호선만 개통되어 현재 9개 노선이 운행 중이다. 여기에 인천1, 2호선과 분당지역 중심의 분당선·신분당선, 국내·국제공항과의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항철도·김포골드, 또 경의중앙선과 같은 철도 노선을 비롯하여 비교적 최근 개통한 우이신설 경전철(2017)이나 의정부 경전철(2012)과 같은 노선에 강원도 춘천까지 연결된 경춘선 등 전체 24개의 노선을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공사 중인 연장·신규 노선은 진접선(4호선), 하남선(5호선), 별내선(8호선), 신림경전철 등이 있고, 설계·계획 중인 노선도 양주~포천(7호선), 판교~모란(8호선), 서부·면목·목동·강북횡단·위례신사 경전철 등이 있다.(9호선 이후 10~12호선 계획은 ‘각 지역별 경전철 추가계획’ 또는 ‘기존 노선의 연장계획’으로 전환되었으며,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인 상태.)



현재 운행 중인 호선별 정차역 수는 수도권이 736개, 부산 150개, 대구 91개, 광주 20개, 대전 22개가 있으며, 환승역으로 중복된 역의 수를 빼고 ‘역세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숫자는 수도권 620개, 부산 139개, 대구 88개, 광주·대전은 정차역 수와 동일한 20개·22개로 집계할 수 있다.

주지한 바와 같이 수도권 철도노선과 연관된 ‘역세권’이 620개가 있는데, 이 중에는 하루 10만 명이 넘게 이용하는 ‘초대형 역세권’도 있고, 출퇴근 시간만 유독 붐비는 ‘직장가형 역세권’도 있으며, 이름만 역세권이고 실제로는 활성화되지 못한 역세권들도 수두룩하다.(지방 역세권들도 각 운영주체에서 발표하는 승하차 인구수나 수송실적, 각 역세권 주변의 상권분석을 통해 역세권의 규모나 특징을 분석할 수 있다.)

명동역 대로변

▶‘승하차 인구수’ 창업 아이템 선정에 중요

비교적 최신자료를 업데이트하는 서울교통공사(1~8호선)의 2020년 1~5월 역별 승하차 인구수와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의 2019년 역별 승하차 인구수를 합산하여 데이터를 집계해 보면, 수도권 지하철역 1~9호선(1호선은 서울교통공사에서 운영하는 10개역만 해당) 262개 역사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강남, 잠실, 고속터미널, 신림, 사당, 홍대입구, 구로디지털단지, (경의중앙선과 공항철도 승하차 인구수를 더할 경우) 서울역까지 총 8개역이 일평균 10만 명이 넘게 이용하는 초대형 역세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일평균 승하차 인구수 8만 명 이상 이용하는 역세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총 16개역만 해당하며, 고속터미널, 서울역, 종로3가, 여의도 4개를 제외한 12개 지역이 2호선 단일 노선이거나 환승역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전체 262개 역의 승하차 인구수를 기준으로 포함되는 역세권 수를 집계해보면, 일반적으로 ‘대형 역세권’으로 인식하는 5만 명 이상 역 수는 43개(전체 16% 수준)에 불과하며, 3만 명 이상 역 수도 89개(전체 34%)에 그친다. 나머지 173개(전체 66%)는 일평균 3만 명이 채 안되는 지역 중소형 역세권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시민의 발이 되는 지하철 노선이 사람이 꼭 북적이고 규모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다 같은 역세권이 아니라는 사실’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번에는 환승역과 단일 노선 역별로 승하차 인구수에 따른 포함 역의 비중을 비교했다. 전체 72개는 환승역, 190개는 단일 노선으로 분류되는데, 아무래도 좀 더 교통요지로 판단되는 지역을 ‘환승역’으로 지정했을 가능성이 높고, 환승역이 되면서 좀 더 승객도 몰리다보니 환승역의 이용객 수가 평균적으로 높다. 다만, 환승역 중에서도 30개(환승역의 42%)는 3만 명 미만의 소형이고, 단일 노선 중에서도 47개(단일노선의 25%)는 3만 명 이상의 중대형이므로 꼭 ‘더블 역세권(환승역)’이 단일 노선에 비해 더 크고 활성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승하차 인구수에 따른 4개 역세권 유형

승하차 인구의 시간대별 이용현황 데이터(서울교통공사 발표)를 기반으로 수도권 1~8호선 역 242개에 대해 4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크게 주거형, 직장형, 주거직장 혼합형, 교육·의료·문화·쇼핑시설 집중형 등이다. 시간대는 출근시간(오전 6~10시), 점심오후시간(낮 12~오후 4시), 퇴근시간(오후 4~8시), 밤시간(오후 8시~밤 12시)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유형은 출근시간 승차인구가 많고, 퇴근시간 하차인구가 많은 ‘주거’ 유형이다. 전체 242개 역 중에 138개(57%) 역에 해당하며, 업무시설 집중도가 높은 수도권의 특징상 외곽 주거 밀집지역들이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신림역, 연신내역, 쌍문역, 화곡역, 노원역 등이 해당한다.



두 번째 유형은 출근시간 하차인구가 많고, 퇴근시간 승차인구가 많은 ‘직장’ 유형이다. 전체 50개역(21%)에 해당하며, 대표적인 직장가 상권들이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역삼역, 가산디지털단지역, 시청역, 광화문역, 여의도역 등이 해당한다. 이런 지역들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업무시간에 해당하는 시간대(오전 9시~오후 6시)에는 상주인구의 수가 많고, 활성화되어 있을 것을 예상할 수 있고, 주거유형과 비교했을 때, 정반대의 그래프를 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유형은 주거나 직장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기에는 그 비율이 비슷하여 혼합적으로 나타나는 지역이다. 전체 24개(10%) 역에 해당하며, 대표적으로 구로디지털단지, 사당, 이수, 당산역 등이다. 이런 지역들은 직장 수도 어느 정도 있지만, 배후 주거세대도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혼합적인 성격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모양새는 직장형(오전 하차인구가 많은 유형)에 가깝지만, 오히려 점심~오후시간 하차인구가 많은 ‘직장을 제외한 기타시설 집중’ 유형이다. 전체 30개(12.4%)에 해당하며, 강남, 잠실, 고속터미널, 동대문, 건대입구 등에 해당한다. 이런 지역은 직장도 충분히 있을 뿐만 아니라 쇼핑시설이나, 문화, 병원, 학교, 학원, 유원지 등 집객시설이 많다보니 낮~오후 시간대의 활성도가 특히 높다. 대표적으로 강남역을 생각해보면 직장 수도 많지만, 병원이나 학원, 쇼핑시설도 충분히 많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런 복합기능을 갖춘 역세권들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역세권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겠으나, 4개 유형별로 승하차 인구수 구간을 나누어 보면 ‘역세권이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 또는 ‘유형별 가능성’이 보인다. 가장 승하차 인구수가 많고, 실제로 역세권 활성도도 가장 높은 복합시설 집중형은 전체 67%가 3만 명 이상 승하차 인구수를 보이고 있다. 직장은 물론 쇼핑이나 의료, 문화, 교육기능들까지 갖춰지는 역세권은 당연히 집객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직장 유형인데, 아무래도 밀집한 직장가 근처의 활성도가 주거지보다 훨씬 높다. 3만 명 이상 역세권은 58% 정도다. 주거직장 혼합형은 3만 명 이상 역세권이 25%로 직장 밀집 지역보다는 현저하게 낮아지고, 그보다 주거지 특성으로만 구성된 역세권은 3만 명 이상 역세권이 21%에 불과하다. 주거형 역세권 100개 중에 80개는 활성도가 떨어지는 소형에 머문다는 뜻이다. 이미 주요 주거지역에는 역세권이 형성되어 있을 테니 향후 개통되는 지역은 이보다 더 활성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런 분석결과의 의미는 한마디로 ‘역세권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역이 개통되면 호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일반적으로 ‘역세권’이라는 말에서 기대하는 수준으로 활성화되는 지역은 매우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미는 각 역세권의 성격에 따라 전략적인 의사결정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밤 시간대 유동이 발생하지 않는 역세권 유형에서 굳이 ‘술집을 창업하는 것이 맞는지’, 직장가에 속한 커피전문점은 ‘어느 시간대에 집중해야 하는지’ 같은 이슈들이다.

[박지훈 기자 주시태·한승혜 나이스지니데이타 연구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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