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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유인 우주시장 활짝 ‘우주 택시’ 타고 달나라 가는 날 성큼
기사입력 2020.07.30 15: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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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미국을 미워해.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나라지만 우리가 경제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은 제국주의적인 기업들이나 드론 같은 군사기술의 얼굴로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야. 그런데 말이야. 꼭 그런 방법으로만 보여줘야 하는 것은 아니야. 다른 방법도 있어. 보다 너그럽고 보다 인간성을 드높이면서 미국의 위대함을 알릴 수 있는 방법 말야. 예를 들면 미국은 인류를 화성에 보낼 수 있을거야.”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백악관 정무보좌관 조시 라이먼이 했던 대사)

블루오리진이 개발한 달착륙 기체 LH2의 모습. 사진:블루오리진 홈페이지



미국이 우주 산업을 개척하는 이유를 간결하게 설명한 문장이다. 위대한 제국은 언제나 상징을 만들었다. 이집트 문명이 만든 피라미드, 진시황제가 만든 만리장성, 로마 제국의 콜로세움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이러한 상징물들은 다른 도전자들에 비해 해당 제국들이 가진 우월함을 뜻했다. 그리고 우주 산업 역시 미국에게는 비슷한 존재였다. 달과 화성을 찾아나서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미국은 막강한 군사기술력과 경제력을 통해 이를 현실화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냉전시대 이후 한동안 적수가 없었던 미국에게, 중국이라는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이 또다시 우주계획이라는 위대한 상징을 가동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스페이스X와 NASA(미 항공우주국)의 우주선 스냅드래곤 발사현장에 참석한 것도 그런 이유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우주계획이 이집트의 피라미드, 로마제국의 콜로세움, 중국 진나라의 만리장성과 다른 점이 있다. 미국의 우주계획은 정부의 막대한 예산투자가 민간에 이어져 과학기술 발전으로 연결되고, 그 과학기술이 다시 민간기업의 혁신역량으로 연결돼 왔다는 점이다. 미국의 민간회사인 스페이스X가 우주왕복선을 주도적으로 쏘게 됐다는 것이 그 증거다.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종료 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되는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민간 회사가 쏘아 올렸다는 것은 우주개발의 주역을 민간이 맡고, 미국 정부는 뒤에서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 실제로 우주여행 프로젝트는 스페이스X뿐만 아니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 에어버스 등이 투자한 ‘아스트라’, 마크큐반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 등이 투자한 ‘렐러티브스페이스’ 등 다수의 민간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

지난 5월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드래곤’ 발사현장에 참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맨 오른쪽)의 뒷모습. 사진:AP연합



▶NASA가 달 탐사 계획을 민간과 함께하는 이유

이처럼 미국이 민간의 역량을 활용하는 것은 단순히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 투자에 비해 R&D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민간에 끊임없이 마중물을 부으면 수백 배 수천 배에 달하는 투자성과로 돌아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충격에 휩싸인 미국은 1958년 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국방부 산하 DARPA(고등방위계획국)를 만들고 막대한 예산을 민간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인 1969년에 DARPA에서 주도한 알파넷(ARPAnet)이 만들어졌고, 이는 현재 전 세계 40억 명이 넘는 인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으로 변했다. 1973년에는 역시 DARPA에서 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 기술 GPS를 시작했고, 이 기술은 오늘날 스마트폰에 들어와 전 세계 35억 명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2000년대에는 역시 DARPA에서 계획한 디지털 음성비서 프로젝트 ‘칼로(CALO, Cognitive Assistant that Learns and Organizes)’가 민간으로 이식되어 애플의 ‘시리’로 변신했다. 네 개의 다리를 가지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뛰어다니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빅독’ 역시 DARPA의 군사우주계획 예산을 통해 탄생한 산물이다. 오늘날 코로나19 때문에 등장한 원격근무의 논의를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원격통신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했던 NASA의 연구자 잭 나일스였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우주항공 예산과 국방 예산이 결코 헛되게 쓰인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력신장을 위해 큰 기여를 했다는 탄탄한 증거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초기 NASA와 DARPA의 투자를 받은 과학자들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 서부 쪽에 다수 집중돼 있었다. 인터넷의 전신인 알파넷의 서버가 UC산타바바라, 스탠퍼드 대학교, UCLA, 유타 대학교 등에 노드를 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DARPA에서 나온 음성비서 ‘칼로’가 애플로 건너가 ‘시리’로 환생한 것도 우주군사기술이 실리콘밸리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명호 여시재 연구원은 “미국은 국방R&D→신기술 탄생→민간 이용→신산업 탄생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군사-대학-산업이 연결된 복합 생태계인 실리콘밸리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소련이 가지지 못한 구조였으며, 결국 소련은 과도한 국방비 경쟁으로 몰락했지만, 미국은 군산학(軍産學)으로 신경제의 기반을 만드는 시스템의 우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DARPA의 연구개발 산물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네발 로봇 ‘빅독’.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이러한 군사-대학-산업의 복합체 생태계는 오늘날도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NASA는 2024년까지 유인우주선을 달에 보내 2028년까지 사람이 살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한다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이를 위해 최근 활발하게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마중물을 붓고 있다. 지난 7월 9일에는 NASA가 4곳의 회사를 선정해 1700만달러(약 204억원)의 상금을 수여하고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이 회사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들은 ▲달에서 지구로 대용량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광학 통신기술을 만드는 회사 ‘파이버텍’ ▲달의 암석층에서 산소와 철광석을 분리해 내는 장치를 만드는 회사 ‘파이오니어 어스트로노틱스’ ▲달에서 움직이는 차량 등의 자동 모니터링 장비를 만드는 ‘퀄텍 시스템즈’ ▲달에서 로봇을 쉽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회사 ‘프로토이노베이션즈’ 등이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 역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NASA의 수주를 받아 화물을 운반할 예정이다. NASA의 행정관인 짐 브리든스타인은 지난해 국제항공우주콩그레스(IAC)에 나와 아르테미스 계획을 설명하면서 “더 많은 회사들이 달 표면에 착륙하는 기회에 동참했으면 한다”며 “앞으로 달 표면에 화물을 보낼 수요들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기회를 여는 것이 한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회사들의 참여로 이어져서 보다 많은 혁신기술을 낳기를 바란다는 얘기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유인우주선 ‘오리온’을 조만간 발사해 달 궤도로 진입시킬 예정이다.



▶화성을 향한 각국의 경쟁

미국이 우주개발을 통해 민간 IT 산업을 발전시켰다는 스토리는 오늘날 전 세계 정부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미국의 강력한 도전자인 중국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같은 중동 국가들도 군사-산업-대학의 복합 생태계 조성을 위해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맞부딪치는 대표적 격전지 중 하나가 바로 ‘화성 탐사계획’이다.

미국과 중국의 주요 외신들은 지난 7월 화상 탐사를 위해 미국 중국 UAE 등 3개국의 탐사선이 7월부터 발사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시작은 UAE가 끊었다. UAE의 ‘아말’이라는 발사체가 지난 7월 20일 일본의 로켓 H2A에 실려 일본 규슈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것이다. 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을 품고 있는 ‘아말’은 2021년에 맞춰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에미리트 화성 탐사 프로젝트(EMM)’의 한 갈래로 이뤄졌다. 2021년은 UAE 건국 50주년 기념의 해이다. 특히 ‘아말’의 설계와 탑재체 개발을 모두 UAE 출신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수행했다. 이로써 UAE는 미국 유럽(EU) 러시아 인도에 이어 화성 근처에 가까이 간 다섯 번째 나라가 됐다. 중국의 화성탐사선 텐원(天問)1호도 7월 말에 중국 남부의 하이난 섬에서 발사일정을 잡았다. 중국 최대의 운반 로켓인 창정(長征)에 탑재되는 텐원은 화성에 착륙한 뒤 탐사차량(로버)을 통해 화성 표면 샘플을 지구로 가져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19년 1월 3일 달의 뒷면에 탐사선 ‘창어(嫦娥) 4호’를 착륙시킨 중국은 텐원을 통해 화성궤도비행, 착륙, 탐사 등 다양한 임무를 한꺼번에 수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과 UAE의 도전에 맞서는 미국의 계획은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라는 로버를 화성에 착륙시키는 것이다. 올해 7월 말에서 8월 중순 발사될 아틀라스V 로켓에 실릴 예정인 이 차량은 내년 2월 중순경 화성에 착륙해 화성 표면을 채취한 뒤 약 30개 정도 되는 작은 샘플튜브를 채워서 귀환할 예정이다. 이 샘플들은 향후 발사될 미국의 화성 탐사체들을 설계하고 차기 탐사계획을 짜기 위한 기초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이 중에서 화성의 옛 생명체 흔적을 발견하게 될 경우 화성탐사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NASA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26년에 또 한 번 로켓을 쏘아 올려 화성에 착륙시킨 다음, 또다시 화성에서 로켓을 발사하여 지구로 귀환하게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로켓은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다른 우주발사체와 도킹하여 2031년경 지구로 귀환하게끔 예정돼 있다.

NASA의 화성탐사 헤드인 짐 왈친은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이 계획을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화성 탐사계획이라는 장기적 목표가 설정된 지금, 미국이 보다 많은 민간기업들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UAE의 화성탐사체 ‘아말’이 지난 7월 20일 일본 규슈에서 발사되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수많은 기업들이 우주항공 기술 발전 혜택

미국의 우주계획은 ‘인류를 새로운 땅으로 이끈다’는 환상을 먹고 자라고 있지만, 아래로는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다’는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우주계획을 통해 얻어진 부산물들로 민간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들을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항공위성솔루션이라는 사업부를 새롭게 만들고 NASA나 미국 군사당국, 그리고 우주개발을 노리는 수많은 기업들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아마존웹서비스 측은 이미 ‘그라운드 스테이션’이라는 위성 및 항공우주 관련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기도 했는데,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테레사 칼슨 AWS 부회장은 우주항공 산업 관련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이 수천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아마존은 퇴역 공군장군이자 미국 우주군 창설에 관여했던 인물인 클린트 크로이저를 영입해 해당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도 미국 우주항공기술 예산이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 공군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기술교류를 타진하고 있고 테크스타즈 스타버스트 등 민간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들이 관련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매트 코즈로프 테크스타즈 매니징디렉터는 “스페이스X의 발사성공은 매우 중요한 시금석이었다”며 “미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소비해 왔던 연구개발 예산을 민간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은 민간 투자자들이 노릴 수 있는 수많은 기회들을 창출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올해 창설한 우주군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일부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생각이다.

NASA의 화성탐사 차량인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의 모습. ‘퍼시비어런스’는 고난과 역경을 뚫는 인내를 뜻한다. 사진:NASA 홈페이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백악관의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마이클 크라치오스가 미국 국방부의 CTO 자리를 겸임하게 된 사건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다. 크라치오스는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페이팔(Paypal) 등을 키워낸 기업가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피터 틸(Peter Thiel)의 스태프로 일했던 인물.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백악관의 기술자문 등을 담당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와 실리콘밸리를 잇는 가교 역할이기도 하다. 참고로 피터 틸은 공화당 지지자이며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적이 있다. 그런 크라치오스가 국방부 CTO로 이동한 것은 실리콘밸리의 혁신역량을 미국 우주군사기술에 더욱 접목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게 미국 정부의 설명이다. 이는 더 많은 미국 정부의 관심이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들로 쏟아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1990년대 방영된 또 다른 미국 드라마 <바빌론5>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10명의 과학자들에게 환경오염과 인구제한, 유전학에 대해 물어봐. 그들은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을 거야. 하지만 모든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한 가지가 있어. 그게 수백, 수천, 수백만 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태양이 차갑게 식으면서 그 수명을 다할 날이 온다는 것 말이야. 태양이 재로 변한다면, 그건 인류만 앗아가진 않을 거야. 그건 메릴린 먼로, 노자, 아인슈타인, 버디 홀리, 아리스토파네스, 그리고 그 수많은 인간의 역사가 모두 무(無)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해. 우리가 다른 행성으로 날아가지 않는다면 말이야.” 우주탐사에는 이처럼 인류를 구하는 미국만의 개척자 정신이 녹아있는 프로젝트다. 특히 민간이 이런 거대한 계획을 주도하는 그림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강점을 드러내 주고 있다.

[신현규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9호 (2020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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