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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는 미술, 시장이 아는 미술 ⑧ 아트토이부터 빈티지 가구까지, 밀레니얼 큰손 사로잡은 新미술의 세계
기사입력 2020.10.08 17: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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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스위스 미술품 거래 박람회 기업 아트바젤과 금융그룹 UBS가 공동 발표한 ‘2020 세계 미술 시장 보고서’를 살펴보면 밀레니얼 세대(23~38세)가 세계 고액 자산가 컬렉터 가운데 49%를 차지한다고 나와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7개국 고액 자산가 컬렉터 13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밀레니얼 세대 다음으로는 X세대(39~54세) 33%, 베이비부머 세대(55~74세) 12%, Z세대(22세 이하) 4%였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밀레니얼 자산가 컬렉터는 지난 2년 동안 미술품 구매에 평균 300만달러(약 37억원)를 지출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6배나 많은 금액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고, 여성 컬렉터의 16%는 지난 2년간 평균 1000만달러(약 121억원)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밀레니얼 컬렉터들은 기존 유통 경로 외에도 온라인 플랫폼(61%)과 인스타그램(55%) 등을 통해 작품을 거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세계 미술 시장의 세대교체라 해도 별다른 이견이 없을 만큼 밀레니얼 컬렉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렇다면 수개월 후 코로나19로 시장이 얼어붙은 현재의 상황은 어떨까. 주지의 사실이지만 팬데믹의 여파에 전 세계 경매 시장이 흔들렸다. 글로벌 경매업체 소더비가 내놓은 올 1~7월 실적발표를 살펴보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한 25억달러(약 2조9800억원)였다. 소더비와 함께 글로벌 경매 시장의 양대 축으로 알려진 크리스티의 경우 같은 기간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0%나 하락했다.

업계에선 “자산가들이 현금보유량을 늘리며 미술품 관련 수요가 하락했다”고 분석한다.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밀레니얼 세대를 논할 땐 ‘큰손’이란 말을 빼놓지 않는다. 새롭게 등장한 미술품 경매 플랫폼인 실시간 화상 경매가 서서히 상승세로 이어지며 밀레니얼 컬렉터들의 구매가 늘었다. 실제로 지난 6~7월 소더비의 화상 경매에서 전체 낙찰가 중 30% 이상이 40세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최근 기존 미술품 외에 명품백 부서 등 밀레니얼 세대 공략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10월의 미술시리즈에선 팬데믹 상황에도 오히려 기록적인 낙찰 결과를 보여준 아트토이, 가구, 다이아몬드 등 비미술품 경매 품목들을 소개한다. 최근 경매 시장의 핫한 리스트이기도 하다.

미술품 경매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명품 피규어’ ‘디자인 가구’ ‘다이아몬드’

글 이은주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가 올 상반기 미술 시장에 전반적인 침체를 가져오며 전 세계의 예술품 거래 규모가 급락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취소된 아트 바젤 홍콩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갤러리들이 줄지어 문을 닫았고 메이저 경매사들의 경매 스케줄이 연기되어 오프라인 위주의 미술품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큰 타격을 입은 미술계는 저마다 이를 만회할 전략을 내세우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그 중 발 빠른 대안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온라인 플랫폼의 강화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올해 온라인 경매 시장 거래총액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 중에서도 아트토이, 가구, 보석과 같은 비미술품 품목들이 그야말로 수억원대에 거래되며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 열린 소더비 디자인 경매에서는 가구 경매가 낙찰가 총액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고, 위클리 시계 경매에 출품된 롤렉스 또한 경매 최고가를 새롭게 경신했다. 이러한 온라인 경매 시장의 성황은 젊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침체되었던 경매 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의 접목은 틀에 박힌 미술품 거래 루트에 큰 변화를 주었고, 새로운 문화 소비의 창구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 경험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예술적 사치 욕구를 충족시킨 것이다.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와 같은 메이저 경매사들은 이러한 신흥 컬렉터들을 겨냥해 아트토이, 디자인 가구 및 럭셔리 품목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매 모델을 구축하고 기존 명품과 예술품 사이의 미세한 경계를 허물고 있다.

코코 샤넬 베어브릭, 위에 민준이 디자인한 ‘Qiu Tu’ 베어브릭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트토이’

저명한 갤러리의 쇼윈도에 곱게 걸린 그림들에 대해서만 미술적 가치를 논하는 것은 오래전 이야기다. 미술품 애호가로도 잘 알려진 방탄소년단(BTS)의 작업실에는 벽에 걸린 그림들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음향 기기들 사이로 줄지어 서있는 아트토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명 ‘오타쿠(Otaku)’ 혹은 ‘서브컬처(Subculture)’로만 국한되었던 피규어 장난감은 그 희소가치와 미적 감각이 더해지면서 ‘아트토이(Art Toy)’라는 수식어로 재탄생했다. 수많은 컬렉터들이 수집하는 미술품의 한 장르로 취급되는 아트토이는 일반적인 장난감이나 피규어의 개념을 넘어 디자이너 혹은 예술가의 손길이 닿아 그 희소가치가 분명하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메디콤 토이(Medicom Toy)에서 출시한 ‘베어브릭(Be@rbrick)’이 있다.

곰 모양의 블록 위에 다양한 형태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수집용 장난감으로 많은 토이 컬렉터들이 저마다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소장한다.

베어브릭은 1년에 2번씩 출시하는 정규시리즈와 여러 브랜드 및 아티스트의 협업을 통해 생산되는 한정판 시리즈로 나뉜다. 특히 이 한정판 시리즈는 ‘장 미셸 바스키아’ ‘잭슨 폴록’과 같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입히거나 샤넬,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디자인되어 컬렉터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또 발매시기를 놓치면 경매나 개인 거래로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희소가치는 미술품을 소장하는 것 못지않다. 2006년 ‘칼 라거펠트’와 협업해 출시된 높이 52㎝의 샤넬 베어브릭은 전 세계에 1000개밖에 없는 한정판으로 샤넬 매장에 전시하거나 패션쇼에 등장시켜 토이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빅뱅의 G-Dragon 뮤직비디오에도 동일한 샤넬 디자인을 한 높이 70㎝의 베어브릭이 출현해 그 명성을 더욱 높여 놓았다. 2008년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위에 민준(Yue Minjun)’이 디자인한 베어브릭 ‘Qiu Tu(죄수)’는 중국에서 약 120만위안(약 2억원)에 판매되었는데, 현재까지도 최고가 베어브릭으로 언급되며 당시 수익은 모두 중국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데 사용되었다.

카우스의 ‘피노키오와 지미니 크리켓’ 카리모쿠 버전



토이 제작사에서 출시되는 아트토이 외에 최근 예술가들 사이에서 비닐(Vinyl)이나 브론즈, 세라믹 등을 사용하여 조형물을 만드는 관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색채가 풍부한 팝 아트 작가들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장난감과 예술품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이 중에서도 아트토이 수집의 붐을 일으킨 스타 작가는 단연 ‘카우스(KAWS)’다. 국내에서는 2018년 여름, 잠실의 석촌호수에 초대형 플로팅 피규어를 띄우는 공공 설치미술을 선보인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브루클린에서 활동한 그는 1993년 뉴욕의 버스 정류장, 공중전화박스와 같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공시설의 광고물에 자신의 개성이 담긴 그래피티를 덧그리는 작업으로 아티스트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에는 일본으로 넘어가 기존의 그래피티 작업에서 보였던 캐릭터 형태를 입체적인 비닐 토이로 선보였고 피규어 마니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활동한 일본 현대미술의 대가인 다카시 무라카미가 속한 페로탱 갤러리(Galerie Perrotin)와 전속 계약을 맺고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현재는 21세기의 앤디 워홀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그 명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가 처음 선보인 아트토이 캐릭터는 ‘컴패니언(Companion)’으로 미키마우스를 연상시키는 하얀 장갑과 뼈다귀 모양의 귀, 눈의 X표시가 특징적이다.

2010년대 초반, 카우스 피규어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지정된 편집숍 앞에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고 구매할 수 있었는데, 한정 수량으로 출시되었던 피규어의 판매가는 평균 2만엔(약 22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현재 이 한정 피규어들의 중고 거래가는 출시 가격의 수십 배가 넘는 수준이다. 2010년 8월 도쿄에서 1만7640엔(약 20만원)에 발매된 ‘피노키오(Pinocchio and Jiminy Cricket)’는 올 5월 필립스 홍콩 경매에서 12만5000홍콩달러(약 1900만원)에 판매되었다. 10년 사이 무려 100배에 가까운 가격 상승률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피노키오 디자인은 카우스 피규어 중 인기가 상당한 품목으로 작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도 동일 디자인에 원목 재질로 제작한 ‘카리모쿠(Karimoku)’ 버전이 출품되었는데, 85만홍콩달러(약 1억3000만원)에 낙찰되었다. 이 버전은 2017년 100개 한정으로 8000달러(약 950만원)에 출시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져가는 아트토이의 인기는 침체된 미술 시장의 블루칩으로 자리 잡아 미술품보다도 유리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 전시된 ‘카우스 홀리데이’

▶컬렉션의 품격을 높여주는 디자인 가구

올 4월 소더비 디자인 경매의 판매 총액은 400만달러(약 48억원)로 온라인으로 진행한 디자인 경매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홍콩 등 31개국에서 수백 명의 입찰자가 경매에 참여했고, 높은 추정가 총액인 290만달러(약 34억원)보다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경매 낙찰률은 82.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불안정한 미술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디자인 경매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출품작 중 6점은 각 1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디자인 가구들이었고, 그 중 최고가는 3억원이 넘는 작품이었다. 티파니 스튜디오의 샹들리에는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에 낙찰되었는데, 높은 추정가인 1만5000달러(약 1800만원)의 20배에 달하는 치열한 경합의 결과였다. 디자인 경매는 부피가 크거나 깨지기 쉬운 가구들이 많고 세계 각지로의 운송이 까다롭기 때문에 온라인 경매로 낙찰 받는 것은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구조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가구 경매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소더비는 미술 품목과 비미술 품목을 동등하게 강조하는 새로운 경매 구조의 방향성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술품 경매에 디자인 가구가 정식으로 등장한 것은 불과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이다.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경매사는 컨템퍼러리 디자인 경매를 진행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서울옥션이 2010년부터 정식으로 디자인 가구 경매를 선보인 바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Art Basel)은 2005년에 가구나 디자인 오브제를 선보이는 ‘DESIGN 0.5’를 처음 개최했고, 뜨거운 반응을 얻어 현재 하나의 독립된 디자인 페어로 자리 잡았다. 그림뿐만 아니라 디자인 가구는 컬렉터들에게 소장 가치가 있는 예술품으로 인식된다. 특히 이들에게 인기 있는 것은 20세기 디자인 가구다. 당시 활동했던 건축가들은 건물의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가 완벽히 조화하는 일체성 디자인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에 적합한 인테리어 가구를 찾기는 어려운 현실이었다. 그 결과 건축가들이 건물의 외관을 디자인하면서 건물 내에 비치할 가구까지 함께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들이 동시대의 저명한 건축가인 이유다.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디자이너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와 덴마크의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은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부 인테리어까지 고집했던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야콥센이 1958년 디자인한 ‘에그 체어(Egg Chair)’는 코펜하겐의 SAS 로열 호텔의 로비에 장식된 의자로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프리츠 한센(Fritz Hansen)’에서 리프로덕션으로 생산되는 동일한 디자인의 에그 체어는 어렵지 않게 구매가 가능하지만 오리지널 빈티지라면 사정이 다르다.

아르네 야콥센과 에그 체어



올해 4월 오스트리아의 도로테움(Doro theum) 경매장에 나타난 오리지널 빈티지 에그 체어는 6000유로(약 800만원)에서 시작하여 3배 가격인 1만7800유로(약 2500만원)에 낙찰되었다. 1968년까지만 생산된 풋 스툴이 없는 초기 에디션으로 5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동시대 실용 디자인의 선구자로 꼽히는 ‘장 프루베(Jean Prouve)’의 의자는 빈티지 가구 컬렉터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소장을 꿈꾼다. 그의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그가 디자인한 ‘스탠더드 체어’는 눈에 익숙할 텐데 우리나라 학교에서 사용하는 의자의 표본이 되는 작품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통용되는 이 디자인은 철과 알루미늄을 소재로 하여 기능적 면모를 강조하고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한다. 단순한 디자인으로도 우아한 미적 감각과 의자의 기능성을 모두 담아낸 스탠더드 체어는 리프로덕션으로 200만원 선에서 구매가 가능하지만 오리지널 빈티지의 경우 억대를 호가한다.

올 6월 파리에서 열린 크리스티 디자인 경매에서 1952년에 제작된 프루베의 스탠더드 체어 N.300 6점이 출품되었고, 15만유로(약 2억원)에서 시작하여 18만7500유로(약 2억6000만원)에 낙찰되었다. 3월 소더비 뉴욕 디자인 경매에서는 그의 암체어가 2만달러(약 2300만원)에 출품되어 17만5000달러(약 2억8000만원)에 낙찰되는 쾌거를 보여주기도 했다. 20세기 위대한 건축가의 건축물은 소장이 어렵지만 이들의 정신이 깃든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를 수집하는 것은 저명한 작가의 그림을 소장하는 것을 넘어 색다른 감동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오리지널 빈티지 에그 체어



▶부와 욕망의 상징, 다이아몬드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혹은 ‘산유(Sanyu)’의 대작을 놓고 어떤 경매사가 최고가를 갱신하느냐에 대한 승부는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럭셔리 품목의 경매 시장이 고조되면서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경매사의 명품 시장 점유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소더비는 2017년 59캐럿의 분홍빛 다이아몬드를 7120만달러(약 798억원)에 판매하여 다이아몬드 경매 기록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마리 앙투아네트 여왕의 펄 다이아몬드 펜던트를 3620만달러(약 420억원)에 낙찰시키며 주얼리 경매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소더비는 주얼리 경매로 2억8730만달러(약 3400억원)를 벌어들였고, 구매자들의 50%가 온라인 입찰자였다. 크리스티는 지난해 주얼리 경매의 25%가 신규 구매자였으며 총 판매액은 4억2200만달러(약 5000억원)로 상승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주얼리 판매량이 32%로 증가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필립스는 2280만달러(약 270억원)의 수익을 거두었는데, 위 두 경매사와 비교 시 상당히 적은 숫자로 보일 수 있지만 2014년 크리스티 CEO 에드 돌먼이 필립스로 이직한 이후와 비교하면 225%나 증가한 수치다. 올해의 상황은 더욱 좋아졌다. 6월 크리스티 주얼리 경매에 출품된 최상급 색상인 D컬러의 28.86캐럿 다이아몬드는 100만달러(약 11억8000만원)에서 시작하여 211만5000달러(약 25억원)에 낙찰되었고, 지금까지 온라인 경매로 거래된 보석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 시장의 불안에서 온 여러 자산가들이 보석과 같은 안전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부동산과 주식 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환금성과 수익성이 높은 품목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 중 보석은 투자재로서 휴대성과 글로벌 유동성에서 유리한 장점을 갖고 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된 장 프루베 의자



또한 자연적인 산물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미술품과 같은 독보적인 희소성을 갖는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경매 품목인 다이아몬드는 GIA 감정원의 평가 등급인 4C로 그 가치가 엄격히 결정된다. 4C는 중량(Carat), 투명도(Clarity), 색상(Color), 가공(Cut)을 의미한다. 다이아몬드의 최상급 색상은 ‘D’컬러로 티 없이 맑은 무색에 가깝다. 등급이 낮을수록 노란빛을 띠기 때문에 색이 없을수록 그 가치와 가격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간혹 색이 있는 다이아몬드가 등장할 때도 있는데 결정을 이루는 탄소 사이로 다른 물질이 섞일 때 만들어진다.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소더비의 분홍 다이아몬드의 경우 망간과 탄소가 만나 분홍빛을 띤 경우다. 특히 분홍빛 다이아몬드는 그 희소가치가 높아 최상급 D 색상과는 별개로 또 다른 가치를 갖는다. 캐럿은 다이아몬드의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로 그 크기가 커질수록 희소성은 배로 높아진다.

보통 흔히 말하는 5부의 경우가 1캐럿(0.2g)의 절반에 해당하는 중량으로 웨딩 밴드의 경우 3~7부 정도를 가장 많이 알아보곤 한다. 경매에는 무려 100캐럿 중량의 다이아몬드가 출품된 적이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발견된 이 다이아몬드는 채굴 후 1년의 가공 기간을 거쳐 탄생했고, 2015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입찰 3분 만에 2210만달러(약 240억원)에 낙찰되었다. 생산, 가공, 유통의 과정을 거치는 다이아몬드는 현재 코로나19 사태와 세계 경제의 부진으로 생산량이 줄고 수요와 공급망에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경매 시장에 나타나는 희소가치가 높은 다이아몬드는 부유층들의 안정적인 투자처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Interview하이엔드 빈티지 가구의 세계

“사용하기 위해 수집하는 가구,

미술품이 주식 같다면 빈티지 가구는 채권 같아”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낡고 허름한 건물 1층엔 해리포터가 살고 있는 호그와트에나 어울릴 것 같은 크고 빈티지한 녹색 문이 객을 기다린다. 옛 로마자 서체로 쓰인 이곳의 이름은 ‘빈트 갤러리(VINT Gallery)’.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 2층에 들어서면 마치 1950년대에 들어 선 듯, 수십 년 전의 탁자와 의자, 장식장이 보기 좋게 배치돼 있다. 이곳의 모든 분위기와 체취를 수집하고 가꾼 이는 박혜원 대표다. 외국계기업에 근무하며 지구촌 이곳저곳을 누비던 박 대표는 한 다국적 제약사의 지사장을 끝으로 직장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20여 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공부해오던 가구 수집이 새로운 직업이 됐다.

“1997년에 미국에서 근무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사무실에 멋쟁이 직원이 있었어요. 외모는 평범했는데 홈파티에 초대돼 집에 가보곤 정말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지요. 미드센추리모던 가구로 마무리한 집 분위기에 정말 기가 죽었달까. 취향은 하루아침에 생기거나 결정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게 당시 미국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이었어요. 그 친구 덕분에 어떤 가구를 어디서 사야 하는지 알게 됐고 또 보게 됐죠.”

박 대표가 갤러리 공간에 수집한 가구는 얼추 120여 점. 그 중 특히 피에르 잔느레와 조지 나카시마의 디자인이 많기로 유명하다.

“피에르 잔느레와 나카시마의 가구에선 명상을 느껴요. 라인이 모던하고 미니멀한데 결코 초라하지 않죠. 초라한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컬러를 덧대곤 하잖아요. 결코 그런 게 없습니다. 사실 사람도 그래요. 내적으로 단단한 사람들은 겉으로 포장을 안 하잖아요. 가구도 똑같습니다.”

박혜원 빈트 갤러리 대표

▶내적으로 단단한 사람은 겉으로 포장을 안 하잖아요. 가구도 그래요.

“국내에서 미드센추리모던 가구에 대한 붐이 일었기 때문에 돈이 목적이었다면 꽤 수익이 좋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사야하겠죠. 그래서 뭘 수집하더라도 팔리지 않으면 내가 쓸 요량으로 하나둘 모으고 있어요.”

박 대표가 여느 빈티지 갤러리와 달리 1년에 2번씩 전시회를 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는 빈티지 가구를 수집에 관심이 있다면 디자이너와 제작자가 누구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자이너 핀 율은 닐스 보더와 같이 작업을 했어요. 그러니까 유명 디자이너와 장인의 결합이 가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죠. 지금 앉아계신 의자가 바로 핀율이 디자인하고 닐스 보더가 만든 의자예요.”

그렇다면 재테크의 영역에서 빈티지 가구의 위치는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

“주로 금융권에 종사하는 분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하시죠.(웃음) 하지만 가구의 첫 목적은 생활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요. 빈티지 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필요한 가구를 사셔야 후회가 없습니다. 굳이 재테크를 따진다면 미술품은 몇 십 배가 오르기도 하고 또 가치가 뚝 떨어지기도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주식을 닮았다고 할까요. 그런데 가구는 채권 같습니다. 가치가 떨어지진 않고, 매년 서서히 오르죠. 재테크 성향이 채권이라면 충분히 권해드릴 수 있겠네요. 물론 이 분야도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죠.”

빈트 갤러리가 참여한 킨포크 도산에서의 전시회

▷박혜원 빈트 갤러리 대표가 추천하는 가구 디자이너

권위 있는 경매사나 유명 디자인 갤러리에서 전시, 판매되는 디자이너를 수집의 기준으로 본다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구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알려드리면 우선 오리지널과 리프로덕션의 제작 시기가 뚜렷이 구분되는 작가 중 프랑스의 장 프루베(Jean Prouve), 샬롯 페리앙(Charlotte Perriand),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 미국의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덴마크의 핀 율(Finn Juhl), 루드비 폰도피단(Ludvig Pontoppidan), 스웨덴의 악셀 아니너 호스(Axel Einar Hjhorth), 브라질의 조아킴 텐헤이로(Joaquin Tenreiro), 조르쥐 잘스주핀(Jorge Zalszupin)이 있습니다.
두 번째, 주문제작을 원칙으로 하는, 이른바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디자이너로는 미국의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와 웬델 캐슬(Wendell Castle)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열한 디자이너들의 가구가 모두 수집 가치가 있는 건 아닙니다. 디자인을 구현한 제작자(장인)에 따라 가차의 차이도 많은 게 사실이죠.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수집 가치를 알 수 있는 컨템퍼러리 디자이너는 제외했습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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