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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의 AI노믹스 ① AI 면접관이 취업·인사 담당하는 시대 | 인공지능 활용한 채용 늘어나자 전문학원도 등장
기사입력 2020.01.31 10:43:29 | 최종수정 2020.01.31 14: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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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문화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라도 인공지능(AI)의 파고를 피할 수 없는 세상이다.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전 세계 주목을 끈 이후 몇 년간 AI는 이미 우리네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스피커나 TV는 물론 자동차 내비게이션·자율주행시스템이나 로봇, 의료기술, 아파트·제조·생산 시스템까지 적용 분야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인간과 AI의 대결을 넘어 상생과 적응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흐름에 맞춰 일상생활 속에 AI기술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시리즈물을 신설했다.



‘인공지능(AI)은 이미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었을까?’

깊은 철학적인 함의를 포함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리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사회 각 분야별로 기술발전 속도의 편차가 크기도 하고 ‘인간의 능력’도 객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우수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시도들은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둑이다.

2016년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의 대결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3년 뒤인 지난해 말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은 토종 AI 한돌과 대결을 펼쳤다. 호선으로 대결했던 알파고와의 대결과는 달리 이세돌이 2점을 깔고 한돌에 덤 7집 반을 주는 ‘2점 접바둑’ 형태로 진행됐다. AI의 실력이 더 우수하다는 점을 감안한 ‘인간’의 핸디캡 매치인 셈이었다. 결과적으로 이세돌은 2:1로 패했다. 바둑에 있어서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뛰어난 프로기사들도 현재 ‘무료’로 배포되는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조차 이기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자 부정한 방법으로 AI 바둑프로그램의 훈수(?)를 받아 프로바둑기사가 되려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1월 14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45회 입단대회 3일째 대국에서 김 모(22) 씨는 왼쪽 귀를 다친 것처럼 붕대로 가리고 그 속에 숨겨둔 무선 이어폰을 통해 AI가 알려주는 ‘착점’을 전달받아 대국했다. 상의 단추 부근에 부착한 소형 카메라를 통해 상대방의 수를 본 브로커가 AI의 훈수를 받아 김 씨에게 다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김 씨는 덕분에 64강전에서 승리했지만 상대방의 신고로 발각돼 반칙패로 처리됐다.

영화 <신의 한 수>를 떠올리게 할 만큼 극적인 방식으로 AI를 취업사기에 동원했지만 결과는 새드엔딩으로 끝났다. 이미 바둑꿈나무들은 AI를 선생님으로 두고 연습경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프로데뷔 여부를 AI에게 평가받아 당락 여부를 가리게 될 날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직자 생사여탈권 쥐게 된 AI

‘인간이 AI에게 평가받는 세상은 이미 도래했다.’

대표적으로 채용시장에 AI 면접관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종업원 수 300인 이상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22.1%가 신입사원 채용에 있어서 AI를 활용할 계획이 있거나, 이미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기술에 민감하고 적극적인 IT 기업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KT&G, LG유플러스, SK하이닉스, 현대엔지니어링, KB국민은행, 하나은행, 한미약품, 캠코, 롯데그룹 등 다양한 분야의 알 만한 기업들이 채용과정에 AI 면접을 활용하고 있다. AI 역량검사 개발업체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국내에서 AI 역량검사를 적용하는 기업은 850여 개에 이른다. 비단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최근 구직자들에게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사들도 AI 면접관을 도입하는 추세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정보화진흥원, 전파통신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이 이러한 대열에 합류했다. 해외에서도 이미 구글, IBM을 비롯해 유니레버, 소프트뱅크 등 유수의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AI 면접관은 지원자의 지원 서류를 통해 자소서를 평가하거나 인간 면접관을 대신한다. 지원자는 마이크, 웹캠이 설치된 컴퓨터로 응시하고 보통은 지원자가 면접 영상을 찍으면 이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지원자의 얼굴 인식을 통해 표정 및 감정, 음성·사용 어휘, 언어 행동과 경향까지 분석한다. 나아가 맥박과 뇌파 등 생체 데이터까지 활용해 복합적으로 적합한 후보를 선별한다.



▶효율성 지닌 AI 면접관 ‘공정성’ 지녔지만 ‘편향성’ 우려

‘AI가 인간에게 잘못된 평가를 내린다면?’

완벽하지 않은 존재인 인간이 탄생시킨 인공지능도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AI 한돌과의 대결에서 종합전적에서 패했지만 각각 1승씩을 챙겼다. 알파고와 AI 한돌은 패배한 대국에서 보통의 프로기사라면 하지 않을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버그(Bug)를 일으킨 셈이다. 마찬가지로 검증되지 않은 AI 면접관이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채용과정에 AI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효율성이다. 매년 신규 채용에 쏟아지는 지원 서류를 인사담당자가 일일이 검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AI를 활용하면 그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1만 명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데 인사담당자 10명 기준 하루 8시간 동안 총 7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반면 AI 시스템은 1만 명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데 총 8시간이 소요된다. 한 명의 지원자당 3초가 걸리는 셈이다.

인간 면접관이 저지를 수 있는 불공정한 비리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인맥·학맥·성별 등에 의해 좌우되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가 가능해진다. 해킹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부정행위나 채용비리 등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실제 AI 면접관은 부정채용을 막기 위한 솔루션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자녀 채용비리 논란을 낳은 전남대학교병원이 AI 면접을 도입해 채용방식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AI 면접관의 또 다른 장점은 서류와 컴퓨터를 통해서만 진행되어 물리적인 한계에서 벗어나 보다 많은 구직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채용기업들은 면접을 위한 시간과 장소를 확보하고 감독관을 배치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서류 심사에서 일부러 많은 지원자를 걸러낼 필요가 사라진다. 여러 가능성을 지닌 AI 면접관에게도 약점은 있다. ‘편향성’이다. AI 면접관의 알고리즘 역시 기존에 형성된 데이터를 토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 면접관이나 기업의 편향성을 그대로 담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오너가 원하는 인재상을 담은 데이터셋 자체가 편향될 경우 그 결과는 인공지능이란 허울 좋은 시스템으로 포장돼 차별 자체가 불가피하거나 정당한 것으로 세탁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아마존은 지난 2018년 그동안 사용하던 인공지능 채용시스템 알고리즘을 폐기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테스트 해본 결과 여성 차별적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IT 기업 지원자 중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AI가 ‘남성 편향적’으로 서류를 분류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프로그램은 지난 10년간 회사가 수집한 이력서 패턴을 익혀 지원자들을 심사했다. 이 과정에서 AI가 남성 비율이 큰 IT 업계 현실을 그대로 학습했던 것이다.

인간의 실수를 이해할 수 있는 ‘아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도 AI 면접관의 단점으로 지적된다. 정성적 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긴장하면 말을 더듬거나 호흡이 가팔라지는 특성을 지닌 뛰어난 구직자를 구제하거나 면접 중에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기 힘들다. 특정 장애를 지닌 구직자가 의도치 않은 차별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AI 면접관은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관문도 넘어서야 한다. 면접과정에서 수집되는 표정이나 체온, 심박수 등 생체신호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은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면접 대비 고액특강도 성행

‘AI 면접을 통과하기 위한 AI 선생님’

포털사이트에 ‘AI 면접 대비’라고 검색하면 수백 개의 오프라인 특강과 인터넷 강의를 홍보하는 광고가 나타난다. AI 모의면접을 진행하는 앱과 오프라인 강좌들도 넘쳐난다.

AI 면접을 대비한 오프라인 특강의 1회 가격은 업체별로 차이가 크지만 회당 5만~25만원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스피치학원부터 취업컨설팅 기관들이 ‘돈이 되는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AI 모의면접 모바일 앱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모의면접 1회당 비용은 5000원 이하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다만 앱의 완성도가 부실하고 분석결과가 실제 면접과정에 도움을 주는지도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정작 AI 면접프로그램 업체들은 이러한 특강이 실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다. 한 AI 면접프로그램 스타트업 관계자는 “업체별로 프로그램의 완성도도 차이가 나고 점수를 주는 기준도 달라 일률적인 스피치 특강이나 컨설팅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며 “인위적으로 크고 뚜렷한 목소리로 말을 하다보면 표정도 경직될 가능성이 높아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급격하게 바뀌는 국내 취업시장의 풍경은 해외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13일 로이터 통신은 ‘눈으로 웃으세요, 한국서 AI 면접을 이기고 일자리를 얻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AI 면접에 대응해 학원을 찾는 한국 구직자들의 현실을 소개했다. 해당 기사는 “AI 면접에 대비하는 학원은 아직은 작은 틈새시장이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만연한 청년 실업이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AI 면접 대비 학원 수업에 대한) 동기를 제공한다”고 진단했다.



AI 면접을 거쳐야 하는 구직자들은 썩 유쾌할 리 없다. 지난해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직 구직자의 40%는 AI 채용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은 사람이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AI 기술력에 대한 한계(33%), 평가기준이 획일화되기 때문에(23%), 컴퓨터에게 평가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20%) 등이 주요 반대이유로 꼽히고 있다.

아직까지 도입초기인 AI 면접에 대한 구직자들의 신뢰성을 담보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AI 채용에 반감을 가지는 우수 지원자 감소, 기업 채용브랜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한 명의 우수인재라도 더 선발해야하는 기업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보완해야할 부분이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AI 면접관은 채용의 보완재적 성격으로 도입돼 점차 영향력을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단 그 속도는 데이터의 신뢰도, 프라이버시, 데이터 편향성, 데이터 분석의 정밀도에 달려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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