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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의 아시아나 인수, 승자의 저주냐 윈-윈이냐, 항공업계 판도 변화 신호탄… LCC 매물 나올 듯
기사입력 2019.11.26 13: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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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룹이 항공 산업 진출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정몽규 HDC그룹 회장)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항공 산업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HDC현산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무려 2조5000억원의 ‘통 큰 베팅’을 했다.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양대 국적항공사로 변신한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출(7조원)은 HDC그룹 전체 매출(6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자산 총액으로도 재계 순위 33위에서 18위로 뛴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인수 계약이 최종 마무리되면 신주 인수 자금 2조원가량이 아시아나에 수혈된다. 부채비율은 660%에서 277%까지 떨어진다. 금리 부담도 감경된다. 현재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BBB-’로 평가하고 있다. 사실상 디폴트(부도) 등급이다. 하지만 HDC 자회사로 편입되고 부채비율을 낮추면 단숨에 자금 조달 금리가 낮아진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과 비슷한 3%대(3년물 기준)로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노후 항공기 교체와 마케팅 강화 등 미뤄왔던 과제들도 하나씩 풀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 주주 구성이나 자회사 매각 등 중대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다. 향후 협상에서 양측은 구주 가격, 신주 가격, 경영권 프리미엄 등 조건을 놓고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HDC는 아시아나 재무·경영 상태를 면밀히 재검토하면서 예상치 못한 채무를 발견할 가능성도 있다.

항공 업계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국제선 여객과 항공 화물이 동반 감소하면서 항공 업계는 침체에 빠진 상태다. 매월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던 LCC(저비용 항공사) 국제선 여객 수는 9~10월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9월 LCC 국제선 탑승률은 74.7%로 51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부진 탓에 항공 화물도 최근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실제 올해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국내 모든 항공사들이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4분기에도 국내 항공사들의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00억원이 급감했고 상장 저비용항공(LCC) 4개사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3·4분기 867억원에서 올해 60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저비용항공사 중심으로 서비스 공급이 크게 늘었는데 올해 경기 둔화와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 여파가 겹치며 수요가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으로 화물 물동량이 감소세를 보인 것도 실적 하향세의 이유로 꼽힌다.



▶승자의 저주 vs 시너지 나올 것

당장 시장에선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산과 지주사 HDC를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신평은 “건설업과 항공업의 시너지는 제한적”이라면서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변동성과 국내 항공 산업의 부정적인 영업환경 등을 감안하면 연결 관점에서 영업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점도 신용도에 부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HDC는 이번 인수건의 자금 조달 구조상 지주사의 역할에 따라 자체 재무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경우 신용등급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장기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하향 검토)’로 변경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될 경우 인수대금 지급과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라 회사의 재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나 인수 후 정상화 과정에서 차입금 상환, 노후 항공기 교체, 노선 변경 등 구조조정으로 예상 밖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주가치 개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기령 20년 이상 노후 항공기는 전체의 22.9%를 차지한다. 국내 항공사 중 노후 비중이 가장 높다. 항공기 평균 기령은 11.9년으로 대한항공(9.7년)은 물론 이스타항공(11.4년), 제주항공(11.2년), 티웨이항공(10.0년)보다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진 결함과 화재, 긴급 회항 등 최근 불거진 안전 논란을 불식하고 노후 항공기를 교체해야 젊은 항공사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며 “항공기 정비와 부품 교체 등 기재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을 고려하면 추가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HDC와 미래에셋의 ‘동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미래에셋은 이번 딜에 단순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사실상 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자기자본(PI)을 투자해 아시아나 지분을 최대 20% 수준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HDC에 이은 2대 주주로 회사 경영에 분명한 목소리를 낼 공산이 크다.

물론 이번 인수합병이 양측에 윈-윈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HDC그룹의 경영 네트워크가 아시아나항공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단순히 건설사가 아닌 범(汎)현대가의 인수라고 봐야 하며,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이 HDC그룹에 편입될 경우 현대오일뱅크(항공유), 현대백화점(면세점 및 기내식), 현대해상(보험), 현대카드(결제 마일리지) 등 계열사들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부채 문제도 낙관적으로 봤다. 내년 항공 산업이 반등 기회가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 요소다. 여객 부문의 경우 한일 관계가 나아질 가능성이 있고 화물 부문은 미중 무역 갈등의 완화 양상에 따라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여기에 내년 예정된 도쿄올림픽과 올해보다 길어지는 추석 연휴 등도 수요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수기인 3·4분기 손실로 비수기인 4·4분기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졌지만 2020년 기저효과에 무게가 실린다”면서 “내년 저비용항공사의 공급 증가폭은 처음으로 한 자릿수에 머무르며 수급개선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올해 주가는 악재가 최고점이었던 9월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이제는 구조조정 이벤트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항공 업계 판도 변화 오나

이번 인수로 항공 업계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단기간에 항공 업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간 1위 다툼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고 본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미국 항공 산업은 과거 규제 완화로 난립했던 항공사들이 정부의 ‘선택과 집중’ 지원을 받아 지금의 안정화된 모습으로 정리됐다. 국내 시장은 미국의 과거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인수 합병을 통해 산업구조가 재편될 것”이라 분석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재편이 가능하다고 내다본 것이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항공기 추가 도입과 노선 확대 등을 통해 시장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HDC 컨소시엄은 현재 진행 중인 면세점과 호텔사업 등에서 아시아나항공과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또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아시아나항공을 업계 1위 항공사로 키운다는 포부도 밝혀 왔다.

LCC 업계도 이번 인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대내외 악재로 국내 항공사들의 실적이 일제히 하락하고 일부 저비용항공사(LCC)가 존폐 기로에 놓이면서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항공 산업 구조조정의 시작’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FSC 시장뿐 아니라 에어부산·에어서울이 속한 LCC 시장도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LCC 관계자는 “향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하나로 합치거나 두 회사 모두 재매각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전제로 여러 대응책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도 함께 매각되지만 에어부산이 재매각될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에어부산은 지주회사인 HDC의 증손회사가 된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100% 보유하거나 아니면 2년 이내 지분을 처분하고 손을 떼야 한다. 아시아나가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은 44.17%다. 지분을 보유한 부산시와 부산상공업계가 에어부산을 향토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지분을 팔지 않으면 HDC는 에어부산을 매각해야 한다.

김해공항을 기점으로 하는 에어부산은 지난해 매출 6500억원을 기록한 국내 LCC 업계 3위 업체다. 에어서울은 인천공항을 기점으로 하는 LCC로, 지난해 매출 221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알짜 LCC다.


같은 맥락에서 HDC 측이 에어부산을 재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이 경우 LCC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했던 애경이 에어부산을 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패키지’ 형태로 매각하고, 그 대금을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1호 (2019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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