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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넨탈 2019 테크쇼’에서 엿본 미래 도시… 자동차·가로등·타이어까지 인공지능 적용
기사입력 2019.09.05 1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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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0㎞로 속도는 느렸지만 분명히 운전자는 없었다. 모서리가 둥근 박스처럼 생긴 로봇 택시 ‘큐브(CUbE)’는 기자 6명과 콘티넨탈 엔지니어 1명을 승객으로 태우고 스스로 달렸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아 좌회전하고, 앞차가 보이자 속도를 줄여 부드럽게 뒤에 섰다. 오른쪽에서 자전거 모형이 돌진하자 그대로 멈춰 충돌을 피했다.

모든 동작에는 운전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큐브 내부에는 차량 곳곳에 장착된 라이다(LIDAR) 센서가 보내온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만 눈에 띌 뿐이었다.

큐브는 지난 7월 3일 독일 하노버시 인근에 자리한 ‘독일자동차운전자연맹(ADAC)’ 주행 시험장에서 이처럼 콘티넨탈의 자율주행 기술을 전 세계 기자들에게 각인시켰다.

큐브에 탄 콘티넨탈 엔지니어는 “큐브의 전·후면과 각 꼭짓점에는 콘티넨탈이 개발한 라이다 등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돼 모든 외부 시각정보를 차량에 보내준다”면서 “프랑스 기업 ‘이지마일’과 함께 만든 큐브 택시는 이미 프랑스 내 병원·요양시설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 시범적 상업 서비스를 실시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큐브 기술 시연은 콘티넨탈 ‘2019 테크쇼(Tech Show)’의 일부다. 독일 유력 타이어·자동차부품 기업 콘티넨탈은 9월 열리는 ‘2019 프랑크푸르트 국제 모터쇼(Internationale Automobil-Ausstellung·IAA)’를 앞두고 올해 7월 초 본사가 있는 하노버에서 전 세계 취재진 150여 명을 초청해 테크쇼 행사를 열었다. 콘티넨탈이 격년으로 개최하는 테크쇼는 자동차 산업의 첨단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올해 테크쇼 주제는 ▲무사고를 위한 자율주행 ▲원활한 이동을 위한 커넥티비티 ▲깨끗한 공기를 위한 전동화 등 3가지다. 바꿔 말하면 완전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전기차(EV)·수소연료전지차(FCEV)를 비롯한 친환경차다.

여기까지는 다른 완성차 제조사, 부품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주제어다. 콘티넨탈은 이번 테크쇼에서 자율주행·커넥티드카·친환경차를 묶는 또 하나의 주제를 제시했다. 바로 ‘스마트도시(Smart City)’다. 완전 자율주행은 자동차 홀로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도로 위 교통 흐름, 사고 같은 각종 변수를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커넥티비티 기술이 필수다. 그러려면 건물이든 도로든, 도로 위 표지판·신호등이든 차량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지능을 갖춰야 한다. 이 모든 지능형 인프라를 아우르는 개념이 스마트도시다. 콘티넨탈의 인테리어 사업본부 총괄 헬무트 마치 사장은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 2019’ 참가를 앞둔 지난해 12월 “커넥티드 기기의 숫자가 전 세계 인구 수를 넘어서면서 자동차와 인프라, 사람 사이의 실시간 정보교환이 활성화하고 있다. 이제 지능형 이동성(intelligent mobility)은 스마트도시의 핵심 요소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콘티넨탈은 진일보한 지능형 이동성 기술로 교통 체증을 완화하고 사고와 대기오염을 줄여 도심 교통 문제의 해결책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동력 기반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와 지능형 인프라가 구현된 스마트 도시



▶고무 타이어로 자동차 혁명 이끈 콘티넨탈

스마트도시 선두주자로

세계 4대 타이어 기업으로 유명한 콘티넨탈은 1871년 고무 제조사로 창업했다. 1898년 자동차 타이어를 만들며 사세를 키웠고 1904년 세계 최초로 홈 있는 타이어(그루브 타이어·grooved tire)를 양산했다. 지금은 타이어는 물론 ▲섀시(차량동적제어·유압안전시스템·안전센서) ▲구동(파워트레인·변속기·전기차모터) ▲인테리어(계기판·커넥티비티·전장) 등 핵심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콘티넨탈의 지난해 매출액은 444억유로(약 56조8000억원), 전 세계 직원 수는 24만4000명에 이른다. 60개국 544개 지역에 진출해 한국·미국·독일·일본·중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 완성차에는 거의 빠짐없이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오는 2021년 창업 150주년을 맞는 장수 기업 콘티넨탈은 이제 자율주행차와 스마트 인프라를 결합한 스마트도시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올해 콘티넨탈 테크쇼에서 선보인 신기술들은 그 증거다.

우선 지능형 교차로는 교차로 주변에 장착된 센서를 이용해 물체를 감지하고 전용 단거리 통신을 이용해 교차로 인근 차량에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교차로에서 보행자를 보호하고 차량 간 충돌을 막는다. 또 교통 흐름 빅데이터를 수집해 체증을 해소할 수 있는 효율적 도로 통제도 가능해진다.

지능형 가로등도 있다. 콘티넨탈이 테크쇼에서 선보인 지능형 가로등은 조명 관리를 넘어 도심 환경, 교통 흐름, 주차 정보를 모니터링·분석한다. 이 정보들은 차량·사물 간 통신(V2X) 시스템을 통해 차량에 전달되고 도심 교통환경을 관리하는 데에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콘티넨탈은 “지능형 가로등은 안전하고 깨끗한 스마트도시 개발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운전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차량이 스스로 최고의 연비, 최적 주행을 달성할 수 있는 이호라이즌(eHorizon)도 콘티넨탈이 테크쇼에서 발표한 첨단 신기술이다.

이호라이즌은 일종의 콘티넨탈 클라우드 서비스다. 세계적 초정밀 지도 기업인 히어(Here) 등의 지도 데이터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차량 위치와 전방 도로 상황, 노면 마찰 데이터를 파악해 차량에 전달한다. 차량이 자체 센서가 아닌 이호라이즌의 정보를 받는 셈이다. 정보를 받은 차량은 차체제어장치(ECU)를 이용해 감속 제어, 차선이탈방지 등을 알아서 수행하게 된다. 전방 긴급 상황도 운전자에 경고할 수 있다.

콘티넨탈은 이미 이호라이즌을 41만 대 양산차량에 적용했다. 주로 트럭 제조사들이다. 콘티넨탈에 따르면 2012년 이래 이호라이즌을 탑재한 트럭들이 운전자 도움 없이 스스로 최적의 연비 주행을 하면서 10억ℓ 이상 석유연료를 아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300만 톤을 저감했다.

로봇 택시 ‘큐브’



▶도로사정 따라 상태 바꾸는 ‘생각하는 타이어’

이번 테크쇼에서는 차량에 적용할 스마트 신기술도 다수 공개됐다. 취재진의 눈길을 끈 것은 스스로 공기압을 조절하는 ‘지능형 타이어’다. 지능형 타이어는 콘티센스(ContiSense)와 콘티어댑트(ContiAdapt)라는 콘티넨탈의 고유 기술로 구성된다. 콘티센스는 타이어 자체 감지 기술로 도로와 타이어 상태를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콘티어댑트는 콘티센스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행 중 날씨, 도로 상태에 맞춰 타이어 폭과 편평률(타이어 바닥 폭과 높이의 비율)을 알아서 조정한다. 콘티넨탈 측은 “지능형 타이어는 5~10년 내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운전자 없는 미래 자동차를 현실로 구현한 큐브도 콘티넨탈의 높은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드러냈다. 큐브에 적용된 무인셔틀 시스템은 콘티넨탈이 보유한 독자기술이다. 콘티넨탈은 이미 양산 차종에 탑재한 레이더, 카메라 센서와 라이다 기반 시스템에 3차원(3D)으로 차량 외부 정보를 형상화하는 ‘3D 플래시 라이다’를 큐브에 적용했다. 콘티넨탈은 로봇 택시용 브레이크, 구동 시스템과 좀 더 향상된 주행 시스템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월넛크리크서 영그는 스마트도시 꿈

콘티넨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월넛크리크에서 최초의 통합 지능형 교차로 시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도시 상용화를 향한 거대한 테스트다. 이 지능형 교차로는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에 대한 포괄적 모델링을 우선 구현하고 전용 단거리 통신으로 교차로와 연결된 차량에 정보들을 전송한다. 이 시스템은 또 교차로로 진입하는 운전자들에게 사각지대에서 도로를 건너는 보행자에 대해 경고한다.

또 신호 변경 제어를 활용해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유지해준다. 콘티넨탈은 지능형 교차로가 차량이 정체에 시달리며 공회전하는 시간을 줄이고 배기가스 저감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지능형 교차로를 이용하면 교통체증과 사고가 빈번한 구역의 정보와 통계치를 수집해 교통·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러미 맥클레인 콘티넨탈 북미 시스템 기술 이사는 “월넛크리크는 차량과 보행자가 많고 장기 운송혁신에 집중하고 있어 지능형 교차로 기술을 시범 운용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콘티넨탈은 이밖에 스마트도시를 위한 서비스형 도시 데이터(City Data as a Service·CDaaS) 플랫폼 구축도 구상 중이다. CDaaS 플랫폼은 지능형 교차로와 지능형 가로등, 지능형 횡단보도, 자율주행 셔틀, 스마트 주차·차량 관리 같은 서비스를 상호 연동 가능한 통합형으로 바꿔 스마트도시 플랫폼으로 내놓는 것이다. 이 플랫폼은 도심의 다양한 영역에서 차량 주행·안전과 도시 삶의 질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교통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능형 가로등이 주차 가능 공간을 식별한 뒤 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차량을 주차 공간으로 인도한다.

지능형 교차로



▶미래 친환경차 동력, 전기와 수소 두 축 함께 간다

올해 콘티넨탈 테크쇼의 또 다른 주요 주제는 친환경차다. 석유로 가는 내연기관차가 물러나고 전동화에 기반한 EV와 FCEV가 대두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 장착할 파워트레인을 양산하던 콘티넨탈도 EV와 FCEV를 위한 핵심 솔루션에 주력하고 있다.

콘티넨탈은 이번 테크쇼에서 친환경차 솔루션으로 고전압 구동시스템과 전력전자 장치를 선보였다. 고전압 구동시스템은 EV를 위한 통합 구동 모듈이다. 전기 모터와 고전압 인버터, 감속기를 하나로 모았다. 성능은 최고출력 120킬로와트(kW), 최대토크 270뉴턴미터(Nm)이며 중량은 80㎏ 이하로 최대한 가볍게 만들었다. 콘티넨탈은 올해 3분기 내 중국 자딩구에서 구동시스템을 양산한다는 목표다. 독일 EV 스타트업 소노모터스 같은 고객사도 확보했다. 전력전자 장치는 EV 주행 성능을 위한 부품이다. 콘티넨탈은 대용량 전류에서 극단적인 부하를 통제하면서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끌어낼 수 있는 3세대 전력전자 장치를 개발해 재규어 EV 모델 ‘i-페이스’에 공급하고 있다. i-페이스에 탑재한 전력전자 장치는 최대 650A 전류에서 구동하면서 부드럽고 정숙한 가속이 가능하도록 정밀한 제어소프트웨어를 적용했다.

콘티넨탈은 FCEV 기술 개발에도 인력과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BMW 등을 거쳐 올해 1월 콘티넨탈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부임한 디르크 아벤드로트 박사는 “앞으로 5~10년 사이에 전동화 차량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시대가 열린다”고 했다. 아벤드로트 박사는 이어 “전동화 차량의 표준이 EV가 될 것인지, FCEV가 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는 잘못된 질문”이라며 “소형 차량은 EV로 감당할 수 있지만 장거리를 가는 대형 차량일수록 수소연료전지가 더 효율적이다. 결국 EV와 FCEV는 함께 개발해야 할 상호 보완적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 미래 친환경차는 EV와 FCEV가 두 축이라는 게 콘티넨탈 경영진의 분명한 전망이다.

콘티넨탈 최고경영자(CEO) 엘마 데겐하르트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콘티넨탈 2019 테크쇼’에 모여든 전세계 취재진에게 스마트도시 청사진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제공=콘티넨탈>



▶완전 자율주행, 꿈 아닌 현실… 규제가 관건

콘티넨탈이 꾸는 스마트도시의 꿈은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해질 때 비로소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운전자의 판단이 필요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은 모든 자동차·부품사의 꿈이기도 하지만 현실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많다. 이번 콘티넨탈 테크쇼에 모인 전 세계 취재진의 관심도 콘티넨탈이 내놓을 완전 자율주행 청사진에 쏠렸다.

차선 이탈을 막고 고속도로에서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2~2.5단계(미국 자동차공학회 기준)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다. 3단계 자율주행 기술은 차량이 간선·고속도로에 주행하면 알아서 자동조향하며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경고를 보내지 않는다. 안정적 정차와 재출발도 돕는다. 콘티넨탈은 3단계 자율주행은 “기술적으로 복잡하다”면서도 2020년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내다본다. 운전자가 차량주행에 개입하지 않는 4단계 자율주행은 5년이 더 걸리고, 5단계는 아직 정의할 수 없다는 게 콘티넨탈의 진단이다.

콘티넨탈은 이번 테크쇼 프로그램의 일부로 ‘운전자 없는 무인차는 희망사항인가, 가능한 현실인가’라는 도발적 강연을 준비했다. 강사로 나선 안드레 홈 콘티넨탈 자율주행 총괄(박사)은 이렇게 말했다.

“완전 자율주행에 이르려면 외부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부품 성능이 향상돼야 하며, 무엇보다도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위해 수십억 마일을 더 시험주행하며 기술을 검증해야 한다. 큐브처럼 느리지만 조금씩 자율주행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며 정치가들과 일반 시민들의 믿음을 얻고 자율주행 규제를 조금씩 풀다보면 완전한 무인차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독일 하노버 = 이종혁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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