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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남양주, 주민 반발 왜 유독 심하나 “지금도 교통지옥… 출퇴근 전쟁 불보듯 뻔해”
기사입력 2019.01.31 15:43:06 | 최종수정 2019.01.31 15: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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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9일 정부가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이후 규모가 가장 큰 남양주시 왕숙신도시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심상치 않다. 신도시로 토지가 강제 수용되는 원주민은 물론 주변 기존 택지지구와 다산신도시 주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광역교통개선 대책사업 일부구간의 도로확장 사업이 늦어지며 주변 주민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산신도시 일대



▶지금도 출퇴근 전쟁터 어찌하오리까

왕숙신도시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과 진건읍, 양정동 일원 1134만㎡에 조성될 예정이다. 3기 신도시로 마련되는 12만2000가구 중 총 6만6000가구가 이곳에 들어선다. 국토교통부는 이 지역에 1신도시(5만3000호)와 2신도시(1만3000호)를 조성할 계획이다. 바로 옆 다산신도시(3만2000가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문제는 별내·진접·다산신도시 등 최근 남양주에 조성된 신도시에서 서울로의 출퇴근길이 이미 교통대란으로 악명 높다는 것이다. 다산신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한 주민은 거리상으론 서울 강남까지 40분이면 충분하지만 실제 출퇴근 시간은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왕숙에 신도시가 들어서면 남양주 전체가 출퇴근 전쟁터가 될 것”이라며 “서울 집값 잡는 건 좋은데, 그 피해를 왜 남양주 시민이 감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왕숙신도시 부지 원주민들도 반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14일에는 왕숙지구 개발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발대식을 열었다. ‘왕숙지구 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사능교회 비전센터에서 발대식을 열고 “3기 신도시 개발 정책은 교통·문화·자족기능 등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위원회는 “시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주민 면담 외면하는 조광한 남양주시장과 김현미 장관은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신도시 발표 40분 전에 전화로 통보하는 정부의 태도는 소통과 협치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4일 남양주시 청사 앞에선 ‘남양주 개발제한구역 국민대책위원회’ 소속 300여 명이 개발제한구역 강제 수용을 반대한다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강제수용이 이뤄질 경우 감정평가금액으로 보상받게 되는 원주민들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사유재산 보장하라’ ‘강제수용 결사반대’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다산신도시 광역교통개선 대책사업도 해결 안 돼

“원래 상가가 있던 자리는 도로 확장 공사 용지로 내주고 그 바깥쪽에 새 건물을 지었는데, 갑자기 상수도 이설 용지가 되면서 새 건물이 헐리게 생겼습니다. 담당자가 현장에 단 한 번이라도 나와 봤다면 이런 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확장 도로를 중심으로 건물 신축 허가를 내줘서 완공은 했는데, 도로는 헤집어 놓기만 하고 3년간 그대로예요. 공사가 되다 말다 하다 보니 임대는 꿈도 못 꾸고 있습니다.”

“벌써 몇 년간 집만 나서면 먼지가 풀풀 날립니다. 공사한다고 시늉만 해놓고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주민들 안전도 문제예요. 다른 건 몰라도 왜 이 공사가 3년간이나 지연됐고, 그 기간 동안 왜 아무것도 안했는지, 또 왜 이 상태로 공사기간이 2년 4개월이나 연장됐는지 묻고 싶습니다. 담당자란 사람들이 서로 떠넘기기만 하니 가만히 서서 눈 뜨고 코 베이는 심정이에요. 여기가 대한민국인지 묻고 싶습니다.”

국지도 86호선이란 지명만 말했을 뿐인데, 주민들의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격앙된 목소리로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하던 한 주민 앞에는 두꺼운 책 한 권 분량의 관련 자료가 빼곡했다. 2015년 12월부터 남양주시와 경기도시공사가 광역교통개선 대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경기도 남양주시 국지도 86호선 확장공사’ 일부 구간(진안사거리~봉두교차로)은 그동안 3년간 지체되며,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남양주시 일패동 양정로 1.15㎞ 구간 중 일부 공사현장은 도로가 파헤쳐진 채 방치되고 있었다. 임시 펜스로 왕복 2차선 도로를 표시해놨을 뿐 2년 넘게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도로는 먼지가 날렸고, 간간이 공사구간을 표시해놓은 3~4m 높이의 펜스와 곳곳에 쌓인 자재들은 어지러웠다. 일패교차로에 들어선 991㎡(약 300평) 규모의 3층 상가 건물은 완공된 지 두어 달이 지났지만 단 한 층도 임대가 되지 않아 텅 비어있었다. 건물주 A씨는 “도로공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 주차장은커녕 진입로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도로와 건물 간의 지면 높이도 달라 임대를 위해 찾아온 분들이 둘러보기만 하고 나가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남양주 왕숙지구(진건읍) 일대



▶도로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 주민들만 피해 커져

경기도 남양주시 국지도 86호선 확장공사는 다산신도시 입주민들의 교통상황을 고려해 경기도시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진행 중인 광역교통개선 대책사업이다. 지난해 8월 31일까지 완공됐어야 할 사업(지난 11월 2일, 준공예정일이 지난해 8월 31일에서 2020년 12월 31일로 연기됐다)이 먼지만 날리는 이유에 대해 주민들은 “남양주시와 한국수자원공사 간의 소유권 분쟁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경기도 도시주택과 택지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이러한 원인이 자세히 나열돼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양측의 분쟁은 도로구역 내에 있는 광역상수도를 다른 곳으로 이설하는 문제에서 시작됐다.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기존 관로와 대체 관로가 수도용지여야 하므로 해당 토지의 소유권이 수자원공사에 있다”는 입장이고, 남양주시는 “도로법상 도로구역 내 대체(신설) 관로 매설구간의 소유·관리권이 남양주시에 있다”고 주장하며 이설 작업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경기도 측은 “이 문제로 이 사업이 지연될 경우 경기북부 6개시(남양주, 의정부, 양주, 동두천, 포천, 고양)의 100만 명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용수공급에 저해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광역상수도 관로가 도로구역 내에 있을 시 긴급복구 지연이나 기존 관리시설 개선 불가 등 유지관리 제약 사항 발생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에는 이러한 상황이 급변하기도 했다. 남양주시와 한국수자원공사 측이 서로 합의점을 도출하며 봉합되는 듯했다. 중재는 경기도가 나섰다. 지난해 2월에 ‘다산신도시 입주지원 특별대책반’을 꾸린 경기도는 한 달여 뒤 “특별대책반 회의를 통해 기존에 있던 국지도 86호선 광역상수도 3열을 도로구역 외 노선으로 이설하는 것에 관계기관 간 합의점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도로구역 내 수자원공사 토지는 남양주시로 이관하고 도로구역 외 새로 이설되는 광역상수도 토지는 수자원공사가 소유하기로 합의해 문제점을 해소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남근 경기도 도시주택과장은 “특별대책반을 통해 2년 이상 지연된 문제점을 해결한 것처럼 현재 미처리된 10건도 종합검토 및 입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인 민원해소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합의점, 더 큰 문제 야기

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 양측의 합의점은 더 큰 문제를 불러왔다. 추가 상수도 이설 용지를 마련해 그 용지를 수자원공사가 소유한다는 합의안이 진행되면 이미 추가 상수도 용지에 완공된 신축 건물과 건축 예정인 건물들이 꼼짝없이 헐리게 되는 것이다.

주민 B씨는 “결국 확장사업의 부담이 인근 토지주와 건물주들에게 전가된 셈”이라며 “한번이라도 현장을 확인했다면,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측은 “당시 협의로 분쟁이 마무리된 걸로 알고 있다”며 “중재만 했고 사업시행자는 경기도시공사여서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른다”고 전했다. 경기도시공사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홍보팀을 통해 정식 질문서를 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답변서는 이틀 뒤에 도착했다.

우선 공사연기에 대해 경기도시공사 측은 “그간 토지매수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인한 보상지연, 관계기관과의 이견과 토지소유주 반대민원에 따라 장기간 광역상수도 이설 노선이 확정되지 못했다”며 “기타 각 건축물 소유주 및 세입자 이전 지연, 무연분묘 발견에 따른 행정절차 이행 등의 사유로 사업추진이 지난해 사업기간 연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수자원공사와 광역상수도 이설 노선을 합의할 당시 현장조사가 진행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3월 광역상수도 이설노선 결정 이후, 이설노선 예정부지 내 민원인의 건축물 신축행위 진행사항이 추가로 확인됐다”며 “해당 신축건물과 간섭되지 않도록 이설노선 조정, 검토 후 9월에 최종 결정했고, 현재 후속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은 “아직 어떠한 결론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인근 도로에 건물을 완공한 한 건물주는 “시에서 허가를 내줘 건물을 올렸는데, 도로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아 임대가 들어오질 않는다”며 “담당 공무원들은 무조건 공익 목적이란 말만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지역 주민 56명이 이와 관련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에 참여한 한 주민은 “왕숙신도시가 발표됐는데 도로를 내지 않고 이 지역의 토지 감정평가를 진행하면 값이 뚝 떨어져 피해가 더 커지는 상황”이라며 “남양주시청과 경기도시공사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형 기자 사진 매경DB]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1호 (2019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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