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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의 독립 R&D랩 ‘스페이스10’ 르포| 미래 디자인 연구하다 차세대 식량 개발
기사입력 2019.07.31 14: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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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식과 디자인 경쟁력 덕분에 관광객이 찾기 시작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중앙역 서편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를 포함한 베스터브로는 멋진 카페와 바, 공연장 덕분에 유럽 힙스터들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이케아의 리서치·디자인랩 ‘스페이스텐(SPACE10)’은 겉보기엔 단순히 널찍한 카페 겸 갤러리 공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 시간 남짓 이 공간을 샅샅이 살펴보니 미래 주거연구소로서 지속가능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열린 혁신에 매진하는 씽크탱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랩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미트볼이나 단백질과 아연이 풍부한 미세조류(micro algae)를 요리재료로 활용하는 방법부터 모바일 가구 배치 앱, 가정용 태양열에너지 블록체인 거래모델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함께 현실화할 파트너를 찾는다. IT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올해 패스트컴퍼니 선정 혁신기업에 올라 주목받았다. 열린 혁신도 활발하다. 이케아는 작년에만 14개국 58개 사회적 기업과 협력했다.



▶이케아의 미래 전략 연구하는 씽크탱크

세계 최대 홈퍼니싱기업 이케아는 지난 2015년 리서치·디자인랩 ‘스페이스10’을 열었다. 예스퍼 브로딘 잉카 CEO가 이케아 스웨덴 대표 시절 장기적인 미래 전략을 연구하고자 만든 독립리서치·디자인랩이다. 다른 혁신 연구소들이 은밀하고 폐쇄적으로 연구하는 것과 달리 아이디어를 널리 공유하는 ‘열린 혁신’이 특징적이다.

랩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사이먼 케스퍼슨 이사는 “앞으로 인구의 70%가 도시에 살고, 기후변화와 인구변화, 기술혁신 등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이케아가 독립적인 랩 조직을 만들었다”며 “올 초 비영리조직으로는 이례적으로 패스트컴퍼니로부터 혁신 기업으로 선정됐고 일본 파나소닉이 벤치마킹해 비슷한 연구소를 만드는 등 우리식 혁신모델이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자들의 본거지가 코펜하겐이기도 하지만, 잉카(이케아 유통 부문) 본사가 있는 말뫼와도 가까워 협의가 용이하다.

1층 카페공간은 누구든 방문할 수 있고 독특한 메뉴가 가득하다. 콜드브루 커피에 독특한 스파이스(향신료)를 섞으니 더욱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메뉴에서는 대체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제안했다. 아보카도가 키워지기까지 상당히 많은 물과 탄소 소비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대체할 만한 요리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다.

연구소 2층에 올라가보면 테스트키친(실험 부엌)이 있다. 3년 전 ‘내일의 미트볼’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식품(food)’ 영역에서 다양한 혁신이 먼저 나오고 이미 전 세계 이케아 매장에 적용되고 있다. 이케아의 상징과 같은 레스토랑에서 스웨덴 미트볼을 식물성 원료로 대체한 ‘베지 볼’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미국 인구가 늘어 30년 내 음식물이 70%는 추가로 필요해진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여전히 음식물의 3분의1가량이 버려지는 실정이다. 육식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만큼 대안을 제시하는 게 목표였고, 좀 더 지속가능한 원료를 발굴하자는 취지에서 상주 셰프를 두고 테스트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마침 기자가 방문했던 5월 20일은 이 연구소에서 요리책(cook book)을 처음 발간한 날이었다.

캐스퍼슨 이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이 미치는 영향력(impact)을 고려할 때 기업들의 전략 수정도 시급하다”며 “우리 쿡북이 현 푸드 시스템의 잘못에 대해 각성하고 토론하는 기회가 되자는 취지에서 고객들 요구에 맞춰 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랩에서 처음으로 돈을 받고 파는 물건인 셈인데, 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정보 확산에 주안점을 두어 최대한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

대표적인 재료가 미세조류다. 미래 음식부족 문제를 대비할 때 가장 이상적인 식재료다. CO2를 흡수해 자라는데 하루 만에 2배나 클 정도로 성장속도가 빠른 게 장점이다. 고기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높고 시금치보다 아연 함유량도 높은 슈퍼푸드이지만, 결정적인 결함이 있으니 바로 ‘맛이 없다’는 것. 이밖에도 세포를 재생해 단백질을 키우거나 곤충을 활용한 미트볼 등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 요리책에서는 미세 종류의 일종인 스피룰리나(Spirulina)를 활용한 빵 만드는 법 등이 상세히 소개됐다.

Alona Vibe 그로우룸



▶공간에 대한 고민에서 미래 식량까지 다채로운 미래 연구 주제

이케아는 이 같은 취지에서 집안에 식용식물을 키우는 로컬푸드 프로젝트 ‘그로우룸(grow room)’을 대중화하는 데 선도해 왔다. 물고기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유기물로 식물을 수경재배하는 순환형 시스템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방식으로 식물과 허브를 길러 건강한 유기농 식물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법도 궁리하고 있다. 수직농업 방식의 ‘그로우룸’은 코펜하겐에서 열린 도시·푸드 시스템 건축 경연에서 첫선을 보였다.

런던에서 팝업 형식 샐러드바에 함께 프로토타입(시제품)이 전시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때 그로우룸 설계도가 디지털버전으로 홈페이지에 공개돼 누구나 접근해 만들 수 있게 했다. 집안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명효과, 구글홈처럼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장착이 용이하다.

주목할 점은 마치 리눅스처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열린 혁신을 도모한다는 점이다. 오픈소스 하우징에도 도전했다. 집을 만드는 방법을 디지털파일로 만들어 유연하게 사이즈를 조정할 수도 있게끔 했다. 이런 식으로 인류의 도전과제를 공개하고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캐스퍼슨 이사가 “우리는 ‘현실 세계의 리눅스’를 표방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현재 이케아 매장에서 도시농업방식으로 수경재배한 채소류를 매장에 공급하는 실험을 컨테이너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사업성이 검증될 경우 레스토랑 안에 버티컬 가든 형식으로 설치해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채식을 확산하고 바른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최근 이케아가 시티센터 스토어 방식으로 파리 스톡홀름 등 대도시 도심에 매장을 내는 것도 이처럼 먹거리 중심으로 일상 속에서 필요한 것을 조달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케아는 미래 영역 중에서 제약 쪽은 맞지 않다고 판단한 반면, 푸드와 솔라에너지, 모빌리티, 공유주거 등은 밀접한 주제로 보고 있다. 이곳에서 개발된 수경재배를 매장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이케아는 우리에게 가구유통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매장 내 레스토랑과 카페 등을 통해 스웨덴 음식문화를 공유하고 있어 스웨덴 푸드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상당하다. 식품 수출업체로서 스웨덴 최대 규모로 꼽힐 정도다. 이 연구소에서 개발된 채식주의자를 위한 베지 핫도그가 매장에 상용화됐다. 현재 미세조류 브레드, 곤충버거(bug burger), 생선타코(fish taco), 버섯 라면 등 영양을 극대화하면서 자원 소비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되고 관련 레시피를 온라인에 공유하자 문의가 빗발쳤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니 널직한 미팅룸과 함께 다양한 공작기계와 재료 등이 갖춰져 시제품(mock up)을 바로 만들어 실험할 수 있는 워크숍 공간이 있었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한 연구원이 작업용 안경을 쓰고 굉음을 내면서 공작기계를 조작하고 있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헤드셋도 갖춰져 흥미로웠다. 캐스퍼슨 이사는 “다양한 신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온라인쇼핑 진출이 늦었던 이케아가 ‘이케아 플레이스’ 앱을 론칭하고 VR, AR기술로 거실에 이케아 제품을 배치해볼 수 있게 하는 등의 솔루션 시제품도 이 랩에서 기초 아이디어가 개발됐다.

이 랩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전 세계에서 지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건축과 바이오엔지니어, 셰프, 프로젝트매니저, 컴퓨터사이언티스트, 디지털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 30여 명이 일하고 있다.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넓혀 협력하는 전문가 그룹의 폭도 상당히 넓은 편이다.



▶일반인 대상 세미나도 활발

균형잡힌 판단 위해 참석자 성비 맞추려 애써

이뿐 아니라 스페이스10은 정기적인 세미나를 열어 미래 세대의 생각을 듣고 교류하는 기회를 갖는다. 그동안 미래 세대들 관심사인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미래의 음식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세미나도 진행해서 전문가 중심으로 모이거나, 일반인 대상으로 티켓을 오픈하는데 금방 매진된다. 여기서 독특한 점은 세미나 참석자들의 성비를 맞추려 하는 등 다양성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뿐 아니다. 협력 파트너를 구할 때도 성별 구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캐스퍼슨 이사는 “기술 세미나 등에는 주로 남자들만 참석했는데, 미래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다양한 의견을 고루 반영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그렇게 한다”며 “우리가 발견한 것들도 더욱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이득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랩에서 조사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이 같은 세미나 참가자들의 반응을 수렴해 개선되는 효과도 거둔다. 미래 공유 주거에 대한 고민은 물론 작은 마을단위로 태양광에너지 등을 블록체인 기술로 조성하고 개인이 사고 팔 수 있는 모델까지 파일럿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 같은 개념도 작은 공간으로 해석해서 카페나 농장, 호텔, 유통매장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도 연구 대상에 포함돼 있다.



▶미래 인류의 과제 중심으로 고민하다 탄생한 독립 연구소

이 조직이 탄생한 스토리도 흥미롭다. 공동 창업자 4명 중 한 명인 칼라 카밀라 유트가 이케아와 함께 가구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당시 이케아 스웨덴 CEO가 더 나은 이케아를 만들고자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취하고 싶다고 제안해 약 6시간 동안 토론을 한 끝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독립된 리서치·디자인 랩을 만들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캐스퍼슨 이사는 “이케아는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주주들 영향을 받지 않으니 단기 이익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가치 중심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그동안 투자를 많이 해서 이제 대외적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케아의 콘셉트와 프랜차이즈 소유권을 보유한 인터이케아시스템으로부터 예산 등 지원을 받고 있다. 자원순환과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는 작은 팀으로 출발했지만 역량을 입증하고 신뢰관계가 구축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있을 때 이케아 팀과 자주 만나 협의하는 관계다.

인터이케아 시스템 소속 이케아 콘셉트 혁신 관리자인 예란 닐손은 “스페이스10이 제공하는 솔루션이 당장 사업성에 적합한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방향을 바라보고 변화를 만들 준비가 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케아 현재의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 델프트와 창업지이자 디자인연구소가 있는 스웨덴 엘름훌트의 딱 중간에 덴마크 코펜하겐이 있을 뿐 아니라 창업자 4명 중 3명의 주활동무대가 코펜하겐이었다는 후문이다.
덴마크는 핀 율 등 세계적인 가구디자이너도 배출했고 로얄코펜하겐 등 도자기산업 역사도 오랜 디자인 강국이다.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호응이 뜨거운 잡지 ‘킨포크(KINFOLK)’ 창업자가 미국 포틀랜드에서 코펜하겐으로 옮겨간 것도 어찌 보면 하나의 상징이었다. 코펜하겐은 스웨덴 제3의 도시이자 친환경도시로 유명한 말뫼와 같은 생활권에 속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깝다.

[덴마크 코펜하겐 = 이한나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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