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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범 기자의 Blue House Diary] 문재인 대통령의 4대 관심사 ‘책·역사·자연·동물’ 참모 대면 소통보다 보고서 중시 아쉬워 집권 3년차 ‘경제 활력’ 기조 전환은 긍정적
기사입력 2019.01.09 09: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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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역사·자연·동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네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이 높은 분야라는 점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책, 역사, 자연, 동물 네 가지는 문 대통령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라고 말했다. 정치인 중에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책, 역사에는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정치는 ‘페이퍼(보고서)’ 보다 ‘현장’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인 중에 자연, 동물 애호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치인이 당장 표를 벌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시급한 분야가 훨씬 더 많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기성의 정치인과 조금 결이 다르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을 높이 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펴낸 ‘문재인의 서재’라는 책에서 “쉴 때 손이 닿은 곳에 책이 없으면 허전한 느낌이 든다”고 고백했다. 이 정도로 책을 사랑한다. 이렇다보니 청와대 참모로 발탁된 인사 중에는 문 대통령이 저서에 감탄한 것이 계기가 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제는 물러났지만 장하성 정책실장의 발탁은 저서의 영향이 컸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장하성 전 실장은 안철수 캠프에 몸을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발탁됐었다. 인사 발표가 나기 사흘 전에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정책실장으로 발탁했을 정도였다. 이는 <한국 자본주의: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 <왜 분노해야 하는가: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 등에 나타난 장 전 실장의 생각에 문 대통령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첫해 당시 캠프 ‘마크맨’을 담당했던 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을 위해 청와대 경내 북악산 입구를 출발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기초 토대 역시 ‘책’

장 전 실장은 이들 저서를 통해 불평등의 원인이 분배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소득 격차’ 를 해소하는 것이 새로운 자본주의로 가기 위한 방법론임을 주장했다. 이 이론은 잘 알려진 대로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뼈대인 ‘소득주도성장’의 기초 토대가 됐다. 청와대 정책실 핵심 참모인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대표적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신인 김 보좌관은 수십 권의 책을 펴낸 것으로 유명하다. 김 보좌관의 저서 중 문 대통령의 이목을 사로잡은 책은 <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전략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아 ‘일본통’인 김 보좌관은 이 책을 통해 “종교의 개종과 같은 마음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보좌관은 “일본 기업들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과거 집착이며 일본을 칭찬하는 장인정신이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보좌관은 “생산에 혼을 담는 장인정신은 과잉 품질과 과잉 기능을 낳았다”며 이 같은 파괴적인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일본이 인구절벽, 소비절벽 등 장기 저성장 늪에 빠져있을 때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대응 방식에 주목했다. 김 보좌관은 이를 통해 성장과 분배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책을 읽고 대선을 준비하던 시절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설립할 때 김 보좌관을 영입했다. 국민성장추진단장으로 영입된 그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기초 이론을 제공했다. 대선 당시에 ‘국민성장론’으로 불렸던 이 정책은 소득을 늘려 국민들의 소비능력이 높아져야 소비가 진작되고 내수가 살아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조윤제 주미대사는 참여정부 시절 경제보좌관으로 일했으므로 저서 때문에 발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의 소득분배>라는 책을 문 대통령이 관심 있게 읽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9일 청와대 정책 사령탑으로 발탁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여러 저서를 낸 인물이다. 김 실장은 참여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이력에 이어 이번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기조를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위기의 부동산> ,<한국의 가난-새로운 빈곤, 오래된 과제>, <부동산 신화는 없다>, <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 <주택정책의 원칙과 쟁점>, <부동산은 끝났다>,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 등에 담긴 김수현 실장의 생각이 문재인정부 국정 철학에 깊이 스며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2018년 여름휴가 때 읽은 책은 작가 한강이 쓴 광주사태를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 동학란 등 구한말 역사를 배경으로 한 김성동의 소설 <국수>, 북한전문기자 진천규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등 세 권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말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북악산 산행에서도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현장에 있던 기자도 상세한 설명에 다소 놀랄 정도였다. 잠시 문 대통령은 역사 선생님으로 바뀐 듯 했다. 문 대통령은 북악산 산행 중 조선시대 성벽이 남아있는 곳에 서서 직접 성벽을 가리키며 “(성벽 구멍이) 하나는 아래를 향해 총을 쏠 수 있도록 돼 있고, (그 옆) 하나는 위를 향해 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선시대 성벽 축조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가리키며 “여기가 우리나라 성벽 가운데 자연성벽이 남은 (곳), 그런 곳이 많지 않다”며 “이 부분은 급한 대로 근처 있는 작은 돌들만 가져와서 만든 성벽이고, 여기는 다듬어서 만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우리가 복원해서 만든, (돌을) 딱 잘라서 만든 성벽하고는 다르다”고 말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장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역사에 대한 관심은 장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북악산에 얽힌 역사를 소개하며 “장소에 호기심이 많다”고 말했다. 조선의 한양 도읍을 정할 때 무학대사와 정도전이 풍수지리상 왕궁(경복궁)의 ‘주산’을 북악산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인왕산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한 일화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북악산, 인왕산에 꼭 가보고 싶다”고 밝혔다. 역사 강의는 조선시대에 대한 설명에만 그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무장공비 김신조가 침투한 1·21 사태 당시 총탄 자국이 남아있는 나무가 등산 경로에 포함되자 이 부분에 대한 역사 소개도 잊지 않았다.

자연을 좋아하게 된 것은 역사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문 대통령은 “등산을 좋아하는데, 등산도 등산이지만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설악산, 지리산 하면 그 꼭대기에 가보고 싶은 거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에베레스트 그 꼭대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꼭대기에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반인이 갈 수 있는 최고 높은 데까지는 가보고 싶다. 꼭 산이 아니더라도 동학농민혁명 기념지에 우금치라든지, 황토현이라든지, 역사적인 장소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점도 문 대통령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핵심 요소다.

대선 선거전이 한창이었던 2017년 4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반려견 놀이터를 찾았을 때의 일화는 문 대통령의 반려견에 대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당시 문 후보 품에 안긴 강아지 한 마리가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문 후보는 비영리민간단체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이하 동행)’이 개최한 반려견 입양 캠페인 행사에 참석했다. 태어난 지 4개월 된 암컷 강아지 엘리스는 가족이 없는 유기견이었다. 엘리스는 폐렴에 곰팡이성 피부염까지 앓은 적이 있어 입양을 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문 후보에 안긴 엘리스는 배를 드러낸 채 편안하게 누웠다. 네티즌들은 ‘세상의 시름을 다 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아지’라며 사진을 퍼 날랐다. 엘리스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양산에서 키우던 반려견인 ‘마루’를 키우고 있다. 이외에도 유기견 출신 ‘토리’와 유기묘 출신 ‘찡찡이’ 등 세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운다. 이런 문 대통령에게 북한이 선물한 풍산개는 식구를 크게 늘려줬다.

지난 9월 평양 방문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는 지난 11월 9일에 새끼 6마리를 낳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암수 3마리씩. 모두 흰색. 다 건강해보인다”며 “개는 임신기간이 두 달 정도이기 때문에 ‘곰이’는 새끼를 밴 채 우리에게 온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감격에 겨워 “2마리의 선물에 6마리가 더해졌으니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며 “남북관계의 일이 이와 같기만 바란다”고 했을 정도다. 이런 소식보다 더 관심을 끈 대목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이런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도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에서 온 풍산개 곰이가 새끼를 낳았다”며 “강아지들이 너무 어리고 어미개도 초산이라, 강아지와 어미개의 건강을 염려해 (문 대통령이) 지금은 사진을 찍지 말자 하셨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며칠이 지나 이들이 안정기(?)를 찾아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들을 안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렇게 4가지 키워드를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문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조금이라도 피부에 와 닿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의 관심사만 봐도 문 대통령이 무엇인가를 대할 때 기존 정치인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정치인은 ‘해진 뒤’가 더 바쁜 사람들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저녁 시간에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해가 떠있는 일과 시간보다 밤에 만찬을 같이하거나 술을 마시며 ‘형님 동생’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취미를 보면 이런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12월 5일 밝힌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이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소통하지 않는 것은 위험신호라고 주장한 것. 정 대표는 “집권 1년이 지나가면 귀가 닫히는데 그게 문제”라며 “얼마 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함세웅 신부에게 전해 들었다면서 문 대통령이 요새 혼자 밥을 먹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지난 11월 25일 북한에서 온 풍산개 곰이가 낳은 새끼들을 돌보고 있다.

‘혼밥’ 즐기는 올빼미형 업무 스타일

청와대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참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맞는 말로 들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공식 만찬이 없는 경우 임종석 비서실장과 가볍게 저녁을 하는 일이 적지 않다”며 “올빼미형 업무 스타일이기 때문에 서류를 들고 밤늦게까지 일하기 위해 저녁을 간단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체험은 페이퍼(보고서)에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이 페이퍼 보고를 열심히 읽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의 실체와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페이퍼에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다”며 “대통령이 잘 모르는 이슈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경험을 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의 한 일화를 소개했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던 어느 날 노 대통령이 자신을 단독으로 보겠다며 호출한 것. 보통 대통령은 보고를 실장, 수석, 또는 비서관급에게 받지 행정관급에서 직접 받는 일은 드물다. 물론 수석보좌관 회의에 다양한 부서의 행정관들이 배석하는 일은 많지만 행정관을 단독으로 불러 보고를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 무척 긴장한 그는 엄청나게 페이퍼를 준비해서 보고에 들어갔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다. 노 대통령이 페이퍼는 한두 장 보다가 덮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는 소크라테스식 문답이 시작됐다. 그는 이런 보고를 통해 노 대통령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게 됐고, 업무에 있어 보다 효율성과 진정성을 갖게 됐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5년간 청와대에서 일했다. 특히 노 대통령의 마지막 1년은 비서실장으로 보좌했다. 노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논쟁을 좋아했던 노 대통령과 달리 문 대통령은 차분히 논리적으로 생각을 하는 스타일이다.

‘페이퍼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책이나 보고서를 통해 ‘생각의 힘’을 키우는 능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어느 것이 옳으냐에 대한 정답은 없는 이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더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으면 하는 점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이런 업무 스타일 때문에 참모들이 아예 보고조차 올려보지 못하고 커트하는 면담 요청이 많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일단 만나기로 하면 열정적으로 준비하기 때문이다. 횟수는 많지 않아도 면담을 잡으면 일단 ‘임팩트’를 높이는 스타일이다. 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다. 12월 1일 G20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찾았던 아르헨티나에서 이뤄진 마타멜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G20 방문기간 중에 한미정상 회담에 모든 외교적 역량이 집중되다보니 다른 정상회담에는 집중도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아공 현지 주재원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비자 문제를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 바로 해소했다. 문 대통령은 “남아공에 진출한 한국 기업 임직원들이 보통 5년 임기로 부임하는데 남아공은 비자를 4년 단위로 발급하고 있다”며 “고용기간에 맞춰 비자발급이 이뤄지면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보다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마포사 대통령은 “비자문제는 바로 즉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 실무진이 준비한 깨알 같은 페이퍼를 충분히 숙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정성이 가득 담긴 자세는 상대방을 감동시키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만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 CEO는 아직까지 단독으로 만난 사례가 없었다. 지난 11월 세계적인 IT 기업의 CEO가 방한한 적이 있었다. 그는 문 대통령과 면담을 강력히 희망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정이 서로 맞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업인들도 열린 자세로 만나려는 생각이 있었으면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 같다. 경제와 미래를 챙기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매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 대통령이 이제 국정의 초점을 경제살리기에 두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경제정책의 ‘담론’을 앞세우는 대신 ‘실사구시(實事求是)’ 경제정책을 펼치는 모드로 방향을 전환했다. 키워드는 ‘경제활력’이 됐다. 현장 위주 경제정책을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또 집행 과정에 속도를 내어 성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 답방이 연기되면서 경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됐다”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1기 경제팀(김동연-장하성)이 담론을 놓고 논쟁을 벌인 것이 큰 문제였다고 보고, 앞으로는 성과와 결과가 나는 쪽으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다.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던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주 52시간 근로 관련 미비점 보완 등 시급한 현안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2월 11일 세종시를 찾은 문 대통령이 던진 지시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실제로 고용 악화에 영향을 줬는지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라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압박 때문에 고용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며 “통계청이 조사한 원래 자료를 받아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실직한 일용직들을 실제 면접조사하는 방법으로 그 원인을 제대로 정확히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래야 최저임금 인상이 지금 같은 속도로 나갈 수 있는 것인지, 안 그러면 정말로 조정을 충분히 해야 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직접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정부 안팎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개편을 통해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변화를 주겠다고 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런 변화를 이끌어가는 최전선에 서게 됐다

12월 14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단일 차관급 인사로는 최대 규모였던 당시 인사의 포인트는 경제부처에 준 변화였다. 16명의 차관급 교체 중 절반이 경제 관련 부처였다. 경기 악화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였다.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무원 출신들을 발탁했다. 핵심 부처인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는 청와대 참모 3명을 차관으로 전진 배치시켰다. 정책을 ‘디자인’ 단계에서 ‘성과 창출’ 단계로 전환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경제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역동적인 정부를 만들고 국민들이 성과를 체감하게 하겠다는 인사권자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새해 1월 청와대 인적쇄신도 경제에 방점 둘 듯

이르면 새해 1월로 예상되는 청와대 인적 쇄신 에도 이런 기류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020년 총선 출마가 거론되는 청와대 참모들을 중심으로 비서관급에서만 10명 이상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인적쇄신과 더불어 정책의 성과 창출기능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직제개편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늦었지만 방향은 바르게 잡아간다는 점이 다행이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3년차를 스스로의 도약기로 설정한 바 있다. 제대로 된 도약이 필요한 시기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0호 (2019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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