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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열광하는 스니커즈 문화 분석… 22만원짜리 GD신발 최고 1천만원 호가
기사입력 2019.12.30 17: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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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2월 8일 아침, 스니커즈 커뮤니티와 인스타그램에서 ‘지드래곤(GD) 스니커즈’가 발매된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졌다. 나이키와 GD가 컬래버레이션(협업)한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Para-Noise)’가 그 주인공. 군 생활을 마치고 복귀하는 글로벌 스타이자 패션아이콘, 지드래곤이 직접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발매 전 입소문을 탔던 화제의 그 신발이다.

아침 9시께 나이키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글은 두 눈을 의심하게 했다. 공지 2시간 후인 오전 11시부터 서울 마포구 ‘홍대 SNKRS’ 매장에서 선착순으로 8888장의 응모권을 배부한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선착순으로 신발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닌 응모권을 말이다. 이날 나눠준 응모권 중 당첨을 통해 판매하는 신발은 총 159족에 불과했다. 당첨확률 1.78%.

게다가, 나이키 티셔츠와 나이키 스니커즈인 ‘에어포스1’ 모델을 착용해야 하는 ‘드레스코드’까지 갖춰야 응모권을 수령할 수 있다는 조건까지 붙었다. 곧바로 2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평일 오전 11시부터 까다로운 드레스코드까지 맞춰서 입고 당첨권도 아닌 ‘응모권’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오기는 할까. 그리고 수백 장도 아니고 8888장이나 되는 응모권이 하루 새 전부 소진될 수 있을까. 저녁 9시까지 진행된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이날 홍대 부근에는 에어포스1 슈즈를 신은 스니커즈 마니아 1만여 명이 오가는 셈이었다. 기자 역시 취재를 빌미삼아 다행히(?) 집에 있던 흰색 에어포스1과 나이키 후디를 주섬주섬 챙겨 입고 황급히 홍대로 향했다. 집에서 현장으로 30분간 차를 운전하는 내내 진짜 사람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우려를 지우지 못했다. 그런데, 우려는 기우였다. 행사 시작 30분 전 도착해 숨을 좀 돌리고 분위기를 살피려는 찰나, 가게 앞에 늘어선 긴 줄은 족히 수십 미터가 넘었다. 이미 100여 명의 사람들이 나이키 티셔츠와 에어포스 신발을 신고 위풍당당히 줄을 섰다. 순간 여기가 나이키 매장 앞인지, 지드래곤 콘서트장 앞인지 혼란스러웠다. 파라노이즈는 엄밀히 말하면 지드래곤과 자신의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만든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나이키가 협업해서 출시하는 신발이다.

특히 이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 발매된 모델은 신발 측면 나이키 로고(스우시)가 흰색이 아닌 빨간색으로 색칠돼 ‘코리안 에디션’이라 불리는 한정판 모델이다. 지드래곤의 생일인 8월 18일에서 착안해 총 818족만 발매되는 ‘희귀템’이다.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글로벌 셀럽으로 자리매김한 지드래곤은 입거나 신기만 해도 해당 의류나 신발이 유행을 타고 품절대란에 휩싸여 왔다. 그런 지드래곤이 참여한 스니커즈인 만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무척 높은 상태였다.



▶GD 스니커즈 추첨행사 체험해 보니

오전 11시가 되자 본격적인 응모권 추첨이 시작됐다. 일단 나이키 스태프들은 드레스코드를 점검했다. 나이키 상의를 착용했는지, 에어포스 신발을 신었는지 꼼꼼히 확인에 나섰다. 그중 나이키가 아닌 ‘조던’ 브랜드를 입었거나, 엉뚱한 나이키 신발을 신고 와서 추첨을 거부당한 사람들이 심심찮게 나왔다. 일부 스니커즈 마니아들은 “이런 한정판 스니커즈에 대한 인기로 인해 나이키나 오프라인 판매처에서 너무 과도한 드레스코드를 요구한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은 “그래도 오늘 드레스코드는 굉장히 쉬운 편에 속한다”며 “어떤 경우에는 구하기 힘든 신발을 신고 오라든지, 과할 정도로 많은 조건을 내걸어 불만이 폭주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무사히 드레스코드 점검을 통과한 뒤엔 신분증 검사도 이뤄졌다. 1인당 1족만 응모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신분증 검사는 필수. 특히 최근 글로벌화된 스니커즈 인기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발매되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관광하듯 휩쓸어 사가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구입조건 역시 나날이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날 응모에 참여한 베트남 여성은 “베트남에선 한국보다도 스니커즈 인기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며 “2~3일은 약과고 10일씩 줄서있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 역시 지드래곤의 팬으로서 신발을 좋아하고 수집하기 위해 이번 응모에 도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장부터 상수역까지의 거리는 400m. 오후를 넘어가며 줄은 상수역까지 가로질러 끝없이 이어지며 장관을 펼쳐냈다.

긴 기다림에 비해 응모 과정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매장 안으로 입장하자 한 스태프가 중복응모 방지를 위한 보안스티커를 핸드폰에 부착해줬다. 해당 스티커는 제거하는 순간 접착면에 문구가 표시되기 때문에 1회용 본인확인 스티커로 쓰인다. 이후 개별적으로 부여되는 응모번호와 휴대폰번호, 이름을 적은 응모권을 작성한 뒤 제출용 응모권을 원하는 신발사이즈 통에 집어넣으면 끝.

이날 만나본 구매희망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신기 위해’ 응모권 추첨에 나섰다고 밝혔다. 무려 연차를 쓰고 현장에 왔다는 한 직장인은 “출근 직전에 올라온 글을 보고 연차를 내고 곧바로 뛰어왔다”며 “꼭 신고 싶었고 예뻐서 눈독을 들였던 신발인 만큼 만약 당첨되면 신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생 송정은 씨 역시 “파주에서 바로 열차를 타고 달려왔다”며 “원래 나이키를 좋아하고 있는데 한정아이템이란 희소성 때문에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현장 취재는 오후께 마무리했지만 각종 스니커즈 커뮤니티 등을 살펴본 결과 이날 늦은 저녁에 8888장의 응모권은 모조리 소진된 것으로 확인했다.



▶하나의 패션 문화로 자리 잡은 운동화

최근 운동화는 그 위상이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단순히 발을 보호가기 위한 장비가 아닌 패션 아이템이자 신분을 드러내는 하나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스니커즈 시장은 스포츠 브랜드부터 글로벌 명품 브랜드까지 경쟁적으로 뛰어들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덕분에 럭셔리 브랜드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제품이 가방이나 지갑에서 운동화로 바뀌고 있다.

하나의 패션 문화로 자리 잡은 운동화는 희소성이란 차별화 포인트로 한 단계 더 관심을 끌어올렸다.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가 협업한 ‘나이키 조던’ 시리즈, 가수 칸예 웨스트가 만든 ‘아디다스 이지부스트’는 출시 때마다 매장 밖에 줄을 세우는 대표적인 운동화다.

최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운동화로 나이키와 패션 브랜드 ‘사카이’가 협업해 만든 ‘나이키 사카이 와플’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만 당첨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고 재판매가는 정식 발매가의 5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컬렉터와 실착러(직접 신발을 신으려는 사람들)들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리셀러(신발을 되팔려는 사람)들의 관심 역시 뜨겁다. 한정판 모델인 데다 지드래곤과의 컬래버인 만큼 최소 100만원은 넘어갈 것이란 예측도 많이 나왔다. 해당 스니커즈의 공식 판매가는 21만9000원. 이날 응모에 나선 사람들은 적어도 100만원, 많게는 10배가량 가격이 뛸 것으로 예측했다. 시세는 이러한 관측을 상회했다.

이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판매가 시작된 후 온라인 중고장터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리셀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기자가 직접 찾은 가장 높은 판매가는 무려 1000만원. 상식을 뛰어넘는 고가를 제외할 경우 평균 시세는 300만원 전후를 형성했다. 지드래곤이란 글로벌 아티스트의 인지도와, 전 세계에서 818족밖에 발매되지 않은 희소성까지 더해지며 상상을 뛰어넘는 시세가 형성된 것이다. 실제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네이버 중고나라에선 330만원에 실거래가 완료된 글이 올라왔고, 200만원 후반대의 가격에 사이즈별로 해당 스니커즈를 모으고 있는 한 매수희망자는 너무 많은 연락이 오는 바람에 이제 더 구매를 할 필요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주 로또 3등 당첨금이 163만원이니, 지드래곤 스니커즈에 당첨된 사람은 로또 3등에 두 번이나 당첨된 셈이다.

이러한 스니커즈의 인기는 새해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이러한 스니커즈 시장 성장으로 인해 파생된 리셀 시장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셀 스니커즈를 판매할 수 있는 거래 플랫폼도 하나둘 생겨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스탁엑스는 론칭 3년 만에 1조원 이상의 가치로 성장하기도 했다.



중국의 ‘독’ 애플리케이션 역시 1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국내 역시 다양한 스니커즈 및 수집 아이템 거래 플랫폼이 하나둘 생겨날 정도로 시장의 변화는 가파르다.

국내외 쇼핑몰과 오픈마켓 셀러 가운데 정품이 아닌 위조 제품(가품)을 유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은 ‘브랜드 운동화’의 경우 모델이 다양한 만큼 위조가 많아 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XXBLUE는 전문적인 검수 인력과 프로세스를 통해 이러한 가품에 불안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검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가격이 맞아 거래가 성사되면 판매자는 물건을 구매자가 아닌 XXBLUE로 보낸다. XXBLUE는 정밀 정품 판독 후 정품일 경우에만 구매자에게 물건을 배송한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매사 소더비를 비롯한 경매시장에서도 스니커즈가 새로운 카테고리로 등장하는 등 수집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2030세대들은 물론 중고등학생까지 스니커즈에 투자하는 스니커테크가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을 정도로 스니커즈 시장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동훈 매일경제 프리미엄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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