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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한국 인연] 대우가 한국에 ‘트럼프타워’ 세운 비화…김우중, 박세리 우승(US오픈) 같이보며 사업 제안
기사입력 2018.12.04 10: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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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열린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판정승을 거뒀다. 하원 과반수는 민주당에 내줬지만,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의석을 늘리며 압승을 거뒀다. 1910년 이후 모두 28번의 미국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야당을 이긴 것은 두 차례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행보를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한반도 뿐 아니라 전세계가 그의 입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글로벌 증시와 환율이 출렁이고 정치적 지형도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사업가 시절의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 트럼프’를 꼼꼼히 탐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정치인과 달리 이해관계의 틀 속에서 사업가가 비즈니스를 하듯이 판을 짜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여온 그였기에 단초는 여기저기에 있다. 한국에선 김우중 전 대우 회장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이 있다. 김우중 곁에서 대우의 안살림을 맡아온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전 대우 사장)을 기자가 만난 이유다. 장 회장은 사업가 트럼프에 대해 짧지만 또렷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한국과 인연이 깊은 천상 사업가이자 협상의 달인으로 기억했다.



▶박세리 US오픈 우승을 김우중과 함께

1990년대 사업가 트럼프는 세계적인 디벨로퍼로서 이름을 날렸지만 막상 그의 사업은 원만하지 못했다. 무리한 투자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여기저기서 유동성 문제가 터졌다.

이때 트럼프 회장은 뉴욕 맨해튼의 이스트강변 부지를 자신의 반등기회로 삼고자 했다. 당시 그의 눈에 들어온 곳이 한국의 상사이자 건설업체였던 ‘대우’였다. 대우건설은 1997년 9월 현지법인인 DADI(Daewoo America Development NY Inc)를 통해 트럼프와 맨해튼 유엔본부 근처 부지에 세계 최고층 주거빌딩인 트럼프월드타워를 함께 세우기로 의견을 모았다.

트럼프 회장의 야심작인 이 초호화 콘도미니엄은 공사비만 1억8000만달러가 소요되는 대형 건축공사였다. 1998년 11월 대우건설과 정식 시공계약을 체결했고, 1998년 10월에 착공, 모두 2억4000만달러를 들여 2001년 10월 완공했다. 트럼프월드타워는 분양 7개월 만인 2002년 5월, 전체 372가구 가운데 72%(215가구)가 분양돼 제반 비용을 빼고 3887만달러(약 480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S여자오픈 골프대회 우승자인 박성현 선수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대우건설은 트럼프 회장을 재기시킨 트럼프월드타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당시 트럼프 회장과 수차례 만나 의견조율을 했다. 특히 트럼프 회장은 당시 의욕적인 세계경영을 벌이던 김 회장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1998년 DADI 대표의 주선으로 트럼프 회장과 김 회장이 뉴욕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트럼프월드타워의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대표가 만난 셈이다. 장 회장은 당시 만남에서 골프광인 트럼프 회장의 제안으로 당시 유명세를 타고 있던 박세리 선수의 골프 경기를 보러 가게 됐다고 회고했다.

“1998년 당시 김 회장은 골프를 치지 않았지만 트럼프 회장이 엄청난 골프광인 것을 알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US여자오픈을 함께 보러 갔다. 당시 박세리 선수는 이미 맥도날드 LPGA에서 우승해 꽤 유명세가 있었다. 박 프로의 역사적인 US여자오픈 우승 장면을 두 분이 함께 지켜본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한국 골프선수의 우승 장면을 직접 지켜봤다.

그는 박성현 선수가 2017년 7월 자신의 골프장에서 열린 제72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확정짓자 기립박수를 보냈다. 또 자신의 트위터에 “박성현의 2017년 US여자오픈 우승을 축하한다”며 직접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이때보다 근 20년 전에도 트럼프 당시 회장은 김우중과 함께 한국 여성골퍼의 우승 장면을 목도했던 셈이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트럼프 회장에게 한국방문을 제안했고, 트럼프는 그 자리에서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정상회담 제안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바로 “예스”라고 답하던 그의 대범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아파트 로비 호텔처럼 지어야”… 한국 최고급 주상복합의 시작

김우중 회장과의 뉴욕 만남을 가진 트럼프 회장은 이듬해인 1999년 약속대로 서울을 찾았다. 한국에서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날아온 방문이었지만, 이때에도 골프광 트럼프 회장은 국내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겼다. 대우 임원들은 트럼프 회장과 함께 서울 근교의 대우 계열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는데. 김 회장은 골프를 치지 못해 불참했다.

트럼프 회장은 한국 골프장이 잘 관리돼 있다고 평가하면서 국내 골프장 투자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트럼프 회장은 검토 끝에 한국 골프장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한국의 골프장은 세금 이슈가 복잡해 투자가 어렵다는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신의 이름을 딴 고급 주상복합인 트럼프타워를 서울에 짓자고 제안했다. 당시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브랜드가 변변찮던 대우건설도 귀가 솔깃한 내용이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대우건설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최고급 주상복합 브랜드로 ‘트럼프월드’를 사용하게 된다.

장 회장은 트럼프월드를 지을 때 이것만은 꼭 지키라고 요구했다. 첫째는 아파트 1층을 집으로 채우지 말고, 호텔로비처럼 화려하고 멋있게 꾸미라는 것이다. 둘째는 수영장이나 헬스센터 같은 주민만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에 아끼지 말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를 찍어내듯 지어냈던 국내 건설사 입장에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결국 트럼프의 요구대로 호텔로비 같은 1층과 주민 커뮤니티를 갖춘 트럼프타워가 여의도에 지어졌다. 현재 여의도 인도네시아 대사관 옆에 위치한 대우 트럼프월드 1차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시공했고 인근에 대우 트럼프월드 2차를 비슷한 규모로 시공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장 회장은 아직도 여의도 트럼프월드 아파트에 살고 있다.

트럼프월드는 기존 주상복합과는 차별화된 설계와 외관, 내장재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게 됐다. 서울과 일부 대도시에만 선별적으로 공급한 것도 희소성에 기반한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변변한 아파트 브랜드가 없었던 대우건설은 ‘트럼프월드’란 브랜드를 바탕으로 주택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후 ‘푸르지오’가 대우건설의 브랜드로 자리잡기까지 트럼프월드는 훌륭한 가교 역할을 했다.

공동투자하자던 트럼프… 투자 한 푼 없이 로열티만 요구

여의도에서 대박을 친 트럼프월드는 국내 대도시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서울 여의도와 용산, 부산, 대구 등 대도시 핵심지에만 들어가서 해당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트럼프월드는 전국 3200실에 가까운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지어졌다. 2002년 서울 여의도에 대우 트럼프월드 1차를 지은 이후, 2003년에는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 2차를 완공했다.

1차가 아파트 282가구, 오피스텔 69실 규모였고, 2차는 아파트 218가구, 오피스텔 72실 규모다. 이어 3차는 용산에 지어졌는데 아파트 123가구, 오피스텔 261실 규모의 한강대우 트럼프 3차다.

부산에는 2006년 부산 트럼프월드 센텀(아파트 564가구), 2007년 부산 트럼프월드 마린(아파트 232가구, 오피스텔 222실), 2007년 부산 트럼프월드 센텀2차(오피스텔 206실)가 세워졌다. 2007년 대구 트럼프월드 수성(아파트 967가구, 오피스텔 48실)까지 합쳐서 모두 7곳의 트럼프월드 타워가 세워진 셈이다. 트럼프월드 브랜드를 사용한 사업은 2007년을 마지막으로 계약을 종료한 상태다. 트럼프월드 사업이 진행되면서 대우 측은 트럼프 회장의 사업 수완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장 회장은 “당초 트럼프 회장은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높게 평가한다며 대우와 트럼프 측의 공동투자를 제안했지만 실제 투자한 돈은 거의 없었다. 사업이 진행되면서 트럼프월드 브랜드 사용료 등으로 사업 당 100만달러 이상의 로열티를 요구해 밀고 당기는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트럼프 측에 700만달러 정도를 내줬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일단 일이 시작되게 밀어붙이는 설득력과 집념이 대단했다. 일이 진행된 후에는 본인 없이 사업이 진행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후 유리한 고지에서 집요하게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켰다. 전 세계를 돌며 난다 긴다하는 사업가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타고난 협상의 달인이었다”고 회고했다.



▶대동강변에 트럼프월드 타워를?… 대우건설의 꿈

문재인 정권이 올인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 경제협력의 키는 상당부분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다. 중간선거 이후 백악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데, 결국 남북경협은 미국이 대북제재를 풀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북제재가 풀려 북한 경제에 외국 자본이 본격 유입된다면 평양 대동강변 핵심지에 트럼프타워가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나 세계 최대 디벨로퍼로서나 평양 한가운데 우뚝 선 트럼프타워는 엄청난 상징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고 정주영 현대 회장과 함께 1세대 남북경협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대우건설은 묘한 데자뷰를 느낀다. 고 김일성 북한 주석을 수차례 독대하면서 남포공단을 조성했던 김우중 전 대우 회장, 뉴욕에서 트럼프 회장의 재기를 돕고 서울서 공동사업을 폈던 대우건설,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의 목줄을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얽히고설킨 인연의 연속이다.

실제 대우건설은 이번 정권 들어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자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먼저 남북경협 수주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후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2025 뉴비전 선포식에서 남북경협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그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도 안정적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신사업을 추진하고 투자개발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 통일시대에 대비해 남북경협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국내 대형 건설사 CEO가 남북경협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건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이는 대우건설의 최대주주가 대북사업의 재무적 리더 역할을 할 산업은행이라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대우건설 고위 관계자는 “아직은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는 없지만 남북경협이 가능해지면 결국 대우건설이 토목과 건설 분야에서 앞장서게 될 것이다. 대동강변에 트럼프 타워가 지어진다면 십중팔구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을 것이다. 아직 대우건설에는 그때 트럼프 회사 측과 일해 본 인력들이 남아있고 노하우가 쌓여 있다”고 설명했다.

[전범주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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