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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보는 상권] (14) ‘가성비’ 저물고 ‘가심(心)비’ 시대 활짝 점심값 두 배 넘는 커피 마시며 ‘소확행’
기사입력 2018.10.31 17: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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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값 4500원 < 커피값 1만2000원”

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들이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사이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오늘 뭐 먹지?”,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1시 사이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밥값만큼 커피값이 나왔네(=밥보다 커피가 비싸네)”였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점심값 이상 가격의 커피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브랜드별로 1잔에 1만원을 넘어서는 프리미엄 커피전문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아직도 든든한 김치찌개 백반의 2배 가격에 달하는 커피값을 용납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은 커피전문점 영수증을 확인할 때마다 ‘어떻게 커피값이 밥값과 비슷할 수가 있지?’라는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반면 소득 수준과 관련 없이 이러한 프리미엄 커피를 큰 거리낌 없이 사서 마시는 소비트렌드를 일컬어 가심비(價心比)라는 마케팅 용어가 부상하고 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2018년 상반기 기준 업종/지역별 ‘1회 결제금액’, ‘브랜드 비중’을 분석해 각 지역별 소비특성을 파악하고자 했다. 결제금액은 지역/업종별 1회 평균 이용금액을 대상으로 분석업종은 물가와 브랜드 특성을 잘 나타내는 커피, 제과, 패스트푸드 업종을 대상으로 했다.

용산, 커피전문점 객단가 의외로 1위

직장가 중에서도 강남·마포 앞질러


점심값에 2배에 달하는 커피값이 불편한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 원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원가다. 전통적인 가격책정은 재화나 서비스의 원가를 기준으로(재료비뿐만 아니라 임차료나 인건비, 경비 등을 포함한 개념의 원가) 인정 가능한 수준의 이윤을 붙이는 것이라고 인식됐다.

김치찌개를 예로 들어 ‘김치와 돼지고기, 각종 재료들, 공기밥(쌀), 밑반찬 등에 소요되는 재료비 2000원, 주방+홀+카운터 인건비 1200원, 임차료 600원, 각종 경비 500원, 세금 200원, 감가상각이나 대출이자 300원, 이 같은 비용에 1200원 정도를 이윤으로 남기겠다는 목표를 담아 책정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불편함을 느낄 때 주로 “커피는 원가가 얼마나 한다고 그렇게 비싸냐?”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일례로 밀가루가 주재료인 음식점들이 가격을 쉽게 못 올리는 이유도 이런 원가에 대한 소비자 인식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밥은 주식이고, 커피는 디저트라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주식은 필수적인 것이고 디저트는 선택적인 것인데 ‘어떻게 필수적인 것이 더 저렴할 수 있느냐’ 하는 불편함이다. 한 달 지출항목을 정리해 보면 밥값보다 커피값을 많이 쓰는 사람 수가 늘어났고, 식사는 걸러도 커피는 필수라는 직장인들이 많아졌음에도 오랫동안 형성되어 온 가치의 우선순위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비싼 커피값이 불편한 이유는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상승이 단기간 내에 급격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저렴하게 구매했던 경험이 현재의 높은 가격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판기 커피나 믹스커피가 먼저 일반화된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측면도 가격저항을 일으키는 요소로 뽑히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커피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심비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사전적으로 가심비는 ‘가격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형태’라고 해서 가격적인 효율에 마음의 만족까지 추가로 추구하는 것처럼 풀이되지만, 이보다는 어떤 근본적인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가심비’는 ‘가성비’의 대체적인 개념으로 등장했다. ‘가성비(價性比)’가 가격대비 효용(성능)으로써 가격을 먼저 고려하고, 효용을 점검하는 것이라면, ‘가심비’는 효용대비 가격으로써 효용부터 고려하고 그에 따른 가격을 나중에 책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고객들은 가격대 성능보다는 심리적 만족을 주는 재화에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가심비를 중시하는 브랜드들은 가격이 비싼 만큼 분위기와 서비스, 소비자의 경험에 집중한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와 관련하여 로드숍 시장에서 요즘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개념이 ‘공간을 소비한다’는 개념이다. 저렴한 온라인(주문방식) 소비가 가능한 환경에서 소비자가 온라인 대신 오프라인 로드숍을 선택하는 이유는 유일하게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 때문이다.



▶강남에서 프리미엄 커피가 가장 잘 팔릴까?

일반적으로 커피 등 간이음식류의 결제금액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소득·소비 수준, 결제당 고객 수(=동일 결제 내 품목 수) 배후 상권의 특성(주거·직장·상업 등), 가격저항력 등이다. 이러한 요소를 통해 각 지역의 상대적인 비교를 함으로써 여러 소비특성을 읽을 수 있다.

먼저 서울시 커피전문점 결제금액을 살펴보면 용산, 마포, 종로, 강남구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동작, 금천, 구로, 관악구순으로 결제금액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제과점이나 패스트푸드류의 업종은 커피 업종과는 또 다른 지역별 차이가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1회 이용금액이 가장 높은 지역은 역시 용산구였고, 강동구, 강남구, 마포구, 종로구순으로 나타났다. 각 업종이나 지역별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작구의 경우는 커피나 제과점 쪽에서는 가장 낮은 결제금액을 보이고 있지만, 샌드위치나 도넛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결제금액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지역별로 1회 결제 건당 비슷한 고객 수가 이용하는 것이라면, 다른 지역에 비해 동작구에서 커피나 제과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가성비를 중시하고, 샌드위치나 도넛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비싸더라도 만족도를 더 중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비즈니스맨 지갑 노리는 고가커피점

중구·강남·서초·영등포에 집중 포진


단가를 분석했던 동일 지역단위와 업종을 대상으로 전체 업소 중 브랜드 업소의 비중을 분석했다.

앞선 결과와 비교해 보면, 대체적으로 단가가 높은 지역일수록 브랜드화 경향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브랜드가 처음 등장하던 당시의 특징처럼 브랜드화가 곧 저렴한 결제금액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고가·중가·저가 커피전문점 브랜드의 비중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고가커피의 경우에는 중구,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영등포구순으로 포진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직장이 밀집해 있거나, 소득·소비수준이 높은 지역에 몰려있다. 반면 저가 커피의 경우에는 구로구, 도봉구, 성북구, 금천구 등이 상위분포지역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소득·소비수준은 낮지만 활성도가 있는 지역에 주로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는 다르게 중가 커피는 상권 활성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주거시설이 밀집한 지역에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테라로사 강릉점



▶부산 해운대구 고가 커피 비중·브랜드화 전국 1위

서울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이런 브랜드화의 특징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부산 해운대구(전국 1위), 광주광역시 서구(3위), 인천광역시 중구(4위), 대구광역시 동구 등은(7위) 서울의 주요 직장가와 비교해서도 고가커피 전문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가격구분에 따른 커피전문점 브랜드 비중 상위지역을 뽑아보면 서울의 각 행정구역과 유사한 지방 도시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제과점은 이보다 조금 더 주거 밀집지역에 브랜드 경향이 나타났고, 패스트푸드는 각 지역 중에서도 상업시설 밀집지역과 비상업지역의 구분이 명확한 지역에서 비중이 높았다. 마지막으로 분석대상 업종 전체 브랜드 비중을 분석했을 때, 브랜드 비중이 높은 지역은 부산의 해운대·강서·사하구와 서울의 노원·강서·영등포·구로구, 경기도의 시흥·군포·광명·성남시 등으로 나타났으며, 반대로 브랜드화가 덜 진행된 지역은 지방도시들과 관광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가심비’ 다음은 빅데이터 활용한 ‘개심비(개인맞춤형 만족도)’

가심비를 늘리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대형 유통사들은 복합 아울렛을 계속 늘리면서 소비시설과 놀이공원, 영화관, 오락시설, 찜질방, 공연장, 운동시설 등을 함께 설계한다. 그런 공간에 키즈카페와 놀이방 등 아이와 함께 와서 머물 수 있는 시설이나 행사를 기획하고, 애완동물 동반입장을 허용한다거나, 소비자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조명과 음악, 인테리어(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용자 동선을 우선으로 고려한다거나 하는 일련의 노력들이 모두 ‘공간을 통해 일어나는 경험이 주는 심리적 만족도’에 집중된 마케팅 방안들이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을 거둔다면 상품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기업들은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한 공간을 조성하며 모든 소비자의 마음을 충족해 소비로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가격과 효용은 철저히 소비자의 주관적 영역이다. 심지어 한 명의 소비자인데도 소비하는 지역·업종·품목·기분에 따라, 월급날이 언제인가에 따라, 함께 소비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이 소비방식은 계속 유동적으로 변한다. 평소에는 검소하지만 모임에서는 통 크게 결제하는 사람도 있고, 생활비는 아끼는데 취미생활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사람도 있고, 야채를 살 때는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해서 저렴한 걸 고르지만 가방은 가장 좋은 걸 고르는 사람도 있다.

가성비만 중요했다면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데 집중했을 것이고, 효용가치만 중요했다면 터무니없는 가격일지라도 최상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했을 텐데 아쉽게도 소비자들은 가격과 심리적 만족이라는 두 가지 기준이 모두 충족되길 원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SPC그룹 스페셜티커피 브랜드 ‘커피앳웍스’ 광화문점



▶가성비→가심비→개인 맞춤형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시장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면, 가격과 효용가치를 계속 오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 변화를 살펴보면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난다. 브랜드화의 진행은 기본적으로는 가성비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대형 유통구조를 구축하여 규모의 경제로 상품의 단가를 낮추는 것이 브랜드화의 첫째 목표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선호했던 이유도 초기에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브랜드화가 저렴한 가격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으면서 확장된 시기를 1기라고 볼 수 있다. 맥도날드, KFC,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업종이 도입되면서 제과, 외식 등으로 확산되던 1990년대 초에는 대부분의 기업 마케팅 방향이 ‘저렴한 가격’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던 우리나라의 문화와 맞아떨어졌고, 또 그런 매장들이 새로운 맛이나 밝고 가벼운 매장 분위기를 제공했기 때문에 오랜 기간(약 20여 년 정도라고 분석되고 있다) 시장 내 입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어느 순간 변화를 맞게 된다. 전체 브랜드나 매장의 콘셉트가 20년간 유지되다 보니 소비자들은 획일성에서 벗어나기 원했고, 더 이상 저렴한 가격은 무기가 되지 않았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브랜드들은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프리미엄’ 라인을 출시하여 고급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격을 좀 올리더라도 만족도를 높여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길 기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커피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가격보다는 만족이 중요하다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를 브랜드 2기라고 부를 수 있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치, 엔제리너스, 할리스, 카페베네 등 고가커피 브랜드가 급속도로 증가되던 2000년대 중후반을 이 시기로 볼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 넘어 개인 맞춤형 시대로

2014~2015년을 전후로 현재의 브랜드들은 또 한 번 변화를 맞이한다. 3기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시기는 브랜드의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를 수 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와 가심비를 중시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가 명확하게 구분됐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브랜드들은 비용을 최소화하여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박리다매식의 영업전략으로 발전했고, 가심비를 중시하는 브랜드들은 가격이 비싼 만큼 분위기와 서비스, 소비자의 경험에 집중한 영업전략을 구사했다. 즉 가격과 만족을 동시에 추구하기보다는 이제 한 가지 노선으로 확실하게 브랜드 성격을 규정하여 집중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 시기에는 토스트, 밥버거, 핫도그 관련 브랜드들과 빽다방, 쥬씨 같은 브랜드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가성비를 중시하는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서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과 향후 몇 년간 발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4기 브랜드들은 ‘빅데이터의 적재와 활용’이라는 기술적인 요인이 더해지면서 고객별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미 ‘개인주문’이라는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고객데이터가 쌓이면, 조만간 맞춤형 서비스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말 뜻은 이제 브랜드 전체적으로 가성비를 좇거나 가심비를 좇는 전략 대신,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고객 맞춤형으로 다른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규모의 획일성을 무기로 등장한 브랜드들이 이제는 소규모 개인성을 중시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훈 기자 주시태 나이스비즈맵 연구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8호 (2018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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