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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ICO 법제화 국회 논의 본격화-정무위·과방위원장 토론회 직접 열어 투자자보호·자금세탁방지가 쟁점
기사입력 2018.10.30 11: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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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는 블록체인의 핵심 엔진으로 꼽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의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선 불허돼 왔지만 최근 기류가 변화하고 있다. 정무위원회(정무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등 여야 중진의원도 한목소리로 암호화폐공개(ICO) 허용, 블록체인 산업 육성 등 의견을 피력했다.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상화폐 등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 규제로 꼽히는 ICO 법제화 논의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2일 국회에서는 관계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두 정무위원장과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공동 주최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회, 블록체인’ 토론회가 개최됐다. 법제화 과정의 핵심인 두 상임위원장이 공동으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는 점에서 투자업계에선 제도권 편입으로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환영사에서 민병두 위원장은 “스위스, 싱가포르 등은 ICO에 길을 열어주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고민할 시기가 됐다”며 “ICO는 새로운 흐름이다. 국가차원에서 ICO를 활성화하고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CO는 기업공개(IPO)처럼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을 배분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하지만 공개 주간사가 존재하지 않고 사업주체가 직접 판매한다는 점에서 IPO와 다르다.

2일 기준 ICO 시장은 약 2228억달러(약 249조2240억원) 수준이다. 장외에서 ICO를 준비하는 단계까지 합치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명확한 감독이 아직 없기 때문에 자금을 모집한 뒤 모습을 감추는 등의 사기 사례도 많은 게 현실이다. 국내선 현재 암묵적 금지 상태다. 정부가 가상화폐 가격 급등락이 사회문제화했던 지난해 9월 “모든 형태의 ICO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ICO 허용에 대해선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



▶진대제 협회장 자체 가이드라인 제안

기조연설에 나선 진대제 블록체인협회장은 “정보 부족으로 깜깜이 투자, 다단계 사기 등 음성화가 만연하다”면서 “정작 기술력을 갖춘 우수기업은 해외로 나가서 ICO를 진행해 국부가 유출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 장관은 해외 각국의 ICO 규제사례를 설명하며 “중국을 제외하고는 미국,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ICO는 조건부 허용이 일반적이다. 증권법 적용 등 각국이 자체 맞춤형 규제로 제도화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작용을 줄이고 세계 추세에 부합하기 위해선 서둘러 ‘한국형 ICO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 협회장은 “정부의 선별적 지원보다 시장을 통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선제적 법제화는 블록체인·디지털토큰 산업의 선도적 시장 지위와 발전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협회차원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독립기구인 사업성 심사기관은 ICO 심사에 필요한 주요 서류와 정보, 요건을 게시한다. 또 가상화폐 발행자는 자금사용 내역, 재무제표 등의 공시·감사 의무를 부과받는다. 자금세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자의 신원을 확인한 후 투자금을 모집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산업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식절차를 거친 경우 유사수신행위 등의 사후적 처벌로부터 보장받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진 협회장은 금융위원회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가이드라인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블록체인 관련안 5개가 있으나 모호할 뿐 아니라 실제 적용될 수 있는 시기도 멀다”면서 “입법에 소요되는 시간의 정책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 제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대해 현재 해외동향 파악 스터디에 들어갔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ICO에 대해) 어떻게 하고 있고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기존 정책의 변화로 이해해도 되나’라는 민 위원의 질의에는 “아직 그렇게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ICO에 대한 대책 촉구는 국감장에서도 이어졌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 10~12일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ICO 등 암호화폐와 관련 정부 입장을 물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10일 국감에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ICO와 관련해 정부 논의가 있느냐”고 묻자 “현재 금융당국이 (ICO와 관련해) 일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조사결과가 나온 후 다음달 중 정부 입장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지난해 9월 ICO를 전면 금지한 이후 첫 공식 입장을 발표하게 되는 셈이다. 국조실은 암호화폐 관련 정부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각 부처 간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블록체인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정책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유독 ICO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업계 간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얼마 전 국감에서 블록체인산업과 암호화폐를 분리시킬 수 없다고 지적한 데 대해 “가상통화 취급업자와 블록체인산업 발전이 동일시될 것은 아닌 점도 있다”고 ICO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고수했다. 최 위원장은 “ICO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과거 겪었던 피해는 명백하고 심각했다”며 “해외도 ICO에 대해 보수적이거나 금지 정책을 펴는 나라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유용성, 유망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며 균형 있게 보도록 노력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현재 블록체인업체를 대상으로 ICO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금융감독원도 아직 뚜렷한 방향성을 정하진 못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국감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와 일정한 규제를 만드는 방향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해외사례는 어떨까.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ICO는 세계적으로 법제화에 들어가는 추세다.

지난 7월 발표된 ‘크립토 파이낸스 콘퍼런스’ 보고서에 따르면 암호화폐공개(ICO·투자자 공모와 유사)에 호의적인 국가 1위는 미국, 2위가 스위스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가별 투자 규모를 기준으로 상위 100개 ICO 중 실제 진행된 프로젝트 수를 집계한 결과다. 미국은 총 30개, 스위스는 15개의 프로젝트가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신산업 정책을 빠르게 확립해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두 국가의 움직임은 향후 국내 입법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스위스는 주크시에 ‘크립토밸리’를 조성해 가장 먼저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이미 2014년 대표적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TGE(Token Generation Event·토큰생성이벤트)를 진행했고, 이후에도 다양한 토큰의 발행을 폭넓게 허용해 많은 경험을 축적한 국가이기도 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해외 사례 스터디 중”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부가 별도로 법규를 마련하지 않아도 국내에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첫째는 지자체 차원에서의 독자적 허용이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0일 매일경제와 디스트리트가 공동 개최한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은 암호화폐 투기를 막고 행정 편의는 달성했으나,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는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연상시킨다”며 규제 개혁 필요성을 지적했다.

원희룡 지사는 “모든 규제를 한 번에 푸는 것이 아닌, 단계적·점진적으로 블록체인 기업의 활동영역을 늘릴 계획이며, ICO에 대해 유형별로 세분화해 허용해 나갈 것”이라며 “기관투자가의 프라이빗 ICO 투자 허용 이후 프라이빗 ICO 및 제한적 유형의 퍼블릭 ICO 허용 순서가 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둘째는 법의 사각을 이용한 ICO다. 기존의 크라우드 펀드 관련 법규(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에 관한 법률)를 활용해 한 민간업체가 ICO를 중개하는 업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위원회도 “일단 절차상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만일 이런 일이 가능해 지면 향후 암호화폐 공개시장이 크라우드 펀드 관련 중개사 쪽으로 급격하게 쏠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주원 크라우디 대표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불특정다수에게 자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지난 2015년 8월에 법안이 통과됐다”며 “부수적 업무로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도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은 스타트업을 후원하면서 그 회사의 제품을 일정 보상으로 받는 개념이다. (실질적으로는 사이트에서 물건 구매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법적으로는 돈을 내는 행위는 ‘후원’의 개념이고 그에 따라 받는 물건은 ‘회사가 표시하는 감사의 뜻’ 정도다.) 쉽게 말해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새로 나왔다 하면, 일반인들이 거기에 후원을 하고, 그 고마움의 뜻으로 암호화폐를 받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크라우디의 생각이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100%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현행 법규와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다. 즉 이미 만들어 둔 법규에 의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사수신 행위를 하게 될 경우다.

즉 크라우드 펀딩 회사들이 ‘가치가 올라서 수익이 날 수 있다’는 허황된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한다거나, 다단계 판매를 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경우 엄연한 불법이다.

또한 청와대의 큰 기조가 ‘ICO = 유사수신행위’라는 억지스러운 시선이 있기 때문에 금융위 차원에서도 (떠밀려서) 이런 방식의 암호화폐 공개행위를 트집 잡을 가능성도 있다.


ICO란? 가상화폐 공개.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코인·토큰)를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토큰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이를 사고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투자금을 현금이 아니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로 받기 때문에 국경에 상관없이 전 세계 누구나 투자할 수 있다.

[오찬종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8호 (2018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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