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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꿀 혁신 vs 가장 우아한 사기 블록체인의 빛과 그림자
기사입력 2018.10.30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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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정보에 관한 혁신이었다면, 블록체인은 여기에 신뢰를 주는 것이다.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블록체인은 모든 것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

- 이토 조이치(Ito Joich, MIT미디어랩)



‘정보의 바다’라는 표현이 구닥다리로 느껴질 만큼 인류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물건을 구매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마음 한편에 미심쩍은 의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기사는 혹시 가짜 뉴스?’ ‘송금을 위해 신생 핀테크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할까?’ ‘이 사이트에 가입하면 혹시 내 개인정보가 도용되지 않을까?’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 돈 탭스콧은 블록체인이 이러한 신뢰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단언했다.

그는 저서를 통해 “온라인상에서는 서로가 누군지 정확히 알기 어려우며, 은행 또는 정부가 확인해 주지 않는 이상 서로를 믿고 돈을 거래할 수 없다”며 “블록체인을 통한다면 은행, 신용카드사, 페이팔을 거치지 않고서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안전하게 보내는 것이 가능해지며 이는 정보의 인터넷(Internet of Information)에서 가치의 인터넷(Internet of Value)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에 대한 엇갈린 전망

블록체인은 전 세계에 장부를 퍼트려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해짐으로써 인터넷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신뢰도를 보완해 준다. 기술의 핵심가치인 탈중앙화는 상상하는 것보다 세상의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암호화폐로 인해 확대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기술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지난해 암호화폐가 버블을 겪으며 가격이 폭락하자 ‘블록체인은 맞고 암호화폐는 틀리다’라는 이분법적 논리도 통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대중적인 서비스가 지체되자 ‘블록체인은 이상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하는 비관론자가 등장했다. 실제 아직까지 블록체인 플랫폼은 기술적인 문제로 범용적인 활용에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블록체인 산업은 양적·질적으로 확대되어 삶의 곳곳을 파고들고 있는 것도 분명한 팩트다. 블록체인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블록체인의 明

▶혁신은 계속된다

블록체인은 흔히 ‘제2의 인터넷혁명’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사회 전 분야의 근본적 재정립을 가져올 파괴적 혁신 기술로 불린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리고 시장이 커지고 있는 분야는 블록체인이다.

전 세계 기업들이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엔지니어(공학자) 수요와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돈과 인재가 모여들고 있는 블록체인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 도입돼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대중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가장 활발하게 블록체인이 도입되고 있는 분야는 바로 금융이다. 현재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은행을 통하지 않고 서울에서 아프리카 등 어느 국가로든 원하는 돈을 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데이비드 여맥 뉴욕대 교수는 “대부분의 은행은 10년 안에 없어질 것이다”라는 다소 급진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의 나스닥은 일찌감치 블록체인 기술을 거래 시스템에 적용시켰다. 2013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증권거래 방법을 개발했고, 2015년에는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나스닥의 자체적인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 린크(Nasdaq’s own Linq Blockchain ledger platform)를 세상에 내놨다. 그 결과 중개업체를 거쳐 이뤄지던 거래는 장부 반영에 2~3일이 걸렸지만 지금은 10분으로 단축됐다. 주식발행회사는 주주 현황과 투자 지분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유통체계 변화를 통해 저작권을 보호하고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직접적인 콘텐츠 보상체계와 신뢰도 높은 저작권 보호시스템이 마련될 경우 아티스트 혹은 크리에이터 중심의 콘텐츠 관리와 정산이 가능해질 수 있다. 아이템 거래와 보상체계가 중요한 게임업계는 설명이 필요 없는 분야로 이미 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늘 가품 위험에 시달리는 ‘직구족’들의 걱정도 블록체인을 통해 덜어줄 수 있다. 물류·유통 분야에 도입될 경우 실시간 물류 추적과 관리가 가능한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진다. 관세청은 현재 12시간이 소요되는 3300만 개에 이르는 수입물품신고 과정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구매자는 가품에 대한 의혹을 덜 수 있고 통관 관련 정보는 쇼핑몰, 특송업체 관세청에 공유되어 실시간 수입신고가 가능해지고 저가 신고는 불가능해져 정확한 세수확보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단 산업적인 측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공공분야와 정치영역에 있어서도 블록체인 기술은 상당한 가능성을 지닌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해킹이나 위·변조 우려로 도입이 어려웠던 온라인 공직선거에도 활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온라인 투표 정보를 체인에 기록하고 선거 후보자, 참관인 등 이해관계자가 직접 투개표 과정·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개발된다면 국회의원이 사라지고 온전히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의사결정을 하는 직접민주주의 구현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

블록체인의 暗

▶“가장 우아한 사기?”

‘블록체인은 완벽한가?’

적어도 현재까지 이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 힘들다. 1세대 암호화폐인 블록체인은 10분마다 거래의 유효성 검증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1만 개가 넘는 노드컴퓨터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확장은 속도 저하로 이어져 결제 승인에 하루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2세대 플랫폼 이더리움의 경우 급격한 ICO의 증가가 문제다. 마찬가지로 네트워크가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 대다수 암호화폐들은 ‘탈중앙화’를 기치로 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했음에도 이미 ‘중앙화’가 이뤄져 있다. 채굴자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마이닝 풀을 형성하고 세력을 만들고 있다. 태생적으로 플랫폼의 운영주체가 부재해 의사결정을 통한 생태계 업그레이드도 쉽지 않다. 3세대 플랫폼에는 이를 보완해 의사결정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지만 이러한 기능이 없는 경우 생태계 내부 의견 대립이 커져 분리되는 하드포크(Hard Fork)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문제들은 사실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보완되는 중이다. 다만 급격한 기술의 발전이 블록체인 생태계를 위협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기존 컴퓨터의 1억 배 성능을 자랑하는 양자컴퓨터가 발전할수록 블록체인 암호체계를 망가뜨릴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물론 엄청난 성능은 채굴에 있어서도 독점적 우위를 점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닥터둠 루비니



▶닥터 둠의 경고 “블록체인은 세계 최대의 사기”

블록체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루지만 비판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해 세간에 알려진 경제학자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가 대표적이다. 그는 기술적 한계가 아닌 블록체인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대표적인 인물이다. 최근 미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참석한 루비니는 암호화폐에 대해 “온갖 사기와 거품의 어머니”라고 폄하하는 동시에 “블록체인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과장된 쓸모없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루비니는 이날 공청회에서 “암호화폐가 가치저장의 수단이나 지급결제 수단, 가치척도 수단 등으로 쓰이기 어렵다며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암호화폐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을 보여주는 척도인 지니계수가 무려 0.86에 이르는 북한보다도 세계의 암호화자산은 더 소수에게 편중돼 있다”며 “비트코인의 지니계수는 0.88%에 이른다”고 꼬집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부의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고 계수 1.0은 상상만 가능한 완전 불평등 사회를 말한다.

블록체인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그는 “기술의 속도와 검증 가능성이 상호 상충(Trade-off)할 때 사용될 가치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실제 이런 기술이 시장성을 갖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지적했다. 또 “블록체인 투자 역시 그 기술적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지도 않은 채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산업 전체를 뒤바꿀 수 있다는 식의 제안으로 일관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100년: 21세기 전망(The Next 100 Years: A Forecast for the 21st Century)>의 저자로 잘 알려진 미래학자 조지 프리드먼 역시 블록체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미래 어느 시점이 되면 블록체인이 ‘한물간 기술’이 되고 말 것이라고 폄하했다.

지난 6월 미국 CNBC에 따르면 유럽계 투자은행인 UBS가 뉴욕에서 주최한 CIO 글로벌포럼에 참석한 프리드먼은 “어떤 암호화(Encry ption) 기술도 해킹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각국 정보당국들이 존재하는 한 블록체인도 그 암호화 기술이 해독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물론 블록체인은 유용하면서도 (현실로 실현되기에) 가시적인 기술이지만 머지않아 한물간 기술이 되고 말 것”이라고 점쳤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8호 (2018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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