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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가전쇼 IFA 2018 가보니-삼성·LG, ‘AI·프리미엄 가전’서 경쟁력 뽐내 삼성 8K QLED TV에 채택된 AI 화질 화제
기사입력 2018.10.01 17: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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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해상도 영상 알아서 고화질로 변환…삼성만 가진 반도체·가전 기술융합 성공사례

-“TV기술이 방송기술을 이끄는 혁신사례” 현장 평가…김현석 사장 “미래기술서 삼성 역할 중요”

-LG 조성진 부회장, 처음으로 IFA 개막식 기조연설…“AI 급격한 속도로 생활공간·시간 통합시켜”

-최근 스마트기기 판매 500만 대 돌파…LG만의 개방·접점 전략으로 생활혁명 주도

-SG로보틱스 등 LG 협업기업도 함께 무대…LG의 오픈이노베이션 의지 천명

-LG 부스에 가면 ‘재미’가 있다는 현장 평가… 클로이 수트봇 흥행 예고

-중국 가전 굴기 위력 확인… IFA 참가 10곳 중 4곳이 중국업체

-역대최대 전시부스 장악하며 유럽 프리미엄 시장 공략 의지

-中 부스는 일반관람객, 삼성·LG는 B2B고객으로 극명하게 갈려

-범용제품 앞세운 중국업체 참여 확대에 IFA 고민도 깊어져…삼성·LG 프리미엄 제품 의존도 확대



유럽 최대 가전쇼로 불리는 ‘국제가전전시회(IFA) 2018’이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독일 베를린에서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최근 가전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미래 모빌리티까지 다양한 분야를 흡수하고 있는 미국의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와 비교해 아직까지 ‘기본기’(가전)에 충실한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IFA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유럽이나 다른 글로벌 가전업체들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올해 행사에서 삼성과 LG가 유럽 소비자와 유통망, 거래처를 상대로 사활을 건 구애전략을 펼친 분야는 단연 ‘TV’였다. 양사의 대표 프리미엄 TV인 QLED(양자발광다이오드)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서 나란히 극강의 화질인 8K(해상도 7680×4320) TV를 전시한 것은 물론 각 제품에 ‘AI 화질칩’이라는 새로운 혁신의 가치를 불어넣었다.

이와 함께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덜한 유럽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에서 양사의 주력 제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양사 최고경영자(CEO)는 행사 내내 유럽의 잠재적 기업 간 거래(B2B) 고객사들과 접촉하며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였다. LG전자의 경우 처음으로 조성진 부회장이 AI를 주제로 개막식 첫 기조연설 무대에 서는 등 LG전자의 AI 가전이 품고 있는 비전을 설파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구글 등 AI 플랫폼 기업과 적극적인 개방·협력 전략을 구사하는 LG전자와 독립된 AI 플랫폼인 ‘빅스비’를 확보한 삼성전자 간 경쟁이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LG전자가 ‘IFA 2018’에서 세계 최초로 88인치 OLED TV를 공개하고 있다. 대형 OLED TV 패널은 오직 LG만 생산할 수 있는 독보적 기술영역이다. <사진제공=LG전자>

▶유럽 사로잡은 삼성의 AI 화질칩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전자는 현존하는 최고화질인 8K QLED TV 등 핵심 제품을 대거 공개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독보적 기술력을 보여줬다. 삼성전자 전시장이 있는 ‘시티큐브 베를린’ 2층에서도 단연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머문 곳은 ‘초대형·초고화질 스크린 시대’를 이끌어갈 8K QLED TV 부스였다. 삼성은 85형 제품을 공개하며 퀀텀닷 기술이 결합돼 만들어내는 최대 4000nit(니트) 밝기, 컬러볼륨 100%의 색재현력 등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8K TV는 기존 최고 해상도인 4K 초고화질 TV보다 4배 이상 선명도가 높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특히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으로 저해상도 영상을 8K 수준의 고화질로 변환해주는 ‘8K AI 업스케일링’ 기술을 적용했다. AI 업스케일링 기술은 영상 특성에 맞춰 음향을 자동으로 최적화해 주는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존 축적된 수백만 개 영상 자료를 학습한 AI 기술을 자체 개발한 신경망 반도체(NPU)에 이식해 구현해 냈다.

이를 통해 TV 스스로 밝기·블랙·번짐 등을 보정해 주는 최적의 필터를 찾아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변환해 주고, 각 장면을 화질 특징에 따라 분류해 원작자가 의도한 세밀한 차이를 살릴 수 있도록 영역별로 명암비·선명도 등도 실시간으로 조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컨대 삼성의 8K QLED TV 사용자는 고전영화의 저해상도 영상에 담긴 나뭇잎의 섬세한 선과 색상, 빛에 반사되는 파도의 미묘한 질감 등 각 대상의 특성을 고해상도로 즐기는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영상과 함께 음향에서도 AI 기반 최적화 기술이 더해졌다며 “모든 시청각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용자가 별도의 기능을 설정하지 않아도 스포츠 경기에서는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배경의 관중 소리를 높여 주거나 콘서트 장면 등 음악이 나오는 영상에서는 저역대 소리가 풍성해지는 방식이다.

지난해 출시한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의 고급 가치도 더해졌다. TV를 보지 않을 때 유명 예술작품을 보여주며 갤러리 효과를 내는 것이 이 제품의 특징이다. 이번 IFA에서는 영국을 대표하는 갤러리 ‘테이트’, 유명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와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삼성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마이크로 LED’를 적용한 ‘더 월(The Wall)’도 함께 공개하며 하반기 B2B 시장에서 돌풍을 예약했다. 삼성전자는 올초 유럽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ISE 2018’ 에서 관련 상업용 제품들을 대거 전시하며 유럽 고객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한 혁신 가전도 대거 쏟아져 나왔다. ‘패밀리 허브’ 냉장고의 경우 식품 주문에서 요리법 추천까지 체계적 식품관리는 물론 AKG 스피커를 적용해 주방에서 고품질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삼성의 AI 음성비서인 ‘빅스비’와 화자인식 기술이 결합돼 가족 구성원별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전 세계에서 매년 5억대 전자기기를 파는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며 ‘빅스비’가 세계적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7~8년 전만 해도 세상은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등 운영체제(OS) 얘기를 많이 했다”며 “놀랍게도 지금은 OS에 대한 얘기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 진보로 서로 다른 성격의 가전이나 전자기기가 대거 연결되면서 세상을 움직이는 중심 운영체제가 ‘보이스(음성)’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지난 수년간 세계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AI 음성비서 개발에만 몰두할 때 삼성이 IoT 기술로 기기 간 ‘연결성’을 높이는 인프라 구축에 노력한 점이 최근 세계적 AI 플랫폼 경쟁에서 가장 강력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IFA 2018 개막에 앞서 전 세계 미디어를 상대로 콘퍼런스를 열고 삼성의 AI·IoT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김 사장은 “삼성은 하드웨어적으로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스마트싱스’라는 에코시스템이 있고 이를 빅스비라는 음성인식 비서로 조정할 수 있다”며 “전 세계 65억명 인구 중 매년 5억 명이 구매하는 삼성의 이 방대한 인프라가 (다른 AI 플랫폼 기업과 협력에서) 협상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굳이 삼성 가전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하지 않고 독자 플랫폼 빅스비를 통해 구글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새로운 협력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만의 강력한 하드웨어 인프라스트럭처를 다른 기업들이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구글 등 다른 AI기업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빅스비로 이용하는 ‘신(新)협력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셈이다.



▶AI 가전 위용 뽐낸 LG전자…

▷“개방과 접점으로 생활혁명 이끈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면 크기를 조정할 수 있는 173인치 마이크로 LED, 완벽한 블랙을 표현하는 88인치 8K 해상도 올레드 TV 등을 공개하며 초대형 디스플레이시장 선두 플레이어로서 지위를 공고히 했다. 이와 함께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냉장고·TV 외에 로봇·스피커 제품군을 다양화해 “삼성전자보다 볼거리가 더 많았다”는 관람객의 평가를 얻기도 했다. LG전자가 IFA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173인치 마이크로 LED는 생생한 그래픽과 압도적 화면이 시선을 사로잡는 제품이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단위 초소형 LED 소자를 촘촘하게 배열해 화면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고 대형 제품을 만들기 용이하다.

LG전자는 이러한 마이크로 LED 장점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존에 홈시네마 개념으로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또한 초대형 사이즈인 88인치 8K 해상도(7680×4320) OLED TV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OLED시장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확인시켰다. LG전자 관계자는 “세계 8K TV시장은 올해 6만 대 수준으로 아직 태동기에 있지만 빠르게 성장해 2022년에는 53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태동하는 시장에서 기술을 선점해 고급 TV시장에서 확고히 자리 잡겠다”고 했다. 협력의 경계를 허무는 LG만의 AI 개방 전략을 강조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올해 58회째를 맞는 IFA에서 글로벌 가전업체 LG전자는 처음으로 대표이사가 직접 기조연설을 맡았다. 전 세계 IT 및 가전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곳에서 조 부회장이 택한 주제는 ‘AI’였다.

‘인공 지능으로 당신은 더 현명해지고, 삶은 자유로워집니다’라는 주제로 그는 LG전자 가전에 담긴 AI 기술의 가치와 방향성을 설파했다. 이어 “LG전자에 몸담은 42년간 세계 최고의 기계를 만드는 것이 사명이었다. 좋은 제품은 어머니와 아내, 가족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인공지능 서비스도 사람의 삶을 유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LG전자의 사명과 일맥상통하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자사 AI 기술력을 확인시키기 위해 별도 마련한 ‘LG 싱큐 존’에서 관람객들이 AI 기반 스마트홈 기기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조 부회장의 AI 비전은 LG전자 인공지능 탑재 전자기기 브랜드인 ‘씽큐’를 통해 이번 IFA에서 생생하게 구현됐다. 전용 ‘LG 씽큐 존’을 설치해 인공지능이 빚어낸 스마트홈을 소개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오븐이 퇴근시간에 맞춰 저녁 식사를 준비 모드로 알아서 전환하고, 냉장고는 이용자에게 재료를 찾아오도록 메시지를 보낸다. 세탁기는 의류 얼룩을 감지해 세탁 모드를 설정하고 세제량을 알아서 맞춘다. 거실, 주방, 세탁실 등 일상 모든 공간에서 음성과 터치로 기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조 부회장과 함께 무대에 선 박일평 사장(최고기술경영자·CTO)은 “인공지능은 사용자와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진화해야 한다”며 세계 각지의 대학, 연구센터, 스타트업과 밀착된 공동연구 계획을 강조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올 초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 연구조직 어드밴스드 AI를 신설하고 캐나다에 토론토 AI랩을 개소했다. 각지 학계 및 기관과 협업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다. 전시 흥행 측면에서도 LG전자는 하체를 지지해 무거운 짐을 힘들이지 않고 옮길 수 있는 ‘LG 클로이 수트봇’ 등 다양한 미래 라이프 제품으로 관객들의 발길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수트복은 사용자가 착용하는 웨어러블 형태로 이를 사용하면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더 큰 중량을 들 수 있다. 이 제품은 LG전자와 국내 로봇기술 기업 SG로보틱스 협업의 결과다. 이번 IFA 행사를 통해 LG전자 로봇 통합 브랜드 ‘LG 클로이’에서 안내·잔디깎이·청소 로봇 등 8종의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AI 생활가전 시대의 필수 기기 스피커도 제품군을 강화했다. LG전자는 가전을 제어하는 가전 제어 스피커 ‘씽큐 허브’, 탁월한 음질이 보장된 디스플레이형 스피커 ‘엑스붐 AI 씽큐’ 시리즈, 가정용 로봇 제품에 쓰일 ‘LG 클로이 홈’ 등 다양한 AI 스피커를 선보였다. 특히 엑스붐은 영국 명품 브랜드 머리디언 오디오 기술을 더해 최적의 사운드를 구현했다.

베를린 LG전자 전시장에 수백 명의 관람객이 몰려 LG의 혁신 가전들을 구경하고 있다. LG전자는 생활가전부터 로봇, 디스플레이 스피커 등 다양한 신제품들을 쏟아내며 “볼거리가 많은 전시장”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사진제공=LG전자>



▶섬뜩한 중국 가전굴기…

▷AI·TV·스마트폰 등 삼성·LG 추격

“참가기업의 3분의 1이 중국업체다. 경쟁 제품군에서도 삼성·LG의 고급 제품을 따라잡았다.” 올해 ‘IFA 2018’은 ‘중국판’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중국업체들의 참여가 많았다. 참가 규모 면에서 화웨이, 하이센스, TCL 등 중국 기업이 전체 참가사 1719곳 중 무려 665곳(38.6%)에 이르러 IFA 주요 전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LG가 주도하는 8K 초고화질 TV 제품부터 고급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사양의 제품을 내놓으며 양국 간 ‘가전 기술 격차’가 사라졌음을 분명하게 확인시켰다. 중국 가전굴기를 이끄는 화웨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게임폰 ‘아너 플레이’부터 세계 최초 7나노 공정 기반 새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린 980 칩셋에 이르기까지 ‘삼성 타도’를 외치는 혁신 제품을 대거 전시했다. 특히 아너 플레이는 스마트 S펜 기능과 함께 현존하는 최고사양의 게임폰이라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9을 겨냥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화웨이는 AI 기술을 통해 그래픽 데이터 처리 성능을 대폭 개선, 고품질 게임에 최적화한 제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글로벌 3~4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하이센스와 TCL의 경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양자발광다이오드(QLED) TV 제품에서 거침없는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하이센스는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 TV 양산과 더불어 삼성전자가 이끌고 있는 QLED TV도 동시에 만들어 양대 고급 TV시장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TCL은 특히 삼성전자보다 앞서서 완전한 자발광 방식의 QLED TV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현재의 QLED TV에 채택된 퀀텀닷 필름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한 퀀텀닷 입자로 발광물질을 대체하는 ‘100% QLED’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TCL은 한국 기업들이 아직 확보하지 못한 11세대급 초대형 패널 공장도 내년부터 본격 가동해 대형 TV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스카이워스도 전시관 한쪽 벽면에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에어컨과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을 연계해 통제할 수 있다는 모형도를 설치하고 직접 시연했다. 이 같은 전시 콘셉트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략 방향으로 제시한 ‘스마트홈’과 결이 같다.

IFA의 부속행사 성격으로 스타트업 기술 혁신의 장인 ‘IFA 넥스트’에서는 중국의 활약이 더욱 눈에 띄었다.

특히 누와(NUWA)·유비테크로보틱스 등의 로봇 개발업체들이 한꺼번에 부스를 차려놓고 춤추는 로봇과 안내로봇 등을 대거 선보인 전시관은 전 세계 수많은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로봇 역시 LG전자가 추진하는 사업 영역과 겹친다.

이와 관련해 IFA 측은 중국업체들의 전시 규모 확대가 마냥 반갑지 않은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업체들이 현장에서 공개되는 경쟁사들의 혁신 제품을 모방해 이듬해 유사 제품을 쏟아내는 탓에 IFA에서 다양한 신제품을 공개하는 사례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일반 가전은 물론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매년 9월 독일 IFA에서 공개해 왔다. 그러다가 이듬해부터 공개 전략을 바꿔 IFA 개최 한 달 전 미국 뉴욕에서 선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자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으로 방향을 틀어 세계적 관심도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까지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V30을 공개했던 LG전자마저 올해 IFA에서 아무런 신형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양사가 IFA 전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은 첫 행사로 기록된 것이다. 이 때문에 갈수록 독일 IFA에서 “볼 만한 제품이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IFA 주최 측인 ‘메세 베를린’ 내부에서도 갈수록 미국 CES보다 글로벌 위상이 떨어지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전시 부스가 확대되면서 지난 94년간 축적해 온 IFA의 프리미엄 가치가 크게 약화됐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14년부터 메인전시장이 아닌 독립된 형태로 새로 세워진 ‘시티큐브 베를린(CityCube Berilin)’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IFA의 각별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장 환경에서 보다 배려할 테니 IFA의 최대 전시고객인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가전 전시로 IFA의 대외적 인지도 유지에 기여해 달라는 바람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대형 메인건물 내 다른 경쟁기업 전시부스와 맞닿아 있는 ‘벼룩시장’식 구조에서 탈피해 완전히 분리된 독립 공간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삼성전자는 독립된 공간의 장점을 극대화해 B2B 관련 기업고객만을 위한 전시부스와 미팅 공간을 대거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다른 업체와 혼재된 구조에서는 번잡도와 소음 등으로 기업고객과 심도 있는 대화가 어렵다”며 “전시장으로 진입하는 접근성도 독립공간이 훨씬 뛰어나 B2B 영업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IFA가 프리미엄 가치 확보를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는 전시기업으로 통한다. 올해 LG전자는 본 전시장 이외에 야외 정원에 별도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전시관까지 만들었다. 유럽 명품 가구사 발쿠치네(Valcucine)·아클리니아(Arclinea) 등과 협업한 이 야외 시설은 본 전시장 내 밀레 등 유럽 가전들의 고급 전시 시설과 견주어 손색이 없을 만큼 초프리미엄 가치를 품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IFA 2018 개막 첫날 첫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AI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개방성(AI)·초대형(TV)·유럽(생활가전)’

유럽 최대 가전쇼 ‘IFA 2018’은 내년 글로벌 가전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경쟁을 필두로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대만·중국 대표주자들 간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 업체들이 독보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TV 부문에서 프리미엄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한 초대형(Mega size)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AI 가전 서비스의 확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글, 아마존 등 ICT 기업과 개방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더욱 가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중국업체들의 ‘가전 굴기’ 영향이 덜한 유럽 고급 붙박이 가전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삼성과 LG 간 양보 없는 마케팅 전쟁도 펼쳐진다.

이번 ‘IFA 2018’을 관통하는 가전업계 화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였다. 인공지능 기술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을 넘어 개인서비스 로봇, 웨어러블 의료기기 등 ICT 산업 전반에 걸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관건은 세계 가전 업체들이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보다 유용한 AI 기반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느냐 여부였다. IFA에 동시 출격한 LG전자 조성진 부회장과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AI 기술혁신 전략에서 일부 접근방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개방성’이라는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사실 삼성전자의 경우 그간 자사 AI 음성비서 플랫폼 ‘빅스비’의 세계적 확산을 위해 외부와 기술·서비스 공유보다는 빅스비 자체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김 사장은 이번 IFA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글 등 다른 경쟁기업과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매년 5억대의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역량을 앞세워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하지 않고도 빅스비를 통해 이들 업체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의 경우 조성진 부회장이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메시지는 “LG의 AI 기술은 모든 기업에 열려 있다. 함께 협력하자”는 것이었다.

LG가 만드는 TV와 생활가전에 구글, 아마존 등 경쟁력 있는 AI 플랫폼을 탑재하고 사용자가 이들 가전을 통해 식료품 주문 등 편의성을 즐길 수 있도록 협력의 문을 활짝 열어둘 것이라는 취지다. 그는 기조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LG전자만이 모든 생활가전에 와이파이를 탑재해 미래 생활가전 서비스 시장에서 막대한 데이터 가치를 갖고 있음을 각별히 강조했다. AI와 함께 IFA가 보여준 또 하나의 화두는 바로 ‘TV 대형화’였다. 이는 세계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삼성과 LG 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 가전업체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8K TV와 마이크로 LED 등에서 먼저 대형화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초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19’에서 100인치가 넘는 8K(해상도 7680×4320) QLED TV를 내놓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대형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AI 화질칩’에서 기술 혁신을 함께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AI 화질칩이 8K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 방송 콘텐츠도 초고화질로 끌어올리는 일종의 ‘마법’과 같다. 아울러 중국 가전업체들의 전방위 추격 속에서 삼성과 LG는 내년 생활가전 시장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통하는 ‘유럽’ 공략에 집중할 전망이다. 세계 빌트인 시장 규모는 약 460억달러로 이 중 유럽에서만 185억달러(40%, 21조원)어치가 팔려나가고 있다. 이 중 삼성과 LG가 10%대 시장점유율만 확보해도 매년 2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밀레 등 전통적인 현지 업체들의 지배력이 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장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IFA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프리미엄 가치와 인공지능이 적용된 스마트 가구를 연결시키는 전략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도 “빌트인 시장은 일반 생활가전 시장과 (마케팅 등에서)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굉장히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며 “내년 혁신적인 새 제품들로 유럽 빌트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가전업체 밀레(Miele)가 지난해 얼음 속 생선만 굽는 신개념 오븐에 이어 올해 ‘IFA 2018’에서도 고정관념을 시원스럽게 날려버리는 혁신 제품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밀레가 현장 전시부스에 관람객들의 발길을 대거 끌어낸 제품은 바로 ‘KM7000’ 인덕션(사진)이다. 이 제품은 인덕션 위 아무 곳에나 조리도구를 올려놓고 움직여도 인덕션이 변동된 조리도구 위치를 파악해 가열해 준다. 가로 90㎝ 인덕션 제품을 기준으로 사용자가 최대 6개의 냄비 또는 프라이팬을 자유자재로 옮겨가며 요리를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전시부스에서 여성 관람객이 8K QLED TV 앞에 바짝 다가서서 초고화질 영상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밀레가 현재 특허 출원 중인 ‘용기 인식(Pan recognition)’ 기술 덕분에 조리 용기 위치를 이동하더라도 기존에 가열되고 있던 온도 설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변경된 위치에서 편하게 요리를 마칠 수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일런트 무브(SilentMove)’ 기능을 통해 조리 중 냄비나 프라이팬을 들지 않고 그대로 끌어서 소음 없이 부드럽게 위치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마치 소비자들에게 “그간 인덕션 화구에 맞춰 조리하느라 힘드셨죠?”라고 위로를 해주는 느낌이다.

앞서 밀레는 지난해 ‘IFA 2017’에서 얼음은 녹지 않은 채 안에 냉동된 생선만 구워내는 신개념 오븐 ‘더 다이알로그’ 제품으로 관람객을 압도했다.

기본적으로 마이크로웨이브를 사용해 조리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더 다이알로그 오븐은 부위별 온도와 익힘 정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어느 부분에 어느 정도 세기로 쏠지를 결정한다. 그 결과 얼음은 놔둔 채 안에 있는 생선만 구워내는 것은 물론, 두툼한 고기처럼 균일하게 조리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겉과 속이 동일하게 최적의 상태로 익힐 수 있다.

밀레는 이를 “기계가 요리 재료와 ‘대화’하는 기술”이라 강조하며 제품명을 ‘더 다이알로그’로 명명한 것이다.
밀레 관계자는 “가전업체들이 다양한 혁신 경쟁을 벌이지만 밀레의 혁신은 소비자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편의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라며 “이는 밀레가 세계 가전업체들의 무한 경쟁 속에서도 120여 년 역사를 지속하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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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션 어느 위치서도 자유롭게 가열… 용기감지 특허기술 바탕

-지난해에는 얼음 안 생선만 굽는 오븐으로 흥행… 매년 소비자가 원하는 혁신 찾아내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을 찾아내 기술로 편의성을 높이는 게 진짜 혁신입니다.”

프리미엄 가전의 명가(名家)가 보여준 혁신의 질(質)은 확실히 달랐다.

[베를린=이재철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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