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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코드 맞추기인가, 비정상화의 정상화인가…금융당국, 삼성생명·삼성바이오로직스 잇단 옥죄기
기사입력 2018.05.29 14:08:24 | 최종수정 2018.05.29 14: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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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정부의 ‘삼성그룹 옥죄기’에 동참했다.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뒤질세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를 제기했다. 두 사안 모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금융당국은 “비정상의 정상화일 뿐”이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세간에서는 “금융당국이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고 수군대는 이유다.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팔아라

금융위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을 처음 문제 삼은 건 지난 4월 20일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삼성생명을 직접 겨냥한 발언을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헙업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방안을 만들어 가져오라는 뜻이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삼성생명과 주식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삼성생명이 수십조원어치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국회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토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보험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지분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1062만2814주로 삼성전자 지분의 약 8.23%다. 이를 40여 년 전 당시의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주당 5만3564원으로 총 5690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를 현재 시가로 계산하면 약 26조원에 달하게 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 다음이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관계사 주식을 ‘보험사 총자산의 3% 이내’로만 보유할 수 있다. 삼성생명의 총자산 규모는 약 220조원으로 3%는 약 6조6000억원 수준이다. 현 보험업법을 기준대로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삼성생명 총자산의 3%를 한참 밑돌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반면 보험업법 개정안을 적용해 삼성전자 주식을 시가로 평가할 경우 삼성생명 총 자산의 3%를 훌쩍 뛰어넘는다. 시가로 계산한 삼성전자 26조원 중 6조6000억원을 초과하는 주식 약 20조원어치를 내다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정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을 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주식은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투자자뿐 아니라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다수 펀드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자산가치산정액이 요동치고 그동안 삼성전자 지분에서 얻던 배당수익이 줄어들어 이익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감리결과 조치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융위 “청와대 지시는 아냐”

게다가 이 문제는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준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이 31.2%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삼성화재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로 짜여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면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그만큼 약화된다. 시민단체들은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의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입장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지지하지만 산업계와 금융권에서는 “대책없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낮출 경우 그 빈자리를 엘리엇 같은 해외투기자본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같은 여러 문제를 고려해 금융위는 그동안 이 사안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법률 개정의 문제인 만큼 정치권에서 해결할 문제지 금융당국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금융위는 왜 갑자기 입장을 바꿔 삼성생명을 압박하기 시작했을까. 금융위의 공식적인 입장은 ‘자산편중 리스크 관리’다. 금융위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좋은 지금은 괜찮지만 삼성전자 실적이 나빠지면 삼성전자 주식보유 자체가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삼성생명의 총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인데 삼성생명을 제외한 다른 생명보험사의 총자산 대비 주식 비중은 0.7%에 불과하며 이는 곧 삼성전자 주식 가격 변동에 따라 삼성생명이 받게 될 충격이 다른 보험사보다 20배 더 크다는 뜻이란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건전한 자산운용 및 재무건전성 강화, 계열사 부당 지원 방지 등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사들은 모두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데 보험사만 유독 취득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해주는 건 특혜이자 비정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시기가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사임한 지 사흘 만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셀프 지원금 문제에 대한 판단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자고 제안하며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며 금융개혁을 계속 밀어붙일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김 전 원장이 물러난 상황에서 금융개혁 동력을 살려나가기 위해선 금융위라도 나서서 금융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혀야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삼성전자 지분을 문제 삼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최 위원장은 “정부 출범 1년이 되는 시점이니 좀 더 속도내서 (금융개혁) 성과를 보여야 된다는 판단에서 말한 것이지 김 전 원장 사임과 관련 있거나 청와대와 소통을 한 적은 없다”고 직접 설명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 결과공개 논란

삼성생명과 관련한 논란은 이해당사자들이 미리 대비할 시간적 여유라도 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는 갑자기 터져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 및 감사인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 조치사전통지 사실을 외부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해당 회사의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이란 이유로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조치사전통지란 감리결과 위반사실이 발견됐을 경우 위반사실 및 예정된 조치 내용을 안내하는 절차다. 즉 조치사전통지서를 통보했다는 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회계감리 결과 위반사실이 발견됐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해 초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감리를 진행 중이란 건 공개된 사실”이라며 “그런 와중에 조치사전통지서를 통보했다는 건 금감원이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이라고 결론내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발표 다음날인 5월 2일부터 3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28%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격앙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감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자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김 부총리는 지난 5월 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시장 혼란을 부른 건 사실”이라며 “절차를 잘 마친 다음 공개됐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같은 날 “김동연 부총리의 발언에 동감한다. 앞으로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금감원의 조치사실 공개가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일각에서는 혼란이 발생할 것이란 사실을 잘 아는 금감원이 조치 사전통지 사실을 공개하는 강수를 둔 것 역시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개혁이 늦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채용비리에 휘말려 금감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진 가운데 ‘우리도 한 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용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에 착수한 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였다”며 “조치사실을 공개한 이유는 해당 사안이 크고 다수가 연관돼 있어 시장에 영향을 가장 덜 미칠 수 있고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영향 미쳤는지에 관심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은 2016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개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처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 평가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종속회사일 때는 장부가액으로 가치를 평가하지만 관계회사가 되면 시장가치로 평가하게 된다. 이런 기준 변경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평가가치는 2014년 3300억원에서 2015년 말 5조2726억원으로 올라갔다. 불과 1년 사이에 기업 가치가 16배나 뛴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평가가치 5조2726억원 가운데 당시 보유하고 있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1.2%에 해당하는 4조8086억원을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로 계산했다. 또 이미 반영돼 있는 장부금액을 제외한 4조5436억원을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의 평가이익으로 반영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행위가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갑자기 지분가치 평가 방식을 장부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변경한 것이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감리위원회에서 2015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 변경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이며 삼정회계법인 등 3개 회계법인에서 이미 적정 의견을 받은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제외시킨 이유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성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또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삼정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등 외부감사인을 포함한 다수의 회계법인 의견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의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에 대한 의혹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여당 의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기준을 변경한 이유가 이 부회장이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제일모직에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산정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도 서로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2015년 7월 국민연금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회계법인의 수치를 인용하며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에 찬성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꼽힌다. 만일 감리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인정되고 그 목적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파장이 커진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파기 환송’된다면 뇌물 공여 혐의를 다시금 따져볼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산정은 2015년 5월 완료됐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사 전환의 재무제표는 2016년 4월 1일에 공표됐다”며 “시기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는지 여부는 진행 중인 감리위원회의 심의와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판단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김동은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3호 (2018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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