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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념·가짜뉴스 도구로 변질된 포털과 SNS | 댓글族 3000명에 여론 흔들 “네이버 뉴스·댓글 장사 손봐야”
기사입력 2018.05.04 10: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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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정민(38) 씨는 주변에서 ‘카페인’ 중독자로 불린다. 카페인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위 3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24시간 떼어 놓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주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은 물론 업무 지시에 톡은 필수다. 수시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들락거리며 ‘좋아요’를 누르고 자신의 일상을 올린다. 댓글을 다는 일 역시 빼먹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 전 터진 페이스북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 이후로는 조심스럽다. 김씨는 “단순 정보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취향, 정치성향까지 유출되는 점은 찝찝한 게 사실이다. SNS 사용 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나와야 할 것”이라 토로했다.



# 지난 1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이버 댓글의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의 비판 댓글에 ‘공감’과 ‘비공감’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공개됐다. 자동 프로그램(매크로) 사용이 의심됐지만 자체적으로 확인이 어려웠던 네이버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온라인 공간에서 여당 지지자로 유명한 ‘드루킹’이 저지른 범행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일파만파다.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4500만 명이 넘는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이들 중 대다수는 다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서비스에도 가입돼 있다. 앞서 김정민 씨의 사례처럼 내가 가입한 수많은 SNS들과 이용하는 인터넷서비스들이 맞물리면서 내 정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용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정보가 이름, 전화번호, 주민번호 같은 단순 신상정보에 그쳤다면 지금은 개인 취향, 정치성향 등까지 파악돼 활용되는 실정이다.



▶당신이 남긴 SNS 흔적들이 바로 개인정보

이런 상황에서 8700만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가 선거전략에 악용된 사례는 충격적이다. 영국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데이터로 유권자 성향을 파악하고 그들을 겨냥한 정치광고 메시지를 유포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 8만5893명의 개인정보도 유출됐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생활 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플랫폼의 교묘한 구조와 개인의 무의식적 동의가 뒤섞이며 SNS에 담긴 개인정보 공개나 유출 위험은 갈수록 커졌다. 특히 다수 사용자를 거느린 SNS가 정치집단이나 특정한 목적을 가진 세력에 의해 악용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은 우려가 현실에서 고스란히 나타난 셈이다.

실제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SNS 온라인 활동 내역 분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정보까지 합칠 경우 100가지가 훨씬 넘는다. 가령 페북 게시글에 올린 의견, 선호 게시글(좋아요), 가까운 친구, 참석 모임, 동호회 등 공개 활동 정보만 있어도 빅데이터 기술로 개인의 음식·이성 취향은 물론 종교관, 정치관, 성격까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이용자의 페북 활동기간이 길수록 게시물이 많을수록, 보다 정교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위치 공개 기능을 켰다면 이용자 본인은 물론 이용자 지인들의 실시간 동선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휴대전화에서 가져온 연락처에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친구별 대화의 경우 내용은 물론 분 단위 시각까지 저장돼 있다. 보안 업계의 한 전문가는 “무심결에 올린 게시글을 모으고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2차 가공정보들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데이터 가공자가 SNS 이용자 자신보다 본인에 대한 더 많을 것을 파악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는 페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페북을 비롯한 인터넷 사업자들이 너무 무분별하게 이용자 정보를 수집·활용해 왔다고 경고한다. 구글, 네이버, 카카오톡 등 국내 이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들도 개인정보수집과 유출 가능성이라는 점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그동안 SNS 기업들이 이용자 데이터를 모으는 데 혈안이 된 이유는 데이터 자체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용자 분석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서비스나 특정 타깃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탓에 SNS 계정을 해킹당하거나 정보기관에 의해 정보가 빠져 나갈 경우 이용자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제3자에 의해 개인정보가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 이용자 스스로 자기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없는 여론도 만들어 내는 ‘실검과 댓글’

페이스북의 개인 이용자 정보 유출 파문이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네이버, 다음 등 주요 국내 포털들의 댓글과 실검 조작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1월 24일 포털인 네이버에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에서 ‘이데올로기’ 대결이 펼쳐졌다. 북한이 참가하기로 한 평창 동계올림픽을 두고 여당은 ‘평화올림픽’이라고 강조하고 보수야당은 ‘평양올림픽’이라고 비판한 것이 계기였다. 문재인 대통령 생일이었던 이날 여당 지지자는 오전 1시 19분 평화올림픽을 실검 1위로 끌어올렸다. 여당 지지층이 온라인에서 결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야당에 우호적인 사용자도 뭉치면서 평양올림픽은 오전 3시 24분 1위 자리를 빼앗았다. 실검 순위 싸움은 정현 선수의 호주오픈 8강 경기가 끝나는 오후까지 이어졌다.

‘실검’이 사회적 관심사의 변화 양상을 실시간으로 보여 준다는 데 의의가 있었지만, 특정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로 변해 버린 경우다. 이런 사례들은 특정 네티즌들이 의도적으로 실검을 바꿔 놓을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상에서 형성된 특정 여론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실검 순위를 흔들어 놓은 것이다. 의도적인 실검 올리기가 일종의 여론조작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검 상위권에 오르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사회 여론을 주도하며 정치적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언론의 실검 확대 재생산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검과 함께 국내 포털을 통한 주요 여론 조작 수단이 댓글이다.

댓글을 통해 기사 내용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댓글이 쏟아지면서 편향성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내 포털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네이버가 2000년대 중반부터 가장 많은 ‘공감’을 받는 댓글을 상단에 노출시키는 기능을 도입하면서 여론 조작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많은 추천을 받는 댓글만 주목받는 것을 막기 위해 네이버는 ‘비공감’ 기능과 댓글 정렬 형태도 다양하게 도입했지만 자신 또는 지지하는 정치 세력의 의사를 띄우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간 개발자가 만든 댓글 통계 시스템 ‘워드미터’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사용자 ‘aks5****’가 댓글 20개를 올려 받은 총 공감 수는 2만1306개이며 비공감 수는 9653개로 나타났다. 댓글은 대부분 정치 분야에 집중돼 있어 이 사용자의 공감·비공감 수는 여야 지지층 간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위드미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 16일까지 한 번이라도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단 계정은 170만 개인데, 이 중 댓글을 1000개 이상 단 계정은 3000개 정도였다. 국내 인터넷 사용인구(약 4500만명)의 0.006%가 전체 댓글 흐름을 주도하는 셈이다.

댓글과 실검에 대한 조작 프로그램 역시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의 주범인 김 모(필명 드루킹) 사건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네이버 댓글에 ‘작업’을 한 대표적인 사례다. 추천 수 올리는 프로그램부터 아예 인공지능이 적용돼 댓글 내용을 바꾸는 ‘댓글봇’까지 수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한때 네이버 기사 댓글은 여론의 한 종류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너무 혼탁해졌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일부 욕설과 가짜 뉴스 유포도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평가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외국계 기업들의 가짜뉴스 유포 행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구글, 유튜브에 정치인 검색을 입력하면 동영상이 수백 개 검색된다. 가짜뉴스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일정 조회 수를 넘기면 광고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게 하고, 국내 통신망은 사실상 공짜로 쓰는 유튜브의 사업 방식이 무차별적인 가짜뉴스 양산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튜브가 국내 최대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앱 분석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는 국내 이용자의 이용시간이 2년 새 3.3배 증가하며 주요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 사용자층은 10·20대다.

유튜브에 혼란을 부추기고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가짜뉴스가 버젓이 유통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제재할 법도 없다. 폭력을 조장하거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적발해도 콘텐츠 원천 삭제가 불가능하다. 박진호 숭실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의 사회적 파급력은 매우 크다. 여기서 유포되는 동영상은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국내 방송 사업자에 적용되는 엄격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책은 없나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포털과 SNS의 영향력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이를 활용한 정치적 선동 효과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SNS 이용자의 46.9%가 ‘SNS로 최신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41.4%가 ‘SNS 게시글에 본인의 의견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SNS 이용자의 절반가량이 지인들이 공유해 주는 게시물에 대한 강한 신뢰를 갖고 있으며, 또 10명 중 4명가량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 등을 댓글로 표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얘기다.

SNS에서는 ‘가짜뉴스’가 진짜보다 더 빨리 퍼져 나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MIT연구진이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00만 명이 트윗한 12만6000건의 뉴스를 분석한 결과 가짜뉴스는 진짜뉴스보다 리트윗 비율이 70%가량 많았다. 또 진짜뉴스는 1000명 이상의 트위터 가입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지만, 가짜뉴스 중 일부는 최소 1000명서 많게는 10만 명까지 리트윗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치관련 가짜 뉴스의 전파 속도는 다른 주제의 뉴스보다 3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한국 포털의 댓글과 실검 서비스가 정치적 이슈를 확산시키거나 개인의 정치적 편향성을 강화하는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셈이다.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3.7%가 ‘가짜 뉴스로 인한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밝혔고, 87.8%는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규제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은 올 초부터 가짜 뉴스 등을 조장하는 게시물을 방치하는 포털업체에 최고 5000만유로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관련 법에 따르면 뉴스 유통이 가능한 플랫폼 기업들은 6개월마다 가짜뉴스 내용, 처리 내역, 삭제 비율 등을 보고해야 하며 일반인이 가짜뉴스를 독일 법무부에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댓글과 실검문제와 관련해선 네이버와 다음 포털 기업들이 좀 더 전향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포털에 비해 구글은 초기 화면에 검색어만 입력할 수 있다. 구글의 뉴스 사이트(news.google.com)의 경우엔 실시간 화제 기사들의 제목만 나열된다. 실시간 검색어나 많이 본 기사의 순위 등은 나오지 않는다. 기사를 클릭하면 구글에 머물지 않고 해당 뉴스 사이트로 연결된다. 기사에 댓글을 달 수 있는지는 뉴스 사이트를 소유한 언론사의 권한이다. 중국 내 1위 포털인 바이두(baidu.com)와 러시아 최대 포털 사이트 얀덱스(yandex.ru),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운영하는 검색사이트 빙(bing.com)도 뉴스 댓글 시스템이 없다. 이들도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로 넘어가도록 했다.

중국 내에선 두 번째로 인기 포털인 큐큐(qq.com)도 댓글을 달 수 있다. 다만 댓글에 대해 ‘좋아요’란 반응만 보일 수 있다. ‘싫어요’는 선택지에 없다.

언론사도 나름의 댓글 정책이 있는데 대체적으로 댓글에 제한을 두는 쪽이 대세다. 실제 뉴욕타임스는 노출 기사의 10% 정도에 한해 댓글을 허용한다. 악의적이고 비방성 댓글이라고 판단되면 이를 삭제한다. 네이버 측은 그러나 최근 댓글 정책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 “개선 중”이라는 취지로 해명한다.

국내 포털들은 드루킹 논란에 ‘소셜 댓글’ 폐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포털 댓글 금지’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네이버 댓글 시스템이 합리적인 여론을 만들 수 있을지 비관적”이라 지적했다. 손영준 교수는 “댓글 유입으로 네이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명확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수준의 댓글이나 어뷰징(abusing·반복적인 댓글이나 클릭수를 조작하는 행위)에 대해선 명료한 서비스 정책을 통해 일정 수준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선 외부 모니터단을 통해 뉴스 배열과 댓글을 감시하도록 하는 입법안이 발의됐다.

한편 페이스북 사태로 인해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 정부는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외에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의료법, 주민등록법 등에 대한 손질을 준비 중이다.


잠깐용어 : 매크로 프로그램 클릭을 반복하도록 명령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면 단순 작업을 반복할 때가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야구장이나 극장표 예매를 할 때 이용되지만, 포털 유령아이디와 함께 판매돼 공감수 조작 등에 악용되기도 한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2호 (2018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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