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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스키타고, 수소자율車로 시내 주행…평창서 빛난 국내기업 ‘체험마케팅’
기사입력 2018.02.28 15: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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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엇. 조심해! 미끄러진다~!”

강원도 강릉 평창동계올림픽파크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 기자가 스켈레톤(썰매형 동계 스포츠) 모양 기기에 몸을 눕힌 뒤 가상현실(VR) 기기를 쓰자 실제 경기가 열리는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몸이 쭉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더니 슬라이딩 코스로 질주가 시작된다. 썰매를 움직이고 지탱하자 온몸에 미세한 진동이 생생히 전해진다. 아찔한 질주가 끝나고 VR 기기를 벗자 얼굴에 땀이 흥건하다. 몸은 어질어질하지만 기분만은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이 된 듯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은 4차 산업혁명 경쟁의 장이다. 삼성, 현대·기아차, KT 등 평창올림픽 공식 파트너사는 일제히 쇼케이스(홍보관)를 구축해 VR,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주 자사 기술 세계 알리기에 속도를 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은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개념이 등장한 후 처음 열리는 동계대회”라며 “기업들이 그동안 쌓였던 기술을 선보이며, 기술 올림픽 열풍에 불이 붙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원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관람객들이 KT 첨단 5세대 이동통신(5G) 단말기를 통해 크로스컨트리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즐기고 있다.

강릉 올림픽 파크에 있는 삼성전자 VR체험존



▶가상현실 체험 기술 인기

기업 올림픽 홍보관 핵심 키워드는 ‘체험’이다. 가상현실, 5G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생생한 경기 체험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장 이목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삼성전자. 삼성은 평창·강릉 올림픽파크와 선수촌·평창 메인프레스센터 등 9곳에 쇼케이스를 구축했다. 쇼케이스에는 모바일, VR, 사물인터넷(IoT) 등 삼성이 자랑하는 기술이 집약됐다.

스켈레톤, 스노보드, 알파인·크로스컨트리 스키 등 동계올림픽 주요 종목을 최첨단 가상현실로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곳에서는 짜릿한 질주를 하는 알파인 스키 선수가 됐다가 ‘설원 위 마라토너’ 크로스 컨트리 선수로 변신할 수도 있다. 혹한에 떨지 않고 얼마든지 스노보드를 만끽할 수도 있다.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부사장)은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기술이 집약된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를 통해 평창 올림픽 경험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KT도 앞선 기술력으로 스포츠 마케팅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 5G(5세대 이동통신) ICT존을 세워 VR 체험 메카를 구축한 것. 이곳에서는 종전 일방적인 TV중계에서 벗어나 자기가 관심 있는 선수를 지정해 원하는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옴니뷰)를 맛볼 수 있었다.

ICT존에 설치된 5G 태블릿PC에는 경기가 열리고 있는 크로스컨트리센터 전경이 비춰진다. 선수들 몸에 전용 센서가 부착돼 현재 어떤 선수가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기자가 한국 국가대표 김은호를 클릭하자 직접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 눈에 비춰진 설원이 펼쳐진다. 35도 가파른 눈길을 타고, 피니시 라인까지 시원하게 뻗은 내리막길을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마치 관람객이 김은호와 한 몸이 돼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경기복에 부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선수 위치, 기록이 5G 태블릿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주요 거점마다 17개 카메라가 설치돼 관심 있는 선수를 따라다니며 경기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경기장 전체가 가상현실(VR) 이미지로 구축돼 선수와 함께 직접 경기를 뛰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고용량 데이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5G 기술이 이 같은 체험을 가능하게 했다. 박인수 KT 올림픽추진단 서비스개발팀 박사는 “5G 네트워크는 종전 통신망(4세대 LTE) 대비 속도는 20배 빠르고 처리 용량은 100배 불어난 통신 고속도로”라며 “그동안 LTE망에서는 불가능했던 3D 데이터도 곧바로 전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IT 수요가 풍부한 서울 도심에도 첨단 체험센터를 세웠다. 광화문에 복합문화공간 ‘KT 라이브사이트’를 구축해 VR 시뮬레이터를 통해 직접 봅슬레이와 아이스하키를 체험해볼 수 있게 한 것.

김형준 KT 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장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KT가 준비한 첨단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5G 단말기를 통하면 경기 중인 선수와 함께 뛰는 3차원 경기 체험이 가능하다.



▶현대차 첫 시내 주행 수소자율車 공개

현대차는 세계 첫 자율주행 수소전기차(FCEV) 시내 주행을 평창에서 시도하며 올림픽 흥행 ‘측면 사격’에 나섰다. 일반인에 FCEV를 전격 공개하며 소비자 저변 확대를 노렸다. 기자가 직접 타본 자율주행차는 미래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핸들에 붙어 있는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자 차가 스스르 움직인다. 평창 대관령 119안전센터 앞을 출발해 알펜시아 리조트 인근 솔봉재 교차로까지 왕복 7㎞를 소리도 없이 달린다.

원형 교차로, 오르막 경사로, 터널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그냥 운전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액셀러레이터를 밟거나 핸들에 손을 대지 않아도 자율차는 알아서 속도를 내고, 다가오는 대형 화물차를 피하기도 하며 8분 만에 안전하게 코스를 완주했다.

차량에 설치된 라이더(Lidar·레이저를 이용한 거리측정 센서) 6대, 레이더 3대, 카메라 4대가 주변 200m를 촘촘히 살피며 자동으로 위험 요인을 피해 갔다. 이진우 현대차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상상이 현실이 될 자율주행 기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통신사와 연계한 5G 커넥티드 기술도 센서 기술 뒤 ‘숨은 공신’이다. 자율차가 정교하게 운행하려면 교통신호체계 정보를 지연 없이 받는 게 필수적이다. 달리는 차가 신호를 인식하는 속도가 1초라도 늦으면 그만큼 사고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KT는 올림픽 기간 평창에 5G 통신망을 시범 구축하며 커넥티드 환경을 구축했다. 5G망을 타고 들어오는 신호 정보는 거의 지연 없이 자율차로 전송되며 사거리에서 즉각적으로 빨간불을 인식하게 정차했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자율주행 ‘알짜 기업’ 오로라와 동맹을 맺고 실전 기술력을 가다듬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개발 속도라면 2021년이면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알리바바가 평창올림픽 기간 구축한 클라우드 컴퓨팅 홍보관.



▶中 알리바바도 기술 공세

평창올림픽을 통한 기업 ‘얼굴 알리기’는 국내 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공격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나선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아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손잡고 첨단 정보통신(IT) 영토 확장을 선언하며 비상한 주목을 끌었다.

10일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강릉 올림픽파크 알리바바 홍보관에서 기자와 만나 “오늘 평창에서 본 (알리바바의 올림픽 클라우딩 서비스) 기술 대부분은 2022년 베이징올림픽 때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알리바바 클라우드에 모인 정보를 통해 선수들은 더 최적화된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마윈 회장은 “예전에는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만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킬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컴퓨터 기술을 통해 누구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IOC와 장기 전략 파트너십을 맺고 오는 2028년까지 올림픽 공식 클라우드 서비스·전자상거래 서비스 파트너로 활동하기로 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평창을 기점으로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거쳐 2022년 자국에서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층 성숙한 클라우딩 서비스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클라우드는 대량의 데이터를 온라인 공간에 저장해 언제 어디서든 이에 접속할 수 있게 만든 차세대 컴퓨팅 기술이다. 이날 알리바바는 개별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 클라우드 서비스를 처음 공개했다.

컴퓨터가 개인 얼굴을 인식해 알아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스마트패스)이 대표적인 사례다. 홍보관에 입장할 때 얼굴 사진을 찍고 이름과 국적, 사용 언어를 입력하자 해당 정보가 알리바바 클라우드에 저장됐다. 전시장에서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됐다. 가상 탈의실에 들어서자 카메라가 얼굴을 확인한 뒤 몸을 3차원(3D) 모델링 방식으로 스캔한다. 이후 자기와 닮은 아바타가 생성되고 이 아바타에 다양한 옷을 입혀 본 뒤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를 수 있었다. 올림픽 전시실에서는 사전에 입력된 국적 정보 등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맞는 상품을 컴퓨터가 골라 줬다. 국적이 한국인이면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이라는 점에 착안해 1988년 서울올림픽 관련 기념품과 우표가 추천 상품으로 올라 왔다. 얼굴 인식 프로그램이 더 정교해지면 애플리케이션으로 표를 산 후 매표소에서 줄을 서지 않고 컴퓨터가 얼굴을 알아보고 바로 입장할 수 있는 시대도 다가올 전망이다. 크리스 텅 알리바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경기장에 설치된 클라우드 기반 생체 인식 기술을 사용하면 입장을 통제할 수 있다”며 “앞으로 대회 보안과 관중 관리 효율성도 대폭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윈 회장은 향후 클라우드 서비스가 스마트시티 구축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홍보관 내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살펴보자 버스, 자동차 등 교통 정보가 한곳에 모여 교통이 원활한 곳으로 차량을 유도했다. 응급 상황 시 신호체계를 바꿔 곧바로 환자를 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게 하는 기술도 시연됐다. 크리스 텅 CMO는 “스마트시티에서는 앰뷸런스가 예전 걸렸던 시간보다 50% 정도 빨리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윈 회장은 “이번 대회에 직원 200명을 보내 어떻게 올림픽이 운영되는지 배우고 있다”며 “도쿄올림픽에서 더 긴밀히 협력해 사업을 진척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라우드에 모인 정보를 대기업, 강대국, 거대 미디어 등 스포츠 정보가 많은 집단이 아닌 상대적으로 소외된 약소국, 중소기업, 소비자에게 개방해 이들의 혁신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알리바바는 이번 대회 캐치프라이즈로 ‘작은 것의 위대함’을 내걸었다.

현대차가 평창올림픽에서 일반에 공개한 수소전기자율자동차 넥쏘가 평창 시내를 자동으로 달리고 있다, 코카콜라가 강릉에 세운 거대한 콜라 자판기.



▶유통업계도 직접 체험 마케팅 후끈

유통업계도 분주하다. 직접 입고 먹고 마실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며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 관심이 큰 무대가 생겨 반갑다”며 “대대적인 체험 마케팅에 나서며 분위기 반전 카드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스포츠의류 부문 공식 파트너인 영원아웃도어 노스페이스는 강릉 올림픽파크에 ‘노스페이스 빌리지’를 열었다. 이곳에는 텐트존이 들어서 있어 사전 예약을 통해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스키·바이애슬론·봅슬레이 등 종목별 텐트에 들러 선수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숨은 재미다.
맥도날드는 햄버거, 감자튀김 모양을 딴 매장을 강릉 올림픽파크에 개설하고 이색 볼거리를 제공하며 ‘평창 한우 시그니처 버거’ 등 지역색이 뚜렷한 올림픽 메뉴를 내놨다. 코카콜라도 강릉, 평창에 높이 15m의 초대형 자판기를 세우며 이색 마케팅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강릉 빙상경기장 등 경기장 근처에서 공식 스토어를 운영하며 입소문으로 인기를 모았던 ‘평창 스니커즈’ 등을 판매하며 짭짤한 재미를 봤다.

[김정환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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