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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IBM 국내 상륙… 네이버·카카오·삼성 수성전 글로벌 vs 토종 AI 영토전쟁
기사입력 2017.11.02 10: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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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음성인식 인공지능(AI)의 한국 상륙이 본격화하고 있다. 음성인식 서비스인 만큼 유창한 한국어 구사 능력은 기본이다. 국내 서비스들과의 적극적인 연동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IBM ‘왓슨’이 한국어 버전을 정식 공개한 데 이어 구글 AI ‘구글 어시스턴트’도 한국어 학습을 마치고 국내 시연을 했다. 이들 외산 AI는 산업현장부터 개인비서까지 국내 시장을 두루 공략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빅스비, 네이버 클로바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국내 AI 시장의 판이 더욱 커질 예정이다.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서비스 출시



▶구글, 내 손안에 스마트폰 개인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는 내 손안의 스마트폰 개인비서다. 목소리를 통해 일정관리, 전화, 문자, 정보를 찾는 기능부터 항공권 영화 예약, 주변 음식점이나 지역정보를 찾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오케이 구글”이라는 명령어나 홈 버튼을 길게 누르면 소환된다. 현재는 LG전자 최신 스마트폰 ‘V30’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구글 측은 머지않아 V30 스마트폰 이외에도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 이용자 전체가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빅스비, 애플 시리가 경쟁자인 셈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S8 유저의 경우 빅스비와 구글 어시스턴트 두 명의 AI비서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있다.

9월 28일 구글은 강남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구글어시스턴트 시연회를 열었다. 이번 시연 현장에서 구글은 뛰어난 맥락 파악 능력을 차별화된 강점으로 어필했다. 가령 포항 스틸러스 경기 스케줄을 질문한 다음, “그 다음은?”이라고 물어도 당황하지 않는다. 앞서 진행된 대화 맥락에서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알아차리고 다음 경기 스케줄을 알려준다. 같은 질문에 네이버 클로바나 삼성전자 빅스비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장규혁 구글 테크니컬 프로그램 매니저 직접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에 도착 후의 일정을 중심으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시연했다. 비행기 예약부터 탑승 시간 알람, 날씨와 생활정보, 스케줄 확인, 스포츠와 뉴스 검색, 음식점 검색, 전화 걸기, 이메일 보내기, 웹검색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했다. 간단한 음성 번역도 번역기 앱 없이 바로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으로 음성과 문자로 변환됐다.

왓슨



▶산업현장에서 활약하는 IBM왓슨

구글이 개인 비서라면 IBM 왓슨은 산업 현장에서 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최근 롯데제과가 왓슨의 도움을 받아 선보인 ‘빼빼로 카카오닙스’와 ‘빼빼로 깔라만시 상큼요거트’ 등이 대표적 사례다. 왓슨이 8만여 개의 식품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약 1000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현재 소비자들이 좋아하거나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은 소재와 맛을 도출해 개발한 제품이다. 김연주 한국 IBM 전무는 “국내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누구나 왓슨이라는 똑똑한 사원을 채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왓슨은 최근 한국어 기능(API) 8종을 공개하며 포문을 열었다.

8종의 기능 중 대표적 기능은 ‘대화’ 기능이다. 자연어를 이해하고, 사용자와의 실제 대화처럼 처리·응답한다. 기업들은 이 기능에 회사 서비스 정보를 입혀 AI 상담원을 만들 수도 있다.

IBM 왓슨은 각 API별로 따로 따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전무는 API마다 필요한 한국어 텍스트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순서는 크게 3단계로 이뤄졌다. 첫 번째는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이다. 실생활 대화 데이터가 필요한데, 영어를 공부할 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 게시글들을 활용했다. 한국어 학습 때는 트위터를 활용할 수 없었다. 국내는 트위터 이용자 수 자체가 많지 않을 뿐더러, 은어나 비속어가 대부분이라 자료의 질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대신 국내 이용자들이 많은 다른 SNS 전체 공개 게시글이나 블로그 등 데이터를 활용했다. 김 전무는 가장 어려웠던 데이터 수집 분야로 개인 성향 분석 API를 꼽았다. 자기소개서 등 텍스트를 입력하면 50여 개 중 자신에게 맞는 성향을 분석해 주는 기능이다. 그는 “각 성향에 부합하는 텍스트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데 실제 모은 한국인들의 데이터는 몇 가지 성향으로 한정돼 있었다”면서 “한국어 텍스트 중 흔하지 않은 성향의 데이터를 모으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김 전무에 따르면 가장 많은 한국어 사용자들의 성향은 ‘사교적인’이었다. 가장 희귀했던 성향은 ‘호기심 많은’이었다. 여기에 더해 왓슨 한국 담당자들은 문학작품 등 공개된 한국어 대표 명문장을 취합해 왓슨의 학습자료로 활용했다.

이렇게 모아진 데이터를 미국 IBM 연구소로 옮겼다. 한국 IBM과 현지 개발자들이 기계학습을 통해 한국어 패치를 진행했다. 어느 정도 학습이 완료되고 한국 IBM과 국내 사업파트너인 SK주식회사 C&C 직원들이 테스트에 참여했다. 100명이 넘는 양사 직원들이 한국어를 더욱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도록 마무리 학습을 도왔다.

구글 어시스턴트 역시 기계학습 방식으로 한국어를 학습했다. 구슬 소속 한국인 전산언어학자들이 그 일을 맡았다. 한국어는 구글 AI의 아홉 번째 언어다. 최현정 구글 소속 기계언어전문학자는 “한국어 학습은 앞서 진행됐던 다른 언어보다 훨씬 더 학습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AI가 언어를 학습하기 위해선 문장을 가장 작은 의미 단위로 쪼개서 입력을 해줘야 하는데 한국어는 영미권 언어와 달리 띄어쓰기 단위와 의미 단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국어 학습 때는 데이터를 입력하는 데 별도 후처리 과정이 필요했다고 최 연구원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은’이라는 띄어쓰기 단위에 조사인 ‘은’은 제외시킨 뒤 입력하는 식이다. 최 연구원은 “한국어는 띄어쓰기 규정이 어려워 인터넷상에서 어법에 맞지 않는 글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데이터 취합에 여러움이 된 요인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한국어를 완전히 마스터하고 난 다음 국내 다양한 서비스들과 연결해 한국적인 서비스로 자리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구글은 한국 음악 서비스 3사인 멜론, 벅스뮤직, 지니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모두 연동시켰다. 이용자가 “아이유 노래를 틀어줘”라고 말하면 바로 최신 곡 ‘가을아침’이 재생된다. 정규혁 구글 기술 프로그램 매니저는 “3사 모두와 협의를 마친 뒤 개발했다”면서 “앞으로 이용자들 수요에 맞춰 국내 서비스들과 연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과의 연동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BM 왓슨의 다음 목표는 ‘지식 검색’이다. 김 전무는 “날씨 같은 단순한 지식이 아닌 의료·법률 등 전문적 내용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10여 종의 왓슨 API 중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8개를 골라 먼저 학습시켜 공개했다”면서 “조만간 지식검색을 필두로 나머지 API들도 한국어 교육을 완료하고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어시스턴트



▶삼성전자·카카오 연합

네이버 해외시장 공략

구글과 IBM에 맞서기 위해 국내 AI들도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는 기술 업그레이드와 서로 간 합종연횡을 통해 수성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월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17’에서 업그레이드된 빅스비 2.0을 발표했다.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8에서 처음 적용된 빅스비는 음성명령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 등 일부 애플리케이션을 제외하고는 외부 애플리케이션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빅스비 2.0은 삼성전자가 작년 10월 초 인수한 비브 랩스(Viv Labs)의 기술이 녹아들어 한층 더 강력해졌다. 비브 랩스는 애플 시리(Siri)의 핵심 개발자가 설립한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는 카카오와 연합군을 꾸렸다. 카카오와 삼성전자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카카오 미니(카카오의 스마트 스피커)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 카카오의 서비스와 음성 엔진, 대화 엔진(챗봇) 기술을 삼성전자 가전제품에서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름철 차 안에서 “30분 뒤에 도착하니 집 좀 시원하게 해줘”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나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에어컨이 미리 가동돼 이용자가 선호하는 온도와 습도를 맞춰준다. 또 냉장고 안 내용물을 확인해 음식 조리법을 추천하거나 부족한 식재료를 카카오톡 장보기로 주문할 수 있다. 스마트 가전 서비스는 ‘출근 준비’, ‘취침 준비’ 등 특정 상황에 대한 명령만으로 가전이 이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진화할 예정이다. 가전제품의 각종 소모품의 상태와 교체 주기를 이용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알려주거나 필요한 소모품을 직접 주문할 수 있게 만들 예정이다. 카카오와 삼성전자는 개별 기기 기능을 음성 명령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제어하는 것을 시작으로 생활환경과 이용 패턴 학습을 기반으로 종합적인 기기 제어를 구현하기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김병학 카카오 AI 부문 총괄부사장은 “삼성전자와 추가 제휴로 모바일, 가전(홈) 영역에서 카카오 아이를 많은 이용자가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했다”며 “삼성전자와 함께 생활의 혁신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에서 자사 AI 플랫폼 ‘클로바’를 처음 공개한 데 이어 5월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클로바 앱(응용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클로바의 장점은 한국어 최대 포털 서비스 네이버에 쌓여 있는 방대한 데이터다. 클로바를 이용하면 네이버 검색 기능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번역 서비스 파파고와도 연동할 수 있다. 네이버는 역으로 해외 시장까지 욕심을 낸다는 입장이다. 일본에선 시장 점유율 1위 메신저인 ‘라인’을 바탕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소니와 협력해 내년 클로바를 탑재한 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도요타자동차와 함께 클로바를 이용한 커넥티드카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 밖에 일본 최대 스마트 장난감 업체 다카라토미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오찬종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6호 (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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