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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IFA 2017에서 미리 가본 미래 AI로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가정 만든다
기사입력 2017.10.11 11: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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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말 잘 알아듣는 똑똑한 가전제품이 생활을 확 바꾼다.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7’은 AI로 인해 바뀌는 트렌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미래형 가전제품 콘셉트 중 하나로 소개됐던 음성인식 가전은 올해 실제 신제품 라인업 주력 기능에 대거 적용됐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부상한 아마존이 그 흐름을 주도했다. 아마존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전자제품 박람회(CES)에 이어 이번 IFA에서도 대형 연합군을 형성하며 대세를 입증했다. IFA무대에선 인공지능 발전으로 음성인식 오차율이 5% 이내로 떨어지면서, 사용자가 충분히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초 CES 운영회 측은 2017년 내 음성 인식 디지털 기기가 2배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IFA 현장에선 이 미래가 현실로 증명됐다.

올레드TV터널. ‘IFA 2017’에서 55형 곡면 올레드 사이니지 216장을 이어붙여 만든 올레드 터널을 설치했다. 자발광 올레드 화소 4억5000만 개로 우주의 신비로움, 심해의 아름다움 등을 보여주는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올레드 터널이 만드는 영상을 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AI플랫폼 탑재한

제품 앞다퉈 선보여

LG전자 등 33개 글로벌 기업이 아마존의 음성인식 인공지능(AI) 플랫폼 알렉사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였다. LG전자는 아마존 AI 스피커 에코를 통해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이 회사는 연내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탁기·냉장고·에어컨·건조기·공기청정기·로봇청소기·오븐 7개 생활가전에 알렉사 연동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독일 가전업체 보쉬와 지멘스는 알렉사를 기반으로 공동 개발한 ‘마이키’ 로봇과 연동되는 음성인식 주방 가전 라인업을 선보였다. 와이파이로 연결된 식기세척기와 오븐 등을 목소리로 제어할 수 있다. 냉장고 안에 어떤 재료가 있는지 알려주고, 부족한 게 있으면 온라인으로 주문까지 해준다.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오븐을 예열하거나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려 달라고 명령할 수도 있다.

아마존은 IFA에 직접 부스를 차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가장 마지막 전시관이자 스타트업들을 모아 놓은 ‘IFA 넥스트’ 구역에 마련한 부스에서 아마존은 알렉사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거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올 초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약 700개 업체가 알렉사와 연동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는데, IFA에서도 알렉사 연동 제품을 전시한 기업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며 “알렉사가 올해를 기점으로 AI 비서 시장 선두 자리를 확실히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도 IFA 무대 곳곳에서 영향력을 과시했다. 소니, LG전자 등 상당수 가전사가 알렉사와 더불어 구글도 탑재시키는 개방 전략을 썼다. 행사장 여러 곳에서 구글 AI를 부르는 명령어 “OK 구글”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일본 업체 소니와 파나소닉 등은 IFA를 무대로 AI 스피커를 선보이며 이 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두 회사 모두 구글 어시스턴트를 내장한 스피커 ‘LF-S50G’와 ‘GA10’을 각각 IFA에서 첫 공개했다. LG전자는 하반기 전략폰 V30에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서비스를 적용했으나, IFA 부스에서는 알렉사를 탑재한 아마존의 AI 스피커 에코로 올레드TV 등 각종 가전 제품을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레노버는 IFA에서 공개한 신형 태블릿 탭4 시리즈와 모토X 스마트폰에 아마존 알렉사, 노트북 요가920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코타나를 탑재했다.

음향기기 업체 하만은 상반기에 코타나를 탑재한 AI 스피커를 내놓은 데 이어 IFA에서는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스피커 2종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도 빅스비뿐 아니라 아마존 알렉사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연계하고,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 홈과는 로봇청소기를 연동해 미국에서 음성 제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8월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빅스비(삼성 AI)가 사용자 환경을 제공한다면 검색은 구글과 협력한다”며 “경쟁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협력해야 발전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독자 플랫폼 마련에도 공을 들였다. 행사장에 스마트홈 체험 공간을 만들고 자체 AI ‘빅스비’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연동한 빅스비를 통해 집 안 냉장고 내부를 확인하고 “빅스비 나 집에 간다”라고 말하면 집 안 모션 센서 제품들이 바로 작동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IFA에서 선보인 빅스비 연동 스마트홈 기술을 내년부터 상용화하겠다는 각오다.

(위)LG전자 홈 loT 존, (아래)삼성전자 스마트홈 체험관

▶터치를 이을 차세대 음성 인터페이스

기업들이 너도나도 음성인식에 열을 올리는 건 음성이 ‘터치’를 이을 차세대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터치로도 언제 어디서든 각종 사물 제어를 쉽게 할 수 있지만, 사실 응용 소프트웨어(앱)를 별도로 설치하고 기기를 제어할 때마다 앱을 켜야 하는 등 ‘작은 수고’가 필요하다.

이에 비하면 기기에 대고 바로 말만 하면 되는 음성인식은 훨씬 직관적이며 편리하다. 또 이용자들의 음성 데이터는 AI를 발전시키는 핵심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AI 스피커 시장은 현재 아마존 에코가 압도적인 1위(75~80% 추산)로, 알렉사가 매일 쌓는 음성 데이터의 양이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AI는 결국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쌓느냐가 관건이라 알렉사의 독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IT 업체들이 아마존 추격에 속도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플은 AI 스피커 ‘홈팟’을 12월 출시할 예정이고, 삼성전자도 AI 비서 ‘빅스비’를 넣은 하만 스피커를 내년 중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글로벌 IT 자문 기관인 가트너는 지난해 7억2000만달러(약 8140억원)를 기록했던 AI 스피커가 2021년에는 35억2000만달러(약 3조979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석을 진행한 베르너 괴르츠 가트너 연구원은 “3년 안에 100가구 중 3곳엔 거실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새로운 시장은 아마존 독주 체제로 굳어질까. 괴르츠 연구원은 “후발주자인 구글에도 무기가 있다”고 봤다.

알렉사는 아마존의 상거래 데이터베이스가 장점이지만, 일상생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구글은 막강한 검색엔진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어 상거래 이외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구글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은 1차적으로 명령에 따라 음악을 틀고 스마트 전등 역할을 한다. 검색엔진 구글과 연동해 다양한 정보검색 기능도 수행한다. 크롬캐스트와 연동해 TV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재생할 수도 있다. 최근엔 아마존에 맞서기 위해 상거래 시스템도 오픈했다. 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 인공지능 쇼핑비서 ‘샵봇’과 제휴했다.

괴르츠 연구원은 “아시아의 제조기업, 서비스기업들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아마존 쇼핑이 가능한 영어권 지역에 집중하고 있어 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최근 인공지능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괴르츠 연구원은 “특히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이 큰 라인을 보유한 네이버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IFA에는 전 세계 50개국, 1600여 개 기업과 관련 단체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뿐만 아니라 중소업체 모바일아일랜드, 엔유씨전자 등 39개 업체와 단체가 참가했다.

옌스 하이데거 IFA 사장은 “IFA는 참가 업체와 참관객 수가 가장 많은 가전 전시회로 2008년 이후 참가 업체 수가 3배 증가했다”며 “지난해 전시 기간에는 45억유로(약 6조200억원) 규모의 거래가 성사되는 등 성장과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오찬종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7주년 특집호·제85호 (2017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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