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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모더니즘 건축가 ‘장 누벨’ (12) 빛으로 건축된 바르셀로나의 심볼 ‘토레 아그바’
기사입력 2017.07.13 10:57:30 | 최종수정 2017.07.21 11: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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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등장한 모더니즘 건축(Modern Architecture)은 전 세계를 하나의 건축양식으로 변화시켰다. 1900년 초부터 1980~1990년대까지 지속되었는데 건축사조의 측면에서 보면 과거의 양식에 비해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하며 상당히 넓은 폭의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모더니즘의 기능주의와 합리주의를 추구하는 미학은 각 나라나 지역의 고유한 지역성을 사라지게 했다. 일체의 장식과 의미가 제거되면서 박스처럼 단순한 형태만 남아 건축의 감성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던 중 반(反)모더니즘 건축운동이 일어나 ‘모더니즘은 죽었다’라는 슬로건 아래 독단적 기능주의를 거부하고 원리적으로 일관된 특성을 보기 힘든 다원주의적 경향의 건축이 등장했다. 이 중 첨단기술과 예술성을 결합한 기계미학과 독특한 디자인을 추구하며 현대적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있다. 장 누벨의 건축은 명료하면서 독특하다. 그는 모더니즘의 이미지를 건축적으로 다양하게 실험하면서도 명료하게 절제된 형태를 조합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그러한 그의 다양한 건축적 실험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자하 하디드나 프랭크 게리 같은 건축가들처럼 단번에 그의 작품이라고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적인 특징은 없지만, 현대적인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각 작품마다 긴장감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명료하며 독특한 뛰어난 표현력을 발휘해 왔다. 모더니즘의 특징인 단순화된 기능적 심미주의를 초월해 개념화된 예술의 경지로 자신의 작품을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누벨

▶첨단기술과 예술의 결합… 절제된 건축미

어느 도시나 자신의 독특한 색깔이 있다. 도시의 모습은 여러 다양한 단면을 통해 나타나며 건축은 도시의 모습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중세와 현대의 건축이 병존하면서 미묘한 조화를 이뤄 중세적 분위기와 화려한 현대적 도시를 함께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바르셀로나의 거리 풍경 속에서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의 교차점에서 발현된 중세건축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곡선과 다양한 색채로 도시 풍경을 매혹적으로 만들고 있는 가우디의 건축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스페인의 세계적 화가인 고야,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를 만나게 되고, 20세기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피카소, 후안 미로, 그리고 콧수염을 기른 독특한 모습의 달리를 만날 수 있다. 중세문화와 현대문화는 마치 음악의 변주곡처럼 도심 속 도처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며 새롭게 서로 융화되고 조화를 이루며 이 도시를 색다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구도시와 신도시의 경계인 포블레노우(Poblenou) 지역에 모더니즘 건축의 고정된 틀을 거부하는 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의 이색적인 외관의 작품이 있다. 지나칠 정도로 단순 명료하며 하이테크(High-tech)한 건축물, 토레 아그바(Torre Agbar)다. 건물이 대체로 낮은 바르셀로나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파격적인 디자인과 높이로 도시 분위기에 강렬한 이미지와 화려한 칼라를 더해주고 있는 이 건물의 이름은 스페인의 상수도 기업인 소유주 아그바 그룹(Agbar Group)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아그바라는 이름은 AGUA(水) BARCELON 에서 따온 것으로 바르셀로나의 물을 관리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다국적 기업인 상수도 회사 아그바그룹의 소유인 장 누벨의 작품은 하이테크 건축으로 유명한 리차드 로저스나 노만 포스터처럼 복잡하고 육중한 골조미를 드러내는 건축과는 차별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그의 건축은 장식이나 유형을 거부하고 단순하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현대의 기술을 접목시켜 하이테크하면서도 절제된 건축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

몬세라트 산

▶빛으로 건축된 바르셀로나의 심볼

장 누벨은 언제나 같은 것을 반복하는 진부한 건축을 거부한다. 장 누벨은 뛰어난 건축 작품만큼이나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수많은 상과 함께 2008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하이테크 건축가라고도 불리고 있지만 늘 건축적인 사고의 전환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은 특정한 건축스타일로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만의 독특한 창의력과 절제미 섞인 건축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보여주는 건축 형태는 매우 단순하고 강렬하다. 그 단순한 형태로 인해 마치 직관에 의해 손쉽게 창조된 형태인 듯 보이나 사실은 건물의 기능과 상징성을 고려한 다양한 요구사항의 해결을 위해 분석과정을 거친 종합적인 노력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서 복잡한 건축적 요구들을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결론을 추출하여 그만의 독특한 기계미학과 현대적 이미지를 표출해 보여주는 것이다. 즉 건축적으로 필요한 요소와 그만의 철학, 첨단의 기술적인 면의 통합된 모습으로 모더니즘의 고정된 틀을 만들어 내지 않는 강렬한 형태를 보여준다. 바르셀로나의 토레 아그바에 대해 장 누벨 자신은 스페인의 카탈로니아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 중 하나에 의해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건물의 형태는 20 세기 스페인 최고의 건축가로 불리는 안토니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종탑과 카탈로니아의 상징인 바르셀로나 근교 몬세라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몬세라트(Montserrat)는 ‘톱니꼴의 산(serrated mountain)’이라는 이름처럼 첨봉이 연이어 있으며, 그 사이에 깊은 협곡들이 있다. 산타마리아 데몬세라트라는 베네딕트파 수도원과 나무로 만든 성모자상으로 유명한데, 바로 이 몬세라트 산맥의 독특한 봉우리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를 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아그바 그룹의 상징적 이미지를 반영하여 심해에서 뿜어 나오는 간헐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 지역적 특수성과 교감하면서 모더니즘의 고정된 건축의 틀에서 벗어나 가장 명료한 형태 속에 현대적 기술을 접목하여 그가 추구하는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에게 있어 건축은 ‘공간을 구성하는 기술’일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생산하는 작업’으로, 여기에서 이미지의 생산이란 그 지역의 특수성, 건물의 용도, 사용자의 특징 등을 절제된 독특한 건축미로 구현한다는 것이다. 건립 초기엔 그 형태의 독특함과 특성으로 인해 바르셀로나의 중세적인 도시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고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나칠 정도의 절제된 형태와 야경을 빛내는 조명으로 수많은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관광명소가 되면서 바르셀로나의 대표적 건물로 인정받게 되었다.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 바르셀로나 도심에서 탄알, 미사일, 남근에 비유되기도 하는 높이 144.4m, 지하 4층 지상 33층인 ‘토레 아그바’는 가장 높은 콜세로라 컨벤션타워와 두 번째로 높은 아트 호텔과 함께 이 지역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현대의 첨단 기술이 접목된 외벽의 LED조명으로 인해 바르셀로나의 야경을 더욱 매혹적인 모습으로 만들면서 새로운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아그바 타워의 외관을 보면 벽면을 온통 뒤덮어 표피를 이루는 유리 블라인드는 무슨 기능을 하는지, 그 표피 안쪽의 창문은 제 역할을 다하는지, 건물 내부는 이로 인해 어둡지는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건물의 구조는 철근 콘크리트로, 외관은 4500여 개의 창문과 창문 밖으로 건물의 표피를 이루며 외부를 감싸고 있는 유리 블라인드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건물의 독특한 외벽의 유리 블라인드는 단순히 건물을 감싸는 장식용 표피가 아니다. 외부의 유리 블라인드는 LED를 사용하여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4500개 이상의 발광 장치가 있으며 외부의 온도를 감지하는 열 감지 센서가 있다. 이 시스템은 정교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통해 160만 가지 색상을 만들 수 있으며, 밤이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관으로 인해 일명 카멜레온 빌딩으로 불리기도 한다. 열 감지 센서는 외기 온도를 감지한 후 블라인드를 조절하여 채광과 통풍을 적절하게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전력소모를 줄인다. 또한 외부 창문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발생되는 전기를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친환경 에너지 절감형 기술로 2011년 “에너지 효율 및 저탄소 배출” 관련 친환경 건축물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년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연말연시 이벤트 기간 동안 타워 외벽의 LED조명은 컴퓨터로 160만 가지의 색상을 제어하여 화려한 모습을 연출한다. 낮 동안 궁금증과 호기심에 쌓인 타워 외벽은 밤이면 LED 조명의 하나의 거대한 전광판으로 변신하여 바르셀로나의 야경을 더욱 매혹적으로 변화시킨다. 건물 외관의 LED 조명은 연주의 리듬을 타고 형형색색 변화하며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절제된 형태의 단순한 건물 형태가 밤이면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변화시켜 낮의 이미지와 대비되어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파리 아랍문화원

장 누벨은 빛을 이용하여 감동을 주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그는 1987년 완공된 프랑스 파리의 아랍 문화원(Institut du Monde Arabe)으로 유명해졌다. 건물의 외벽 창문을 이슬람 성전의 기하학적인 타일 문양과 닮은 조리개 형태로 만들어 카메라 렌즈처럼 자동으로 자연광을 조절하는 최첨단의 기술을 적용, 에너지 절약과 빛이 주는 감동을 보여주었다. 이런 빛을 이용하여 감동을 주는 그의 디자인은 바르셀로나의 ‘토레 아그바’에서 모습이 바뀌어 LED를 이용, 첨단 기술과 접목되어 인공의 빛을 만들어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외피의 카멜레온 같이 변하는 LED 조명은 마치 중세의 대성당 안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영롱한 빛과 같이, 최첨단 기술로 빛의 감동과 영감을 현대의 건축에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장 누벨의 아그바 타워는 건설사인 드라가도스에 의해 1999년 중반 공사가 시작되었고 6년이 걸려 2005년 6월 완공되었다.

건물의 규모는 지상 34층, 지하 4층으로 연면적 총 5만693㎥, 그중 약 3만㎥는 사무실, 3210㎥는 설비시설, 8132㎥는 강당, 9132㎥의 주차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건설비로 총 1억 3000만유로가 들었다고 한다. 평면의 형태는 서로 분리된 중심부와 외주부의 두 개의 타원형 콘크리트 타워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원통은 서로 중심이 다른데, 내부 콘크리트 원통은 평면형태가 계란 모양이고, 주로 엘리베이터와 계단 및 각종 설비시설로 사용되며 건물의 코어를 형성하고 있다. 외주부는 타원형 모양의 평면으로 사무실 등 큰 공간을 형성하며 2개의 중심을 갖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이 건물은 대립되는 2개 요소가 결합된 구조를 갖고 있다. 건물의 외피를 덮고 있는 120×30cm 의 유리 블라인드 판이 대형 차광막을 형성, 표피를 구성하여 콘크리트 구조체를 감싸고 있어 건물의 무겁고 육중한 모습을 가벼운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리 블라인드판 외피 안에 숨어있는 골조는 콘크리트로 그 면적은 1만6000㎥ 이며, 다양한 색상의 5만9619개 스트립 형태 알루미늄 판으로 표면이 덮여 있다. 표피인 유리 블라인드 패널은 주간에 각 계절의 시간대에 따라 빛을 조정할 수 있도록 반투명한 유리의 경사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내부의 다양한 알루미늄의 색조가 투과되면서 타워의 색상을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변화시키는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

장 누벨의 건축을 통해서 모더니즘과 그것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새로운 해석, 그리고 지역적 특수성에 대한 분석과 현대적 기술의 접목을 통해 보여주는 건축물의 뛰어난 상징성과 절제된 조형성이 어떤 사상보다 깊은 감동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종우 한미글로벌 부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2호 (2017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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