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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프 힘멜브라우와 BMW WELT 창조를 위한 형식 파괴 ‘해체주의 건축’
기사입력 2017.05.04 09: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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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건축의 단순함과 기능주의적인 경향을 비판하고, 건축에 다양성, 장식성, 상징성 등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이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해체주의 건축도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한 부류다. 해체주의 건축은 1988년 뉴욕 근대미술관(MOMA)에서 7팀의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전시회의 이름은 ‘구성적 해체주의 건축’이었으며, 전시회 이후에 이러한 경향의 건축을 ‘해체주의(Deconsructivism)’라 불렀다. 전시회에 출품한 7팀의 건축가 중 3명은 이후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해 해체주의 건축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프랭크 O. 게리(수상년도 1989년), 렘 콜하스(2000년)와 자하 하디드(2004년)가 그들이다. 쿠프 힘멜브라우, 피터 아이젠만, 다니엘 리베스킨드와 버나드 츄미 등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지 못한 4팀도 자신들만의 작품세계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BMW 본사와 박물관



▶기존 양식을 해체하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구성

‘해체주의’라는 이름은 프랑스 현대 철학가 자크 데리다의 철학 이론에서 나왔다, 데리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고착된 서양 사상의 형이상학과 구조주의를 로고스에 의지하면서도 비판·해체하려 하였고, 이런 태도를 ‘해체주의’라고 했다. 어떤 구성된 제도를 그 제도의 내부에서 흔들어 버리고 엇갈리게 하는 방법으로 제도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취하는 것을 철학적으로 ‘해체주의’라고 할 수 있다.즉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재건을 전제로 한 ‘해체’를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데리다의 해체주의 철학 이론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 ‘해체주의 건축’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MOMA의 전시회를 기획한 필립 존슨(Philip Johnson)도 전시회 카탈로그 서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해체주의 건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에 대한 해체주의적 현상과 그에 대한 해석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기존의 양식에서 형태와 이념 간의 결합을 해체하고, 해체된 형태를 새로운 디자인에 다시 인용하여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치는 경향의 건축물을 일반적으로 ‘해체주의 건축’이라고 부른다.

해체주의 건축의 대표 건축그룹 중 하나인 쿠프 힘멜브라우의 대표작 BMW WELT 건물을 통해 해체주의 건축이 어떤 방법을 통해 건축을 표현하는지 알 수 있다. 쿠프 힘멜브라우는 1968년 울프 디터 프릭스, 헬무트 스비친스키, 미하엘 홀처가 오스트리아 빈에 설립한 회사이다. 독일, 영국, 미국, 중국 등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건축, 도시계획, 디자인, 미술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회사이다. BMW WELT는 독일 뮌헨시 북측의 올림픽 공원 부지 내에 위치하고 있다. 건물 남측의 뮌헨 올림픽 공원에는 귄터 베니쉬와 프라이 오토의 막구조로 유명한 뮌헨 올림픽 경기장(1972년)이 있으며, 건물 동쪽에 우리에게 자동차 엔진의 4-실린더 모양을 닮은 건물로 유명한 BMW 본사(칼 슈반처·1972년)와 반구 모양의 BMW 박물관(칼 슈반처·1973년), BMW 자동차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BMW WELT가 세워진 부지는 뮌헨 최초의 비행장으로 20세기 초 BMW가 생산한 엔진을 단 비행기가 사용하던 역사성이 있는 장소이다. Welt라는 말은 영어로 World라는 뜻으로, 이 건물은 BMW의 새로운 자동차를 출고하는 장소이면서 BMW의 고객과 BMW WELT를 방문하는 관광객들과 소통하는 커뮤니티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BMW WELT는 2001년 275명의 건축가가 참여한 국제 현상공모에 쿠프 힘멜브라우가 1등으로 당선되어 진행된 프로젝트이다. 2003년에 착공하여 2007년에 준공한 건물로 대지면적 약 2만5000㎡에 연면적 약 7만3000㎡, 지하4층 지상4층 규모의 건물이다. 2008년에 영국 왕립 건축협회(RIBA)에서 주는 올해의 유럽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건물의 외관은 기존 본사의 형태에서 따온 소용돌이 치는 물살 같은 형태의 ‘더블 콘(Double Cone)’과 자연 채광과 자연 환기가 가능하고 유리와 금속으로 마감된 조각 같은 지붕의 ‘클라우드 루프(Cloud Roof)’라는 특징적인 디자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유기적 곡선을 가진 ‘더블 콘’과 ‘클라우드 루프’는 모더니즘 건축의 순수한 형태를 비판하고 기존의 양식과 형태를 해체하여 재결합하는 해체주의 건축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비정형의 곡선과 무채색의 외장재는 장중하면서 깊이 있는 형태와 색감으로 기존 BMW 건물과 닮은 듯하면서도 색다른 모습으로 건물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특히 유기적 곡선이면서도 그 디테일은 기하학적 형태를 띠는 외관은 부드러우면서도 딱딱한 이미지로 BMW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디자인의 모습을 닮아 있다.

건물의 내부는 크게 전시홀, 프리미어, 포럼, 타워, 더블 콘의 다섯 개의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미래의 BMW 고객이 되는 어린이들이 자동차의 제작 과정이나 원리 등을 쉽게 볼 수 있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주니어 캠퍼스’는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빌딩을 자처하는 BMW WELT의 대표적인 소통 공간이다.

더블 콘(Double Cone) 야경

▶BMW WELT의 특징적인 디자인 ‘더블 콘’

‘더블 콘’은 BMW WELT 외관의 가장 특징적인 디자인 요소이면서 연회, 갈라 리셉션, 콘서트와 전시 오프닝 등의 행사를 하는 다목적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21세기를 위한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빌딩을 대표하는 최초의 건물’이라는 홈페이지의 소개처럼 다섯 구역이 서로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건물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BMW 브랜드를 보고, 느끼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맛보며 BMW와 소통하는 커뮤니티의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BMW WELT는 일반적인 건물에서 볼 수 있는 수직으로 반듯한 벽, 그 위를 평평하게 덮는 지붕 등 건물이 가져야 할 기본적 조건을 모두 부정하고 조각 작품과 같은 모습으로 지어졌다. 이것은 ‘해체주의 건축’에서 일반적으로 보여지고 있는 기존의 관습을 해체하고 새롭게 구성하는 원칙을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BMW WELT가 단순히 특이하고 추상적인 형태가 주는 매력만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건물이 가져야 하는 기능적인 면도 이 건물은 충실하게 만족시키고 있다. 자동차를 전시하기 위한 넓은 홀을 기둥 없이 계획하여 전시 공간의 효율을 높이도록 건축 공간을 형성하고, 건물의 동선을 유선형이면서 비틀린 형태의 램프를 이용해 연결하는 것은 기능과 형태를 일치시키지 않는 해체주의 건축의 디자인 사례이다.

소용돌이 치는 ‘더블 콘’ 내부의 철골 구조물은 비정형인 더블 콘의 외부 유리와 금속 마감을 지지하는 구조이기도 하지만, 지붕인 ‘클라우드 루프’의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체의 형성 역시 해체주의 건축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특징이다.

BMW WELT는 독특한 디자인에 기능을 결합하여 로우-데크를 적용한 하이-테크 에너지 절약형 건물로 다른 해체주의 건물들과 차별화된다. 채광, 환기 및 냉난방의 기계 장치를 최소화하고 그 기능을 만족시키는 ‘로우-테크’는 전시 공간의 넓은 홀을 자연 채광과 인공 조명의 적절한 배치로 전시에 적합한 조도를 제공하고, 입면과 천장에 설치된 자동으로 조절되는 통기구를 통한 자연환기로 신선한 공기를 관람객에게 제공하여 항상 전시홀을 쾌적한 상태로 유지시켜 준다. 특히 전시홀과 오픈된 프리미어의 자동차 매연은 시간당 40대의 차량이 운행하는 것을 가정하여 반복된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치밀하게 계산되어 천장 시스템에 적절히 배치된 급기구와 배출구를 통해 해결하였다. 더블 콘은 높은 층고를 가진 공간으로 냉난방과 환기를 위해 외벽을 따라 바닥에 설치된 급기구를 통해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고 원뿔 상단에 배기구를 설치하여 환기가 되도록 하였다. 벽과 바닥에 설치된 급기구를 통해 냉난방이 되도록 하면서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외벽에 설치된 창문을 통해 신선한 공기를 유입하여 기계 장치에 의한 냉난방이 최소가 되도록 하였다.

‘클라우드 루프’는 전시홀 내부의 채광을 위한 천창 부분과 ‘더블 콘’의 소용돌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하루 약 80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부산 영화의 전당

▶부산영화의 전당과 해체주의 건축물들

해체주의 건축은 그 모습을 나타낸 이후에 형태의 독특함으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 받기 시작했다. 많은 건축가들이 해체주의 건축에 영향을 받아 유행처럼 비틀린 형태나 유선형의 곡선을 건물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지만, 단순히 시각적인 부분에만 국한되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에게 건물의 본질이나 내용을 무시하는 건축이라고 비판도 받고 있다. MOMA 전시회를 통해 해체주의 건축이라 용어를 탄생시킨 쿠프 힘멜브라우는 외관만 자극적인 건물이 아니라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해체주의 건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BMW WELT는 이러한 쿠프 힘멜브라우의 대표작이자 ‘해체된 형태를 새로운 디자인에 다시 인용하여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치는 경향’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해체주의 건축의 대표적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 영화의 전당은 부산 국제 영화제(BIFF)의 전용관으로 쿠프 힘멜브라우가 국제 지명 현상공모에서 당선된 프로젝트다. 공공장소와 문화, 엔터테인먼트, 기술 및 건축의 새로운 조화를 대표하는 프로젝트로 공연장, 영화관, 회의실, 사무실, 프로덕션 스튜디오 및 레스토랑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시네마운틴·비프힐·더블콘 3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름다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내·외부의 동선을 유기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야외 두레라움 광장을 덮는 지붕인 빅루프는 약 85m의 캔틸레버로 지어졌다.

대련 국제회의센터는 중국 대련시에 2012년도에 완공한 콘서트홀 및 컨벤션 센터 건물로 항구, 무역, 산업, 여행 도시라는 대련의 미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이다. 비정형 유선형의 외부 형태와 고기 비늘과 같은 금속 마감이 특징인 건물이다.


오스트리아 빈의 법률 사무소 옥상의 회의실을 증축한 리모델링은 해체주의를 잘 나타낸 건축물이다. 지난 1988년 MOMA 전시회에 이 작품을 전시하면서 쿠프 힘멜브라우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건물 옥상에 외계인이 설치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다.

[김도한 한미글로벌 부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0호 (2017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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