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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혁신 라운지 ⑩ 2021 혁신의 첫걸음 | 흐름에 강한 기업이 스마트 경쟁 승자
기사입력 2021.01.07 16: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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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Ctrl+Z (실행취소)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대유행 한가운데서 새해를 맞았다. 지난 12월 4일 트위터는 공식 계정을 통해 “2020년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이라는 질문을 올렸다. 이 질문에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자사의 서비스 특징이 드러나는 댓글들을 달았다. MS윈도우는 “삭제(Delete)”, 유튜브는 “구독취소(Unsubscribe)”, IBM은 긴 2진수 표기를 사용한 “Skip(건너뜀)” 등이다. 댓글 중 가장 많은 독자들의 호응과 리트윗을 얻은 댓글은 어도비의 “Ctrl+Z(실행취소)”였다.

거리두기, 차단, 금지, 재택근무, 취소 등 2020년은 부정적 단어들이 넘치는 한 해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다행히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이 속속 나오니 올 겨울이 마지막 고비일 듯하다. 한마디로 지우고 싶은 한 해였다. 하지만 결코 지워서는 안 될 한 해이기도 하다. 코로나 위기가 준 교훈을 새겨야 하고, 새로운 위기에 대비하며 이후에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일차적 변화는 비대면, 언택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일하는 방식이 변화다. 대부분의 기관과 기업이 재택근무, 원격근무를 시행했고, 많은 영역에서 효율과 성과의 저하 없이 비대면, 언택트 업무방식이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신기술개발, 신규수주 등 섬세한 이해와 협의가 필요한 영역에서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효율이 입증된 비대면으로 일하는 방식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산업구조의 전반적인 변화가 전망되기도 한다. 급격한 위기를 겪은 기업은 물론,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위기를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조치, 대응하며 위기 이후 본래 모습으로의 복원 또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회복탄력성’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업에서는 생산의 지속성을 위한 생산기지, 물류기지의 재구성, 생산방식의 변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관심 등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다양한 변화가 전개될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적인 전망이 ‘사람의 변화’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개인에게 강요된 변화는 엄청나다. 접촉제한, 소비제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 등 기존의 생활방식을 포기해야 했고, 새로운 생활방식을 강제 경험했다. ‘사람의 변화’에 관한 전망의 특징은 ‘변화한다’는 사실은 공통적이지만 변화의 방향과 내용에 관한 예측은 다양하다는 것이다. 고용체제의 변화 등 추가적인 사회체제의 변화를 새롭게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생활의 디지털화, 도시의 디지털화가 가속될 것이며, 개인과 사회의 균형 자체가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인간의 생활방식은 이제 변화의 초입에 들어선 것뿐이며, 얼마나 많은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예측이 어렵다는 의미다.

‘강한 공장’의 개념도 바뀌었다.

전자계산기를 생산하는 카시오 사업부문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생산체제의 전반적인 대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카시오는 지난 30년간 계산기를 생산·판매하면서 생산주문접수와 조달의 리드타임을 3개월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장에서의 판매가 폭락해 예상치 못한 큰 폭의 감축생산이 이루어지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많은 부품업체가 연계된 생산체제인 만큼 정작 실제적인 생산량 감소는 3개월 뒤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판매감소와 과잉생산에 따른 재고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더구나 지금의 감산체제에서 갑작스런 판매회복이 이루어질 경우에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시 3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카시오는 지난 30년간 운영해 오던 3개월의 생산리드타임을 폐기하고, 부품업체들과 함께 ‘생산리드타임 2개월’을 타깃으로 전반적인 체질개선을 추진 중이다.

‘강한 공장’의 개념이 바뀐 것이다. 단순히 좋은 품질과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던 기존의 생산방식에서 이제는 주문과 시장공급 전방에 걸친 ‘흐름관리’에 강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 제조 리드타임이 아니라 전사적인 ‘운영 리드타임’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강한 공장’의 조건이 된 것이다. 장인정신을 강조하며 ‘제조에 강한’ 공장을 추구하던 기존의 생산방식을 탈피할 수 있는 기회는 디지털에 있다.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의 접목 없이 ‘운영 리드타임’의 획기적 개선은 불가능하다. 디지털 기술과 경영의 접목은 생산, 물류, 영업, 운영 및 전략계획 수립 등 경영 전 영역에서 확대될 것이다. ▶2021 기업혁신의 방향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한 삶의 방식의 변화는 분명하고 더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도 확실하다. 변화된 사회에서도 여전히 차별적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기업의 숙명이다. 2021년은 새로운 혁신의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첫걸음을 내딛는 한 해다. ‘우선 멈춤’ 상태에서 내딛는 첫걸음은 향후 기업의 향방을 좌우한다. 위기 대응력의 강화, 회복탄력성 구축, 첨단기술을 활용한 운영 경쟁력의 강화를 위하여, 2021년 혁신의 첫걸음에는 다음 세 가지 사항이 필수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첫째, 흐름에 강한 기업을 지향해야 한다.

현장은 제조의 본질이고 경쟁력의 원천이다. 부품과 제품, 노동의 투입과 설비 그리고 정보가 흐르는 곳이다. 현장에서의 정보 흐름은 제품과 공정흐름의 역순이다. 정보의 흐름을 가시화하고 관리하면 물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최첨단 설비,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도 결국 성과는 현장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다. 현장의 흐름을 가시화하고, 그 흐름을 확대하여 시장의 수요, 조달, 생산, 재고, 출하로 연결되는 운영 리드타임이 드러나고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공장의 궁극적 목적도 결국 단절이 없는(Seamless) 기능 간의 연결이다. 흐름을 이해하고 관리하며 통제하는 역량이 새로운 ‘강한 공장’의 출발이다. 흐름에 강한 기업이 스마트 경쟁의 승자가 된다.

둘째로 데이터 기반의 혁신활동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는 가치를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데이터의 ‘양’이 성과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를 이해하고 만들어 내며 활용하는 혁신역량, 혁신활동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과도한 데이터는 그 자체가 낭비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분석, 가치 있는 데이터의 왜곡을 유발하는 개선의 장애요인이다. 필요한 데이터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활용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데이터의 가치다. 센서의 발전은 눈부시다. 장치 내부에 들어있는 슬러리 혼합물의 균일성을 측정하기 위해 전기 전도도를 사용할 수 있다. 더 이상 데이터가 없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없을 뿐이다. 새로운 데이터는 새로운 개선기회를 제공하고 차별적 경쟁력을 만들어 가는 새로운 기반이 된다. 특히, 현장의 소집단 개선활동이 데이터 기반의 활동으로 한 단계 성숙해야 한다. 물건이 흐르고 정보가 흐르는 현장 곳곳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분석하고 활용하는 혁신활동은 새로운 창조의 기회이며 막대한 파급효과를 발휘한다.

셋째로 인재육성체계가 재정비되어야 한다.

제조현장의 변화는 인재육성 속도보다 빠르다. 메카트로닉스, 로봇, 인공지능 등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이를 활용하여 업의 본질에 맞는 바람직한 성과를 창출해 내는 주체는 사람이다. 스마트 공장끼리의 경쟁력 격차는 구성원들에 의해 결정된다. 더구나 제조업 현장의 고령화는 시급히 극복되어야 할 과제다. 지금 인재육성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늦는다.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고 스마트 설비에 투자를 한다 해도 스마트 공장을 운영하는 디지털 인재의 육성 없이는 경쟁에 뒤처진다.


‘실행취소’하고 싶은 2020년은 세상을 많이도 바꾸고 있다. 기업의 관점에서는 제조경쟁력의 본질을 재정의해야 하는 큰 변혁의 시간을 겪어내고 있다. 신축년 새해. 2021년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혁신의 첫걸음이다.

[김기홍 가온파트너스 대표]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4호 (2021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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