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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법률이야기] 아픈 남편 장기간 간호한 부인, 상속 기여분 인정받을까?
기사입력 2020.08.03 14:37:12 | 최종수정 2020.08.04 11: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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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고, 핵가족화로 인한 노인 돌봄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의 경우 배우자나 자녀라고 하더라도 직접 돌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전문 시설이나 요양기관에 모시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배우자나 자녀 등 공동상속인들 중 한 사람이 장기간 병든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그 상속인에게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이 합당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으로 기여분을 판단할 것인가?

우리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위 쟁점에 관한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해당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대법원의 결론 및 그 근거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관계

피상속인(망인) A男은 1940년에 첫 번째 부인 B를 만나서 그 슬하에 자녀 9명을 두었는데, 1971년 초에 C女를 만나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시작하고 그 사이에 자녀 2명을 두었다. 그 후 B가 1984년 사망하자, A는 1987년에 C와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했다. 그 후 A는 2003년 3월경부터 2008년 3월경 사망할 때까지 여러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10여 회에 걸쳐 입원 치료도 받았는데, C는 그 대부분 기간 동안 A를 간호하였다. 한편 C는 A가 2008년 3월에 사망할 때까지 C 소유 주택에서 함께 살면서 C를 간호했는데, 그 기간 동안 별다른 직업 없이 A의 수입에 의존해서 살았고, A의 간호에 소요된 비용도 A의 수입이나 재산에서 충당했다. 관련 규정

위 사안에서 C가 피상속인 A에 대한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민법 제1008조의 2이다. 현행 민법상 기여분의 인정요건은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이다. 기여분이 인정되면 전체 상속재산에서 해당 상속인에게 먼저 기여분을 떼어 준 뒤, 나머지 재산을 공동상속인들이 나누게 된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그 배우자에게 민법 제1008조의 2에 따른 기여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와 그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민법 제1008조의 2의 해석상 가정법원은 배우자의 동거·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 여부와 더불어 동거·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가려서 기여분 인정 여부와 그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이 언급한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배우자에게 쉽사리 기여분을 인정하면 부부 사이의 상호부양의무를 정하고 있는 민법 규정과 부합하지 않게 됨. 우리 민법은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민법 제826조 제1항 본문)”고 규정하고 있고, 부부 사이의 상호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이고 부부 공동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1차 부양의무이다. 따라서 장기간 동거·간호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배우자에게만 기여분을 인정한다면 부부 사이의 상호부양의무를 정하고 있는 민법 규정과 부합하지 않게 된다.

두 번째, 배우자가 상당한 기간 투병 중인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그 사정만으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서 기여분을 인정하면 민법의 입법취지에 반해서 법정상속분을 변경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

민법은 배우자가 피상속인과 혼인이 유지되는 동안 동거·부양의무를 부담하는 사정을 참작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은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의 50%를 가산하도록 규정하였는데(제1009조 제2항), 이는 중요한 입법적 결단이다. 반면에, 기여분은 구체적 사건에서 인정되는 사정에 따라 법정상속분을 수정하는 제도이므로, 공동상속인 중 특정한 신분상의 지위를 가진 상속인의 특정한 행위에 대하여 기여분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면, 결국 해석에 의하여 법정상속분을 변경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민법의 입법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

세 번째, 배우자 보호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현행법상 무리한 해석임.

배우자가 상당한 기간 투병 중인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기여분을 인정해 줌으로써 배우자를 두텁게 보호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이렇게 해석할 경우 기여분 요건을 거의 묻지 않거나 아주 완화해서 해석함으로써 거의 모든 배우자에 대하여 기여분을 인정하자는 것이므로 현행법의 해석론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편 핵가족화로 자녀의 수가 감소하는 추세에 따라 배우자의 상속분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회적 변화까지 고려한다면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여분 인정 요건을 확립된 판례와 달리 완화하여 해석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은 적어진다.


대법원은 배우자의 장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무형의 기여행위를 기여분을 인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배우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나아가 해당 사례에서는 C가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통상의 부양을 넘어서는 수준의 간호를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고,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여, 처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법정상속분을 수정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여야 할 정도로 A를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A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C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대법원은 배우자가 아픈 피상속인과 장기간 동거하면서 간호했다는 사정만으로 쉽사리 기여분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

[박지현 김&장 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9호 (2020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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