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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칼럼] 미국 민주당 집권시절 주가 세 배 더 뛰었는데
기사입력 2019.01.29 14:30:37 | 최종수정 2019.01.31 14: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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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이 본격 성장한 1960년대 이래 미국 주가는 민주당 집권시절이 공화당보다 3배나 더 뛰었다. 다소 의외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대통령 취임일 대비 퇴임일 주가지수 등락률을 집권 정당별로 평균해보면 이런 통계가 나온다. 1961년 존 F 케네디부터 2017년 도널드 트럼프까지 모두 11명의 대통령이 취임했다. 민주당 소속이 5명, 공화당 소속이 6명이었다. 이 기간 다우존스30 주가지수 상승률은 민주당 대통령 시절이 평균 83.6%로 공화당 30.5%보다 3배 가까이 더 높았다.

원래 보수당은 성장을, 진보당은 분배를 앞세우는데 왜 주가는 통념과 다르게 움직였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꼽는다. 첫 번째는 부동산 버블이나 과도한 가계·기업부채 폭탄이 주로 보수당 정권 말에 많이 터졌다는 점이다. 영화에도 나오듯 술집 호스티스까지 은행에서 빚을 내 몇 채씩 집을 샀던 아들 부시 대통령시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대우그룹 등 기업부채가 극에 달해 결국 외환위기의 비운을 맞았던 김영삼 정부 말에 비슷한 길을 겪었다. 이런 대형버블이 터지면 대개 정권이 넘어가고 차기정권에선 ‘기저효과(Base effect)’까지 겹쳐 주가가 급등하기 쉽다.

두 번째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민 에너지 철강 군수 등 소위 굴뚝산업보다 민주당 지지를 등에 업은 실리콘밸리 신산업이 주가상승률면에서 단연 앞섰다는 점이다. IT·바이오·헬스케어에 이어 요즘 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빅데이터·인공지능·공유경제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보수당이 차세대 신산업 육성에 소극적이었다는 얘기는 과장일지 모른다. 하지만 산업의 진화과정에서 신·구세력이 충돌했을 때 아무래도 보수당은 갓 출범한 스타트업보다는 기득권에 힘을 실어준 게 사실이다. 실제 최근 45년간 중소형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 상승률은 민주당 대통령(3명) 시절이 평균 229%로 공화당 대통령(5명) 시절 38.7%보다 6배나 높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중소 IT 벤처기업을 중점 육성했던 노무현·김대중 정부 시절만 해도 코스닥지수가 임기 중 최저치 대비 많게는 각각 2.5배와 4배 수준까지 껑충 뛰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한때 최고 45%(2018년 1월 30일)까지 치솟았던 임기 중 코스닥지수 상승률이 올 1월 23일 현재 8.1%로 주저앉았다.

미·중 무역전쟁 등 외풍도 있었지만, 수소차 등 일부를 빼고는 증시에서 J노믹스 덕을 본 혁신산업이 그다지 많지 않은 탓이 클 것이다. ‘혁신성장’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단적인 예가 바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앱 서비스 잠정 중단이다. 지난 2015년 미국에서 우버가 ‘자가용 유상운송업(공유서비스)’을 시작했을 때도 택시운전사들의 반대로 사업을 잠시 멈춘 적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더 간편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원하자 주 정부들이 하나둘씩 보완책을 내놓는 조건으로 결국 우버를 허용했다. 매사추세츠주는 우버택시가 승객을 태울 때마다 일정금액을 대중교통 발전기금으로 내놓도록 했다. 플로리다주는 회사택시 운전자 서비스 교육이나 자동차 검사의무를 면제해주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핀란드 정부도 고심 끝에 지난해 일반택시 요금을 자율화하고, 택시회사의 차량대수 규제를 폐지하는 대안을 내놨다.

물론 전국 택시기사가 28만 명에 달하고, 과도한 사납금 등 산업구조가 유달리 후진적인 우리나라에선 단계적 도입이 더 합리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일부 군소야당이 발의한 법안처럼 출퇴근 때 비슷한 방향으로 하루 2회 자가용 동승영업(카풀)하는 것까지 원천봉쇄하겠다는 발상은 아무래도 지나친 듯싶다.

‘개인 정보 보호가 우선이냐, 맞춤형 소비자별 서비스 진작을 위한 빅데이터 산업육성이 먼저냐’ 같은 문제도 전 세계가 똑같이 안고 있는 고민들이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이런 갈등과 몸싸움을 경험한 뒤 좋은 절충안을 찾은 나라들이 있다면 그야말로 타산지석이다. 구한말처럼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규제혁파 신사유람단’을 세계 곳곳에 파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밥그릇이나 표부터 걱정하는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은 꼭 빼고 말이다.



[설진훈 매경LUXMEN 편집장]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1호 (2019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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