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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칼럼] 프랜차이즈 1+1
기사입력 2019.06.25 13: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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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1+1’

특정 프랜차이즈 업체는 물건을 사면 하나를 더 공짜로 끼워 준다는 얘기가 아니다. 창업자가 가맹점을 하나 내면 한 개를 더 차릴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뜻도 아니다. ‘베풀자’가 아니라 ‘규제를 더 죄자’는 취지의 조어이니 뉘앙스와 달리 마음이 무겁다.

벼랑 끝에 내몰린 600만 자영업자들의 무더기 폐업을 막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제도 가운데 하나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가맹본부를 차리려면 직영점을 ‘1개 이상, 1년 이상’ 경영해본 경험 등 자격조건을 갖추도록 하자는 게 요지다. 쉽게 말해 프랜차이즈 인·허가제를 도입하자는 얘기다. 우리나라에는 10년 전 도입된 등록제와 가맹본부가 예상 수익률, 폐업률 등을 의무 공개하도록 하는 정보공개서 정도의 느슨한 규제만 있다.

공론화가 덜 돼서 그렇지 프랜차이즈 허가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윤경 의원은 지난 2017년 ‘직영점을 2개 이상, 1년 이상 운영한 경험이 있는 본부만 가맹사업을 할 수 있다’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에서 진척이 없자 공정위는 이른바 ‘2+1’을 ‘1+1’으로 다소 완화한 절충안을 밀고 있다.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최근 이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여야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국 절충에 실패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허가제를 도입하면 신규창업을 제한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취지와 달리 영세 자영업자가 아니라 기존 사업자만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허가제 도입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공급과잉이 심각하다는 현실이 좀 더 엄중해 보인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6052개에 달한다. 인구가 훨씬 많은 미국(3000여 개) 일본(1339개)보다도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브랜드당 가맹점수는 50개 안팎으로 미국대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아예 직영점이 없는 브랜드도 커피 344개, 패스트푸드 80개, 제과 177개에 달했다. 반짝 유행만 쫓는 이른바 ‘미투(Me too)’ 프랜차이즈가 극성을 부리다 보니 조기 폐점하는 가맹점도 속출하고 있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민간식’ 치킨점은 지난해 신규 개점(6200곳)보다 폐점(8400곳)이 35%나 많았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문을 닫는 점포수가 더 많았다. 일시적인 불황 탓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2개 이상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해야 한다는 소위 ‘2+1’ 자격요건을 갖고 있다.

물론 프랜차이즈 본사의 진입장벽을 강화하는 것만으론 만성적인 자영업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이른바 ‘업태별 자영업 총량제’ 도입이다. 서울시라면 구(區)나 동(洞) 단위로 적정한 치킨집, 커피전문점, 편의점, 제과점 등 숫자를 상권이나 인구수에 비례해 산출하자는 얘기다. 호주에선 레스토랑 한 곳 허가를 내줄 때도 인근 점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세밀하게 조사한다.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더라도 동장이나 구청장이 적정한 자영업 점포수를 먼저 파악하고 있어야 신규 영업인가를 내줄지 말지 판단할 수 있지 않겠나.

두 번째는 신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상표 등록요건을 보다 까다롭게 하는 방식이다. ‘대만 카스텔라’처럼 반짝하다 시들해지는 브랜드가 냄비근성 한국에 유독 많다. 독창적인 노하우나 특허출원 등 창업에 성공할 요소를 갖추지 못하면 아예 프랜차이즈로 발을 뻗지 못하도록 막는 게 합당할지 모른다.

세 번째로 근본 치유책은 창업준비생 사전교육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등 폐업자수는 1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프랜차이즈 본사교육 1주일, 위생 교육 3일만 받고 뚝딱 점포를 차린 은퇴자 등이 상당수 여기에 속할 것이다. 공정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만 정보공개서의 어떤 항목을 유념해서 봐야할지 제대로 자문조차 받지 못한 창업준비생들이 수두룩하다. 최저임금 인상비 보상, 제로페이 등 기존 자영업자 지원예산의 20~30%만 예비창업자 교육에 투입해도 줄폐업 예방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설진훈 매경LUXMEN 편집인·편집장]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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