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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평론가 윤덕노의 음食經제] 마음에 점 찍듯 간단히 하는 식사 한·중·일 점심 메뉴 변천사
기사입력 2019.06.07 16: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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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답 같은 퀴즈 하나. 점심식사로 중국식 만두요리인 딤섬을 먹고 디저트로 일본식 분말녹차인 말차에 곁들여 양갱과 만주 등의 화과자를 먹었다. 낮에 먹은 식사와 음식, 그리고 디저트를 모두 나타낼 수 있는 단어를 두 글자로 무엇이라고 하면 좋을까? 정답은 ‘점심’이다. 점심으로 먹었으니 당연히 점심 아니냐 싶겠지만 그런 아재 개그가 아니라 중국 광동어인 만두 요리 ‘딤섬’을 우리말로 읽으면 ‘점심’이고 일본에서 차에 곁들여 먹는 음식 ‘덴싱’ 역시 우리말로는 점심이다. 바꿔 말해 한국에서 낮에 먹는 식사 점심과 중국의 만두요리 딤섬, 그리고 일본의 화과자인 텐신(てんしん)은 모두 우리말 발음으로 점심이고 뿌리도 같다.

무교동 골목의 점심시간. 매경DB



▶점심, 마음에 점을 찍다

한국에서는 간식이 아닌 낮에 제대로 차려 먹는 식사인 점심이 중국에서는 왜 만두요리가 됐고 일본에서는 차와 함께 먹는 간식이라는 뜻이 됐을까? 궁금증을 풀려면 먼저 단어의 뜻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점심이 무엇일까? 점심은 한자로 점찍을 점(點)자에 마음 심(心)자를 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이다. 낮에 먹는 음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만두를 먹는 가벼운 식사나 차와 곁들여 먹는 간식과도 전혀 연결고리가 없다. 그런데 왜 마음에 점을 찍는 게 식사와 만두와 다과가 됐을까? 한·중·일 삼국의 음식문화 발달사와 관련이 있다. 우선 한·중·일이 각각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점심이라는 용어에 대해 조선후기의 실학자 성호 이익이 정의를 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찬을 점심이라고 하는데 많이 먹으면 점심이 아니다. 점심이라는 것은 적게 먹는 것(小食)을 가리키는 말이니 오찬이라도 적게 먹으면 점심이라고 일러도 되는 것이다.”

그는 ‘점심은 허기지어 출출해지는 것을 조절하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배가 고파 출출해지는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가볍게 먹어 배고픈 마음이 사라지도록 만드는 것이 점심이다. 허기진 마음에 점을 찍는 것처럼 적은 양의 음식을 먹어 배고픈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점심이라는 풀이다.

점심의 역사는 사실 낮에 먹는 식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저 시장함을 달래기 위해 마음에 점을 찍듯 가볍게 먹는 간식이었을 뿐이다. 지금은 원칙적으로 하루 세끼 식사가 일반적이지만 역사적으로 빈부차이를 떠나 모든 사람들이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먹게 된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과 2~3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먼 옛날 소수의 상류층이 아닌 대부분 사람들이 하루 두 끼만 먹었던 시절에는 중간 중간에 시장기를 달래 줄 가벼운 요깃거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간식으로 먹게 된 것이 바로 점심이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점심을 먹기 시작했을까? 기록을 보면 대략 1200년 전 당나라 때부터다. 명나라 때 문헌인 <칠수유고>에 점심이라는 단어가 처음 보인다.

“당나라 정참이 강회유후로 있을 때 집안사람이 부인의 새벽밥을 준비하니, 부인은 그의 아우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너는 치장을 아직 마치지 못했고 나는 밥 먹을 시간이 아직 못 되었으니, 점심을 먹도록 하자.”

옛날 사람들은 <칠수유고>의 이 글을 인용해 당나라 때에 점심이란 말이 있었던 것으로 보는데 지금과는 달리 아침 식사 전 공복을 채우는 음식을 보고 점심이라고 했던 것이다. 이렇듯 허기진 마음을 채우며 간단하게 먹는 것이 점심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한자 문화권에서 지역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달라진 것은 물론 의미까지도 차이가 생겼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점심은 각각 어떻게 발전했을까?

시장기를 채워주는 가벼운 식사라는 뜻이었던 점심이 우리나라에서 낮에 제대로 먹는 식사를 나타내는 용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대략 조선시대 중후반부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후기인 18세기 중반, 숙종과 영조시대 인물인 성호 이익이 “우리나라에서는 오찬을 점심이라고 부른다”고 한 것을 보면 이전에 이미 점심이 낮에 먹는 식사라는 의미로 쓰였을 것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하루 두 끼를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하루 세 끼를 먹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지만 중후반까지만 해도 보통 두 번의 식사가 기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관리들은 도시락을 싸 갖고 출퇴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식사가 제공됐는데,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는 관에서 아침과 저녁으로 밥을 준다고 기록해 놓았다. 정조 때 실학자인 이덕무도 <청장관전서>에서 사람들은 하루에 아침과 저녁으로 다섯 홉의 곡식을 먹는다고 했으니 역시 하루 두 끼 식사가 일반적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조선 말기로 가면서는 하루 세 끼로 식사 횟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순조와 헌종 때 활동했던 실학자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쓴 점심 변증설에서 점심은 원래 조금 먹는 것을 뜻하는 말인데, 지금은 오후에 먹는 식사가 양이 많으니 점심이라고 할 수 없다고 적어 놓은 것으로 보면 이때에는 낮에 먹는 식사가 보편화된 것이 아닐까 싶다.

▶홍콩에서 시작된 중국의 점심 딤섬

이렇게 점심이 우리나라에서 낮에 먹는 중식으로 자리를 잡은 반면 중국에서는 지금의 딤섬 요리로 발전한다. 딤섬을 널리 퍼트린 것은 홍콩이다.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였던 홍콩에서 딤섬이 유행해 서양으로까지 퍼졌고 거리의 분식집은 물론이고 호텔에서도 먹는 고급 요리로 유명해졌다. 흔히 중국식 만두요리를 딤섬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간단하게 먹는 음식은 다 딤섬이다. 가장 많이 먹는 것이 만두 종류이기에 만두가 딤섬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참고로 딤섬 전문점의 만두를 간단하게 구분하면 일반적으로 작고 투명한 것은 교자만두인 자오(餃), 껍질이 두꺼운 것은 샤오룽바오 같은 포자만두인 바오(包), 만두의 윗부분이 봉해져 있지 않고 열려 있는 것을 사오마이와 같은 마이(賣)라고 한다. 그리고 소가 없는 찐빵 종류인 만터우(饅頭), 스프링롤인 춘권(春捲) 종류가 있다. 딤섬 중에서 대표적인 교자만두가 하가우(蝦餃)인데 광동 음식으로 새우를 넣어 찐 만두다. 만두피로 얇고 반투명한 전분을 쓰는 하가우는 빚을 때 12개 이상으로 주름을 잡아 머리빗 모양으로 빚는 것이 관건이다. 맛과 함께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것이 요리사의 능력이다. 널리 알려진 육즙이 가득 들어있는 샤오룽바오는 작은 찜통에 찐 만두라는 뜻이다. 19세기 중반 상하이의 한 만두집에서 개발했는데, 딤섬의 유행에 기여한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딤섬의 대표격인 사오마이는 끝 부분을 밀봉하지 않고 꽃모양으로 꾸민 만두다. 사오마이는 처음 원나라 때 찻집에서 발달했는데 만두를 찔 때 꼭대기를 밀봉하지 않은 이유는 손님에게 직접 만두소의 내용물을 눈으로 확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만두소의 종류가 너무 많아 돼지고기가 들었는지 양고기가 들었는지 구분하기 위해 서로 다양한 국적과 종교의 사람들이 교류했던 원나라에서 회교도가 돼지고기 만두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배려였다는 설도 있다. 중국에서 만터우라고 하는 만두는 고기나 야채와 같은 소를 넣지 않은 순수하게 발효된 밀가루를 찐 음식으로 우리가 먹는 꽃빵 역시 만터우의 한 종류다.

▶딤섬에 영향을 받은 일본의 화과자

마음에 점을 찍듯 가볍게 하는 식사인 점심이 일본에서는 차 다과로 발전하는데, 여기에도 배경이 있다. 중국 딤섬은 일본 화과자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12세기 무렵 일본 승려들이 대거 송나라로 유학을 갔다. 그리고 유학 갔던 승려들이 돌아오면서 이때부터 중국의 차 문화가 일본에 전해진다. 동시에 차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가벼운 간식인 중국 딤섬도 일본에 텐신(てんしん)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졌다.

이때 들어온 음식이 중국의 만두와 고깃국, 찹쌀떡 종류였는데 귀국 승려를 통해 사찰을 중심으로 전해졌을 뿐만 아니라 당시 일본은 육식을 금지했기 때문에 일본에 맞는 현지화가 필요했다.
때문에 중국식 고기만두 대신에 팥을 넣은 만주와 찐빵이 만들어졌고, 중국식 고깃국인 양갱(羊羹) 대신에 팥으로 만든 과자, 현재의 양갱이 생겼다. 중국의 딤섬이 일본에서는 엉뚱하게 화과자로 발전하게 된 배경이다.

이렇게 한국의 낮에 먹는 식사인 점심과 중국의 가벼운 식사 딤섬, 그리고 일본의 다과인 화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묘하게 뿌리가 맞닿아 있다.

[윤덕노 음식평론가]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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