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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칼럼]공짜복지의 그늘
기사입력 2019.02.26 09:53:56 | 최종수정 2019.03.12 15: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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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회사원 A씨는 지난 설연휴 때 부인과 함께 백령도로 1박 2일 쾌속선 관광을 다녀왔다 뜻밖의 횡재를 했다. 애초 하루 차이로 전단에서 빠졌던 ‘명절 공짜 여객선 운임’ 혜택을 받아 1인당 5만원씩 총 10만원을 환불받은 것이다. 원래 숙식을 포함한 패키지 여행상품 가격은 2인1실 기준으로 1인당 15만9000원. 이 가운데 31%를 차지하는 뱃삯을 되돌려 받았으니 그야말로 공돈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사석에서 이 얘기를 털어놓은 A씨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그는 “공짜복지 얘기를 신문에서 봤지만 이렇게 곳곳에서 세금이 줄줄 새고 있는 줄은 몰랐다”며 환불 영수증까지 보여줬다. “복지예산이라도 이왕이면 좀더 생산적인 곳에 쓰면 좋을텐데, 서민도 아닌 수십만원짜리 관광 상품을 깎아주는 데 뿌리는 게 맞느냐”는 게 요지였다.

필자가 인천시와 옹진군청에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외지 관광객에 대한 설·추석 명절 여객운임 100% 면제혜택은 지난해 설연휴 때 처음 생겼다고 한다. 명절 닷새 동안 서해 5도(연평·백령·대청도)와 덕적·자월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고향민뿐만 아니라 외지인에 대해서도 공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원래는 지역주민이나 옹진군 출신 군민들의 명절 귀향을 돕기 위해 만든 일종의 복지제도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관광 활성화`라는 명분 하에 상업적 목적으로 운행하는 민간 관광선에도 똑같이 공짜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물론 명절에는 2주 전부터 지역주민 우선 예약제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여행사들은 빈자리도 확정 안 된 한두 달 전부터 버젓이 할인전단을 수도권 등산로에까지 뿌렸다. 인천시가 올해 옹진군 일대 명절 운송지원비로 편성한 예산 9억7000만원 가운데 상당수가 민간 사업자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똑같이 도서지역이 많은 목포시에 물어보니 ‘명절 외지인 공짜 여객선’ 같은 제도는 처음 들어본다며 생뚱맞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명절 등 시점에 상관없이 율도 외달도 달리도 등 유인도(有人島)를 오가는 도서민에 한해 여객과 차량 운임비를 50% 할인해 줄 뿐이라는 것이다. 국비(운임의 20%) 지원으로는 모자라 나머지는 시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액수로만 따지면 공짜복지로 날린 돈은 서울시가 단연 으뜸일 것 같다. 서울시는 지난해 미세먼지 대책으로 ‘공짜 시내버스·지하철’ 카드를 내놓으며 단 사흘 동안 예산 150억원을 쏟아 부었다. 호된 여론의 질책 탓에 지금은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 공공기관 2부제 운행’ 정도만 남아있지만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중교통 무료제를 첫 시행한 지난해 1월 18일 출근시간(오전 9시) 기준으로 서울시내 주요 지점별 차량운행 대수는 전주 대비 2.36% 감소했을 뿐이다. 같은 시간 시내버스 이용객이 5.9%, 지하철 승객이 4.8% 각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자가용 감소폭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설사 홍보가 잘돼 비슷한 비율로 자가용 운행이 줄었다고 한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에 비해서는 새 발의 피가 아니었을까. 당연히 150억원을 인공강우 실험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짜복지는 얼마 안 가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시내 택시요금이 평균 18%나 대폭 인상된 데는 공짜 시내버스 운행 등으로 인한 택시업계 손실 탓도 크다고 한다. 요금이 뛴 만큼 승차거부 근절이나 서비스 향상이 뒤따라주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론 오히려 불쾌한 기억만 있다. “인상된 요금 비교표대로 택시미터기를 조작하는 방법을 잘 모르니 현금으로 줬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받은 것이다.

솔직히 이런 불편쯤은 애교 수준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검토를 언급한대로 부산 가덕도와 대구에 나란히 신공항이 새로 생긴다면 예산이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보다 몇 조원이나 더 들지 모른다. 여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십 조원 규모의 예산보따리를 싸들고 전국 17개 광역단체를 돌아다니며 숙원사업을 듣는 ‘예산투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얼마나 많은 공짜복지 폭탄들이 더 쏟아질지, 줄줄 새는 세금을 빨아먹으려는 흡혈귀들이 또 얼마나 설쳐댈지 불을 보듯 훤하다.



[설진훈 매경LUXMEN 편집장]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2호 (2019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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