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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의 명품 와인 이야기] 한국 편의점에서 3800만원에 판매… 세계에서 가장 귀하고 구하기 힘든 ‘로마네 콩티’
기사입력 2019.12.31 15:22:19 | 최종수정 2019.12.31 15: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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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점에서 예약 판매한 병당 3800만원짜리 와인이 최근 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도멘 드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 Conti)’를 줄여서 ‘DRC’ 라는 포도원에서 만드는 ‘로마네 콩티’라는 와인이다. 이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인 동시에 가장 구하기 어려운 와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수입되는 양은 매년 30병 내외로 한정되며, 로마네 콩티 1병과 DRC에서 생산한 다른 와인들이 포함된 약 5000여만원 상당의 12병짜리 세트를 구매해야 얻을 수 있다. 그나마 매년 긴 대기자 명단이 있어서, 신청하고 나서도 과거에 구매했던 고객이 포기해야 차례가 돌아올 정도다.

로마네 콩티라는 이름의 뒷부분은, 18세기 로마네 콩티 포도원을 소유했던 ‘루이-프랑수와 부르봉-콩티(Louis-Francois de Bourbon-Conti)’의 이름에서 기원한다. 이름에서 보여지듯 그는 부르봉 왕가의 일원으로 콩티 왕자(Prince Conti)로도 불렸다. 콩티 왕자는 젊은 시절에 프랑스 왕인 루이 15세를 도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등 유럽의 각 지역 전투에서 무공을 쌓아 한때 폴란드왕의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루이 15세의 정부인 퐁파두르 여사(Madame de Pompadour)와의 갈등으로 말년에는 루이 15세와 등을 진 비운의 왕족이다. 콩티 왕자와 퐁파두르 여사의 갈등은 로마네 콩티 포도원과도 연결된다. 일설에 의하면, 17세기부터 로마네 콩티를 소유해온 크로넴부르(Croonembourg) 가문이 이 포도원을 팔 때, 콩티 왕자뿐만 아니라 퐁파두르 여사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왕가의 연회에서 사용됐던, 이미 당시에도 최고의 와인이던 로마네 콩티에 사교계의 여왕인 퐁파두르 여사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이 포도원이 콩티 왕자에게 넘어가자 퐁파두르 여사는 콩티 왕자와 로마네 콩티 와인에 적개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파리 사교계에서 아직 최고급 와인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던, 보르도산 ‘샤토 라피트 로칠드’를 왕가의 연회에 사용하도록 루이 15세를 설득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늘날 명품 와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보르도의 5대 샤토 와인들은 이때부터 명성을 얻게 되었다. 콩티 왕자는 로마네 콩티에서 생산된 와인을 판매하지 않고, 모두 자신이 개인적으로 마시거나 혹은 연회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미식의 역사에서 가장 럭셔리한 소유주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콩티 왕자가 사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혁명에 의해 로마네 콩티 포도밭은 압수되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 경매에 부쳐지게 된다.

로마네 콩티 이름의 앞부분은 크로넴부르 가문이 생 비방(Saint Vivant) 수도원으로부터 포도원을 인수한 후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로마에 의한’이란 의미를 가진 ‘로마네’란 이름은 그보다 훨씬 더 깊은 역사를 갖고 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식민지에서 생산된 와인 때문에, 자국의 와인 산업이 무너질 것으로 염려했던 로마 제국은 본토 이외의 지역에서 와인이 생산되는 걸 엄격하게 통제했다.

아주 일부의 생산지와 포도밭만이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오늘날 로마네 콩티는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르 프로부스(Mar cus Aurelius Probu)에게 공물로 바쳐졌으며, 그로부터 인정되었다는 뜻의 로마네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로마네 콩티는 포도원 이름인 동시에 포도밭의 이름이기도 하다. DRC, 도멘 드라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 말로 ‘로마네 콩티 와인 회사’란 뜻으로, 포도원의 대표 포도밭 이름을 회사 이름으로 정했다. DRC는 로마네 콩티 외에도 ‘라타슈(La Tache)’ ‘로마네 생비방(Romanee Saint Vivant)’과 같은 유명한 포도밭의 전체 혹은 일부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로마네 콩티를 특별하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보다 와인과 그 와인을 만들어내는 핵심 원료인 포도의 품질이다. 포도나무는 덩굴 식물로, 역사가 깊은 고급 포도원일수록 오랫동안 한 포도밭에서 재생산된 이웃과 구별되는 특별한 포도나무를 갖고 있다. 로마네 콩티의 포도나무는 다른 포도나무보다 더 작은 크기의, 그리고 더 적은 수의 포도송이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보통 포도나무 1그루에서 1병의 와인이 생산되는데, 로마네 콩티의 경우 3그루의 포도나무에서 1병의 와인이 생산된다.

로마네 콩티의 품질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이웃의 다른 와인보다 10배 이상 차이나는 가격은 희소성과 오랜 명성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한정된 포도밭에서 재배되어 생산되는 수천 병의 생산량은 시간이 지나도 더 늘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와인의 세계화로 인해 美대륙과 아시아로 확장된 와인 시장의 수요는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중국의 소비자들이 보르도 명품 와인에 이어 부르고뉴 와인의 매력에 빠지게 되면서, 로마네 콩티의 경매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로마네 콩티의 명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워낙 고가에 희소한 와인이다보니, 와인 전문가 중에서도 로마네 콩티를 마셔본 사람은 극히 드물 수밖에 없다. 로마네 콩티 와인에 대한 평가 역시 와인을 마셔본 소수의 사람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어떤 평론가가 로마네 콩티에 대해 좋지 않은 비판적인 평가를 한다면 오히려 그 평론가의 명성을 해칠 뿐이다.

최근 아시아의 새로운 와인 애호가들은 유럽의 전통적인 애호가들이 경악할 만한 방법으로 와인을 즐기기도 한다. 가령 어떤 곳에서는 고급 와인에 차나 콜라를 섞어 마신다거나, 혹은 ‘원샷’으로 값비싼 와인을 소비하는 일이다. 이보다는 훨씬 더 고상한 방법이지만, 여전히 요리의 한 부분으로 와인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낯선 방법 중 하나는 와인을 일종의 맛대맛 대결로 즐기는 것이다. 2명 혹은 여러 명으로 구성된 와인 동호회 회원들이 각자 좋은 와인을 한 병씩 가져오고, 그 와인들의 이름을 가린 뒤 어떤 와인이 가장 맛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최근에 이 대결에서 로마네 콩티보다 더 맛있는 와인들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여기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은 바로 ‘콩트 리제-벨에어(Comte Liger-Belair)’에서 만드는 ‘라 로마네(La Romanee)’라는 와인이다. 포도밭 이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로마네 콩티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포도밭이지만 포도밭 주인이 자기 이름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지 겨우 20년도 안된 어린 와인이다. 물론 와인 시음의 환경에 따라 와인의 맛이 크게 변하기도 하고, 몇 번의 시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이 와인이 당장 세계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최고의 와인으로 평가되던 로마네 콩티가 새로운 도전자를 만났다는 건 와인 애호가들에게 즐거움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와인의 맛은 변하고, 명성이 있는 포도원들은 그 취향에 맞춰 조금씩 변화하거나 혹은 오히려 유행을 지배하면서 그 명성을 유지한다. 과연 10년 후 혹은 20년 후에도 여전히 로마네 콩티가 최고 와인의 위치에 있을 것인가? 적어도 10년 전에는 아무도 그런 상상을 하기 어려웠겠으나 지금은 상상을 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우리와 같은 아시아의 애호가들이 만든 유행의 변화 때문이다.

[이민우 와인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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