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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칼럼] 신종 코리안 리스크
기사입력 2018.11.28 11:53:59 | 최종수정 2018.11.29 09: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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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리스크(Korean Risk).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꼬리표 때문에 주식 채권이 유독 제값을 받지 못하는 핸디캡을 말한다. 원래는 분단국가와 북핵리스크라는 지정학적 요인에서 주로 발생했다. 지난 수십년간 뜬금없이 북한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도발 이슈가 터져나올 때마다 외국인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가부도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말 한때 5%포인트선(5년 만기 외평채 기준)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 정부가 달러화 급전이 필요해 외화국채를 발행하려면 이 정도 웃돈(가산금리)을 얹어줘야 했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이 10년 후인 지금 180도 확 변했다. 11월 말 현재 우리나라 5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0.5%포인트 안팎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들이 국외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이 많게는 연간 30조원에 육박한다. 가산금리만 놓고 봐도 해마다 얼추 1조3500억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처럼 전통적인 코리안 리스크는 상전벽해에 가까울 정도로 개선됐다.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AA(S&P 기준)로 일본·중국보다도 높은 점이 크게 작용했지만, 올해 세 차례나 열린 남북정상회담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크게 떨어뜨린 덕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증시로 눈을 돌려보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북한 불장난 대신 이른바 ‘신종 코리안 리스크’가 외국인들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10월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채권금리 상승 쇼크로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이 우리나라였다. 위기 때마다 ‘외국인 현금인출기(ATM)’라 불리는 한국증시가 엉뚱하게도 제일 센 유탄을 맞은 것이다. 전쟁 당사자인 중국증시(상하이종합지수)가 7.7%, 미국(다우지수)은 각각 5.8% 하락하는데 그쳤다. 반면 우리나라 코스피는 13.2%, 코스닥지수는 무려 20.1%나 주저앉았다.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훨씬 높은 대만(자취엔지수)도 10.9%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쯤되면 G2 고래싸움에 애꿎은 우리나라 개미들 등만 터졌다는 하소연이 나올 법도 하다.

게다가 11월 증시가 소폭 반등하는 동안 외국인들 컴백속도마저 중국보다 훨씬 더디다. 10월 한달간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144억위안(약2조3500억원)이 빠져나갔지만, 11월에는 중순까지만 이미 이보다 두배 이상 많은 345억위안(약5조6300억원)이 되돌아 왔다. 반등초기인 11월 2일 하룻동안만 외국인들이 중국주식을 사상최대인 3조원어치나 쓸어담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코스피 시장 기준으로 10월 3조9987억원에 이어 11월에도 21일까지 175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 컴백을 주저케 하는 첫 번째 신종 바이러스는 바로 정치 리스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논란과 주식거래정지 사태가 대표적이다. 전 정권에선 미국 나스닥행까지 가로막으며 상장을 독려하더니 이 정권에선 주식거래정지로 수조원대 외국인과 개미들 자금을 묶어버렸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애초 금감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투자회사로 변경해 액면가 대신 시가평가(지분법)한 점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2차 감리 때는 거꾸로 2012년부터 지분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옳았는데 뒤늦게 2015년에야 변경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런데 잘못을 바로잡은 2015년 회계문제를 오히려 중징계하며 현 주주들 재산권 행사까지 가로막은 것은 정치논리 아니냐는 외국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노조 리스크다. R&D(연구개발)센터 연구원 등이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기간에는 주52시간 근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여야 합의안에 노동단체가 기를 쓰고 반대하며 총파업까지 몰아부치는 이유를 외국인들은 쉽게 찾지 못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규제 리스크다. 인터넷은행 추가허용, 개인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구축, 원격의료 진료허용 등 현 정부가 추진 중인 혁신성장 정책들이 줄줄이 국회에 막혀있다.
표가 많은 기득권자들 눈치를 보느라 여당마저 법안처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물론 단기과실을 따먹으려 들락날락하는 외국인들이 결코 곱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가 없는 한국’으로 낙인 찍혀 외국인들에게서 외면당하는 건 베네수엘라를 따라가는 지름길이다.

[설진훈 LUXMEN 편집인·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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