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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칼럼] 개미 울리는 ‘아웃라이어’
기사입력 2018.10.30 09: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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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Outlier). 워싱턴포스트 출신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이 2009년 출간해 세계적으로 빅히트를 친 저서 제목이다. 여기서 아웃라이어는 ‘100만 명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특출한 인물들’을 지칭한다.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 프로그래밍 귀재 빌 조이, 전설의 록그룹 비틀즈, 뉴욕 변호사계의 거물 조셉 플롬 등이 꼽혔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들의 성공비결은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 무서운 집중력과 반복적인 학습에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웃라이어는 원래 통계학이나 투자의 세계에선 정반대로 골칫덩어리 같은 존재다. 사전적으론 ‘통계적 자료분석의 결과를 왜곡시키거나, 정상의 범주를 한참 벗어난 변수값 또는 표본’을 일컫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블랙스완(Black swan)이나 테일 리스크(Tail risk)와 비슷한 용어다. 블랙스완은 일어나기 힘든 금융시장의 패닉상황을 희귀 돌연변이 ‘검은 백조’에 빗댄 말이다. 테일 리스크는 정규 분포곡선의 양쪽 꼬리부분이 품고 있는, 희박하지만 치명적인 위험을 말한다.

10년 주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크래시(자산가치 폭락) 상황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분 나쁜 용어다. 베어링, 리먼브러더스 등 세계적인 금융기업들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게 바로 아웃라이어다. 하물며 정보가 부족한 개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간혹 위기 때 파도를 절묘하게 잘 타서 한몫 잡은 개미도 있겠지만, 섣불리 덤벼들었다간 쪽박을 차기 일쑤다. 특히 주식이 더 그렇다. 급등할 때 대박을 낼 확률보다, 폭락 때 쪽박을 찰 위험이 더 크다.

실제 데이터가 이를 증명해 준다. 삼성헤지자산운용이 2004년 5월 11일~2018년 7월 2일 코스피200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수익률은 7.7%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기간 중 주가가 이상급등 또는 급락한 날을 빼고 평균 성적을 구해 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가장 많이 오른 날순으로 각각 5일, 10일, 20일씩을 제외하니 연평균 수익률이 각각 4.9%, 3.0%, -0.2%로 떨어졌다. 거꾸로 급락한 5일, 10일, 20일간을 빼고 나니 수익률이 각각 연 11%, 13.6%, 17.7%로 쑥 올라갔다. 전체 투자기간 5165일 가운데 불과 0.39%인 20일이 운명을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정확하게는 금융위기 같은 최악의 상황 때 주식을 미리 팔았느냐, 계속 쥐고 있었느냐가 승패를 좌우했다는 얘기다.

물론 위험을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유한 주식의 선물을 매도하거나, 지수가 하락할 때 거꾸로 수익이 나는 인버스ETF(상장지수펀드)를 일부 매입해 두면 된다. 오히려 헤지펀드나 외국계 큰손들은 파고가 높은 변동성 장세를 사냥의 기회로 삼는다. 동종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열등한 종목을 공매도(숏)하고, 우월한 종목은 더 사들이는(롱) 소위 롱숏전략을 쓰면 이중으로 먹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나 트럼프와 김정은의 비핵화 기싸움처럼 하루저녁에도 전황이 수시로 돌변하는 시장을 개미들이 제대로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코스피200 주가지수는 2초마다 한 번씩 업데이트된다. 박스권 장세였던 2011년만 해도 이 지수가 2초 후에도 그 자리에 머문 경우가 18%였는데, 올해는 8%로 절반 이하로 확 떨어졌다. 그만큼 단기 변동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지금이 10년 주기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아웃라이어’ 초입인지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JP모건은 “달러채권 만기가 대거 몰리는 2020년에 대형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10월 10일 ‘검은 수요일’에 나스닥지수가 2년 4개월 만에 최대인 4.08% 하락했다. 다음날 대만 자취엔지수는 10년 만에 최대인 6.3% 폭락했다.

올 2월 미국 국채금리발 텐트럼(발작) 때도 비슷한 단기조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징조가 불길한 것만은 사실이다.
위기라고 본다면 현금성 실탄을 일정비율 챙겨 놓는 게 최선이다.

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언급했지만 개미들에게도 공매도의 문턱을 낮추는 게 시급하다. 개인 주식 보유비중이 높다고 코스닥 시장에선 레버리지 인버스 ETF(지수하락폭의 두 배만큼 수익이 나는 상장지수펀드)를 계속 불허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설진훈 LUXMEN 편집인·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8호 (2018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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