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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칼럼] 강남 아파트와 샤넬백
기사입력 2018.10.01 16: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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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와 샤넬 핸드백. 두 가지 재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격이 올라도, 심지어 더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시장에선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기현상이다. 경제학원론에선 이런 상품을 ‘위풍재(Prestige goods)’라 부른다. 압도적인 수요초과 시장에서 대체재가 마땅찮을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강남 아파트는 여기에다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로 가격의 수급조절 기능이 마비된 요인까지 겹쳤다. 자영업의 위기 등으로 시중 부동자금은 투자할 곳이 없는데 과중한 양도세나 전매제한 탓에 목 좋은 부동산은 공급부족을 넘어 ‘희귀재’ 대접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송파구의 대표적 재건축 추진 단지 가운데 하나인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8월 말 34평형(전용 83㎡)이 15억9000만원에 실거래돼 사상최고가를 새로 갈아치웠다. 7월 초만 해도 12억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한 달 보름새 최고 3억3000만원(26%)이나 수직 상승했다. 그것도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서로 사겠다고 덤벼들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광풍(狂風)이다.

그 한 달 보름여 사이에 폭탄을 건드린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 번째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른바 ‘여의도·용산 통(通)개발론’ 발표였다. 7월 10일 뜬금없이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용산 개발 마스터플랜을 내놓으며 ‘통개발’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한 게 잠자던 서울 부동산의 코털을 건드렸다. 비슷한 시기에 정부가 ‘호랑이 얘기를 하다 고양이를 내놨다’라는 소리를 들었던 1차 종부세 개편안을 내놓은 게 기름을 부었다.

다급해진 정부가 또 다시 ‘종부세 폭탄’을 주축으로 하는 9·13 대책을 허겁지겁 발표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실세 국무총리로 부동산정책을 총괄한 경험이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가세한 탓인지 강도가 유난히 셌다. 다주택자는 물론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부자까지 포함해 총 22만 명에게 종부세를 많게는 2~3배씩 퍼붓기로 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만 벌써 8번째 나온 부동산 대책이지만 강도를 놓고 보면 작년 8·2대책과 더불어 빅2 메가톤급이라 부를 만하다.

이 정도면 과연 강남을 위시한 서울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 있을까. 물론 강도가 워낙 세다 보니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종부세 집중포화를 맞은 강남시장은 한동안 거래 마비상태에 빠지고, 추석 이후 호가도 일부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출구 없는 토끼몰이’가 과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벌써부터 강남에서 빠져나온 갭투자자들이 서울 강북 등 외곽지역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선 늘어날 종부세를 벌써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전세금이나 월세가 꿈틀거리고 있다. 서민들로선 강남 부동산값 상승은 배 아픈 문제지만, 전·월세값은 당장 눈앞의 배고픈 문제로 목줄을 죌 수 있다. 이번에도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민심 이반이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그래서 나온다.

결론적으로 꽉 막힌 수급에 다소라도 숨통을 틔워주는 게 ‘풍선효과’를 막는 근본처방이 될 것이다. 정부가 수도권 지역 그린벨트 등을 풀어 신규주택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솔직히 하세월이다. 공공택지는 토지수용에다 수도 전력 등 기반시설까지 구축하려면 지금부터 분양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다.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도록 개발 리츠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임대수익을 노리는 일반 리츠와 달리 개발 리츠는 소액투자자 자금을 모아 아파트 분양 등 개발사업을 진행한다.

8·2대책에 따라 올 4월부터 집을 팔 때 2주택자는 최고 57.2%(지방소득세 포함), 3주택자는 68.2%의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20년 전 2억원에 집을 산 2주택자가 현재 22억원이 됐다고 치면 팔 때 양도세를 10억원(세율 약 50%) 정도 내야 한다. 전세금을 돌려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어 버티기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당장은 투기심리를 잡는 게 급하니 쉽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시장이 안정되면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도 고심해야 할 듯싶다.

[설진훈 LUXMEN 편집인·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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