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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마음산책] 동계올림픽이 빛내는 강원도 절경
기사입력 2018.01.26 15:09:42 | 최종수정 2018.01.26 15: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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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 2018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2월 9일 대회가 시작된다. 오래 기다려 온 세계 축제이기도 하고, 또 최근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갈등과 남북관계의 여러 사정을 보면 저 축제가 제대로 열릴까 싶을 만큼 참 아슬아슬하게 여겨지는 부분도 많았다. 내 개인적으로는 개막식 전날인 2월 8일 강릉지역의 마지막 성화 봉송자로 나선다. 여러 가지로 감회가 새롭다.

그런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는 어떤 땅인가. 이 기회에 말로라도 한번 둘러보도록 하자. 글을 따라 읽다 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지리 시간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강원도는 우리 국토 동쪽에 있어 서울에서 가면 동쪽으로 대관령을 넘거나 혹은 보다 북쪽의 진부령이나 미시령을 넘어야 한다. 아니면 최근 개통된 KTX 경강선 기차를 타거나 예전 그대로 정동진으로 가는 해돋이 기차를 타야 한다. 그도 아니면 남쪽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삼척, 동해, 강릉, 양양, 속초, 고성 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강원도는 우리 국토의 등줄기와 같은 태백산맥을 경계로 영동과 영서지역으로 나뉜다. 지금 설명한 것은 강원도의 절반,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영동지역에 대한 얘기다. 춘천, 화천, 양구, 인제, 홍천, 원주를 아우르는 영서지역은 그보다 더 넓다. 산맥은 크고 작은 산들의 어머니다. 우리나라 모든 산과 산맥의 중심에 태백산맥이 있다. 전체 국토로 보면 옆으로 선 사람의 등뼈처럼 동쪽으로 바짝 치우쳐 있는 듯 보인다. 영동과 영서를 잇는 관문이 또 태백산맥이다. 아마 예전에는 관문이 아니라 두 지역을 가로막는 장벽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런 장벽 가운데 처음 길을 낸 곳이 강릉과 평창 사이의 고개 대관령이다. 한반도 등줄기 태백산맥엔 높은 산들이 많다. 휴전선 너머에 있는 금강산(1638m), 설악산(1708m), 오대산(1563m), 계방산(1577m),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장이 있는 가리왕산(1561m), 그 아래 남쪽으로 내려가며 함백산(1573m),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태백산(1567m) 등 해발 1500m가 넘는 산들이 백두대간의 중심을 이룬다. 거기에 비하면 이번 동계올림픽 때 눈 위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평창군 대관령은 해발 835m밖에 되지 않아 고개로도 산으로도 오히려 야트막한 편이다. 그런데도 백두대간의 한가운데처럼, 또 우리나라 모든 고갯길의 으뜸처럼 불리는 것은 태백산맥이 가로막고 있는 영동과 영서지역을 연결하는 대표적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곳은 고개이자 산이며 길이며 문이다.

백두대간 등줄기엔 산들이 험해서 마을이 없다. 그러나 대관령 부근은 그곳이 분명 산지면서도 고원모양의 지형이 넓게 펼쳐져 있다. 여름과 가을 고랭지 채소 농사를 짓는 밭들이 그 고원을 형성한다. 우리는 북한의 개마고원을 가 볼 수 없다. 예전에는 개마고원의 사진도 쉽게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열일곱 살 때 강릉에서 대관령에 처음 올라가 그곳의 고원처럼 넓게 펼쳐진 배추밭과 무밭과 감자밭을 보면서 한 번도 가본 적도 사진으로 본 적도 없는 개마고원을 떠올렸다. 아마도 고원이라는 말 때문에 그랬던 듯싶은데, 어른들이 대관령을 비산비야(非山非野)라고 불렀던 뜻을 알 것 같았다.

대관령 부근 오대산에 있는 월정사는 산문에서 절로 들어가는 입구의 전나무길이 유난히 아름다워 한국의 아름다운 길을 꼽을 때마다 늘 앞자리를 차지한다. 이 절 앞마당에는 6·25 때 모든 전각이 화마를 입은 중에서도 꿋꿋하게 견뎌낸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그 앞에 탑을 향해 기도하고 있는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이 있다. 또 상원사에 가면 6·25 때 방한암 스님이 자신의 목숨으로 지켜낸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과 국보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제221호)이 있다.

강원도의 강 이야기를 하면 역시 태백산맥에서 발원하여 서해와 남해로 흘러드는 한강과 낙동강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강원도 태백에 가면 삼수동이라는 동네가 있고, 그곳에 삼수령이라는 산이 있다. 삼수라는 이름 그대로 서해로 흘러드는 한강과 남해로 흘러가는 낙동강과 동해로 흘러가는 오십천의 분수령을 이루는 곳이다. 삼수령 제일 꼭대기에서 비 한 방울이 튀어 세 방울로 나뉘어졌는데, 한 방울은 동해로, 한 방울은 서해로, 한 방울은 남해로 흐른다는 말이 있다.

이곳 태백시 삼수동에는 1300리를 흘러가는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 연못과 한강의 발원지로 일컬어지는 검룡소가 있다. 또 삼수령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물길은 길지 않지만 오십천으로 흘러들어 삼척 죽서루 앞을 지나 동해로 흘러간다. 민족의 젖줄 한강은 태백시 검룡소에서 발원해 다른 여러 골짜기의 물줄기를 모아 골지천이라는 이름으로 정선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또 한 물줄기 송천이 백두대간 대관령과 황병산에서 발원해 남쪽 정선군으로 흘러내린다. 이 두 물줄기가 합류하는 곳이 바로 아우라지다. 아우라지라는 말도 두 물줄기가 만나 서로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정선은 산이 많아도 땅이 비옥하고 물이 맑아서 옛부터 풍요로움 속에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특히나 남한강 상류인 아우라지는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베어낸 목재를 한양 마포 나루터까지 운반하던 유명한 뗏목터이기도 하다.

아우라지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 보통 열흘에서 보름 정도 걸렸다. 우리가 한 번에 많은 돈을 벌면 떼돈을 번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떼꾼이 버는 돈을 말한다. 떼꾼들이 가장 많이 돈을 벌던 때는 지금부터 150년 전 대원군이 임진왜란 때 불타 버린 경복궁을 중건할 때였다. 그때 한 밑천을 잡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떼꾼들이 아우라지로 몰려들었다.

지금도 아우라지에서는 여름마다 뗏목축제를 열고 뗏목 위에서 벌어지는 뗏목 아리랑을 공연한다. 아우라지를 무대로 한 노래엔 애환도 많아 이곳의 물소리와 함께 노래도 흘러 흘러 충주를 거쳐 양평 두물머리(양수리)에서 북한강을 만난다.

북한강은 북한에 있는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인제와 양구 춘천을 거쳐 양평 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만난다.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에겐 남한강보다는 아무래도 북한강이 더 익숙할 듯하다. 이 강을 따라 춘천까지 기차가 놓여 있고, 또 강을 따라 곳곳에 유원지와 댐이 있다. 제일 상류에 해당하는 평화의 댐에서부터 화천댐, 춘천댐, 소양댐, 의암댐(이상 강원도 지역), 청평댐, 팔당댐(두 댐은 경기도)에서 발전도 하고 홍수 때 강의 수량도 조절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을 합치면 정말 큰 강이다. 강은 자연의 축복이다. 강원도 상류지역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강이 흘러드는 서울과 경기도 사람들도 강물의 축복을 받는다.
서울과 경기도의 인구 가운데 1500만 명이 한강 하류를 사용하고 있는데 상류에서 그 물을 사용하는 사람은 고작 8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공업용수가 아니라 모두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만 사용해 그야말로 깨끗한 물이 하류지역 도시에 선물처럼 닿는다. 낙동강 역시 강원도 태백시 황지 연못에서 발원한 물이 남쪽으로 흘러 바다에 닿는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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