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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칼럼] 강남 집값,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기사입력 2018.01.26 15: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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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이 또다시 미쳐 날뛰고 있다. 1월 초중순 서울 강남·송파구 등 아파트값 주간상승률이 1%를 넘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감이 안나 몇몇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와 일선 중개업소에 전화를 돌려 봤다. 강남재건축 황제인 반포주공1단지 32평형(105㎡)은 최근 33억원에도 집주인이 튕겨 실거래가 무산됐다고 한다. 일주일마다 1억원 이상 호가가 계속 치솟다 보니 집주인들이 오히려 도망을 다닌다고 한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평당 1억원 아파트시대’가 사실상 우리나라에도 열렸다는 얘기다.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허가 기대감에 인근 엘스아파트 33평형(109㎡)은 최근 한 달 보름 새 실거래가가 1억5000만원까지 뛰기도 했다. 상가와 전철역에서 가까운 120동 중간층 매물은 17억원대에 실거래돼 잠실 새아파트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쯤 되니 10년 전 참여정부의 데자뷔 얘기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한 2003~2008년 5년간 강남아파트 값은 많게는 두 배 이상 뛰었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104㎡)은 2002년 말 4억8000만원에서 2008년 5월 10억2500만원까지 치솟았다. 최근엔 16억6000만원까지 실거래됐는데 ‘노무현 시즌2’가 끝나면 20억원도 바라볼 만하다는 얘기가 돌아다닌다.

집주인이야 좋겠지만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정부로선 기가 찰 노릇이다. 정책이 안 먹히는 게 아니라 아예 청개구리처럼 정반대로 가니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 “서민들 살맛 나는 세상 만들겠다더니 강남부자들 배만 더 불려준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왜 이 지경이 된 걸까. 혹자는 ‘개미와 꿀단지론’으로 이 역설을 설명했다. ‘개미들이 자녀교육 등 단내를 쫓아 줄줄이 강남 꿀단지로 향한다. 정부가 주변에 규제라는 장벽을 빙 둘러 세운다. 작년 8·2대책처럼 강력한 장벽을 치자 일시적으론 진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장벽을 기어 남은 개미들이 줄줄이 떨어지자 이전보다 더 새까맣게 몰려들기 시작한다. 정부는 재건축 연한연장 같은 장벽만 더 세우려 한다. 강남 같은 꿀단지를 강북에도 여러 곳 만들면 굳이 험난한 강을 안 건너오려 할 텐데…’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비트코인이 강남집값을 자극했다’는 이론이다. 구반포 32평형 33억원처럼 중개업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미친(?) 호가를 누군가는 받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치동 압구정동 개포동 등 최근 랜드마크 단지마다 최고가에 실거래되는 건 한두 채씩밖에 없다. 그런데 위험을 감수하고 찬 바다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 중에는 낯선 젊은 층이 더러 눈에 띈다는 것이다. 실제 가상화폐 시장에서 일확천금을 번 몇몇 졸부들이 강남아파트에 ‘묻지마 투자’하는 걸 목격했다고 한 컨설턴트는 증언했다.

그렇다고 날뛰는 강남 집값을 잡을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종부세 카드를 시장 전망보다 더 세게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핀셋규제가 필요한 국지전에 무차별식 네이탐판을 퍼붓는 건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선진국에서 배울 만한 몇몇 장치들도 있다. 강남부동산 ETF(상장지수펀드)나 선물지수 같은 부동산 파생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되면서 가격 진정효과를 낳았다는 해석이 많다. 수급문제 탓에 강남 집값에 거품이 낀 게 사실이라면 선물매도라는 카드로 견제해 볼 만하다. 아파트 거래 때도 빌딩처럼 감정서 첨부를 의무화하는 방법도 거래선진화 차원에서 고려할 만하다. 잠실 엘스아파트 33평형 대지지분은 12.3평(40.55㎡)에 불과하다. 지난해 중반 경매에 나온 로열층 감정가가 12억원에 채 못 미쳤다. 매수인이 땅값, 건물값 등 본질가치 정도는 알고 사는 게 맞다.

이런 게 애피타이저라면 메인 메뉴는 역시 앞서 언급한 꿀단지다.
강남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좀 더 헐든, 한강철교~서울역 구간 철로를 지화화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재추진하든 강남 대체지를 내놓는 게 근본 해법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문재인 정부는 ‘투기에 더 기름을 부을 것’이라는 논리로 이런 공급론에는 크게 관심을 안 둘 것 같다. 말 많은 강남 집부자들이 뒤돌아서선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유다.

[설진훈 LUXMEN 편집인·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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