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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법률이야기] 또 하나의 상속플랜 ‘상속신탁’ 본인 뜻 따라 다양한 분배 가능
기사입력 2018.08.29 10: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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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와 Y는 각자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재혼을 했다. 재혼 당시 X에게는 자녀 X1이, Y에게는 자녀 Y1이 각각 있었다. 어느 날 X는 Y에게 ‘만약 내가 먼저 사망할 경우 내 재산에서 나오는 수익은 모두 당신이 가지도록 하고 싶다. 그렇지만 당신이 사망한 이후에는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재산은 모두 X1에게 남기고 싶다. 당신도 마찬가지로 하면 어떻겠나’라고 제안했고, Y도 역시 자신의 재산에 대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X가 먼저 사망할 경우, X의 재산 중 60%(법정상속분)는 배우자인 Y에게, 나머지는 X1에게 각각 상속된다. 그 이후 Y가 사망하면 X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포함하여 Y의 모든 재산은 Y1에게 상속된다. 즉 Y1은 Y의 재산 전부와 X의 재산 중 60%를 상속받는 반면, X1은 X의 재산 중 40%만 상속받게 된다.

반대로 Y가 먼저 사망하고 그 다음에 X가 사망할 경우에는 정 반대의 결과가 되는데, 결국 X와 Y 중 누가 먼저 사망하느냐에 따라 X1과 Y1의 재산 상태는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X와 Y가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바로 ‘상속신탁’이다. 상속신탁은 유언과 더불어 상속플랜에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들 중 하나로서, 말 그대로 신탁을 이용하여 상속재산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탁이란, 신탁자로부터 재산을 이전받은 수탁자가 그 재산을 관리하면서 수익자를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상속신탁이라면 피상속인이 될 자(신탁자)가 금융기관 등(수탁자)에 재산을 맡기고, 상속인(수익자)에게 그 수익이나 원본을 배분하도록 하는 내용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신탁의 구체적인 내용은 계약에서 정리

신탁의 구체적인 내용은 계약에서 정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상속신탁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망 후 상속재산의 귀속관계뿐만 아니라, 그 상속재산에서 파생되는 수익관계까지 미리 정해둘 수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재산승계를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갑이 자신의 사망에 대비하여, 갑 명의의 예금 3억원에 대하여 수탁자를 을(은행), 수익자를 자녀인 병으로 하여 신탁을 설정하면서, 병이 만 30세가 될 때까지는 그 예금에 대한 이자만 받도록 하고, 병이 만 30세가 되는 날 원금 3억원을 받도록 정할 수 있다.

이러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상속신탁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신탁을 통하여 상속재산을 좀 더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본 것처럼 일정한 연령이 될 때까지는 이자만 받도록 하고 상속재산 자체에 대한 처분권한은 제한함으로써, 미성년자녀 또는 사회경제적 경험 내지 능력이 부족한 자녀들에게 일정 기간 생활보장방안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동일한 취지에서, 상속인들의 경제상황에 따라 상속인들 사이에 수익배분을 달리하도록 신탁을 설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평균수명이 급격하게 늘어남에 따라, 신탁자 본인의 자산관리라는 측면에서도 상속신탁을 활용할 만하다. 신탁자 본인도 건강상 이유나 고령화에 따른 판단능력 저하 등으로 자칫 제대로 재산관리를 할 수 없게 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본 예에서 갑은 을 은행과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갑의 생전에는 그 수익을 갑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갑이 사망하면 병에게 지급하도록 신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여러 건의 신탁을 설정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신탁 자체의 위험을 분산하는 것까지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가업승계의 한 방법으로 상속신탁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주식이 여러 자녀들에게 상속되면서 가업 자체가 분리될 가능성이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 믿을 만한 제3자(금융기관)에게 기업의 주식을 신탁하고, 자녀 중 전부 또는 일부에게 의결권을 포함한 수익권을 갖도록 신탁을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신탁계약에서 수익권 양도를 금지함으로써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의결권이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쯤에서 이 글 서두에서 든 사례로 돌아가 보자. X는 자신의 뜻대로 재산을 관리, 처분하기 위하여 신탁을 통해 1순위 수익자를 Y로 하고, Y의 사망을 대비한 2순위 수익자로 X1을 지정할 수 있다. 이처럼 수익자를 순차로 정한 신탁을 수익자연속신탁이라고 한다. 2012년 7월 신탁법 개정으로 유언대용신탁, 수익자연속신탁 등 상속을 대비한 신탁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국내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에서 이를 활용한 상속신탁상품들을 출시해 왔다. 최근 들어 이러한 신탁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기는 하나, 미흡한 세제 및 관련 법령 정비, 유류분 등에 의한 처분권한 제한, 그리고 무엇보다 자산 노출에 대한 우려와 신탁 자체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등으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미비점들이 차츰 정비되고 있고, 신탁에 대한 인식 또한 바뀌고 있는 추세이므로, 상속신탁은 앞으로 점점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금융기관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상품도 출시하고 있다. 고객이 은행에 자금을 맡기고 사후에 반려동물을 돌봐줄 부양자를 미리 지정해 두면, 은행은 고객 사망 후 반려동물의 보호, 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부양자에게 지급하는 형태의 신탁이다. 상속신탁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것이다.

[문준섭 김&장 변호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6호 (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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