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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평론가 윤덕노의 음食經제] 중국 최고 여름 보양식-30년 전 개혁개방의 간절함 담은 ‘불도장’
기사입력 2018.07.31 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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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장을 흔히 중국 최고 여름 보양식으로 꼽는다. 청나라 황제가 즐겼다는 보양식, 최고 잔치라는 만한전석에 빠지지 않고 나왔다는 고급요리라고 한다. 고급 중식당에서 홍보용으로 하는 소리지만 어쨌거나 얼마나 대단한 요리이기에 그리 호들갑일까 싶다. 일단 이름은 대단하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부처 불(佛), 뛰어 넘을 도(跳), 담장 장(墻)자를 써서 불도장이다. 너무나 맛있어 수년간 도를 닦은 스님까지 파계시켰다는 요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가난을 구제한 음식이다. 나라님도 어쩌지 못한다는 가난을 요리로 구했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 싶지만 사연이 있다.



▶레이건 만찬에 오르며 유명세

지금은 중국이 미국과 대적하겠다며 기고만장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언과 이듬해인 1979년 미국과의 공식 수교를 맺은 이후 중국은 국가적인 총체적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서방세계와 적극적으로 교류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중국 지도부는 1980년대 중반 모두 서른 차례의 외국 국가수반을 초청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당시 중국 외교의 특징은 만찬 외교였다. 초청한 정상을 황제에 준하는 최고의 예우로 대접했는데 예를 들어 청나라 황제의 행궁인 조어대에 잠자리를 마련하고 최고의 요리로 만찬을 열거나, 인민대회당에서 황제가 먹었다는 요리로 오찬을 마련하는 식이다. 이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요리가 상어지느러미인 샥스핀과 제비집 수프 그리고 청나라 황실요리인 북경 오리구이였는데 황제가 먹었다는 것 이상의 요리, 스님까지 파계시킬 정도로 맛있다는 불도장 역시 1980년대 무렵 중국을 찾은 외국정상에게 자주 대접하면서 유명해졌다.

중국은 방문한 모든 정상들에게 불도장을 대접한 것이 아니라 소수의 만찬과 오찬 요리에만 내놓았다. 불도장을 먹은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 음식이 얼마나 비중 있는 요리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1984년 방중한 레이건 대통령과 이선념 당시 국가주석의 조어대 만찬 메인요리가 불도장이었고, 같은 해 캄보디아 시아누크 국왕과 훗날 천안문 사태로 실각한 조자양 총리도 불도장으로 오찬을 함께 했다. 이어 1986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도 덩샤오핑과의 만찬에서 불도장을 즐겼다.

중국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나라의 국가원수를 초대했을 때 불도장으로 상대편을 접대했다. 레이건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렇다고 쳐도 캄보디아의 시아누크 국왕 초청 오찬에도 불도장이 나온 것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도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당시 국제정세를 보면 왜 캄보디아 국왕을 비중 있게 대접했는지를 알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시아누크 국왕은 중요 인물이었다. 중국 공산당과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하기도 했지만 냉전시대에 동쪽에서는 북한이 중국의 방파제 역할을 했던 것처럼 서쪽에서는 캄보디아가 중국의 방어벽이었기 때문이다. 서방세계는 물론이고 대립관계였던 베트남 공산당을 견제하는 데 적합한 나라가 바로 캄보디아였고, 시아누크 국왕이었기에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영국 못지않게 중요한 인물로 대접했다. 때문에 미국, 영국 정상과 나란히 불도장으로 오찬을 대접했던 것인데 중국은 왜 주요 정상과의 만찬에서 불도장을 메인 요리로 삼았을까?



▶18개 주재료와 12개 보조재료 조화

불도장이 최고급 보양식이기도 하지만 사실 불도장의 유래를 통해서도 당시 중국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불도장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너무나 맛있기에 스님이 식욕을 참지 못해 담장을 넘어 음식을 먹고는 파계를 했다는 것인데 이런 불도장의 전설이 과연 사실일까? 물론 아니다. 불도장이라는 이름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 그 맛에 감동한 손님이 지은 한편의 시에서 비롯됐다. 그러니까 역사적 사실이 아닌 문학적 창작이다.

“항아리 뚜껑 여니 구수한 냄새 사방에 진동하고 / 냄새를 맡은 스님 참선도 포기하고 담장을 뛰어 넘었네.”

사실, 불도장을 만드는 재료와 과정을 보면 중국 최고의 보양식이라는 말이 지나친 과장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나라나 중국 유명 중식당에서 실제로 불도장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제대로 된 불도장을 만들려면 모두 서른 가지의 재료가 들어간다고 한다. 열여덟 종류의 주재료와 열두 종류의 보조 재료가 들어가는데 상어 지느러미 샥스핀과 전복, 해삼과 사슴꼬리, 생선입술과 자라 등 중국에서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산해진미와 보양재료가 들어가고, 여기에다 동충하초와 각종 버섯, 죽순과 구기자 등의 각종 약재를 중국 전통 명주인 소흥주 항아리에 담아 연잎으로 밀봉한 후 다섯 시간 이상을 고아서 내놓는 요리가 바로 불도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도장을 먹을 때는 먼저 뚜껑을 열어 요리의 향기를 음미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인데, 이 과정에서 벌써 스님이 담장을 뛰어 넘어 파계를 했다는 전설이 만들어졌다. 이어 수저로 국물을 떠서 맛보고 마지막으로 각종 재료를 꺼내 먹으며 하나씩 맛을 즐기는 것이 불도장을 제대로 먹는 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음식이기에 불도장을 보고 청나라 황제가 즐겨 먹었던 보양식, 중국 황실 잔치인 만한전석에 빠지지 않고 나왔던 요리라고 광고하지만 불도장은 사실, 중국 황제가 먹어보기는커녕 구경도 하지 못했던 요리다. 널리 알려진 중국요리치고는 역사가 그다지 긴 음식이 아니기 때문인데, 기껏해야 15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불도장이 만들어졌을 때는 황제가 살고 있던 북경에는 알려지지도 않았던 먼 지방의 특산요리에 불과했을 뿐이다.

불도장은 중국 남부 복건성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청나라 말, 복건성의 금융기관인 관은국(官銀局) 책임자가 상급관청의 감독관을 대접하려고 만든 음식이 불도장의 뿌리로 알려져 있다. 속된 말로 감독관을 구워삶기 위해 최고의 산해진미 재료를 동원해 한번 맛보면 반하고 감동해서 청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요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요리를 만들었던 관청 소속 주방장이 훗날 독립해 음식점을 개업하면서 일반인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왜 1980년대 중반, 널리 알려진 북경의 유명 요리를 모두 제쳐놓고 중국에서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지방 특선 요리로 외국 주요 정상의 식사대접을 했던 것일까? 분명한 이유는 공개적으로 전해진 바가 없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상황을 고려해 짐작해 보면 그럴 듯한 이유가 있다. 불도장이 유명해진 것은 레이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만찬 요리로 등장하면서부터다. 당시 중국은 복건성 성도인 복주에 있는 불도장 전문 음식점 요리사를 직접 북경으로 불러올려 만찬을 준비시켰다.

다시 말해 그동안 외부 서방세계는 물론이고 중국 내부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최고의 보양식, 참선하던 스님조차 식욕을 참지 못하고 담장을 뛰어넘었다는 깜짝 놀랄 만한 요리로 손님을 대접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거대한 땅덩어리와 세계 최대의 인구, 그리고 막강한 군사력으로 오만한 모습을 주로 보여 온 중국이지, 중화예의지국 하고는 거리가 먼 나라다. 하지만 중국이 불도장으로 외국 손님들을 깍듯이 모실 때인 1980년대 초중반의 상황은 달랐다. 등소평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심천을 비롯해 네 곳에 경제특구를 만들었지만 일부 화교자본을 제외한 외국자본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저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었을 때였다.

중국은 열과 성을 다해서 외국 손님을 대접해야 했고, 불도장을 처음 만들었다는 복건성 금융기관 책임자처럼 정성과 감동으로 외국 투자자를 유치해야만 했었다. 뒤집어 보면 중국이 지금처럼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단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힘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해졌지만 당시 중국에는 투자자를 감동시키려는 처절한 노력이 있었다.
그런 흔적이 바로 불도장이다.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중국은 그때 그 시절의 간절함은 까맣게 잊은 모습이다. 나라건 개인이건 절실함을 잊으면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까? 비단 중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윤덕노 음식평론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5호 (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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