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설진훈 칼럼] 남북정상 홀로그램 통화 5G시대 축포로 어떤가
기사입력 2018.05.30 17:01:15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2019년 3월 어느 날.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한 기념으로 역사적인 이벤트를 벌인다. 남북 정상 간 3D 홀로그램 영상통화가 바로 그것.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핫라인 음성통화는 이미 몇 차례 했지만 종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표정과 손동작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지켜보며 대화하니 감정은 물론 숨소리까지 전달되는 듯하다. 그동안 적잖은 굴곡들이 있었지만 비핵화 프로그램이 그런대로 잘 진행돼 양 정상의 표정이 밝다. 한국이 적어도 IT분야에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최강국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축포가 됐다. 남북 정상 간 셔틀외교의 새 장을 열었다는 의미도 있다. 경호나 의전을 뺀 ‘홀로그램 정상회담’도 언제든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세를 매우 낙관적으로 본 가상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이런 시대가 곧 우리 앞에 펼쳐진다. 5G 상용화가 가져올 또 다른 통신혁명 덕분이다. KT는 이미 2017년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28㎓ 기반 5G 통신망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국제 홀로그램 영상통화 시연에 성공했다. 올 초 평창올림픽 때도 국가대표 선수들의 홀로그램 영상통화를 KT 기자실에서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이런 실시간 홀로그램 통화가 가능하려면 초고속·초저지연·초대용량 무선통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28㎓ 기반 5G통신망을 이용하면 평균 초속 3.6GB 분량의 엄청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1초 만에 2시간짜리 고화질 영화 한 편을 다운받을 수 있는 속도다. 4G시대 고속도로라는 LTE보다도 20배 가량 빠르다.

물론 남북 정상이 각자 집무실에 앉아 홀로그램 통화를 하려면 몇 가지 더 갖춰야 할 하드웨어가 있다. 우선 청와대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실 주변에 5G 기지국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 지난 4월 20일 첫 시험통화에 성공한 유선 핫라인(직통전화)의 경우 남측은 물론 북측도 구리선 대신 광케이블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광케이블도 5G 통신이 가능할 정도의 용량과 성능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다. 부족하다면 개성~평양 간 광케이블망을 새로 깔아야 한다. 개성공단까지는 이미 우리나라 통신사가 국내 입주기업들 편의를 위해 광케이블을 깔아둔 상태다. 남북합의만 된다면 평양까지 광케이블을 까는 데도 그리 많은 예산은 안들 것이라고 한다. 빔 프로젝트처럼 홀로그램 영상을 쏠 5G 전용장비와 이를 받아서 입체영상을 만드는 장치도 필요하다. 현재 기술로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캐릭터들처럼 허공에 입체영상을 만들어낼 방법은 없다. 빛이 분산돼 날아가 버리면 영상이 맺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 휴대전화로 홀로그램 영상통화가 가능하려면 5G 상용화 후에도 수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통신업계는 보고 있다. 그렇지만 3D영상이 끊기지 않을 수준의 초고속·초저지연 무선통신 기술이 상용화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술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이런 통신혁명으로 가장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가 바로 무인자동차다. 현재 구글 테슬라 등이 개발 중인 무인자동차는 대부분 센서를 기반으로 한다. 센서가 앞차와의 거리, 보행자, 신호등 등 수많은 정보를 수집해서 가야 할 때와 멈춰 설 때를 구분한다. 하지만 5G 시대가 무르익으면 이런 센서 없이도 무인운행이 가능해진다. 통신사 플랫폼이 도로 위 자동차마다 무선신호를 끊임없이 보내 가고 서야 할 때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물론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도심에선 200~300m, 고속도로 등에선 1㎞ 정도마다 촘촘히 기지국을 세워야 해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잠시라도 통신장애가 생기거나 영화처럼 해킹으로 자율주행 신호를 조작하는 사태가 생기면 대형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 인프라로 5G망이 완비되기 전까지는 지금 같은 센서형 자율주행차가 더 유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잘 풀린다면 서울~평양 간 고속도로를 세계 최초의 5G망 자율주행 도로로 신설하는 것도 결코 꿈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성이나 안전성을 고려해 1~2개 차선씩만이라도 자율주행 전용도로로 만드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북한 경제개방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바로 통신·통행·통관의 벽을 허무는 이른바 3통(通)이다. 북·미회담을 앞두고 벌써부터 북한이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을 보면 물론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험난한 ‘3通’의 단초를 어쩌면 5G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설진훈 LUXMEN 편집인·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3호 (2018년 06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재학 교수의 사주명리학] 발상의 전환, 꼭 튀어야 하나

[돈 되는 법률이야기] 또 하나의 상속플랜 ‘상속신탁’ 본인 뜻 따라 다양한 분배 가능

[음식평론가 윤덕노의 음食經제] 유럽 정치·경제 史 얽힌 쌀요리 리조또와 빠에야

[음식평론가 윤덕노의 음食經제] 중국 최고 여름 보양식-30년 전 개혁개방의 간절함 담은 ‘불도장’

[설진훈 칼럼] 사르코지와 유시민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