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설진훈 칼럼] 龍山시대와 청와대 이전
기사입력 2018.03.27 17:50:15 | 최종수정 2018.03.30 09:32:37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바야흐로 용산(龍山)의 시대가 오고 있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올해 말까지 대부분 평택으로 이전한다. 남는 터 243만㎡(74만 평)에는 10여 년 내 서울판 센트럴파크가 조성될 예정이다. 도심공원의 상징격인 뉴욕 센트럴파크(341만㎡·103만평) 대비 3분의 2만한 매머드급 생태공원이 조성된다. 가깝게는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대가 주둔한 지 약 150년 만에 용산이 온전히 시민들 품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멀게는 고려를 침입한 원나라가 용산에 병참기지를 세운 게 13세기 초이니 800여 년 만의 경사라 할 만하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이어 해방 후 미군까지 줄줄이 용산에 주둔한 게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풍수지리상 두 가지 학설이 있다. 첫째는 배산임수(背山臨水)형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이다. 용산은 무악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구불구불 남산을 넘어 한강변에 와서 머리를 쳐든 용과 같은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물자수송에 편리한 한강과 천혜의 성벽 남산을 끼고 있으니 병참기지로선 더할 나위가 없다.

두 번째는 용의 기운이 너무 세 군대말고는 배겨낼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지기(地氣)가 워낙 강하다 보니 웬만한 기업들도 버텨내기 쉽지 않았다는 게 풍수 전문가들의 얘기다. 실제 수십 년 전만 해도 한강대교에서 한강로를 따라 서울역 쪽으로 올라가면 오른편에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국제상사, 데이콤, 해태제과, 벽산, 대우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군사정권이나 외환위기 등 외풍이 심할 때 잇따라 도산하거나 주인이 바뀌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기업 가운데 보기 드문 예외가 있다. 바로 ‘K뷰티’ 주역인 아모레퍼시픽이다. 개성상인 출신 선대회장인 고 서성환 회장이 지금의 용산 본사에 터를 잡은 게 1956년이었다. 지난 1976년 2차 사옥을 지나 작년 말 최신식 3차 사옥을 올려 현 서경배 회장 시절에 훨씬 더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새 사옥은 ‘한국판 구글 사옥’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창의적이다. 임직원들이 편하게 소통하고 쉴 수 있도록 만든 건물 속 3개의 정원 ‘루프 가든’ 등은 사무용 빌딩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용산의 얼굴로 자리 잡은 이 사옥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로 뒤바뀐 주출입구 위치다. 한강로뿐만 아니라 대로변에 위치한 사옥은 대부분 한 길가 쪽으로 주출입구를 낸다. 사람이나 자동차 동선을 고려하면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창업주는 이전 사옥도 거꾸로 한강로가 아니라 정반대 미군기지쪽 동향으로 주출입구를 냈다. 회사 측의 공식적인 설명은 “용산공원이 들어설 동쪽 전경이 훨씬 더 좋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강로 쪽에서 몰려오는 강한 기운을 막기 위해 선대회장이 문을 바꿔 달도록 지시했다는 설도 있다.

이처럼 사연 많은 용산이 청와대 이전 후보지 중 하나로도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광화문 대통령 시대’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건축가 승효상 씨 등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권위주의 청산의 상징으로 내년 이후 대통령 집무실 등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일대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승효상 씨는 “현재 경복궁 내 정체불명의 시멘트 건물인 국립고궁박물관이나 국립민속박물관 등도 청와대관저 경호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론 용산 국방부를 시 외곽으로 이전하고, 그 일부를 청와대로 활용할 만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천년의 터’를 저술한 풍수전문가 모성학 씨는 “역대 대통령들 말로가 불행한 게 거친 북악산 바로 아래 위치한 현 청와대 터가 흉지(凶地)이기 때문”이라며 “용산 중에서도 남산의 기운이 모인 전쟁박물관 터가 대통령 관저로 쓰기에 안성맞춤인 천자지지(天子之地)의 명당”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용산은커녕 광화문시대 청와대도 현 정권 내 달성 가능할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청와대 개헌안을 보면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세종시로 아예 천도(遷都)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천도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대사인 만큼 풍수 전문가는 물론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각계 전문가들의 견해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설진훈 LUXMEN 편집인·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1호 (2018년 0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재학 교수의 사주명리학] 알밤도 떨어질 때가 있듯 누구에게나 자신의 주기 있다

[돈 되는 법률이야기] 상속·증여세 물납제도 부정적 시각도 많아 주의 필요

[이순원의 마음산책] 이 가을 공책 속 혼잣말

[이민우의 보르도 와인 이야기] 소장가치 높아지는 와인은…

[음식평론가 윤덕노의 음食經제] 진시황이 구한 불로초는 영지버섯? 동서양 모두 버섯은 천상의 요리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