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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의 뉴 애브노멀 시대 경제] 가상화폐의 현재와 미래
기사입력 2017.07.28 17: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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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가상화폐의 대표선수 격인 비트코인(Bitcoin) 가격은 지난 6월 11일 코인당 2910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비트코인의 올 1월 가격은 973달러였다. 지난해 6월 말에는 250달러에 불과했다. 가격이 1년 만에 10배 이상 오른 셈이다. 후발주자인 이더리움(Ethereum)은 더하다. 이더리움의 수익률은 연초대비 4000%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발행을 의미하는 ‘채굴’과 자본이득을 얻기 위한 ‘거래소’ 이용방법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가격변동성이 대단히 심하며 발행기관의 책임성 부재에 따른 높은 거래위험, 사용처 제약 등 아직 화폐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가상화폐의 현황과 발행 및 유통, 수요 및 공급 등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자세한 기술을 통해 가상화폐의 문제점 및 향후 전망에 대해 논의한다.



▶가상화폐 현황

가상화폐에 대한 표준화된 정의는 찾기 어렵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은 가상화폐를 가상공간의 개발자가 발행하고 회원 간의 지급수단으로 수수되며 법규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화폐로 정의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화폐와 유사하지만 발생기관이 존재하지 않고 관련 법규가 없다는 점에서 전자화폐와 다르다. 가상화폐는 가상통화와 법정통화의 교환여부에 따라 폐쇄형, 일방형, 양방형으로 구분되며 법정통화와 가상화폐 간 교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양방형을 가상통화의 일반적 형태로 본다.비트코인은 양방형 가상통화의 대표 격으로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란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2009년 처음으로 만들었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화폐(cryptocurrency)의 개념을 실현한 것으로 거래정보를 특정 기관의 중앙서버가 아닌 P2P(peer-to-peer)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 관리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통화이다. 전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가상화폐는 6월 말 현재 979종이며 이 중 실제 거래가 이루어진 것은 764종이다.

(http://coinmarketcap.com) 이들 가상화폐의 총 시가총액은 1002억달러(약 110조원)다. 이 중 비트코인이 415억달러, 이더리움이 279억달러로 두 가상화폐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르며 Ripple, Lifecoin 등 상위 10개사를 포함하면 90%를 넘어선다. 국내에서도 지난 2년간 1조9000억원의 비트코인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의 활용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델(Dell)과 페이팔(PayPal), 익스피디아 등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4월 가상화폐를 공식 화폐로 인정했으며 EU도 최근 비트코인을 상품이 아닌 화폐로 인정하였다. 가맹점 수가 증가해 전 세계적으로는 10만여 개를 돌파했지만 국내의 경우는 아직 120여 개 상점에 불과하다.



▶시장 메커니즘

가상화폐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며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비트코인의 예를 통해 시장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일단 비트코인은 ‘채굴(mining)’이라는 과정을 통해 발행된다. 비트코인은 P2P 네트워크상에서 암호화된 알고리즘에 따라 직전 블록의 해시(hash)값과 미승인 거래기록, 그리고 임의의 숫자를 입력하여(nonce) 조건을 충족하는 새로운 블록의 해시값을 찾으면 비트코인이 주어진다. 채굴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장기간 소요되는 작업으로 일반인들이 개인PC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비트코인은 사설거래소(중국 BTC China, 일본 Mt.Gox, 독일 bitcoin.de, 한국 빗썸)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채굴 또는 구입한 비트코인은 ‘지갑’이라고 부르는 계좌를 통해 보관된다. 지갑마다 숫자와 영어 알파벳 소문자와 대문자의 조합을 통해 약 30자로 구성된 고유한 번호가 있다. 이 비트코인은 개인 간 거래나 가맹점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송금 시 전자 서명이 붙은 상태에서 암호화된 정보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로 전송되고 인증 후 송금을 위한 전송이 완료된다.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 공급의 원칙에 의해 결정된다. 비트코인의 경우 당초 설계한 알고리즘에 의하면 공급수량이 2100만 코인으로 제한되어 있다. 현재 1645만(78%) 코인이 채굴된 상태로 2030년 정도면 모든 코인이 채굴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공급은 제한된 상태이다. 반면 수요는 변동성이 상당히 크다. 경제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는 급증한다. 예컨대 키프러스 금융위기, 브렉시트,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위안화 환율 약세 시 가격은 급등했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가격은 고정된 공급량하에서 수요 변동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문제점

기본적으로 가상화폐는 아직 화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화폐의 기능 중 교환매매 기능만을 제한적으로 충족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가치척도의 기능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급격한 가치변동과 낮은 사용수준에 기인한다. 하루에도 가격이 반토막 나는 현실에서 재화의 가치를 가상화폐로 평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가치저장 측면에서도 화폐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법정통화와 같이 국가가 액면을 보증해 주는 것도 아니고, 금과 같이 실물이 보유하는 효용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내재가치 측정이 불가능하다. 가상화폐가 태생적으로 갖는 한계다. 결제(settlement) 및 청산(clearing) 기능도 취약하다.

비트코인의 경우 블록체인 등을 통해 결제의 보안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보안체계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즉 사용자 보호장치가 없어 해킹 공격에 노출될 수 있으며 중앙관리기관의 부재로 해킹 피해 발생 시 이를 복원할 방법도 없다. 또한 가상화폐는 현재 거래소를 통해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어 거래형태상 화폐보다 증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독일 등에서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구분, 자본 이득세를 부과하기도 한다. 따라서 중앙결제기구(CCP)와 같은 기관을 통해 청산업무를 수행할 필요도 제기된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거래의 익명성으로 인한 가상화폐의 불법 거래이다. 실제 비트코인 출시 후 이를 게임이나 도박, 마약, 자금세탁 등 불법적인 목적에 악용한 사례는 상당히 많다. 또한 유사 가상화폐를 이용한 다단계 사기행위도 최근 횡행하고 있다.



▶향후 전망

여러 가지 한계점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의 미래는 밝다. 가상화폐는 IT 시대에 자연적으로 발생한 결과물이다. IT 발전은 역설적으로 중앙집중구조인 결제수단에 대한 위험가능성을 증대시켰고 이에 따라 분산형 구조를 모색하게 하였다. 가상화폐는 분산형 구조를 현실화하였으며 그 핵심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이 담긴 블록이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는 일종의 거래장부로 모든 거래 참여자에게 공개된다. 따라서 중앙시스템을 필요로 하지 않고 해킹 및 이중지불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브레튼우즈 협정 이후 70년 이상 기축통화 역할을 해 온 달러화가 누적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가상화폐의 활용도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국경 없는 세계화와 금융자유화 시대에 가상화폐는 환율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최적의 도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화폐는 단일 화폐가 될 것으로 예상해 왔고 가상화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화폐인 것이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미래 가상화폐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기술 개발을 통해 보다 진화된 가상화폐가 출현할 것으로 전망한다. ‘블록체인 2.0’으로 불리는 스마크 콘트랙트 기반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이더리움은 이 같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올 들어 시장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이더리움은 기존 블록체인에 전자계약 기능을 추가하여 다양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지속적인 기술진화로 거래의 투명성과 결제의 안전성, 가치의 안정성이 담보되는 제2의 비트코인, 제3의 이더리움이 출현한다면 이들이 미래 가상화폐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세계 각국이 관련 법령을 도입하고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법적 지위 및 세제상의 기준을 마련한다면 가상화폐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거래소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고 예탁기능을 강화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등록제로, 미국 뉴욕주는 인가제로 전환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전자금융거래법에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추가, 판매·구입·매매·중개·발행·보관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의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금융부문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가상화폐, 그 시대적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3호 (2017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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