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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의 뉴 애브노멀 시대 경제] 가계부채는 한국경제 위기의 뇌관?
기사입력 2017.07.13 15:46:37 | 최종수정 2017.07.21 11: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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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춤했던 증가세에 다시 불이 붙었다. 부동산 시장의 단기급등이 주원인이다. 여기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 올렸다. 이제 한국과 똑같아졌다. 올해 안에 미국은 금리를 한 번 더 올린다고 한다. 자본유출을 막고 이머징국가와의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도 금리를 손봐야 한다.

지난 1분기 성장률도 거의 2년 만에 1%대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금리가 오르면 돈 빌린 사람들은 당장 경제적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쓸 돈이 없는데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다. 더구나 향후 금리 방향성은 우상향이라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는 한계가구가 늘어날 전망이다. 가계대출의 상환여력 감소는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경제 전반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한국경제 위기의 뇌관으로도 지적되고 있는 가계부채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해 본다.



▶가계부채 현황 및 증가원인

가계부채의 보다 명확한 개념은 가계신용이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차입한 가계대출과 카드나 할부금융을 통해 물품을 구입한 판매신용을 포함한다. 이 가계신용(이후 가계부채로 표현)은 2004년 말 500조원에 불과했으나 2014년 초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빠르게 증가, 지난 1분기 말 1360조원을 기록하였다. 최근 증가 추세라면 연말에 15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한 해 동안 140조원이 증가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가계부채 규모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볼 때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8%로 이미 위험수준인 75%를 넘어섰다. 물론 미국의 79.5%, 일본의 62.5% 등 선진국 평균인 73.5%보다 높았으며 이머징마켓 평균인 35.7%의 3배에 육박했다. 특히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78.9%로 OECD 평균인 134.5%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즉 가구당 빚이 연간 사용 가능한 돈의 두 배인 셈이다. 가계부채 증가원인의 주범은 부동산이다. 박근혜 정부시절 부동산경기를 띄워 내수를 살리자는 일명 ‘초이노믹스’로 인해 부동산관련 각종 규제가 완화되었다. 이로 인해 2015년 이후 부동산 값이 급등하면서 대출을 통해 집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거기에 경기의 인위적 부양을 위한 1%대의 역사적 저금리 통화정책이 합세하며 투기세력까지 가세, 한동안 사라졌던 부동산 불패신화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부채 금액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60%대를 넘어선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은행의 주담대는 분기마다 전분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고 은행의 담보대출을 제한하기 시작하자 2금융권의 주담대 비율이 크게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또 다른 증가원인은 가계소득 정체에 있다. 2010년 이후 가계소득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가처분소득은 정체 상태이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증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활비나 부채상환을 위한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한 이유

가계부채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이유는 증가속도와 규모보다 질적 저하에 있다. 상환방식에 있어 일시상환식·변동금리형의 비중이 높고 고연령대에서 증가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며 저신용자·과다채무자·다중채무자 등 신용취약계층의 대출비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금리를 포함한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대출구조인 것이다. 일단 대출기간 중 이자만 내고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갚는 거치형·일시상환식 대출이 은행권 대출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농협이나 신협 등 상호금융의 경우 일시상환식이 무려 93%에 달한다. 또한 변동금리형 대출도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대출형태는 저금리 지속 시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상환능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몇 해 전부터 분할상환식과 고정금리형으로 유도하여 신규대출의 경우 상당히 개선되고 있지만 대출잔액이 전체적으로는 아직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차주의 연령대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가계부채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가계부채 잔액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이며 최근 가계부채 증가를 이끈 것도 이들이다. 이에 따라 가구당 부채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연령대가 58세로 미국의 40세에 비하면 거의 20년이 늦다. 이들은 안정적인 소득확보가 어려운 연령대로 외부 충격 발생 시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것은 신용취약계층의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3개 금융기관 이상에서 대출을 받는 다중채무자, DTI(Debt-to-Income) 비율이 60%를 초과하는 과다채무자,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 등을 일컫는 신용 취약계층 차주들은 연체율이 높고 1인당 대출금액도 많다는 면에서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 30%대에 이르고 있으며 1인당 채무액도 지난해 6월 말 현재 1억119만원으로 비다중채무자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으로부터 대출이 어려운 이들 취약계층 차주들은 금리가 높은 상호저축은행이나 신협 등 비은행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받고 있어 고금리 대출로 인한 부실화 가능성도 그 만큼 높은 실정이다. 이같이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한 대출구조하에서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는 경우 그 여파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어느 경제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출금리 1% 상승 시 현재 15.8%인 한계가구(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초과) 비율은 16.8%로 증가한다고 한다. 또한 보다 현실적인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부실위험가구(실물자산과 비금융부채를 모두 포함하는 가계부실위험지수(HDR)가 100 초과)는 7만3000가구가 늘어난다고 한다.



▶가계부채 해결방안

가계부채로 인한 폐해가 현실화되기 전에 이를 미리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가계부채의 구조개선과 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 분할상환과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고 대출기간을 장기화하여 가계부채의 총량이 증가하더라도 부실위험은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소득 주도 성장을 정착시켜 가계의 소득창출 능력을 개선하고 사회 안전장치나 복지 확충을 통해 일정한 소득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급능력이 강화되면 악성 부채가 존재하더라도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차주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규모를 정하는 방법론상에서의 정교함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대출심사 기준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변경하는 정책은 적절하다. 주택대출원리금 이외에 신용대출이나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상환액으로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보다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부업 등 제3금융권의 대출잔액이 제외되는 등 DSR도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이는 적용과정에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DTI나 LTV 같은 기존 심사기준에 대한 소득별 주택가격별 차등 비율 적용도 고려할 만하다. 소득이나 주택가격이 낮을 경우 비율은 상향 조절해야 할 것이다. 집단대출을 포함한 부동산금융 전반에 걸친 재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신용취약계층과 한계가구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들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게 서민금융을 강화하고 대출금리의 법적 상한도 낮출 필요가 있다. 또한 부실위험이 있는 가계가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복귀하기 위한 공적, 사적 채무조정 제도의 강화도 검토해야 한다. 회수불능채권에 대한 조사를 통해 채무감면을 시행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다만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 제공이나 취업 및 창업교육 등을 통해 이들의 소득 창출 능력을 먼저 제고해야 할 것이다. 모든 자산에는 본질가치라는 것이 존재한다. 과열로 인한 가치 상승은 열기가 식는 순간 바로 사라지게 되어 있다. 과욕은 결국 파멸로 마무리된다.
부동산버블로 잃어버린 20년, 30년을 경험한 일본의 전철은 좋은 본보기다. 또한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은 사회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현 세대의 지나친 욕심과 나만 잘 살겠다는 이기심이 다음 세대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정책당국과 투자자의 현명한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2호 (2017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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