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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의 뉴 애브노멀 시대 경제] 문재인의 제이(J)노믹스 분석
기사입력 2017.06.05 0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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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문재인. 대한민국은 우여곡절 끝에 새 대통령을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초기 행보에 대한 점수는 상당히 후하다. 국정운영 방식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도 많다. 하지만 벌써 5년 후를 걱정하거나 정책의 일관성 유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대선 후보들은 대선기간 중 여러 가지 공약을 발표한다. 보다 살기 좋은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가장 핵심적이고 관심 있는 분야 중 하나는 경제 부문일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모든 국민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공약은 문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온 알파벳(제이)과 경제(이코노믹스)를 결합해서 만든 ‘제이노믹스’라는 신조어로 대변된다. 경제공약은 곧 집권 후 경제정책으로 이어진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이 될 ‘제이노믹스’의 세부내용들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한계점 및 ‘제이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분석한다.



▶‘제이노믹스’ 기본방향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은 4대 비전, 12개 약속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경제정책 분야는 12개 약속 중 네 번째와 다섯 번째인 일자리와 성장동력에 해당된다. 또한 경제민주화로 대변되는 두 번째 약속인 공정분배는 경제정책의 기본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가계대출을 포함하는 복지강화도 여덟 번째 약속 중 일부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다. 즉 공정한 경쟁이라는 국정 철학 아래 정부주도의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및 4차산업 위주의 성장전략이 ‘제이노믹스’의 기본 틀인 것이다. 여기에 최근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가계대출과 주거 및 교육비용의 절감을 통한 복지정책이 추가된다.

‘제이노믹스’를 경제 이론적으로 접근하면 정부의 재정투자를 강조하는 케인즈학파 중 이윤주도가 아닌 임금주도로 경제체제를 파악하는 사회적 케인즈주의 또는 포스트 케인즈주의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성장담론이 칼렉키(Kalecki) 성장모형이라고도 불리는 소득(임금)주도 성장론이다. 신정부는 이 성장 모형을 근간으로 재정 투입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지출을 확대해 총수요를 늘리면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즉 ‘제이노믹스’의 시작점은 정부주도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할 수 있다.



▶‘제이노믹스’ 세부내용

‘제이노믹스’는 일자리, 성장동력, 공정분배, 복지강화 등 네 가지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 노동존중 사회 실현 등의 어젠다로 구분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81만 개,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 개의 민간부문 일자리를 창출한다. 비정규직 감축과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지원 확대,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제정,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이 이루어진다. 노동존중 사회실현을 위해서는 체불임금 제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감정노동자 보호법 제정 등의 실행과제를 포함한다.

성장동력과 관련해서는 미래성장동력 확충, 제조업 부흥, 중소·중견기업 육성, 과학기술 진흥 등의 어젠다로 구분된다.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ICT 산업 기반을 확대하며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의 육성책을 마련한다.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며 중소기업의 R&D 지원을 2배로 확대하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축소 정책을 시행한다. 제조업 부흥을 위해서는 수출품목의 첨단화 및 고부가가치화,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등을,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서는 기초연구 자율성 보장과 과학기술 저변확대 등을 추진한다. 공정분배와 관련해서는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여 경제민주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하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한다. 또한 대기업 집단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기 위해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서면투표제, 집중투표제 등을 도입한다.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100%로 하향 조정하고 순환출자 금지 및 기존 분을 3년 내 해소하며 금산분리 기조는 지속된다.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신관리지표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변경하며 소액 장기 빚 탕감, 최고이자율 상한 축소 등을 시행한다.



▶한계점 및 해결과제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자리위원회 설치와 한국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하며 ‘제이노믹스’를 힘차게 시작했다. 하지만 ‘제이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한계점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한 세밀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이노믹스’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아직 검증이 안 된 이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주장하는 포스트 케인지언들은 본인 스스로를 비주류경제학자로 분류한다. 임금주도 성장론은 임금분배를 통한 유효수요 창출→ 기업의 설비가동률 상승→고용과 투자의 촉진→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로 이어진다. 여기서 쟁점이 되는 부문은 설비가동률로써, 기업의 투자가 설비가동률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는 자본축적량, 노동력, 기술수준의 함수로 알려져 있어 설비가동률이 기업 투자의 주요 변수인가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 즉 소득은 성장의 결과이지 원천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 증대는 경기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성장률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더구나 가구당 가계부채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임금 증가분은 채무상환에 활용될 뿐 유효수요 창출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임금상승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기업의 투자로 승화될 수 있도록 주요 연결지점에서의 보다 현실적이고 작동 가능한 세부 정책들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난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위원회공화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문 대통령은 공약 이행을 위해 13개 위원회 설치를 고려했으며 이 중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일자리위원회, 4차산업 혁명위원회, 을지로위원회 등이 있다. 물론 정책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부처 이해를 조정하는 위원회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를 남발하는 경우 위원회와 각 부처 간 마찰이 발생하면서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 또한 위원회의 위상이 강화되는 경우 위원회가 정부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라는 논란도 제기된다. 따라서 위원회는 최소화하고 목적을 달성한 위원회는 바로 해산할 수 있게 위원회 조직에 대한 유연성 있는 운영방식이 필요하다.

셋째, 또 다른 차원의 기회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소액장기 연체자의 채무 탕감은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별도의 선발절차 없이 전체에 대해 정규직화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즉 해당 업무가 비정규직이어서 이보다 못한 다른 기업의 정규직으로 취업한 자, 해당 기관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자, 해당기관의 신규인력 채용 감소에 따른 취업준비생들은 또 다른 기회의 상실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소액 장기연체 빚 탕감은 매 정권 초마다 반복되었던 선심성 정책이다. 더구나 이번 정책은 상환 연장이나 이자 감면이 아닌 채무의 완전 소각이라는 점에서 훨씬 강력하다. 이 같은 정책은 채무자들의 모럴해저드를 불러일으키고 해당 정책은 포퓰리즘의 덫에 빠지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하지 않는 방향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경제공약 이행에 투입되는 재원 확보가 ‘제이노믹스’의 성공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제이노믹스’는 정부의 재정투입을 통한 큰 정부를 지향한다. 필요한 재원은 향후 5년간 178조원보다 훨씬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178조원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재정개혁을 통해 112조원, 세입개혁을 통해 66조원을 조달할 계획이지만 개별 항목별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더구나 재정개혁은 이미 앞선 정부들이 시행해 온 것으로 이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입개혁이라는 명분아래 증세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에 대한 기업과 국민들의 조세저항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국민적 합의 도출과 국회 동의 절차가 중요한 이유이다. 결국 가장 손쉬운 방법인 국채발행을 통한 재원조달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단기간 국가부채규모 증가로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규모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 일본이 지난 20년간 국가부채를 GDP의 50%에서 200%로 증가할 정도로 과도한 재정을 투입하였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재인호가 닻을 올렸다. 시작은 좋다. 방향도 좋다. 하지만 앞으로 내·외부로 수많은 저항과 변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를 잘 헤쳐나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약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세부 전략이 절실하다. 또한 급진적이고 일방적인 추진보다는 합의와 포용에 의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모든 이해당사자가 수긍하는 창의적이고 멋진 액션플랜을 통해 ‘제이노믹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1호 (2017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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