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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평론가 윤덕노의 음食經제] 연어의 경제사 노르웨이 발명품 연어초밥…종주국을 뚫은 역발상 전략
기사입력 2017.04.27 1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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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음식이 차려진 뷔페나 결혼식 피로연 같은 연회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 무엇일까. 물론 준비한 메뉴에 따라, 그리고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최 측에서 가장 많이 준비하는 메뉴는 연어라고 한다. 연어초밥이나 연어회를 비롯해 연어샐러드와 연어카나페까지, 연어의 인기가 높다. 연어는 인류가 최초로 먹었던 생선 중 하나다. 구석기 시대인 2만2000년 전 동굴 벽에도 연어가 새겨져 있을 정도다. 중요한 식량자원이었기에 요리법도 다양하게 발달해 세상에 알려진 연어 요리만 100가지가 넘는다니까 그만큼 알뜰살뜰 먹는다는 것인데 나라마다 특징적인 연어 요리가 따로 있다.

아시아라면 연어구이, 유럽과 미국은 연어스테이크를 좋아하고 연어샐러드는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즐겨 먹는데 미국 같은 경우는 특히 연어샌드위치가 발달했다. 베이글 위에 훈제연어를 올려놓고 여기에 양파랑 크림치즈를 얹어 먹으면 훌륭한 아메리칸 브런치가 된다. 유럽 역시 연어샌드위치가 발달했다. 다만 미국과는 달리 소금에 숙성시킨 연어를 곁들여 먹는데, 호밀 빵과 함께 먹으면 독일식, 통밀 브라운 빵에 곁들이면 영국식이 된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연어초밥이나 연어회, 혹은 연어회덮밥이 인기다. 하기야 연어초밥은 굳이 우리나 일본이 아니더라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대체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이다. 초밥도 나라마다 좋아하는 종류가 다르다고 하는데 일본의 경우는 인기 초밥의 순위가 1위는 참치초밥, 2위가 연어초밥, 3위가 성게알초밥이지만 여자들은 연어초밥을 1순위로 꼽는다고 한다. 반면 미국은 연어, 장어, 참치, 방어초밥의 순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믿을 만한 조사 자료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역시 연어나 광어, 장어, 새우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연어초밥은 이렇게 어느 나라에서나 빠지지 않고 상위권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연어초밥은 어느 나라 음식일까.

초밥은 일본에서 발달했으니 연어초밥 역시 일본이 뿌리일 것 같지만 이게 조금 대답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연어초밥을 일본에서 처음 먹기 시작한 것은 맞다. 하지만 전통 일본 음식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한 것이 일본 사람들 역시 연어초밥을 보편적으로 먹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과 20년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연어초밥을 처음 본 일본 사람들은 저런 ‘야만적’인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정도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연어초밥은 사실 전통 일본음식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일본에서 멀리 떨어진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의 발명품이다. 초밥은 초밥이지만 일본 전통 초밥이 아니고 노르웨이와 일본이 합작으로 만들어 낸 퓨전 음식이다. 그리고 오리지널 아이디어의 출처는 노르웨이다.

연어초밥이 초밥과 전혀 관련 없는 노르웨이 작품이라는 것이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연어초밥은 세계 최대의 양식 연어 수출국인 노르웨이가 일본에 연어를 팔려고 만든 음식이다. 연어회나 연어덮밥도 마찬가지다. 원래 일본에서는 다른 생선은 몰라도 연어만큼은 반드시 익혀서 먹었지 날로는 먹지 않았다. 1980년대 초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업자들이 일본에 초밥과 횟감용 생 연어를 수출하려고 하자 일본인들이 기겁을 했다. “우리는 연어를 날로 먹지 않는다. 어떻게 야만스럽게 익히지 않은 연어를 먹을 수 있냐?”며 생 연어를 팔려고 일본에 온 노르웨이 수출업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생선회를 즐겨 먹는 일본인들이 연어는 굳이 날로 먹지 않는 것은 물론 생 연어 먹는 것 자체를 야만스럽게 여겼던 이유가 무엇일까. 사시미와 스시의 나라 일본이지만 연어만큼은 굳이 회나 초밥으로 먹지 않고 구이나 조림으로 익혀서 먹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연어, 특히 일본에서 잡히는 자연산 태평양 연어에는 기생충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산 태평양 연어를 익히지 않고 먹으면 기생충에 감염될 우려가 높기 때문에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연어를 초밥이나 회로 먹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때문에 반드시 연어만큼은 구이나 조림, 훈제 등으로 요리를 했던 것인데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업자가 연어를 수출하면서 초밥이나 회로 먹으라고 하니 야만적이라며 엄청난 거부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참고로 지금 우리가 먹는 연어초밥이나 연어회는 기생충과는 관련이 없다. 초밥이나 횟감용 연어는 모두 자연산이 아닌 양식으로 키운 대서양 연어이고 또 연어를 양식할 때 어린 연어에 일일이 기생충 예방 백신 주사를 놓기 때문이다. 반면 자연산 태평양 연어의 경우에는 기생충 감염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초밥이나 회가 아니라 반드시 조리해 먹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양식 연어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연어를 양식할 때 항생제 남용을 지적하는 환경보호단체도 있다.

어쨌든 일본에는 전통적으로 연어초밥 혹은 연어회를 먹는 음식문화가 없었다. 때문에 생 연어 식용에 대해 거부감이 워낙 강해 초창기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자들은 거의 수출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연어초밥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자들은 어떻게 거부감이 강한 일본 수산물 시장을 개척했으며 초밥의 종주국 일본에 연어초밥의 아이디어를 제공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어초밥의 탄생은 노르웨이 양식업자의 절박함과 그에 따른 치열한 노력과 인내의 결과였다. 1960년대 대규모 연어 양식에 성공한 노르웨이는 1970년대 곧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유럽 시장이 곧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과잉 생산으로 연어 양식업자들이 줄도산의 위험에 부딪치면서 연어 양식 산업 자체가 위기를 맞았다. 새로운 시장을 뚫기 위해 눈을 돌린 곳이 수산물 소비대국인 일본 시장이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초밥 및 횟감용 연어 수출을 겨냥했는데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연어만큼은 날로 먹지 않는 전통음식문화의 복병을 만났던 것이다. 그렇다고 유럽 시장처럼 훈제 연어나 스테이크용 연어 수출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시장 자체가 워낙 작았기 때문이다. 초밥과 횟감용 연어 시장을 뚫지 못하면 양식 연어 산업 자체가 발전에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었기에 노르웨이는 과감하고 우직하게 일본의 전통음식문화라는 장벽을 돌파하기로 했다. 그래서 당국과 연어 양식업자가 힘을 합쳐 만든 것이 ‘프로젝트 재팬(Project Japan)’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노르웨이산 대서양 양식 연어는 기생충 감염의 우려가 없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연어초밥과 연어회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참치회나 초밥 못지않게 맛있다는 사실을 홍보했다. 도쿄 곳곳에서 연어초밥과 연어회 시식 이벤트를 열었고 노르웨이 대사관에서도 파티를 열 때는 반드시 연어초밥이나 연어회를 파티 음식으로 내놓았을 정도로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연어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초밥용 양식 연어 수출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 재팬은 무려 10년에 걸쳐 꾸준히 진행됐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 노르웨이 양식연어 수출업자들이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 유통업체와 손잡고 초밥용으로만 판매한다는 조건으로 생 연어 5000톤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다. 그 결과 일본 편의점 초밥 도시락 매장과 초밥 전문식당에 연어초밥이 집중적으로 깔렸다.

부드럽고 진한 맛의 연어초밥이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연어초밥이 봇물 터진 것처럼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연어초밥은 지금 참치초밥 다음으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생선초밥이 됐는데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기대 이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연어초밥의 유행이 일본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라 같은 쌀밥 문화권이 아시아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과 타이완 등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유행이 아시아를 넘어 원래부터 연어를 많이 먹었던 미국과 유럽으로까지 퍼졌다. 노르웨이가 세계 최대의 연어 양식 국가로 성장한 배경이다.

노르웨이가 추진했던 프로젝트 재팬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기본은 문화적으로 연어초밥을 거부했던 초밥의 나라, 일본에 연어초밥을 퍼트리겠다는 역발상의 전략과 10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과 인내가 만든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바탕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 종족을 퍼트리는 연어처럼 역경을 극복해야 살 수 있다는 절실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0호 (2017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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