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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현 칼럼] 알레포의 비극
기사입력 2017.04.27 14: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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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전쟁의 주 무대는 예루살렘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주 언급되는 도시가 시리아의 지방도시 알레포다.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유럽 각지에서 출발한 십자군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시로, 예루살렘으로 진격하던 십자군이나 십자군을 막기 위해 모인 아랍군이 주둔했던 전략적 요충지다.

백과사전에 나오는 알레포는 이렇다. “인구 약 154만2000명(1994). 해발고도 400m의 고원에 위치하기 때문에 기후는 대륙성이지만 살기에 무난하다.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겨울에 비가 오며, 연강수량은 400㎜이다. 이스탄불~바그다드 철도가 통과하고, 베이루트·다마스쿠스와도 철도·도로로 연결되었으며, 예로부터 동서교통의 요지가 되어 무역의 중심지로서 번영하였다. 목화의 대집산지이며, 견직물과 면직물의 제조 및 식품가공·양모·담배·시멘트·방적 등의 공업이 성하다.”(두산백과)

평화 시에는 사통팔달의 교역 중심지로 빛이 나지만 세력 간 충돌이 빚어질 때는 비극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 글을 쓰는 4월 19일, 신문 1면에서 가슴 아픈 사진 한 장을 보게 된다. 사진기자 겸 활동가인 아브드 알카데르 하바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알레포 근처 자폭테러 현장에서 부상당한 아이를 안고 앰뷸런스를 향해 뛰고 있는 사진이다. 그 옆 사진에서는 하바크가 처참하게 숨진 또 다른 아이를 보고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린이 68명을 포함해 126명이 희생된 참사 현장에서 그는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부상자를 옮겼다. 하바크는 이후 인터뷰에서 “현장은 끔찍했다. 사람들이 울부짖고 바로 곁에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사진에 앞서 작년 8월에는 알레포에서 폭격을 맞아 온 몸에 먼지와 피를 뒤집어 쓴 채 멍한 표정으로 앰뷸런스 안에 홀로 앉아 있던 일명 ‘알레포 소년’ 옴란 다크니시의 모습이 전해지면서 세계인들을 슬프게 했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에 대한 고문 사건으로 시작해 알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무장투쟁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종파 갈등으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시아파 맹주국인 이란과 레바논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인근 수니파 국가들이 반군에 무기와 물자를 지원하면서 사태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혼란을 틈타 세력을 키운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북부를 점령하면서 정부군·반정부군·IS 등이 복잡하게 대치하는 상태가 됐다. 와중에 시리아 정부군을 옹호하는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과 충돌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지난 4월 4일에는 반군 거점 지역인 칸세이쿤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일어나 주민 수십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이에 미국은 4월 6일 시리아의 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을 향해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폭격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방문 중이던 시진핑 주석 간 만찬 중에 이뤄짐으로써 ‘세계국가’ 미국의 위엄을 확인시킨 계기가 됐다.

알레포의 비극으로 상징되는 두 개의 사진 기사에 우리 국민들이 깊숙이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야말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맞부딪치는 전형적인 갈등지역이다. 요새 그 부딪침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트럼프와 시진핑, 트럼프와 아베, 트럼프와 김정은, 시진핑과 김정은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지난 3월 매일경제가 주최한 제26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안보보고서’는 북핵 문제를 억제하기 위해 방어력 확충은 물론 공격력까지 확보할 것을 요구하는 등 액션 어젠더들을 제시함으로써 반향을 몰고 왔다.

알레포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비극적 사진들은 주변국과 강대국들까지 얽혀들면서 장기화하고 있는 시리아 내전같은 비극이 한반도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못하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계속 일깨우고 있다.

[윤구현 LUXMEN 편집인·편집장(이학박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0호 (2017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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