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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의 뉴 애브노멀시대 경제] 새로운 불확실성 시대의 개막
기사입력 2017.01.06 17: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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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시대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현상을 특징지었던 ‘뉴 노멀(new normal)’이 종언을 고하고 그 자리에 ‘뉴 애브노멀’이라는 새로운 규범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뉴 노멀 (new normal) vs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세계경제는 대공황 이후 브레튼우즈, GATT, WTO 등의 국가 간 협약을 통해 경제질서를 재편해가며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2000년 이후에도 IT 산업의 발달과 각종 규제완화 등을 통해 고성장을 구가하던 세계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전과는 완전히 상이한 새로운 시장질서에 직면하게 된다. 저성장·저소득·저수익률이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구나 이 같은 3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기존 이론을 통해서는 벌어지는 경제현상들을 설명할 수 없어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게 되었다. 즉 금융위기 발생 이후 경제 패러다임이 급변, 이전 기간을 기존 이론이나 기준으로 경제현상이 설명되던 ‘노멀’ 시대라고 한다면 이후 기간은 새로운 표준이나 논리가 지배하는 ‘뉴 노멀’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같이 장기적 저성장이 일반화된 ‘뉴 노멀’ 시대에 불확실성이 추가된 것이 ‘뉴 애브노멀’이다. ‘새로운 비정상’쯤으로 해석되는 뉴 애브노멀은 시장의 변동성이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존재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 비정상적인 상태가 고착화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경제현상이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나 사태파악이 안 되는 가운데 불확실성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대혼돈(chaos) 상태가 바로 ‘뉴 애브노멀’인 것이다. 즉 ‘노멀’ 시대에는 과거 자료를 통해 미래의 경제현상을 예측할 수 있었고 ‘뉴 노멀’ 시대에는 과거와는 다른 잣대지만 새로운 기준을 통해 어느 정도의 예측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뉴 애브노멀’ 시대에는 관련 변수의 불확실성 확대로 미래 예측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뉴 애브노멀’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뉴욕대 교수는 뉴 애브노멀 현상이 성장률, 통화정책, 인플레이션, 그리고 자산가격 및 금융시장 등에서 발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선진국, 이머징마켓 구분 없이 대부분 국가들의 성장률은 가계 및 국가부채, 고령화, 소비위축을 이끄는 다양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기술혁신이나 산업 구조조정이 생산성을 증대시킬 만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지 않아 잠재적 성장률의 회복 가능성도 비관적이다. 또한 통화정책은 제로금리, 양적완화, 신용완화, 환율개입 등 이전에는 구경하지 못했던 기괴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재정 정책과의 경계도 애매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확장적 통화정책이 유동성 함정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가격의 급등만 초래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변동성이 커진 경제변수 중 어느 하나라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이로 인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불확실성의 확대

사실 ‘뉴 애브노멀’이라는 용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출현한 ‘뉴 노멀’과 대비되는 의미로 2013년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불확실성의 확대는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재해 있다가 최근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트럼프(Donald Trump)가 당선되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뉴 애브노멀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당장 미국 연준이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25bp 올리자 세계 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예상된 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반면 금값과 유가, 주가는 동반 하락하였다. 이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도 올 자산매입 예상규모를 축소하는 등 실질적인 테이퍼링을 시작했으며, 일본중앙은행도 통화완화정책의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미 연준이 올해 3차례, 내년과 후년에도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을 예정하고 있어 이로 인한 세계경제의 파급효과는 지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어떻게 보면 그동안의 제로금리라는 기괴한 통화정책이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세계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거기에 트럼프의 당선은 경제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트럼프의 경제 공약은 일관성을 찾기 어려우며 모순된 정책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예컨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통한 재정확대와 법인세·소득세 감세를 약속했지만 어떤 유세장에서는 재정적자 감축을 공약하기도 하고, 도드-프랭크법(Dodd-Frank) 폐지 등 금융 규제 완화와 동시에 월가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같이 서로 병존 불가능한 경제정책은 실행단계에서 다소 조정이 되겠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트럼프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당선 그 자체가 향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전망은 크게 빗나가지 않을 듯싶다.

더구나 어지러운 국내 정치상황으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경제 정책 공백 상태는 국내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을 몇 배로 증폭시키고 있다.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정치적 리스크가 뉴 애브노멀 심화에 한몫을 거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금리인상, 신 보호무역주의 확산, 영국에 이은 다른 국가의 EU 탈퇴 가능성 등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2%의 성장률마저 위협받고 있는 한국은 그야말로 ‘뉴 애브노멀’ 시대를 민낯으로 맞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 애브노멀 시대의 생존 방법

그렇다면 뉴 애브노멀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아가야 할 것인가? 해답은 의외로 쉽다. 근본 원인인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최소화하여 예측가능성을 향상시키면 된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외부 요인이어서 통제 불가능하다면 이들로 인해 영향을 받는 정도를 축소시키면 된다. 즉 외부변수의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약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의 기초체력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경제의 기초체력 강화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뉴 애브노멀’ 시대에는 과거에 활용했던 정책들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전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성장률과 관련해 현실성 있는 총요소생산성(TFP) 증대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과 자본생산성의 개선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기술발전과 노동의 질적 향상, 선진화된 문화 등을 통한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일 뿐이다. 실제로 한국을 포함하여 많은 국가에서 총요소생산성이 경제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여 개선의 여력은 충분하다.

또한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고도 성장기에는 몇 가지 산업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육성을 통해 간판스타를 만들면 이들이 전체 경제 규모를 키워갈 수 있었지만 뉴 애브노멀 시대에는 소수의 특정 대기업이 아닌 다수의 중소기업이 생산을 위한 집단적 역할을 수행해야만 외부 위험 발생 시 이를 중성화시킬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소득불균형도는 대공황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불확실·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견고한 중산층의 확대는 필수적이며 이는 고용창출 노력, 복지 증대,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노멀’이 ‘뉴 노멀’이 되면 ‘노멀’은 더 이상 일상이 아닌 ‘올드노멀’이 되듯이 ‘뉴 애브노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올드 애브노멀’이 될 것이다. ‘뉴 애브노멀’이 ‘올드 애브노멀’이 되는 그 순간, ‘올드 애브노멀’을 기분 좋게 떠나보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길 바란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6호 (2017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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