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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성에 개성 더한 명품 중고 시장, 리셀로 샤테크가 가능한 이유
기사입력 2020.06.30 14:28:14 | 최종수정 2020.07.01 11: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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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패션·유통업계의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5월 명품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데,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백화점 명품 매출을 살펴보니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신세계백화점은 에르메스, 샤넬, 구찌 등 명품 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5월 13~19일) 대비 51.5%나 증가했다. 티파니, 까르띠에 등 럭셔리 주얼리와 워치 부문은 같은 기간 13.6%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39.8%, 롯데백화점은 10% 올랐다. 백화점 온라인몰의 명품 매출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SSG닷컴은 같은 기간 55.8%, 더현대닷컴, 현대H몰 등 현대 온라인몰은 무려 149.1%나 증가했다. 여기서 잠깐,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 시기의 백화점 명품 매출이 껑충 오른 것일까.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공통된 이유는 “가격 인상을 앞둔 샤넬 제품 구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샤넬은 핸드백 중 가장 인기가 높은 클래식백과 보이백, 가브리엘백의 가격을 17% 인상했다. 가격 인상 전에 제품을 구입하려는 이들로 샤넬이 입점한 각 백화점 명품 매장은 개장 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개장 시간에 매장을 향해 뛰는 ‘오픈런’ 대열에 합류했던 김미도(34·가명) 씨는 “일단 재고가 얼마 없고 대기시간이 길기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먼저 가기 위해 뛰게 된다”며 “가격 인상 전에 제품을 사고, 이후 리셀(Resell)하면 재테크로도 손색없기 때문에 명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이른바 샤테크(샤넬+재테크)에 나섰다는 의미다.

김 씨의 이러한 의도에는 샤넬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필립 블론디오 샤넬 글로벌 CFO의 말을 빌어 “샤넬이 코로나19 영향에도 할인이나 온라인 판매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러니 하지만 명품 시장이 들썩인 이후 네이버카페 ‘중고나라’에선 ‘신상 샤넬 백을 판매한다’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구매자 입장에선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의 유혹이, 판매자 입장에선 실제 구매한 가격보다 높게 판매한다는 기대가 섞인 거래다. 물론 대부분의 판매자는 재테크의 일환으로 리셀(Resell) 시장에 참여한다. 일반 중고품 거래와 달리 리셀은 희소성 있는 제품이나 명품이 주로 거래되다 보니, 밀레니얼-Z세대에게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 중고 시장 확대에 리셀 시장도 붐업

리셀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중고 시장의 규모 확대에 기인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 등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며 언택트 소비가 떠오르고 있지만 한쪽에선 직접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 거래하는 중고거래가 늘고 있다. 휴대폰의 중고거래앱으로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이미 사용했던 중고품을 사고파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중고거래앱 시장은 역대 최대 기록을 갱신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월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중고거래 앱 시장 분석 리포트’를 보면 일간 활성 사용자수 1위는 쿠팡, 2위는 당근마켓, 3위는 11번가, 5위는 위메프가 차지했다. 지난 3월 기준 중고거래앱 사용률은 당근마켓이 가장 높았다. 그 뒤를 번개장터, 헬로마켓, 옥션중고장터, 중고나라가 뒤쫓고 있다.

카카오에서 함께 재직한 후 2015년 당근마켓을 공동 창업한 김용현 대표와 김재현 대표는 카카오 직원들끼리 중고물건을 사고팔 때 택배를 보내지 않아도 되고, 직거래라 사기당할 일도 없어 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현재의 당근마켓 형태를 구상했다.

당근마켓은 지역에 기반한 중고품 직거래 서비스다. 만나서 얼굴을 보고 물건을 주고받는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가 일상이 된 시대에 낯선 이와 얼굴 맞대고 물건을 사고판다니. 그런데 이 콘셉트가 통했다.

당근마켓의 3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Monthly Active User)는 446만 명으로 전년 동기(161만 명) 대비 두 배 이상 수를 불리며 중고거래앱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3월 한 달간 주요 중고거래 앱의 총 설치기기 수 역시 당근마켓이 660만 건, 번개장터 235만 건, 중고나라 136만 건으로 나타났다.

동네에서 다양한 물품을 직거래할 수 있는 당근마켓 앱.

지난 5월 당근마켓의 한 달 이용자수는 무려 800만 명. 거래 건수도 지난 1월 400만 건에서 4월 750만 건으로 약 2배가량 늘었다. 업계에선 중고거래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사기 거래의 단점을 보완해 반경 6㎞ 내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 거래하도록 정한 방식을 인기 비결로 꼽는다. 근거리이다 보니 동네 이웃과 거래한다는 점이 신뢰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퇴근길에 판매자의 집에 들러 거래하며 휴대폰으로 거래대금을 송금하기 때문에 돈을 떼일 일도, 물건을 사기 당할 일도 없다.

중고나라는 2003년 12월 네이버카페로 시작해 웹과 앱을 아우르는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중고거래 서비스 중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카페와 모바일앱 회원수가 각각 1800만 명, 440만 명에 달한다. 하루 30만 건, 연간 1200만 건의 중고물품이 매물로 등록되고 있다. 중고나라의 지난해 거래액은 4조원이나 된다.

번개장터는 3년 연속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중고거래 서비스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번개장터는 앱에서 안심간편결제 서비스 ‘번개페이’ 등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이용자가 이를 통해 앱에서도 한번에 거래를 진행하고 송금까지 완료할 수 있다. 번개장터의 올 3월 평균 일간 활성 사용자 수도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3월 거래액은 43% 증가했고, 상품 등록 수도 60%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중고거래앱들의 인기 덕에 국내 중고 시장의 규모는 현재 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원대였던 규모가 10여 년 사이에 5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도 중고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일본 중고거래 서비스 ‘메루카리’는 출시 4년 만에 앱 다운로드 1억 건을 넘기며 일본의 유일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고시장이 활성화되다보니 중고품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실용적인 소비뿐 아니라 오래됐더라도 희소성에 따라 프리미엄이 붙거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수단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 시장이다. 중고차 업계에선 이른바 올드카를 찾아 발품을 파는 마니아층을 위해 전문 코너를 꾸리기도 한다.

경기도 일산의 한 중고차 딜러는 “주말이면 벤츠나 포르쉐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올드 버전(오래된 모델)을 찾는 분들이 종종 찾아온다”며 “비록 주행거리는 20~30㎞에 달하지만 단순히 중고차라기보다 그동안 꼭 타보고 싶었던 모델을 직접 구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운동화 한 켤레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서 밤을 세우거나 샤테크에 열광하는 심리도 이러한 성향과 맞닿아 있다.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한 지난 5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30세대가 즐기는 중고거래

통합 보험관리 플랫폼 굿리치가 모바일 리서치 기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2030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물품 중고거래 등 소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30세대 10명 중 3명은 2개월 한 번씩 중고거래를 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응답자 중 중고거래 경험이 있는 2030세대는 83.0%였다. 최근 1년간 중고물품 판매와 구매 횟수를 묻는 질문에 6회 이상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27.3%를 차지했다. 중고품 판매금의 주요 사용처에 대한 질문에 공과금 납부 등 생활비로 사용한다는 응답이 34.7%를 차지했다. 중고상품을 판매한 청년층 10명 중 3.5명이 판매금을 생활비로 사용한 것이다. 개인 용돈으로 사용한다는 응답도 38.3%였다. 리셀 시장에 뛰어드는 ‘밀레니얼-Z세대(2030세대)’도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롯데멤버스가 발표한 20대 명품 소비자료를 보면 전체 명품 구매자 중 44.5%가 ‘중고거래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거래 채널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51.6%로 가장 많았고, 중고거래 플랫폼 31.0%, 중고명품 매장이 29.3%로 뒤를 이었다.

리셀 시장 역시 해마다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는 지난해 글로벌 중고명품 시장을 해마다 15%씩 성장하는 유망 시장으로 분석했다. 미국 온라인 중고의류 판매업체 스레드업(thredUP)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리셀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28조원, 올해는 48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명품 사랑, 세계 8위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127억2670만달러로 2018년 121억6850만달러보다 5억5820만달러 증가했다.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에 이어 세계 8위 규모다. 2013년 이후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국내 명품 시장은 지난해 4.6% 성장했다. 이는 면세와 중고시장, 블랙마켓이 제외된 수치이기 때문에 합하면 시장 규모와 성장세는 훨씬 크고, 가파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한 명품 브랜드들의 사업 확대도 눈에 띈다.
루이뷔통은 남성 제품을 보강하고 가방 외에 의류, 신발, 액세서리로 제품군을 넓혔다. 구찌는 남성 소비력에 주목해 청담 부티크, 갤러리아 명품관, 롯데 본점·잠실·부산, 신세계 강남·센텀시티점 등에서 남성과 여성 의류를 분리했다. 롯데 본점에서 남성, 여성 매장을 각각 확장 오픈했고 잠실에선 여성 패션 잡화 매장과 의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해 남성 매장까지 3개를 운영 중이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8호 (2020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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