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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 ‘환골탈태’ 연 6%대 수익률 등장 운용사별 격차도 심화
기사입력 2020.03.02 13:42:56 | 최종수정 2020.03.02 1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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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견기업에 다니는 40대 초반 김성훈(가명) 씨는 동료들에 비해 퇴직연금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아이 둘을 키우느라 지출이 많아 저축을 많이 못하는 만큼 은퇴준비를 위해 일찍부터 퇴직연금 수익률에 신경을 쓰고 있다. 2009년 확정급여(DB)형에 가입한 퇴직연금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못하자 2014년부터 확정기여(DC)형으로 갈아탔다. 그럼에도 누적수익률은 2018년 말까지 8%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초 확인한 수익률은 확 달라졌다. 지난해에만 6%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및 개인연금과 함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3층 구조의 한 축이다. 그럼에도 가입자들로서는 퇴직연금 제도 자체가 어려운 데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고 구조도 복잡해 제대로 관리하기도 힘들다. 수익률을 높이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몰라 답답할 때가 많다. 게다가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며 퇴직연금 수익률은 은행이자를 살짝 넘거나 오히려 1%대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기간이 길어져 불만을 표시하는 가입자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운용사들 간의 운용성과도 큰 격차를 보이지 않고 비슷비슷한 수익률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 가입자들의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은 깊은 한숨과 푸념과 함께 희미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해외증시 호조로 펀드 등 원리금 비보장 금융상품을 많이 편입하는 금융회사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타 운용사를 압도했다.

미국 등 해외펀드 비중이 높은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수익률이 평균 5~6%로 타 사업자 대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는 운용사들과의 격차를 벌이며 ‘차이’를 만들어냈다. 운용사들이 자금유치를 위해 예비 투자자들에게 입이 마르도록 강조하는 장기운용에 따른 ‘복리효과’를 누린다면 이러한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은퇴자금은 몇 배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가입자가 퇴직연금 수익률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전반적인 수익률 개선

DC형·IRP 두각

퇴직연금 유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확정급여(DB)형은 회사가 적립금 운용 주체, 손실과 수익을 책임지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는 근무할 기간이 많거나 임금인상률이 높은 기업에 유리하고 개인이 운용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 다만 안정적인 운용을 하는 만큼 수익률이 적다.

확정기여(DC)형은 급여가 확정돼 있지 않아, 회사가 매월 또는 매년 임금총액 1/12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자 퇴직연금계좌에 이체한다. 이후 근로자는 스스로 상품을 선택해 운용한다. DC형은 DB형과 달리 임금인상률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을 때 유리하고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DC형은 직접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근로자에게 맞는 제도다. IRP는 개인이 직접 가입하는 퇴직연금이다. 퇴직 후 연금을 운용, 관리할 때 유리하다.

지난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성과는 2018년과 비교해 모든 유형에서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그 중 DC와 IRP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DC의 수익률은 2.93%로 가장 높았고 IRP와 DB는 각각 2.81%와 1.86%였다.금융투자사 업권별로는 2019년 하반기 증시 회복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원리금비보장 펀드상품을 적극 활용한 증권업계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증권업권 IRP 수익률은 4.21%로 전체 업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권은 DB와 DC에서도 각각 2.03%와 4.06%를 기록해 타 업권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증권업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역시 주가지수와 무관하지 않다. 2017년 증시 활황으로 눈에 띄는 성적을 냈던 증권업권은 2018년 증시 부진으로 DC와 IRP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 DC·IRP 성과 1위

유형별 수익률 상위 운용사를 살펴보면 DB에서는 삼성증권의 수익률이 2.27%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교보생명 (2.19%)과 현대차증권(2.18%)이 뒤를 이었다. DC의 경우 미래에셋대우가 6.59%의 압도적인 수익률로 1위에 올랐다. 하나금융투자(5.21%)와 삼성증권(5.14%)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IRP에서는 미래에셋대우(5.66%)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대신증권(5.30%)과 신영증권(5.21%)도 양호한 성과를 냈다.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 10개 사업자로 범위를 한정하면 지난 한 해 DB형 퇴직연금 수익률 순위는 교보생명이 2.19%로 1위, 현대차증권(2.18%) 2위, 미래에셋대우(2.09%)가 3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삼성생명(1.89%), KEB하나은행(1.73%), 신한은행(1.71%) 등이 이었다.

안정적인 운용을 중시하는 DB형의 경우 대부분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이나 주가연계사채(ELB)로 운용되고 있어 수익률 1~2%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은 수익률이 1%대였고 ELB의 경우도 2% 초반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DC형이나 IRP의 경우 수익률 차이가 사업자별로 벌어진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DC형과 IRP 모두 나란히 수익률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DC의 수익률 상위 운용사를 살펴보면 미래에셋대우가 6.59%였으며 2위는 교보생명이 3.24%, 3위는 현대차증권이 3.05%를 기록했다. 그 뒤로는 삼성생명(2.93%), 신한은행(2.62%), KEB하나은행(2.39%)이 이었다.

DC형의 수익률 격차는 실적배당형 상품에서 벌어졌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DC형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수익률이 평균 10.35%, 교보생명은 8.07%, 현대차증권은 8.33%에 달했다.다음으로 IRP의 경우 미래에셋대우가 5.66%로 1위, 신한은행이 3.06%로 2위였다.

3위는 KEB하나로 3.02%였다. 이외 사업자들의 경우 모두 수익률이 3%를 밑돌았던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미래에셋대우의 대표 유형인 Active40은 2009년 2월 출시 후 누적 수익률이 79.5%에 달해 연평균 5.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같이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은 증권사 퇴직연금의 경우 증시가 하락하면 수익률도 이에 연동돼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김기영 미래에셋대우 연금솔루션본부장은 “미래에셋대우는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있어 우량 자산에 장기투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전국 영업점과 연금자산관리센터를 통해 더욱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연금고객의 자산관리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진했던 보험사들도 2% 웃돌아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국내 보험사들로 범위를 좁혀보면 미래에셋생명이 4%대의 수익률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생명의 작년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4.28%였다. 이는 원리금보장형과 원리금비보장형을 합산한 수치다. 미래에셋생명은 확정급여(DB)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도 2.07%와 2.90%의 수익률을 거뒀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이 매 분기 모델 포트폴리오를 환경에 맞춰 리밸런싱하는 ‘MP자산배분 증권투자형’ 상품은 DC형 실적배당형 가입자의 절반가량이 선택해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이외에 교보생명과 IBK연금보험, 롯데손해보험도 작년 퇴직연금 시장에서 양호한 수익률을 유지했다.

교보생명의 DB형 수익률은 2.19%, DC형과 IRP는 3.24%와 2.83%를 나타냈다.IBK연금은 DB형(2.06%)과 DC형(2.45%), IRP(2.19%)에서 모두 2%를 넘는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대주주가 JKL파트너스로 변경된 롯데손보도 퇴직연금 강자의 면모를 지켰다.

DB형 수익률이 2.13%로 손보사 가운데 가장 높았고 DC형과 IRP도 2.39%와 2.26%를 나타냈다.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권의 적립금 규모는 워낙 큰 편이라 보수적인 운용에 적합한 편이고 예금과 보험 등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운용하는 DB형에 치중되어 있었다”라며 “최근에는 보험사들도 투자전략에 따라 DC형에 중점을 두고 수익률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 시장지배력 굳건

IRP 시장 확장속도 가팔라

지난해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확장이 두드러졌다. 전체 제도에서 30조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되며 약 21조원이 모였던 2018년보다 시장이 더욱 커졌다. 반면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의 시장점유율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업권별로는 은행업권이 전체 유입액의 52.9%를 차지하며 굳건한 위치를 유지했다.

시장점유율도 2018년 말보다 0.2%포인트 확대하며 지배력을 늘렸다. 지난해 DC형을 중심으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증권업권은 성과를 바탕으로 7조원 가까운 자금을 유입하며 점유율을 0.5% 확대했다.이외에 전통적으로 DB에서 강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한 해 동안 4조6000억원이 넘는 실적을 추가하며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다음으로 신한은행이 3조5953억원을 유입하며 2위에 올랐다.

신한은행은 제도별로 고른 증가세를 보였고 특히 IRP에서 자금유입이 두드러졌다. IRP에서 1조2630억원을 유입했고 DB와 DC에서는 각각 1조2854억원과 1조469억원을 모았다. 신한은행을 포함한 은행업권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DC와 IRP 중심 마케팅이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KB국민은행(3조474억원), KEB하나은행(3조20억원), IBK기업은행(2조1130억원), 미래에셋대우(1조7951억원) 등이 적립금 유입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적립금이 빠져나간 곳도 있다. 제주은행(-965억원), 동양생명(-151억원), KDB생명(-73억원), 현대해상(-8억원), 한화손보(-3억원) 등 5개 사업자는 적립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유형별로 DB 적립금이 138조275억원으로 2018년말보다 16조8611억원 증가했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DB가 차지하는 비중은 63.2%를 기록해 이 기간 1.3%포인트 줄었다.

DC 적립금은 55조1444억원으로 7조6140억원 늘었고 전체 적립금 내 비중은 25.2%로 0.1%포인트 감소했다. 다양한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DC와 IRP 선호도가 증가하며 전체 적립금 내 DB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DC 비중이 사실상 제자리걸음한 데는 IRP 비중이 뚜렷한 증가를 보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IRP 적립금은 25조3964억원으로 2018년 말보다 6조1971억원 늘었다. 전체 적립금 내 비중은 11.6%로 1.4%포인트 증가했다. IRP는 근로자에서 자영업자, 교사, 공무원, 군인 등으로 가입대상이 확대된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연간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일 경우 납입액에 대해 최대 700만원(연금저축 합산)까지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혜택도 한몫을 하고 있다.



▶바빠진 운용사들 당근 투하

수수료 면제 등 유치 전쟁

퇴직연금 시장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며 금융사들이 최근 앞다퉈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IR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기존의 개인형 IRP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기는 것이 훨씬 간편해져 금융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단계적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율도 경쟁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혜택은 ‘손실이 날 경우 수수료를 안 받겠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개인형 IRP에서 수익이 나지 않은 고객은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개인형 IRP에 적립한 돈을 일시에 찾지 않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수수료 혜택을 주는 곳도 있다. KB국민은행과 KB증권은 연금으로 수령할 때 운용 관리 수수료(0.1%)를 깎아준다. 하나은행은 수수료를 최고 80%, 우리은행은 최고 70%까지 할인해주기로 했다.

사회 초년생을 위한 혜택도 있다. 하나은행은 만 19~34세 고객에게 개인형 IRP 수수료를 70% 인하해준다. KB국민은행은 가입 시점에 만 39세 이하인 청년 고객에게 운용 관리 수수료를 평생 20% 깎아준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가입 기간이 길고 지속적으로 운용수수료가 지불되는 만큼 수수료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라며 “이왕이면 수수료 조건이 유리한 곳을 찾아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조언했다.

금융사들은 개인형 IRP뿐 아니라 기업 고객 유치경쟁도 한층 뜨거워졌다. 최근 정부가 단계적으로 기업들의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일정 규모 이상 기업부터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예상에 금융사들이 고객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DB형 퇴직연금 수수료율을 0.01~0.04%포인트 인하했으며,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DB형 퇴직연금 수수료율을 각각 0.01~0.09%포인트, 0.04%포인트씩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운용 주체와 수익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운용 주체가 사용자(기업)인 DB형 퇴직연금을 제외하고, 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IRP는 운용 주체가 금융사가 아닌 가입자인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4호 (2020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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