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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국어대학교 아세안연구원 공동기획- 현지서 보는 신남방정책 평가와 전망] “한류 전파·교류 확대는 긍정적이나, 무역 불균형 심화는 부메랑 될 수도”
기사입력 2020.09.29 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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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정책 강화를 표방한 후 현 정부의 국정 우선과제로 추진돼온 신남방정책이 어느덧 3년이란 시간을 맞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 아세안을 4대 강국(미·중·일·러)에 준하는 외교 파트너로 격상시키면서 양측의 협력을 강화한 이 정책은 그나마 현 정부에서 잘한 외교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신남방정책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 높아진 국경 문턱에 그 흔한 토론회조차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서도 최근 이렇다 할 진전된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만에 하나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코로나19 사태가 내년 연말까지 진행된다면 신남방정책은 손쓸 겨를도 없이 흐지부지될 소지가 다분하다. 현 정부의 임기가 2년이 채 남지 않은 현실을 감안한 해석이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의 정책들 상당수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왔다. 좀 과하게 말하면 신남방정책은 지금 운명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이에 매경럭스멘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부산외국어대학교 아세안연구소와 함께 ‘신남방정책의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했다. 여기에는 국가의 주요 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인터뷰에서도 신남방정책의 당면 과제 중 하나가 ‘과연 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에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현지 전문가들도 꽤 있었다. 우리 당국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서면이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과 아세안 현지 전문가 13명이 서면 인터뷰에 참가했다.

▶신남방정책 효과 퍼지고 있다

매경럭스멘 창간 10주년 서면 인터뷰에서 응답자들은 신남방정책의 효과가 현지에서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를 많이 내놨다. 신방남정책의 큰 틀인 3P(People, Prosperity, Peace) 원칙이 아세안 곳곳에서 구현되고 있고, 이로 인해 한·아세안 관계가 한 단계 실질적으로 격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팜띠엔번 전 주한 베트남대사는 “베트남의 경우 신남방정책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국가라고 할 수 있다”면서 “신남방정책이 추구하는 핵심가치인 사람, 번영, 평화의 가치들을 베트남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번 전 대사는 “인적교류만 보더라도 2019년 450만 명의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을, 50만 명 이상의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하였다”면서 “그러다 보니 문화교류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이런 부분들이 양국 국민들 간의 이해와 우호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가교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번 전 대사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양국은 무역·투자·공적개발원조·노동력·관광 분야 등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볼 수 있듯이 베트남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 노력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도 했다.

우마르 하디 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인도네시아 또한 신남방정책이 잘 구현되고 있는 아세안 국가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 인도네시아 내 6위 투자국, 한·인도네시아 경제동반자협정 등 여러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완 알 바나 코이루잣 인도네시아국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우마르 대사의 언급에 동의하며 “특히 사람(People)을 중시한다는 철학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초초세인 양곤대학교 국제관계대 학장은 “신남방정책의 3P는 미얀마가 현재 추진하는 ‘지속 가능한 미얀마 개발’ 정책의 핵심가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3P는 필요에 의해서라도 미얀마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따 고빈다사미 말라야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신남방정책으로 한·말레이시아 관계는 특히 사람과 사람의 교류, 경제적 관계 측면에서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고 평했다.

물론 쓴소리도 나왔다. 소프완 교수는 다만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의 문화만 강조되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비록 한국이 문화적 우위를 가지고 있더라도 인도네시아의 문화에 대한 관심도 더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차이용 삿찌파논 전 주한 태국대사는 “한국 정부가 신남방정책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태국의 경우는 아직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널리 각인된 상태는 아니다”라면서 “3P 중 사람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미 양국 관계가 밀접하긴 하지만 기존 한류 흐름에만 의존하지 말고 예술, 관광,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상호교류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담롱 탄디 람캄행대학교 한국학 교수는 “신남방정책의 메시지는 뚜렷해서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잘못 운영되면 경제협력이란 이름 아래 태국의 자원과 번영을 고갈시키는 플랫폼이 될 소지도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외교 다변화 취지에 맞게 운영

신남방정책은 그동안 4대 강국에 치중된 우리 외교를 다변화하자는 정책 방향에서 탄생했다. 국가의 새 외교 전략지로 선택된 아세안에 현 정부는 대통령이 역내 10개국 모두를 방문하는 등 다른 정권과 달리 공을 많이 들이는 모습을 보여 왔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국의 노력에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차이용 전 대사는 “신남방정책 이후 아세안과의 확대된 경제 및 안보 협력 관계를 볼 때 한국의 외교 다변화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양국 경제 관계만 보더라도 2018년 한·아세안 간 전체 무역량은 7.6% 오른 1605억달러를 기록했고, 같은 해 한국의 직접투자(FDI)도 66억달러나 됐다”고 말했다.

소프완 교수는 “이 정책이 미국 등 강대국 주도하에 이뤄지는 합의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많은 유연성을 제공하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면서 “중일처럼 공격적이지 않는 현지 행보로 현지에서는 한국이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과 참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딴쪼우 미얀마 하원 사무국장은 “특정국에 경제가 집중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해소하는 목적도 신남방정책에 담겨 있다고 알고 있는데, 한국이 아세안을 새 시장으로 삼으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그동안 보아온 한국 여러 외교 정책 중 가장 눈에 띌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신남방정책 추진 이후 거의 모든 아세안 회원국들과 기본 방위 파트너십을 강화했다”면서 “아세안은 한반도 평화 조성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외교적 다변화의 성과로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기따 교수도 “아세안은 한국의 안보 측면에서의 외교적 다변화 카드로 쓰임새가 많다”면서 “미 대선 등 향후 여러 정치상황을 보면 한국 스스로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북한과 관계가 좋은 아세안 국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따 교수는 “한국은 아세안을 통해 북한을 아세안+3이나,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 다자협상 메커니즘에 참여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아론 제드 라베나 필리핀국립대학교 연구원은 “2030년 세계 4위이 경제권이 될 아세안으로 외교적 다변화를 시도한 것은 한국의 영리한 중간자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오는 ‘낙진’을 상쇄할 완충지대로서 아세안은 한국에 중요한 포지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번 전 대사는 “외교적 다변화는 강대국을 제외한 중소강국들이 택해야 하는 불가피한 외교노선이라는 점에서 좀 더 일찍 시행됐으면 성과도 더 컸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건배하고 있다.

▶미·중·일의 아세안 정책과 다른 점은

‘지배’가 아닌 ‘존중’의 의미 담고 있는 것


이처럼 한국의 신남방정책이 비교적 현지에서 소프트랜딩을 하고 있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패권적 성격이 강한 강대국들의 대아세안 노선과 달리 ‘포용적, 호혜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프완 교수는 “‘강대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의 아세안 진출 강화가 현지에서 전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라면서 “한국은 미·중·일처럼 지배의 개념으로 아세안에 접근하지 않고, 상호 윈-윈의 관계를 구축하려는 인식을 주고 있다”고 평했다.

푸펫 쿄필라봉 라오스국립대학교 경제경영대 학장은 “신남방정책은 기본적으로 상호 존중 및 호혜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다른 국가의 민감할 수 있는 분야에 있어 존중을 내보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호앙티하 싱가포르 ISEAS 연구원은 “다른 주요 강대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새 아세안 외교는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점이 특징인 것 같다”면서 “신남방정책은 글로벌 질서 유지 차원의 웅장한 비전이나 전략이 아닌, 외교적 지평을 넓히고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딴쪼우 사무국장은 “아세안 내에서도 신흥투자국인 미얀마는 미·중·일의 경쟁이 다른 역내 국가보다 더 치열한 국가”라면서 “이들이 패권을 다투는 모습은 쉽게 눈에 띄지만 한국은 그러질 않아 이런 점이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물론 여기에도 비판의 목소리는 있다. 담롱 교수는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1970년대 태국 및 아세안 국가들을 향해 펼친 일본의 경제 정책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면서 “당시 일본은 경제적 동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였는데, 이후 태국에서는 일본 상품 불매 운동 등 반일 시위가 거세게 일어났던 것을 한국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담롱 교수는 “이후 일본은 아세안 내에서 상호 공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한국도 말로만 경제적 협력을 외치지 말고 심각한 무역 불균형 문제 해소 등의 실질적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론 연구원은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과 미·중·일 등 강대국들의 아세안 접근법은 내용적인 면에서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면서 “보다 창의적인 방안들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면 공공외교 측면에서 한국문화원은 중국이 운영 중인 공자학원, 일본의 일본재단. 미국의 풀브라이트 위원회 등과 성격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필리핀 입장에서는 오히려 통합적 운영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공동기획을 주관한 배양수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장이 ‘신남방정책의 의미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 여부

하지만 호의적인 여러 평가에도 불구하고 신남방정책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될 대목이다. 역대 외교 정책을 되돌아보면 대부분의 아세안 정책은 반짝 했다가 사라진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시선이다. 이번 서면 인터뷰에서도 현지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임기가 후반으로 치닫는 시점에 한국의 이번 아세안 외교가 과거처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번 전 대사는 “(신남방정책의 효과가 지속되려면) 앞으로 부닥칠 국내외의 외교적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이 중단 없이 추진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아세안 정책이 한국 정부의 일시적 대외 전략이 아님을 더욱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담롱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당장 코로나19 사태 아래에서조차 한국 정부가 신남방정책에 대한 동력을 살릴 수 있을지 물음표”라면서 “한국이 미·중·일의 틈바구니에서 펼치는 신남방정책의 성패는 차기 정부가 이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하는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배양수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장도 “신남방정책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장기 국가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는 사실 아세안과 관련된 안팎의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호앙 연구원은 “신남방정책의 방향성이 확실하다는 점에서는 의문은 없다”면서 “무엇을 더 담을까보다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더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의 정교함을 위해 기존 약속의 실천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초초세인 학장은 “미얀마가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통해 원하는 것은 경제발전을 위한 적극적 투자 유치”라면서 “투자는 지속 가능해야 하고 그래야 미얀마 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 국가 집중현상도 시급히 해결돼야 하고, 보다 더 고도화된 현지 공략법을 요구하는 견해도 나왔다.

차이용 전 대사는 “계속 제기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한 국가의 집중 현상을 줄여야 한다”면서 “한국은 여전히 아세안 내에서 중국과 일본에 비해 투자 측면에서 뒤지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특정 국가 올인이 바림직한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초초세인 학장은 “각국의 사정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미얀마의 경우 역사적, 정치적 발전과정이 한국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신남방정책이 운용되면 상호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얀마는 현재 군부→민간, 계획경제→시장경제, 내전→평화라는 3개 축에서 큰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데,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안정을 원하는 미얀마의 니즈에서 신남방정책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푸펫 학장도 “각국별 맞춤형 접근법에 동의한다”며 “라오스의 경우를 보면 국민들의 영양 공급 문제가 화두인데, 이 문제는 신남방의 ‘사람’이란 키워드와 충분히 연계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호앙 연구원은 “상호 존중의 의미를 더욱 새길 필요가 있다”면서 “일례로 2019년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을 초청하겠다고 하면서 아세안 10개국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경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호앙 연구원은 “이해는 가지만 미리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면서 “이는 아세안과 한국이 만들어왔던 절차들을 무시한다는 인상과 아세안을 존중치 않는 것 아닌가 하는 모습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고 꼬집었다. 이 상호 존중 문제 또한 이번 서면에 답변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신남방정책의 문제점 중 하나다.

현지 한국 전문가들은 “한류만큼 아세안 각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아세안의 다양한 음식들이 소개되는 모습.

▶코로나19 상황에서 신남방정책은 더욱 개방적이 돼야

동시에 신남정책이 보다 더 유연한 개방성을 띨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눈여겨볼 만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속 탈출구로 삼을 만한 전략적 활용 요소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론 연구원은 “신남방정책을 중국의 일대일로처럼 개방형 체제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상황 변화에 맞는 유연한 정책 실천이 필요하다”고 했다.그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기존 일대일로에서 추구하던 경제적 확장 정책을 잠시 축소하고 보건 분야를 추가해 글로벌 지원에 나섰는데, 의료분야가 취약했던 국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새로운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기존 플랫폼에 구성을 다양화해서 이룬 성과”라면서 “한국도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라고 했다. 한국이 앞서 있는 진단 키트 등을 앞세워 코로나19 협력을 아세안과 강화하면 충분히 성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따 교수도 “지금처럼 기존 외교정책을 유지시키기 힘든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를 내세워 아세안에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노력들이 한국을 아세안의 동맹으로 계속 인식케 하고 신뢰를 쌓게 할 것”이라고 했다.

호앙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신남방정책이 지향하는 개방성은 절대 약해져서는 안 된다”면서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글로벌 거버넌스가 붕괴된 측면이 많지만 그래도 한·아세안 양측은 협력의 중간지대를 형성하고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초초세인 학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중·일 등 역내 패권을 노리는 다른 국가들도 그들의 대아세안 외교정책을 제대로 펼치기에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차라리 집단적 리더십 같은 형태를 고민해 보면 어떨까 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들 4국이 함께 역내 현안에 대처토록 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빠른 코로나19 방역지원 한목소리

필리핀 해역에 해군 파병도 고려할 만”


아세안 내 한국 전문가들은 신남방정책이 추진 중인 것 외에 자국과 더 긴밀한 협업이 이뤄져야 할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방역 관련 협업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견해가 가장 많았지만, 빠르게 변하는 4차 산업 시대에 대응하는 기술 및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위한 주문도 많았다. 또 국방 분야에서 우리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우마르 하디 현 인도네시아 대사는 “향후 10~20년 동안 우리는 빠른 속도의 기술과 보다 디지털화된 세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고 한국의 앞선 과학기술은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마르 대사는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과학 및 관련 기술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더 넓게 열렸으면 한다”면서 “이를 위해 한국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내 R&D 투자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우마르 하디 대사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위해 200~300%의 슈퍼 세금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따 고빈다사미 말라야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말레이시아는 4차 산업과 관련해 제조업 서비스 등의 산업을 진작시킬 정보 통신 기술의 디지털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부각된 비대면 시대에 디지털의 중요성은 더 커져 이에 대한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푸펫 쿄필라봉 라오스국립대학교 경제경영대 학장은 “라오스 역시 기술 분야의 투자가 시급한 실정”이라면서 “라오스는 태국 및 베트남과의 유리한 입지로 인해 저렴한 인건비가 풍부하고 인근 거대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공급망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한국의 새로운 기술 투자 거점이 될 만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란 전대미문의 전염병을 막기 위한 협력도 시급한 과제라고 설문에 답한 현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차이용 전 주한 태국대사는 “아무래도 지금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된 보건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방역 역량, 전문가 양성, 기술 공유, 예방 대책 강화 등 실무 사업에서 양측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호앙티하 싱가포르 ISEAS 연구원은 “한·아세안 양측의 가장 시급한 협력 분야는 코백스(COVAX)퍼실리티와 같은 글로벌 다자 이니셔티브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접근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최근 호주 정부가 관련한 자금 지원을 발표했는데, 한국도 이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했다. 홍하이 연구원은 “상대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곳에 빠르게 나서는 것이 마음을 얻고 관계를 촉진시키는 지름길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국방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팜띠엔번 전 베트남 대사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한국 베트남 양측은 안보와 국방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배양수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장은 “관료 출신의 안보 협력 강화 언급은 그냥 넘길 것이 아니다”라면서 “베트남 전쟁이란 상처가 있는 양국이 안보 협력 강화의 진전을 이루게 되면 두 나라 간 관계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했다.

소프완 알 바나 코이루잣 인도네시아국립대학교 교수는 “한국과 자국과의 방산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는 전통적 및 비전통적 안보 위협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와 인도네시아와 국방협력은 꽤 인연이 깊다. 인도네시아는 우리의 주 무기 수출국으로 양측은 현재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3기의 잠수함을 건조한 이력도 있다.

무장한 필리핀 해군 특공대가 순찰하고 있는 모습.



해외 파병이라는 눈길을 끄는 제안도 있었다. 아론 제드 라베나 필리핀국립대학교 연구원이 제시한 의견인데, 그는 “한국 해군의 필리핀 술루 해역 파병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필리핀 남부에 해당하는 술루 해역일대는 반군 아부사야프가 활동하는 곳으로 정정이 불안한 곳이다. 지난 8월에도 연쇄 테러가 이 일대에서 일어났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국의 군사력만으로 이곳의 안정을 꾀하기가 힘들어 2017년 일본과 중국에게 술루 해역 일대의 공동 순찰을 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아론 연구원의 제안은 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론 연구원은 “한국 해군은 소말리아와 아덴만에서 성공적인 정찰활동 및 해적 진압을 벌인 바가 있다”면서 “만일 한국군이 술루 해역에 파병된다면 이는 환영할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자국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딴쪼우 미얀마 하원 사무국장은 “미얀마는 사회기반시설이 열악해 상당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전력 공급 등 전기 분야에서 한국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미얀마의 전력 문제는 고질적이다.
미얀마의 중심도시인 양곤 시내조차 수시로 정전이 되는 실정이다.

딴쪼우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해외 투자자들이 석유 가스 등에 집중돼 있는데 농업 분야에도 한국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차이 콤 캄보디아 경제사회문화위원회 연구원은 “농업과 은행 분야의 고도화에 한국의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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